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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의 시기 조직 문화 관리 전략

‘ 저몰입’막고 성취감 높이려면?
직원 발언권 강화로 불만족 요인 제거해야

박종규 | 364호 (2023년 0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자발적으로 퇴사를 선택하는 ‘대퇴사’와 경기 불황의 결과로 인한 ‘대해고’의 거대한 흐름 속에서 조직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이 많다. 기업은 오랫동안 만들어왔던 고유한 조직 문화를 바꾸기 위해 애쓰고 있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직장에 ‘저몰입’하는 직원들이 많은 상황에서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저몰입의 시대’에 조직 문화를 제대로 관리하려면 사내 HR 제도 변경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적 접근법’과 직원과 리더라는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법’이 모두 필요하다.



조직 문화를 설명할 때 사용하는 여러 메타포가 있다. 생태계, 빙산, DNA 등이 대표적이다. ‘생태계’는 조직 문화의 총체적인 면과 하위 구성 요소 간의 유기적이고 긴밀한 연계를 강조할 때 사용된다. ‘빙산’은 해수면 아래에 있어 잘 보이지는 않지만 더 거대한 조직 문화의 근간을 강조할 때 쓰는 비유다. ‘DNA’는 조직이 특별한 정체성을 가지기 위해 구성원 모두가 조직 문화를 내재화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할 때 주로 사용한다. 각각의 비유와 상징이 강조하는 포인트는 다르지만 하나같이 조직 문화의 주요 특징 중 하나인 ‘고유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조직 문화의 ‘고유성’은 다른 조직과는 구별되는, 조직 내 구성원들 사이에 공유된 독특한 가치나 행동 양식을 말한다. 무언가의 고유성이나 정체성을 바꾸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구성원들이 모인 조직 문화를 한 방향으로 변화시키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결국, 고유성은 조직 문화에 꼭 필요하면서도 변화의 발목을 잡는다. 이러한 이유로 조직 문화는 변화시킬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 그저 더 나은 방향으로 옮길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도 많은 기업은 회사의 조직 문화를 더 나은 쪽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조직 문화가 성과나 경쟁력에 미치는 큰 영향력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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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향한 첫걸음은 무엇일까? 조직 문화의 고유성과 가변성에 영향을 미치는 조직 내·외부 환경 요인들에 대한 냉철한 분석이 필요하다. 환경 요인 중에서도 특히 조직 문화 형성과 변화의 주체인 조직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개별 기업의 직원들이 처한 상황은 모두 다르다.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대부분의 직장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전체 고용 시장의 변화와 그 파급력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 1∼2년 사이 고용 시장에서 나타난 ‘대퇴사(Great Resignation)’ ‘조용한 퇴직(Quite quitting)’ ‘대해고(Great Layoff)’의 트렌드는 조직 구성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변화의 방향과 주도권이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조직 문화를 어떻게 관리하고 발전시켜야 할까.

대퇴사 시대에 이은 대해고의 시대?

코로나19발 팬데믹은 고용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팬데믹의 여파로 2021년 초부터 노동자들의 자발적인 퇴사율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자발적인 대거 퇴직(Big Quit) 혹은 노동시장의 대대적 재편(Great Reshuffle)으로도 불리는 ‘대퇴사’라는 용어가 이런 분위기 속에 생겨났다. 2021년 5월, 당시 미국 텍사스 A&M대 경영학과의 앤서니 크로츠 교수가 그 단어를 처음 사용한 이후 언론사들과 학자들은 다양한 설문 조사와 통계 수치를 활용해 그 현상과 이유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대퇴사에 대한 근본적 이유에 대한 분석과 해결 방안들에 대한 논의가 채 영글기도 전에 이제는 ‘대해고’의 시대로 넘어왔다는 기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의 대량 해고로 시작된 미국 대기업들의 고용 규모 축소와 동결 상황이 대퇴사라는 노동자가 주도한 고용 시장 트렌드를 덮어버릴 정도로 두드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대해고라는 용어는 등장한 지 얼마 되지 않았고 글로벌 고용 시장 전체에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은 아니라는 점에서 ‘대해고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선언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요즘은 고용 시장의 절대 강자로 군림하던 미국 대기업들에 ‘구조 조정’ ‘대량 해고’ 등의 부정적 시그널들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이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를 늦추고 불확실한 고용 시장 전망 때문에 직장인의 불안감을 높이고 있다. 자신이 실제 대퇴사와 대해고의 상황에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는지와 상관없이 조직 구성원들은 지금까지는 경험하지 못한 불안한 환경에 처하게 된 것이다.

