통신 시장에 진입하겠다는 구글의 발표는 각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구글의 발표는 AT&T와 버라이존을 비롯한 선두 네트워크 서비스 업체들의 경쟁심을 자극했다. 이뿐이 아니다. 구글은 애드센스 서비스를 통해 광고업계를 재편하고 있다. 하이테크 분야에서 각기 다른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페이스북과 세일즈포스닷컴은 회사와 아무 상관없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을 위해 자사 플랫폼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이런 조치들은 전형적인 ‘재편전략(shaping strategy)’의 사례이다. 재편 전략은 시장과 산업을 변모시켜 전 세계 산업 생태계를 때로는 매우 극적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를 뜻한다. 재편전략은 결국 긍정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메시지를 통해 새로운 조건을 받아들이는 모든 사람에게 혜택을 안겨줄 것을 약속하고 시장의 경쟁 조건을 재정의하려는 시도이다. 대표적인 사례로 1980년대 초반에 마이크로소프트(MS)의 빌 게이츠가 선보인 전략을 들 수 있다. 빌 게이츠의 주장은 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중앙 집중 방식의 메인프레임 컴퓨터에서 데스크톱 기기로 이동해가고 있다는 말로 요약된다. 컴퓨터 업계의 리더가 되려면 데스크톱을 생산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했음을 알리는 메시지였다.
‘데스크톱이 곧 미래다’와 같은 설득력 있는 슬로건을 만들어내는 것과 다른 업체들로 하여금 그 약속을 실현하기 위해 투자하게 만드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사실 재편전략은 이 논문에서 제시할 심층 구조를 기반으로 한다. 본 논문에서는 또 세계적인 디지털 인프라에 불어 닥치고 있는 변화의 바람으로 인해 재편전략을 추구하고 이를 통해 이득을 얻을 때가 되었음을 설명하고자 한다. 비단 하이테크 업계뿐 아니라 다른 시장 및 업계에서도 이런 시도를 고려할 수 있으며, 또 고려해야만 한다는 점을 일깨워줄 예정이다.
재편전략은 전혀 새로운 개념이 아니다. 사실 메디치가(家)는 이탈리아에 르네상스 바람이 불어 닥치자 성공적으로 금융 부문에 재편전략을 접목시켰다. 좀 더 최근의 사례를 들면 해운업, 금융 서비스, 의류 등 다양한 부문에서 재편전략이 등장했다. 특히 최근에는 재편전략에 동참하는 업체들의 영향력을 강화하는 대신 위험 부담을 줄여주는 강력한 인프라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상대적으로 최근에 등장한 이런 변화로 인해 이전에는 성공 가능성이 무척 희박한 것으로 여기던 분야에서 이젠 조금 힘이 들긴 하지만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물론 어떻게 보면 모든 성공적인 전략을 재편전략으로 볼 수 있다. 일부 기업들은 인수합병(M&A)을 중심으로 하는 통합 전략을 활용하거나, 이전에는 미처 보이지 않던 규모의 경제를 이용해 시장과 산업을 재편하기도 한다.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파괴적인 혁신도 주로 “당장 전략을 수정하지 않으면 뒤처지거나 망하고 말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부정적 유인 방식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바꾸어놓곤 한다. 델, 사우스웨스트 항공 등이 채택한 전략도 파괴적 혁신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전략이 예상대로 먹혀들 때에는 효력이 막강하지만 최초로 전략을 도입한 업체에 위험이 집중되는 만큼 회사 전체를 통째로 걸고 하는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반대로 본 논문에서 다루고자 하는 재편전략은 긍정적인 유인을 통해 업계 내 다른 업체들을 움직인다. 예를 들어 최초로 재편전략을 도입한 기업이 속해 있는 생태계를 구성하는 참여기업들이 다른 참가자를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위험을 분담하기 때문에 이 전략을 이용하면 엄청난 가치를 창출하고 확보할 수 있다.
본 논문에서는 이런 전략에 힘을 실어 주고 전략의 매력도를 높여 주는 인프라의 변화를 살펴본 뒤 긍정적인 재편전략을 활용하기 위해 반드시 동반해야 할 핵심 요소로는 무엇이 있는지 찾아보고, 마지막으로 빠른 속도로 역량을 구축하는 실용적인 이동 경로를 이용해 재편전략을 개발하는 방법을 연구해 보고자 한다.
[DBR TIP] 참여기업이 되어라
모든 기업이 재편기업이 되기에 적합한 자격요건을 갖고 있는 건 아니다. 재편기업의 역할을 해내려면 선견지명이 있으며 강력한 권한을 지닌 최고경영자(CEO) 및 이사회뿐 아니라 시장을 재편성하겠다는 포부와 마음가짐, 위험구조, 관리 역량을 갖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재편기업이 주도하는 재편전략에 참여하는 기업들에도 많은 역할이 주어진다. 참여기업들은 재편전략 내에서 자사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 정의할 수 있어야 하며, 자사에서 지지하려는 재편기업의 상대적 강점을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영향력 행사기업, 위험 분산기업, 추종기업 중 어떤 역할이 자사에 가장 잘 맞는지를 결정해야 한다.
존 헤이글(John Hagel)jhagel@deloitte.com
에지 이노베이션 센터 공동회장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 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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