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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차별 없는 직장 문화 구축 위한 ‘젠더 중립성’

4차 산업혁명 키워드는 ‘초개인화’
이젠, 남녀 아닌 개성-성향 존중을

김수경 | 306호 (2020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젠더 중립성은 젠더의 역할을 구분 짓는 언어, 정책, 사회적 제도, 생각, 개념 등에 반대하는 것이다. 즉, 남성과 여성의 구분 없이 각자의 개성과 성향만으로 인정하고 공존한다. 젠더 중립성은 더 이상 남성에게 남자답고 의리 있는 동료를 강요하지 않으며, 여성에게 싹싹하고 센스 있는 동료를 기대하지 않는다. 서로를 구분 짓지 않기에 서로를 비하하거나 비난할 필요도 없다. 약자에 대한 우월 의식을 갖기도 어려워진다. 이렇듯 성(性)의 다름에서 탈피할 수 있는 사고를 하는 것이 직장 내 차별적 요소를 없앨 수 있는 첫걸음이다. 차별적 요소가 사라지면 조직 내에서 성을 근거로 한 폭력이 제거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될 것이다.



오늘날의 한국 사회는 가히 ‘젠더 전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만큼 젠더 간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김치녀(한국 여성이 남성의 돈이나 재력으로 신분 상승을 노린다고 비하하는 언어) , 된장녀(명품 등을 소비하는 여성을 비하하는 뜻), 한남충(한국 남성 전체를 비하하는 말), 꽁치남(공짜를 좋아하고 가성비를 따지는 남자를 비하하는 말) 등 상대방 젠더를 조롱하고 비방하는 혐오의 언어는 점차 그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오랜 시간에 걸쳐 누적된 성차별은 여성의 분노를 용암처럼 들끓게 했고 이는 상대의 행위를 그대로 따라 하는 미러링(mirroring)으로, 다시 미러링의 미러링으로 이어져 젠더 갈등의 골을 더 깊어지게 하고 있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생물학적 성(sex)과 달리 ‘젠더(gender)’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고 실천되는 성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젠더의 의미는 사회가 변화함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고 또 달라져야 한다.

그러나 한국 사회의 구시대적 젠더 인식은 집요하고 치밀하게 우리의 일상을 여전히 지배하고 있다. 한 인간을 젠더를 떠나 하나의 인격체로 존중해야 한다는 당연하고도 쉬운 명제가 이토록 실천되기 어려운 까닭은 무엇일까. 이는 젠더가 곧 권력으로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거와 같은 제도를 통해 다수의 합의로 창출되는 권력과 달리 젠더 권력은 남성으로 태어나 남성성을 수행하기만 하면 주어진다. 특정 집단이 독점하고 있던 권력을 공평하게 나누는 것은 언제나 진통을 수반하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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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자들은 이야기할 것이다. 남성들이 무슨 권력을 그리 많이 누려왔느냐고. 남자들은 군대도 다녀와야지, 뼈 빠지게 일해서 처자식도 먹여 살려야지, 희생하는 건 오히려 남자들이라고 반박하고 싶을 것이다. 맞다. 젠더권력은 비록 여성에게만큼은 아닐지라도, 남성에게 또한 억압적으로 작용한다. 젠더 권력을 누리기 위해 남성들은 끝없이 남성성을 증명해야 하는 삶을 산다. 강한 척, 대범한 척, 용감한 척하느라 있는 그대로의 자아로 살지 못한다.

어떻게 하면 남녀 모두가 패자가 되는 젠더 전쟁을 끝내고 불필요하게 소모되는 사회적 에너지를 보다 건설적인 일에 쏟아부을 수 있을까? 2018년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성 평등이 매우 후진적인 나라로, 만약 성 평등을 이룩한다면 2025년까지 172조 원의 국내총생산(GDP) 증가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전 세계가 4차 산업혁명의 무한 경쟁을 고민하는 요즘, 성 평등은 어쩌면 이제 인권을 넘어 생존의 문제가 됐는지도 모른다. 젠더 갈등이 더 이상 성장 동력에 발목을 잡지 못하도록 우리 안에 내면화된 성차별적 인식을 혁파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더 나아가 이는 기업이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직장 내 성폭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성에 대한 차별적 인식이 약자와 강자를 구분하고 이로 인해 폭력을 가할 수 있는 빌미를 마련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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