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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으로 본 남성의 소비심리

몸으로 생각하는 남성의 소비의 核, 호르몬이 행동을 결정한다.

고영건 | 206호 (2016년 8월 lssue 1)

Article at a Glance

진화론적 시각으로 보면 많은 사회적, 경제적 상황에서 남성과 여성이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알 수 있게 된다. 특히 현대인이 남성에 비해 2배 더 많은 여성의 후손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 시사점을 준다. 인간의 마음이 재생산에 기초한 진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 남성은안전한 선택보다 모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 신규 소비층으로 부상한 남성 고객들 사이에 태풍의 핵은여미족(Yummies)’이다. 젊고(Young) 도시(Urban)에 사는 남성(Male)을 가리키는 이들은 주로 결혼을 하지 않거나,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이성 파트너가 없거나, 또는 자식이 없는 30대 남성이다. 이런 점에서 여미족의 소비행동은 단기적인 형태의 짝짓기 전략과도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성,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남성고객이 핵심 소비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지난 5년간 롯데백화점의 남성고객 수는 매년 10% 이상씩 증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과 신세계백화점 모두 전체 고객 중에서 남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과거의 20%대에서 2015년에 30%대로 상승했다. 특히 갤러리아백화점은 2013 2% 수준이었던 남성 매출의 신장 비율이 2015년에는 약 14%를 기록했다.

 

이러한 추세에 힘입어 주요 백화점들에서는 남성 고객들을 위해 다채로운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갤러리아 타임월드는 남성고객을 위해 남성 의류, 오디오, 전동 킥보드, 블루투스 스피커, 에어휠, 드론, 전기자전거, 변신로봇 등 다양한 상품을 출시했다. 이러한 상품들은 각각 월평균 10% 이상의 신장률을 보이고 있다. 이 글에서는 최근 우리 사회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남성의 소비패턴 변화에 대해 진화심리학적인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그 후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고자 한다.

 

남성과 여성은 능력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다!

 

1960년대만 하더라도 심리학에서는 남성을 인간 정신의 표본으로 삼았다. 이 시기에 여성은 열등한 존재로 평가됐기 때문에 남녀 간 차이를 설명할 때도 모든 기준을 남자로 잡고여성에게는 남성에게는 있는 어떤 것이 없거나 부족하다는 식으로 설명했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이러한 남성 우월의식에 대해 반대하는 사람의 수가 늘어났다. 1970년대 후반 이래로 사람들은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남성보다 우월하며, 남성들은 여성의 열등한 형태라는 관점이 대두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시각은 1960년대까지의 남성 우월적 사고방식에서 남녀만 뒤바꾼 것이었다.

 

와우효과(WAW effect)라는 말이 있다. 여기에서 와우는여성은 훌륭하다(Women are wonderful)’는 문장의 첫 글자를 표기한 것이다. 와우효과가 지칭하는 바는 한마디로 말해서 적어도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훌륭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추세에 발맞추어 사실상 거의 대부분의 광고 속 성 대결에서 여성을 승리자로 표현하는 경향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 기사에서미래 세대는 왜 남성들이 좀 더 여성스러워질 수 없는지를 안타깝게 묻게 될 것이다…”라고 선언하기까지 했다. 와우효과를 지지하는 대표적인 예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하는 멀티태스킹 능력이 뛰어나다는 주장을 들 수 있다. 일부 연구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멀티태스킹을 잘한다는 주장이 제시됐지만 보다 더 정교하게 진행된 연구들에서는 그러한 차이가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했다. 특히 최근의 심리학 연구들은 이러한 멀티태스킹이 전체적으로는 작업의 질을 떨어뜨린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미국의 작가 마크 트웨인은 세상에 세 가지 거짓말이 있다고 주장했다. ‘거짓말, 망할 놈의 거짓말, 그리고 통계치.’ 남녀 간의 능력을 비교대상으로 삼을 경우, 어느 한 쪽이 더 우월하다는 관점은 타당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능력상 대부분의 남녀 간 차이가 실제로는 매우 작고 사소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예를 들면, 미국의 대학수학능력시험은 오랜 시간에 걸쳐 반복 시행되면서 남학생이 여학생에 비해 평균적으로 수학 적성이 더 높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하지만 이 차이는 전체 설명량 중 겨우 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정도의 차이를 가지고 숫자를 다루는 일에는 남성이 더 뛰어나다거나 여성은 물리학보다는 생물학을 배워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분명히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

  

남성과 여성의 동기 혹은 선호도 차이

 

남녀 간의 차이를 살펴볼 때, 동기 혹은 선호도에서의 차이에 주목하면 남녀 간에 서로 얼굴을 붉힐 일이 없어진다. 남녀 간의 동기 차이에 집중하면 남녀가 서로 다른 일을 하는 것이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각자의 선호도를 반영하는 것이 된다. 남녀 간에 존재하는 이러한 선호도 차이 혹은 좋아하는 대상에서의 차이는 비교적 생애 초반부터 분명하게 나타난다.

