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HR

MZ세대를 특이하게 보는 눈이 특이한 것

박선웅 | 388호 (2024년 3월 Issue 1)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와 MZ세대에 대한 부정적 태도. (2023) 임예지, 윤가영, 김혜민, 박선웅. 사회과학연구, 62(3), 105-127.



무엇을, 왜 연구했나?

지난 몇 년간 MZ세대 관련 이슈가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궜다.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무엇이 다른 것인지, 도대체 왜 그들은 그렇게 ‘이상하게’ 행동하는 것인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일하기 위해서 어떻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기사와 방송이 쏟아져 나왔다. 특히 기성세대와 MZ세대가 직접적으로 부딪쳐 협업을 해야 하는 조직들에선 MZ세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에 막대한 시간과 돈을 투자했다.

MZ세대 문제를 다룸에 있어 지금껏 대다수의 미디어는 MZ세대에 활을 겨눴다. 왜 그토록 이해할 수 없는 방식으로 행동하냐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관점에 대해 진지한 비판적 성찰이 필요하다. 지금 MZ세대를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기성세대 중 상당수는 불과 20~30년 전 자신들이 젊었을 때 X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세대론의 불을 지핀 주인공들이다. 당시의 상식에서 지나치게 벗어나 뭐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의미에서 X세대라 불렸던 이들이 중년이 돼 현재 젊은 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 상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첫째, MZ세대는 ‘이상했던’ X세대조차도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극도로 이상한 세대일 가능성이다. 둘째, MZ세대 문제를 바라보고 이해하는 관점에 오류가 있을 가능성이다. 본 연구팀은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다시 말해, MZ세대의 특이함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던 관점에서 벗어나 MZ세대를 대하는 기성세대에게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본 것이다. 연구팀은 특히 기성세대의 권위주의에 주목했다.

권위주의란 이미 형성된 권위에 추종하고자 하는 특성으로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사람은 보수적이고, 변화를 싫어하고, 안정성을 선호한다. 특히 이들은 어떤 대상을 내집단인지 아닌지 양자택일적 방식으로 나누고 내집단을 훨씬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이유로 권위주의는 심리학에서 타 집단에 대한 편견을 연구할 때 빈번하게 등장하는 개념이다. 이에 본 연구팀은 모든 기성세대가 아니라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일부 기성세대가 MZ세대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고 그들과의 교류를 회피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GettyImages-1162564564_[변환됨]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를 위해 MZ세대와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기성세대 직장인 223명을 모집했다. 연구 참여자들은 온라인으로 설문에 응답했는데 설문은 크게 세 가지 내용을 측정했다. 우선 참여자들의 권위주의 수준을 측정했다. 다음으로 MZ세대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14가지 특성(예, 개인주의, 일과 삶의 균형 선호, 디지털 네이티브, 평등 추구, 공정한 평가 및 보상 선호 등)에 대해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이러한 특성을 얼마나 더 많이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측정했다. 마지막으로 MZ세대에 대한 태도, 구체적으로 그들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과 호의적 정서, 그들과의 업무 외적인 교류와 협업 회피 성향을 측정했다.

핵심적인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MZ세대의 독특한 특성이라고 여겨지는 14가지 특성에 대해 기성세대인 참여자들은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실제로 이러한 특성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고 여겼다. 다시 말해, 참여자들은 기성세대에 비해 MZ세대가 더 개인주의적이고, 평등을 추구하고, 디지털 기기를 잘 다루고, 일과 삶의 균형을 선호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권위주의가 높은 참여자라고 해서 MZ세대가 이러한 특성을 더 많이 혹은 더 적게 갖고 있다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둘째, MZ세대가 기성세대와 다르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MZ세대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로 곧장 이어지지는 않았다. 구체적으로, MZ세대가 기성세대와 얼마나 다르다고 판단하는지와 MZ세대를 어떻게 대하는지 사이의 상관관계는 대부분의 경우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나타나지 않았고 몇몇 특성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태도가 나타났다. 예를 들어,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일과 삶의 균형을 더 선호한다고 생각하는 기성세대는 이들에 대해 호의적인 정서를 가지고 있었고, 이들과의 협업을 회피하지도 않았다. 또 MZ세대가 기성세대에 비해 디지털 기기에 더 능하다고 판단하는 기성세대들은 마찬가지로 그들과의 협업을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결과는 기성세대가 MZ세대를 대하는 과정에서 권위주의의 역할이다.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기성세대는 MZ세대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더 많이 갖고 있었고, 호의적 정서는 낮았으며, 그들과의 협업을 회피하고자 하는 의도가 높았다. 반면 권위주의 성향이 낮은 기성세대는 그들에 대한 고정관념을 많이 갖고 있지 않았고, 호의적이었으며, 실제로 그들과 업무 외적인 교류도 더 많이 했다. 요컨대 MZ세대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그들을 멀리하는 것은 모든 기성세대가 보이는 특징이 아니라 권위주의 성향이 높은 일부 기성세대가 보이는 특징이라는 것이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본 연구는 MZ세대와 기성세대 간 갈등의 원인을 MZ세대의 특이성에서 찾던 기존의 관점에서 벗어나 기성세대가 갖고 있는 권위주의에 주목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즉 MZ세대를 이해하는 데 문제가 되는 부분은 어쩌면 기성세대가 가지고 있는 권위주의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기성세대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권위주의 성향이 문제인 것은 아닌지, 다시 말해 자신과는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MZ세대를 폄하하고 그들을 멀리했던 것은 아닌지 깊게 성찰할 필요가 있다.
  • 박선웅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연세대 철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노스이스턴대에서 사회 및 성격심리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사람들 사이에 존재하는 심리적인 개인차가 개인의 삶과 조직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특히 정체성 형성이라는 개인차에 관심이 많다. 저서로는 『정체성의 심리학』이 있다.
    sunwpark@korea.ac.kr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