대퇴사, 조용한 퇴직, 대해고가 혼재하는 ‘저몰입 시대’

조직 전체는 물론이고 조직 구성원들 개개인이 직면한 이 불안한 환경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이런 상황을 경험한 적이 없고 코로나 같은 환경 요인이 우리의 삶을 얼마나 급격하게 바꾸는지조차 이제 막 경험했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한마디로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다. 하지만 조직 문화 발전의 첫걸음이 조직 문화 형성과 변화의 주체인 조직 구성원들이 처한 상황과 입장에 대한 이해라는 점에서 이 복잡하면서도 불안정한 환경을 정의하려는 노력은 꼭 필요하다.

대퇴사 및 대해직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살펴보자. 미국 어도비사가 2021년 실시한 글로벌 설문 조사 결과1 , Z세대가 일과 삶의 균형과 직업에 대한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집단으로 조사됐다. 그 결과 이들이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가장 크고, 따라서 대퇴사 트렌드는 결국 Z세대가 주도하고 있다고 어도비사는 분석했다.2

반면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아티클, ‘누가 대퇴사를 주도하고 있는가(Who Is Driving the Great Resignation?)’3 의 필자인 인사 전문가 이안 쿡과 그의 연구팀이 4000여 개 기업의 900만 명 이상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2021년을 기준으로 30∼45세 직원의 퇴사율이 20%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는 젊은 직원들의 이직률은 늘 상대적으로 높았기 때문에 중간 경력 단계에 있는 직원들(Mid-career Employee)의 높은 퇴사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 아티클에서 필자는 원격 근무가 늘면서 경력자들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따라서 이직이 수월해진 이유도 있지만 중간관리자 정도의 경력 단계에서 자기 삶과 일의 목표에 대해 다시 한번 돌아보는 과정에서 퇴사를 결심한 경우도 많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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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증가한 가사 노동의 부담으로 인해 여성의 퇴사율이 더 높다는 분석도 있다.4 하지만 상대적으로 이직이 수월한 남성 직장인들의 퇴사율이 더 높다는 상반된 의견들도 있다. 이렇게 대퇴사를 바라보는 다양한 관점과 각기 다른 분석들은 대퇴사의 이유와 해법을 특정 세대 혹은 집단에서 찾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대퇴사와 함께 언급되는 직장 트렌드 중 하나는 ‘조용한 퇴직’이다. 갤럽에 따르면 조용한 퇴직은 직원들이 주어진 일, 즉 직무기술서(Job description)에 기술된 업무 이상의 것은 수행하지 않는 것이다. 실제 사표는 쓰지 않지만 직장에서 그럭저럭 최소한으로 일하며 버티는 것이다. 대부분의 직무는 동료들과 협력하고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직무기술서를 넘어서는 자발적, 추가적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조용한 퇴직 현상은 조직 문화는 물론이고 조직 성과 차원에서도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다.

갤럽은 2022년, 약 5만7000명의 미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 조사를 토대로 더 충격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바로 직장인들의 절반 정도가 ‘조용한 퇴직자(Quiet quitter)’라는 것이다.5 그 근거로 몰입도가 높은 직원들(Engaged employees)은 점차 줄어들고 있지만 6 몰입도가 심각하게 낮은 직원들(Actively disengaged employees)의 비율은 불과 2년 사이 14%에서 18%로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조용한 퇴직이란 사회적 현상이 숏폼 플랫폼인 틱톡(TikTok)을 통해 전파됐기에 이런 현상이 마치 젊은 세대들만의 문제인 것처럼 포장된 면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개념은 조직 행동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돼왔던 ‘종업원 철회 행동(Employee withdrawal behaviors)’ 중 하나인 근무 태만, 부실 업무 등과 동일선상에 있다. 실제 종업원 철회 행동의 주요 전제 조건 중 하나가 바로 ‘몰입(Engagement, Commitment)’ 여부다. 과거보다 더 많은 직원의 저몰입 기조가 조용한 퇴직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고 볼 수 있다.

