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에 따라 203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이루기 위해서 전략과 실천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탄소중립 사업의 실행 주체로서 기업의 역할이 막중하다. 글로벌 선진 기업들은 1) 포트폴리오 변경 2) 청정에너지 구입(RE100) 3) 협력을 통한 시장 선점 4) 기업 경계를 넘어 전후방으로 탈탄소화 촉진 5) 혁신 기술 개발이라는 다섯 가지 전략을 통해 기후 행동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이에 탄소중립을 이루고 기후변화로 인해 형성되는 신(新)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국내 기업들은 친환경 사업의 핵심 부품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 그룹사 내의 시너지를 활용하는 등의 전략을 구상해야 한다.
2020년 12월, 외교부 주관의 ‘기후 행동을 위한 거버넌스 라운드테이블(Roundtable on Governance for Climate Action)’이 서울에서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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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토론자로 참석했는데 이전까지의 기후 행동 관련 국제회의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일단 참여자들의 열의에서 과거 대비 ‘온도차’가 느껴졌다. 기후변화 대응 방안의 실행과 확산에 대한 토의에는 모두가 몰입해 의견을 제시했다. 바이든의 당선 소식이 불을 지핀 것이다.
바이든 당선 이전, 즉 트럼프 시대에는 국제사회가 모두 미국을 우려했다. 기후변화 이슈에 미국을 끌어들이기가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와중에 미국이 돌아왔다. 중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탄소배출량(15%)을 내뿜는 미국이 다시 파리기후변화협약에 가입한 것이다. 2050년까지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이루고,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1.5도 높은 수준 이내까지 조절하자는 전 세계적 약속이 지켜질 희망이 생긴 셈이다. 관건은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실행과 스피드, 이를 위한 전략이다.
오한을 느끼는 지구, 인공호흡기를 달기 전에실행과 스피드가 강조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구의 기후변화 속도가 범상치 않기 때문이다. 지난 1월14일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2020년 지구 표면 온도가 1951∼1980년과 비교해 평균 섭씨 1.02도 높았고, 2016년과 더불어 역대 가장 더운 해였다고 발표했다. 최근 7개 년이 역사상 가장 더운 기간이었고, 기록은 계속 경신될 전망이다.
지구를 뜨겁게 만드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지난 10년(2010∼2019년) 동안 매년 1.5%씩 증가했다. 증가 추세가 계속되면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이 어려운 건 물론, 산업화 이전보다 섭씨 3.2도 높은 수준까지 평균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하고 있다.
올해 들어 5∼6일 간격으로 폭설이 닥쳐 국내 교통과 물류가 마비되는 걸 보고 지구가 열이 올라 오한이 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상청은 릴레이성으로 눈이 내리는 건 기상학적으로 가능한 현상이나 이번처럼 폭설이 연달아 오는 건 이례적이라고 밝혔다. 북극의 찬 공기가 내려와 기상 불안정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섭씨 1도밖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우리의 일상에는 차질이 생긴다. 섭씨 2도를 넘어 섭씨 3도가 넘게 오를 경우, 지구는 오한을 넘어 인공호흡기를 달거나 사망에 이를지 모른다.
기후변화가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돼 지구가 회복할 수 없는 변곡점에 도달했다고 판단하는 전문가들은 기후 위기가 생태계, 사회 및 경제 시스템을 무너뜨려 사람이 살기 어려운 지역이 늘어날 것을 엄중히 경고하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전 세계 국가의 경제 구조와 기업의 경영 전략, 개인의 생활 패턴까지 신속하게 바꿔야 할 필요성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