 

 

 

 

 

<그림 2>는 소년과 소녀가 핑크색 물건을 고르는 비율의 차이를 연령대별로 도시한 것이다. 3세에서 5세 사이에 소년과 소녀는 자신이 좋아하는 물건의 색깔에서 분명한 선호도 차이를 드러낸다. 사실, 이러한 선호도의 차이는 생의 초기부터 분명하게 나타난다. 출생 직후부터 남자아이는 사람이 아닌 시스템 혹은 체계에 더 강한 흥미를 나타내는 데 반해 여자아이는 사람 얼굴에 더 큰 관심을 보인다. 생후 1년 된 남자아이들은 말하는 얼굴이 나오는 비디오보다 자동차에 관한 비디오를 더 좋아하는 반면, 생후 1년 된 여자아이들은 그 반대의 양상을 보였다.

 

극단성을 드러내주지 못하는 통계기법의 문제

 

앞서 설명한 것처럼 전통적으로 남녀 간의 성차를 드러내는 수학, 물리학, 공학 분야 같은 영역에서 남성은 평균적으로 여성보다 더 뛰어나다고 보기 어렵다. 하지만 남성은 이러한 분야들에서 극단적인 패턴을 나타낸다. 바로 남성이 보이는 이러한 극단적인 패턴 때문에 지금까지 성차에 관해 헷갈리고 오해할 수 있는 결과들이 양산된 것이다. 사실 남성과 여성이 평균적으로 완벽히 동일하다 해도 전체 분포값 중 일부 값만을 측정할 경우 남녀 평균의 차이를 보여주는 역설적인 통계 데이터를 얻게 되는 것이다.

 

 

 

 

<그림 3>은 성차가 나타나는 대표적인 영역에서 남녀의 수행 점수 분포를 비교한 것이다. 상대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하기(empathizing) 점수가 더 높고 남성은 여성보다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체계를 이해하는 능력을 뜻하는 체계화(systemizing) 점수가 더 높다. 이러한 체계화 점수는 수학, 물리학 및 공학 분야에서 요구하는 사고 능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미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림 3>에서도 남녀 간 차이가 나타나는 부분보다는 중복되는 부분이 상대적으로 더 크기 때문에 성차와 관계된 설명량은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교 방법에서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극단치를 평준화한다는 점이다. <그림 3>은 자폐와 남성 간 차이가 여성과 남성 간 차이와 비슷해 보이도록 만든다. 하지만 이것은 현실을 왜곡하는 것이다. 자폐는 그 진단적 특성상 극단치로 표시돼야 한다. 하지만 <그림 3>에서처럼 통계적으로 표준화 점수를 사용하는 경우 자폐의 극단적인 특성은 마치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나타낼 수 있다. 마찬가지로 남성에게 존재하는 극단적인 특성 역시 자폐에서처럼 두드러지지 않은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남성성의 본질: 극단성 패턴

 

남성의 극단성 패턴은와 같은 자연현상에서도 나타나는 분명한 현상이다. 평균적으로 남성은 여성에 비해 키가 크다. 하지만 남성의 평균 키에서 벗어나 양 극단에 있는 남성의 숫자는 여성 평균 키의 양 극단에 있는 여성의 숫자보다 훨씬 더 많다. 이러한 점들은 성격 강점 검사에서도 나타난다. 다양한 성격 특성의 양 극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의 패턴이 발견되는 것이다.

  

사실상 사회 전반에 걸쳐 남성의 극단성 패턴이 관찰된다. 여성보다는 남성 중에 성공한 기업가가 더 많지만 교도소에 수감돼 있는 수도 남성이 더 많다. 미국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수감자 10명 중 9명 이상이 남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986년까지 여성에 의해 설립된 그 어떤 회사도 <포천>이 선정하는 500대 기업에 속하지 못했다. 예컨대, 패션 디자이너 리즈 클레이본(Liz claiborne)이 만든 회사 정도만이 <포천> 500대 기업 중 여성이 설립한 최초의 기업으로 꼽혔다.

 

이렇게 볼 때 만약 남성이 여성보다 우월하다고 믿고 싶을 때는 영웅과 자선가, 발명가, 천재, 정치가가 있는 사회의 상층부를 바라보면 된다. 그 반대로 남성이 여성보다 열등하다고 믿고 싶을 때는 범죄자, 마약중독자, 실패자, 사기꾼, 전쟁광, 정신지체자, 알코올중독자, 깡패 등이 있는 사회의 하층부를 쳐다보면 된다.

  

남녀 간 차이에서 두드러지는 남성의 극단성 패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가 바로 대학 수학능력검사의 수학 부분 시험(SAT-M)이다. 이 시험에서 남자는 여자보다 약 50점 정도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 이러한 시험 결과를 점수대별로 살펴보면, 높은 점수대로 올라갈수록 성차가 더욱 두드러진다. 예를 들어, 남자 대 여자 비율은 500점 이상 점수대에서는 21, 600점 이상 점수대에서는 61, 그리고 700점 이상 점수대에서는 131이 된다.