불안감은 몰입도를 낮춘다.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부정적인 예측과 고용 시장의 악화 가능성, 미국에서 들려오는 ‘대해고 시대’라는 무시무시한 신조어 역시 직원들의 몰입을 낮추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게다가 고용과 해고를 쉽게 만든다는 취지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들은 이미 회사에 속해 있는 직장인들에게 평생직장은 이미 옛말이라는 것을 실감케 했다. 낮아진 고용 안정성으로 인해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개인보다는 퇴사와 해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개인이 더 많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로 대퇴사, 조용한 퇴직, 대해고가 혼재하는 요즘의 상황을 조직 구성원 처지에서는 ‘저몰입의 시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조직 구성원 개인이 조직에 높은 수준으로 몰입하기 어려운 동시에 조직도 개인에게 높은 몰입 수준을 강요할 수 없는 상황이 오늘날 조직과 개인 모두가 직면한 상황이고 또 조직 문화가 풀어야 할 숙제다.

저몰입의 시대에 조직 문화 관리에 힘쓰려면 제도의 변경을 중심으로 한 하드웨어적 접근법과 사람의 변화를 기대하는 소프트웨어적 접근법을 제시해볼 수 있다.

하드웨어적 접근법: HR 제도 변경 및 직원 발언권(Employee Voice) 제도의 도입

조직 문화의 기능과 역할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HR 제도의 설계와 운영 측면이다. 만약 구성원들이 조직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있으면 그들의 행동에는 일관성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조직의 인적자원 역시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다. 결국 잘 형성된 조직 문화는 평가, 승진, 보상, 교육 훈련 등 HR 제도의 평가 기준이 됨으로써 효율적인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것이 그 논리다.

하지만 저몰입의 시대에는 이러한 조직 문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HR 제도가 크게 효과가 없을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운영되고 있는 많은 HR 제도는 평생직장을 가정해서 충성심이 높은 직원들이 더 많던 시절에 구축되고 자리 잡은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HR 제도를 다시 설계해 조직 구성원이 조직 문화를 이해하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받아들이게 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조직 문화를 전체적으로 바꾸는 것은 거대한 프로젝트지만 개별 HR 제도를 하나씩 개선하는 것은 그보다는 훨씬 수월하다.

제도를 통해 조직 문화를 개선해나가려면 핵심 가치와 인재상, 역량과 같은 HR 인프라뿐만 아니라 채용, 평가, 보상은 물론이고 휴가, 복지, 자기 계발 등 다양한 제도를 바꾸거나 업데이트해볼 수 있다. 특히 그중 ‘직원 발언권(Employee voice)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방법이 있다. 직원들의 불만을 줄이면서 동시에 직장 몰입도를 높일 수 있는 접근법이다.

직원 발언권 제도는 직원들이 자신의 업무 혹은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에 관해 발언권을 갖고 조직에 영향을 미치려고 시도하는 수단과 방법들을 의미한다.7 이름만 들어도 의미를 유추할 수 있고 마치 경험해 본 것 같지만 잘 정착되지 않은 HR 제도 중 하나다. 여러 다양한 발언 채널을 활용하는 동시에 직원들의 발언 내용이 잘 기록되고 공유될 수 있는 메커니즘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어렵사리 꺼낸 직원들의 의견이 뭉개지거나 왜곡되지 않고 리더 등에게 잘 전달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해외 기업들이 활용하고 있는 발언 채널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 조직 개선을 위한 문제해결 그룹 설치 및 운용

● 내부 고발자(Whistleblower) 보호 정책을 포함한 내부 고발 및 후속 절차 수립

● 고용 계약상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고충 처리 절차 수립

● 정기적인 ‘펄스 서베이(Pulse survey)’8 를 통한 직원 피드백 수집

● 직장에서 리더를 포함한 타인이 규칙을 따르지 않을 때 경고를 표시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

● 쌍방향 커뮤니케이션 및 피드백을 위한 리더-부하 직원 간 정기 1대1 미팅

● CEO, 임원진, 주요 리더들의 업무 시간 개방

● 새로운 제안을 자유롭게 토의할 수 있는 공개 포럼/미팅 개최

● 회사의 현 상황과 실적에 대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

직원 발언권 제도를 투명하게 운용하면 조직 내에서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이런 분위기는 조직의 변화를 이끈다. 직장에 몰입하지 못하는 이유와 사연에 대해 들어보고 여럿이 함께 해결의 실마리를 찾고자 노력하는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문제가 즉시 해결되지는 않더라도 그 이야기를 들어준 리더나 동료들에게 좀 더 높은 유대감을 갖게 된다. 이는 리더나 동료에 대한 몰입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직원 발언권 제도의 성공 여부는 직원들이 더 쉽게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권장하고 촉진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는지, 적절한 장치가 있는지에 달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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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적 접근법:리더와 조직 구성원의 변화

조직 문화 분야의 대가인 에드거 샤인은 “리더가 해야 하는 정말 중요하고 유일한 업무는 조직 문화를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직 문화를 관리하고 발전시키는 데 리더의 역할은 매우 크다. 리더가 어떤 사람을 뽑고 승진시키는지, 어떤 기준으로 부하 직원을 평가하는지, 나아가 평소의 언행이 어떠한지까지 모두가 조직 문화를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리더들에게 조직 문화는 자신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리더의 측면에서 보면 조직 문화는 일관된 경영 스타일을 지속할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한다. 특정 조직 문화가 성공적이라고 판단했다면 리더들은 해당 경영 스타일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다. 이런 이유로 성공한 창업자나 CEO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가치관을 기업의 비전이나 핵심 가치, 혹은 인재상 등에 녹여서 직원들에게 전파하고 동참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직원들에게 리더와 같은 주인 의식을 강요할 수는 없다. 자발적인 주인 의식이란 직원들의 평생 고용을 보장해 줄 수 있고 파격적인 보상이 가능했던 고도 성장기에만 요구할 수 있었던 과거의 유산일 가능성이 크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100대 기업 인재상 보고서’9 에 따르면 ‘책임 의식’을 가진 인재를 원하는 기업이 많아졌다. 이 보고서는 5년 전에 비해 ‘전문성’은 2위에서 6위로 떨어진 반면 ‘책임 의식’은 5위에서 1위로 올랐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기업들이 Z세대의 요구에 맞춰 변화하려 노력하면서도 그들에게도 이에 상응하는 책임 의식을 요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저몰입 시대의 리더들은 더 이상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무작정 기대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인재상 보고서에서도 전제했듯이 먼저 직원들의 요구에 맞게 수평적 조직, 공정한 보상, 불합리한 관행 제거 등의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책임 의식과 몰입을 요구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조직 구성원 개개인 역시 노력할 부분이 있다. 개인적인 이유나 자신이 속한 조직 안에서의 상황으로 인해 몰입을 덜 할 수밖에 없더라도, 그로 인해 조용한 퇴직이나 퇴사를 심각하게 고민하더라도 이를 실행에 옮기기 전 자신에게 반드시 던져야만 하는 질문이 있다. 바로 “내가 가진 불만을 남에게 토로해 본 적은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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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독일의 경제학자 알버트 허슈만이 처음 소개하고10 1980년대에 들어 카릴 러스불트 등의 조직심리학자들이 발전시킨 ‘EVLN(Exit, Voice, Loyalty, Neglect)’ 모델이 있다. 조직 구성원들이 만족하지 못했을 때의 선택지는 떠나거나(Exit), 목소리를 내거나(Voice),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거나(Loyalty), 무시하고 방관(Neglect)하는 것 중 하나라는 것이다. 퇴사는 떠나기를 선택한 이들이고, 조용한 퇴직자들은 무시하기를 선택한 사람들이다.

불만이 있지만 조용히 있는 이들은 수동적이지만 그래도 조직에 대한 로열티가 있다. 상황이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것이다. 목소리를 내는 직원들은 자신의 발언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적어도 퇴사나 무시하기를 선택한 직원들보다는 상대적으로 더 몰입할 수 있다. 목소리를 내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이미 불만족을 경험한데다가 목소리를 내는 것은 변화를 만들어 보고자 하는 적극적 행위이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직원 발언권 제도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이유다.

그런데도 퇴사 혹은 조용한 퇴직이라는 선택지를 고르기 이전에 ‘Voice’라는 좀 더 적극적인 옵션이 있음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공식적인 채널을 통해 목소리를 내는 방법도 있지만 비공식적으로 상사나 동료에게 자신이 처한 상황을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는 방법도 있다. 비록 낮아진 몰입으로 인해 조직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더 이상의 기대는 없더라도, 혹시라도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이가 한 명이라도 남아 있다면 자신의 처지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이와 더불어 생각보다 많은 이에게 그 몰입의 대상과 동기는 심리적인 내재적 요인뿐 아니라 실질적인 유형의 외재적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 한다.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 내재적 동기부여가 더 중요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저몰입 시대를 살아가는 직장인들에게는 급여, 복리후생, 업무 환경 등의 외재적 보상과 동기부여 역시 중요하다.

내재적 동기의 중요성을 강조할 때 종종 쓰이는 ‘보상이 의욕을 깎아내린다’는 명제는 이미 내재적 동기부여가 충만했을 때나 유효하다. 몰입이라고 하는 내재적 동기를 요구하기 위해서는 외재적 동기를 충족하는 방안 역시 마련해야 한다. 직무 만족도와 직원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 전에 직무 불만족 요인과 저몰입을 만들어 내는 요인부터 없애야 한다. 다소 삭막하게 느껴지지만 이것이 바로 저몰입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가 직면한 현실이고,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DBR mini box: MZ세대가 조직을 쉽게 떠나는 이유


이호건 / 휴비즈코페레이션 대표. hkleec@naver.com 

MZ세대에겐 ‘평생직장’보다 ‘평생 비전’이 더 중요

“축하해주세요. 저, 드디어 해냈습니다.”

예전엔 취업준비생이 취업에 성공했을 때 했던 말이다. 하지만 요즘은 다니던 회사에 사직서를 제출할 때도 주변인들에게 이런 말들을 한다. 이 말을 듣는 반응들도 사뭇 달라졌다. “어쩌려고” 하는 걱정보다는 “더 나은, 새로운 길을 찾았구나” 하며 축하해주는 목소리가 높아진 것이다. 더 나은 조건의 회사로 이직하게 됐다거나 새로운 도전에 나서는 길이기에 그리 나쁜 선택이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들어 노동시장에서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최악의 취업난이라며 구직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어렵게 구한 직장을 손쉽게 버리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대퇴사’ 현상과 ‘조용한 퇴직’ 열풍이 바로 그것이다. ‘조용한 퇴직’은 직역하면 ‘조용히 그만둔다’는 뜻이지만 실제로는 ‘직장에서 최소한의 일만 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일종의 ‘심리적 퇴사’라 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대퇴사는 ‘이혼(離婚)’, 조용한 퇴직은 ‘졸혼(卒婚)’에 해당한다.

국내에서도 대퇴사의 움직임은 꽤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취업 플랫폼인 ‘잡코리아’가 지난해 11월 20∼30대 남녀 직장인 343명을 대상으로 ‘첫 이직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설문에 응한 MZ세대 입사자의 절반 이상이 입사 2년 안에 퇴사한 경험이 있었다. 5년 이내에 퇴직한 경험이 있는 사람도 9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Z세대가 조직을 떠나는 다양한 이유

MZ세대는 왜 어렵게 구한 직장을 그토록 쉽게 떠나는 것일까? 필자가 정리한 MZ세대가 조직을 떠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회사는 종착역이 아니라 정거장: MZ세대에게는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이 없다. 평생직장에 대한 기대를 애초부터 갖지 않는 MZ세대는 직장 안에서보다는 바깥에서 자기 꿈을 실현하고자 한다. 그래서 현재의 직장이나 직업은 인생의 최종 목적이 아니라 수단에 불과하다.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은 자기 인생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라 잠시 거쳐 가는 정거장일 뿐이다. 다음 목적지로 가는 버스가 오면 언제든 갈아탈 준비가 돼 있다.

돈이나 승진보다는 워라밸이 중요해서: MZ세대 직장인은 돈만 많이 준다 해서 조직에 충성하거나 직장생활에 만족하지 않는다. MZ세대가 직장생활에서 우선 고려하는 사항은 ‘워라밸’이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인 ‘소확행’을 꿈꾸고, 한 번뿐인 인생을 멋지게 살고자 하는 ‘욜로(YOLO)’를 추구한다. 그들에게는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따라서 아무리 보상을 잘해주더라도 워라밸을 찾을 수 없다면 퇴직을 고려하는 요인이 된다.

온전한 나로 살고자 해서: MZ세대는 상사의 지시를 무조건 따르는 법이 없다. 과거부터 이어져 내려오는 조직의 관행이라고 해서 무작정 받아들이지 않는다. MZ세대는 타인의 욕망보다는 자기 욕망에 충실하고, 무엇보다 ‘나’로 살고자 하는 욕구가 강하다. 기성세대는 ‘나로 살고자 하는’ MZ세대의 태도를 불편하게 생각하고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주의라고 깎아내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관계가 틀어질 가능성이 크다. 나로 살고자 하는 태도는 자기 주도적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이며 매우 실존적인 삶의 자세에 해당한다. 비판하기보다는 칭찬하고 장려해야 할 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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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값보다는 성장 가능성: MZ세대는 이름값이나 타이틀에 연연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유명한 회사의 일원이라는 사회적 정체성보다는 개인 정체성을 우선시한다. 그들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이라도 더 이상 배울 게 없거나 성장 가능성에 한계를 느끼면 미련 없이 새로운 길을 선택한다. 그들에게 현재 직장은 궁극적인 인생 목표로 향하는 과정이자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애초부터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치가 낮아서: MZ세대는 기성세대와 비교하면 직장에 대한 기대치가 상당히 낮다. 오늘날은 월급만으로는 인생 역전은커녕 내 집 마련조차 힘든 게 현실이다. 티끌 같은 월급만으로는 태산을 쌓을 수 없다고 생각한 MZ세대는 애초부터 직장생활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 잡았다. 그러고는 대안을 찾기 위해 직장 밖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본업 외에 ‘투잡족’이나 ‘N잡러’가 되기도하고, 투자 활동에도 열심이다. 회사에 오래 근무하면서 쌓은 커리어만으로는 월급 노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인식이 직장 생활에 대한 기대를 낮추게 됐고, 이는 잦은 퇴직으로 이어진다.

절(조직)이 싫으니 중(직원)이 떠날 수밖에: 기성세대는 개인과 조직의 만남을 결혼에 비유하기도 하지만 오늘날 MZ세대는 이러한 비유에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은 입사할 때부터 현재 조직에서 평생을 함께하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연이 있어 함께하지만 인연이 다하면 언제든 갈라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편 MZ세대는 현재 직장에 머무는 동안에는 조직 문화를 바꾸려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들은 조직의 현안에 자기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를 바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행동을 취한다. 자신의 불만이나 요구사항이 반영되지 않으면 미련 없이 조직을 떠난다.

‘배고픔’은 참아도 ‘배 아픔’은 못 참아서: 요즘은 인터넷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로 인해 모든 직장 정보가 만천하에 낱낱이 드러난다. 직장인이 자주 애용하는 익명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각 기업의 기본급, 성과급, 수당, 복리후생 내용이 상세히 공유된다. 자연히 다른 사람과의 비교가 쉬워졌다. 이는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심리적 요인을 자극하게 됐다. 이러한 환경은 ‘배고픔’은 참아도 ‘배 아픔’은 참지 못 하는 특징을 지닌 MZ세대가 퇴사를 결심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실력만 길러두면 갈 곳은 넘쳐나서: MZ세대 중에는 경력과 전문성을 올리기 위한 목적으로 단기간에 직장을 옮기는 이른바 ‘잡호핑족’이 많다. 이들은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면서 전문성을 쌓기보다는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니면서 커리어를 개발하고 몸값을 올리려고 노력한다. 이들은 조직보다는 실력이 우선이라고 생각한다. 실력만 길러두면 갈 곳은 넘쳐나기 때문이다.

퇴사가 별로 어렵지 않아서: 오늘날 MZ세대에게 퇴직 결정이란 그다지 어려운 선택이 아니다. 과거보다 주변에서 퇴사를 돕는 조력자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MZ세대는 퇴직을 고민할 때 기성세대에게 조언을 구하지 않는다. 요즘 MZ세대는 취업 정보만 아니라 이직이나 퇴직을 위해서도 책이나 인터넷을 찾는다. 그곳에는 이직이나 퇴사 관련정보가 넘쳐난다. 유튜브에는 퇴사를 돕는 온라인 코치도 많다. 퇴사나 이직 관련 정보를 알려주는 도서나 방송 채널은 가뜩이나 퇴직을 쉽게 선택하는 MZ세대에게 자신감을 심어준다.
이처럼 오늘날 MZ세대는 다양한 이유로 조직을 떠난다. 분석할수록 조직은 꽤 난감해진다. 그들이 왜 조직을 떠나는지, 정확한 원인을 알아야 대책이라도 세울 텐데 이유가 하도 다양해서 뾰족한 해결 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퇴사의 흐름 속에서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는 비결이 있기는 할까.

MZ세대가 조직 이탈을 막는 법

개인의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라: 어떻게 하면 MZ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아 업무에 열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개개인의 꿈과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오늘날 MZ세대는 회사 일과 개인의 꿈을 별개로 생각하고 자신의 꿈을 직장 밖에서 찾는 경우가 많다. 그들에게 직장 생활이란 개인적인 꿈을 이루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 기성세대는 회사 바깥에 있는 MZ세대의 꿈과 목표를 인정하고 지지해줘야 한다. 비록 그것이 조직 외부에 있더라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함께 고민해줘야 한다. 안이건 밖이건 꿈을 꾸고 그것을 향해 나아가는 사람은 현재 주어진 일에 열정을 보일 수밖에 없다.

워라밸’이 아닌 ‘워라블’을 찾도록 지원하라: MZ세대는 물질적 보상보다는 워라밸을 더욱 중요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워라블’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워라블이란 일과 삶을 블렌딩(blending)한다는 뜻으로 일과 삶의 균형(balance)을 찾는 워라밸과는 다른 개념이다. 워라블은 일과 일상을 나누지 않는다. 업무에서 시너지를 낼수 있는 자기 계발이나 취미 활동도 삶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일상에서 업무와 관련된 영감을 얻을 수 있는 활동을 적극적으로 찾고, 업무와 일상을 적절히 융합한다. 사실 워라블은 기성세대에게도 중요하다. 일과 삶을 구분하지 않고 업무를 통해 자신의 역량을 개발하고 커리어를 향상하는 일은 세대를 불문하고 모두에게 중요한 과정이기 때문이다.

긍정적인 ‘직원 경험’을 관리하라: MZ세대를 조직에 오래 머물게하기 위해서는 ‘직원 경험(Employee experience)’을 잘 관리할 필요가 있다. 직원 경험이란 한 사람이 직장에 입사해서 퇴사할 때까지 경험한 모든 것을 의미한다. 직원의 행복감과 긍정성, 열정과 활력을 높이는 활동을 뜻한다. 인재들이 모여서 즐겁게 일하는 문화는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고객 경험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지며, 이는 또 높은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기반이 된다.

퇴장의 미학을 발휘하라: 그런데도 마음이 떠났다면 김소월의 시(詩)처럼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는 편이 좋다. 아니, 좀 더 적극적으로 ‘퇴장의 미학’을 발휘하는 편이 좋다. MZ세대는 만남과 헤어짐에 크게 얽매이지 않는다. 특히 우수 인재가 사직 의사를 밝히면 웬만해서는 마음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직원이 더 나은 직장이나 새로운 인생을 향해 출사표(出師表)를 던지는 경우라면 ‘퇴장의 미학’을 발휘하는 것이 더 좋다. 어떤 이유에서건 조직을 떠나는 사람을 잘 보내주는 것도 남아 있는 직원을 위한 중요한 메시지가 되기때문이다. 게다가 요즘 같은 디지털 세상에서는 퇴사자를 어떻게 대하는지도 그 회사의 평판이 된다. 물론 퇴사자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인재가 떠나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인재가 회사 내에서 꿈을 펼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게 우선이다. MZ세대가 떠나는 이유가 무엇이건 간에 해결책을 마련해야 하는 쪽은 기업이다. MZ세대를 놓친 기업에 미래는 없다. 어렵게 뽑은 인재가 조직을 떠나거나 열정을 다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딘가에 문제가 있다는 이상 징후로 읽어야 한다. MZ세대가 조직 생활을 통해 꿈과 행복을 찾고 삶의 열정을 일으킬 수 있는 새로운 조직 문화를 만들기위해 어느 때보다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필자는 현재 교육 컨설팅 회사인 휴비즈코퍼레이션을 경영하면서 작가와 칼럼니스트로 활돌 중이다.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 '직장인을 위한 인문학'을 운영하고 있다. '팀장혁면(2021년 세종도서 선정)', '니체 씨의 발칙한 출근길', '장자에게 배우는 직장인 필살기' 등을 저술했다.
  • 박종규 | 뉴욕시립대 경영학과 조교수

    필자는 성균관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LG인화원에서 근무했으며 타워스왓슨과 딜로이트에서HR과 전략 컨설팅을 수행한 바 있다. 현재 미국 로스웰앤드어소시에이츠(Rothwell & Associates)의 파트너로도 일하고 있으며 주요 연구 및 관심 분야는 리더십과 조직 개발이다.
    jonggyu.park@csi.cuny.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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