 

전통적으로 수학, 물리학 및 공학 분야에서 남자 대 여자의 비율은 약 91이었으며 이러한 추세는 지금도 변하지 않고 있다. 예컨대, 미국 국립과학재단이 수행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생물학자의 약 23%가 여자인 반면에 물리학자는 5%, 공학자는 겨우 3%만이 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록 선발과정에서 어느 정도 성차별이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을지라도 물리학과 공학이 생물학보다 여자에게 덜 우호적이라는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점은 노벨상 수상자의 성비에도 분명하게 드러난다. 170명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중에서 여자는 겨우 세 명에 불과하다.

 

 

 

미국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발행된 특허의 94.3%가 남성 개인 또는 남성 집단에서 출원된 것이었다. 나머지 5.7%는 남녀 혼성 집단이나 여성 집단 혹은 여성 개인이 신청한 것이었다. 하지만 여성이 포함된 경우 그 대부분은 기업체에 의한 것이며 그나마도 남녀 혼성에 의한 것이 일반적인 패턴이었다. 또 세계포커대회에서 상위 250위에 속하는 포커 플레이어의 98.4%가 남성이다. 남성은 미국 상품거래소 직원과 회원의 90% 이상, 고위직 트레이더와 행정직의 95% 이상을 차지하며 상품 선물거래자의 95.6%를 차지한다.

 

지금까지 살펴본 주요 활동 영역들에서 드러나는 커다란 남녀 간 불균형은 능력의 차이보다는 동기 혹은 선호도의 차이를 반영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 남성은 여성보다 해당 분야에서 평균적으로 능력이 뛰어난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사회 속에서 해당 직업 혹은 활동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심리적 동기가 더 큰 것이다.

 

남성이 가장 좋아하는 것

 

니체에 따르면, 진정한 남자가 좋아하는 것은 두 가지다. 그것은 바로 위험과 놀이다. 비록 니체의 주장이 틀린 것은 아닐지라도 진화심리학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남자가 위험과 놀이보다 더 좋아하는 것이 있다. 바로 섹스다.

 

 

 

대학 캠퍼스에서 진행된 한 흥미로운 연구에서는 실험자가 처음 만나는 남성과 여성에게캠퍼스를 걷다가 매력적인 당신을 발견했어요. 오늘 밤 나와 잘래요?”라고 제안했다. 그 결과가 <그림 4> 제시돼 있다. 갑작스러운 이 제안에 무려 남성의 75%가 찬성했다. 반면 이러한 요구에 응한 여성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국인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배우자와 다투게 되는 핵심 원인은 남녀 간에 차이가 있었다. 남성과 여성이 각각 선택한 가장 중요한 부부갈등의 원인은 다음과 같았다. 그 결과에 따르면, 남녀 모두이 중요한 갈등 요소 중 하나라고 보고했다. 하지만 부부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갈등의 원인으로 남자는성생활’, 여자는육아 문제를 들었다.

 

다음의 부부 연구 결과는 이러한 결과가 왜 나타나는지를 잘 보여준다. 아내들은 이상적인 성관계 횟수와 자신의 실제 성관계 횟수가 일치한다고 보고하는 경향이 있다. 반면에 남편들이 평가한 이상적인 성관계 횟수는 실제 부부관계 횟수보다 무려 50%나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의 낮은 번식 성공률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성 개체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서 남성은 동기적으로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사실 남자가 여자보다 섹스에 대한 동기 수준이 더 높다는 점을 보여주는 증거 자료는 대단히 많다. 남성의 이러한 특징은 생물학적 특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면, 남자의 뇌 부위 중 시상하부에는 성적 충동과 관계된 영역이 여자의 뇌보다 약 2.5배 더 크다. 생물학적으로 여자의 성염색체는 XX, 그리고 남자의 성염색체는 XY이다. 남성의 Y염색체에는 총 21개의 유전자가 있는데 Y염색체는 자신의 유전자를 다른 암컷에게 전달하는 것 이외의 임무는 맡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여성에게는 없는 남성의 Y염색체의 핵심 임무가 바로재생산이라는 것이다.

 

남성의 극단성 패턴에 관한 진화심리학적 분석

 

여자와는 달리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극단성은 진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화 과정에서 나타난 남녀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우리 조상의 몇 퍼센트가 남성이었을까?” 하는 의문을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 질문에서의 포인트는 지금까지 태어난 적이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니라 이전에 생존했던 사람들 중 오늘날 그 자손이 생존하고 있는 사람들의 성비를 묻는 것이다. 최근의 DNA 연구 결과는 현대인의 조상들 중 여성이 남성보다 약 2배 더 많았음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인류 조상의 약 67%는 여성이고 그 나머지인 33%가 남성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과거에 여성이 오늘날의 후손을 갖게 될 확률은 남성의 2배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과는 만약 외딴 섬에 남자 두 명, 그리고 여자 두 명이 사는 경우, 남자 한 명이 여자 두 명 각각에게서 자식을 얻고 나머지 남자 한 명은 자식을 남기지 못한 상황과 유사하다.

 

이처럼 과거에 성인기까지 생존했던 여성들 중 대부분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자식을 두었던 데 반해 성인기까지 살아남았던 남성들 중 상당수는 자신의 생물학적 흔적을 남기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남성의 낮은 번식 성공률은 진화적인 관점에서 볼 때 남성 개체들에게 매우 불리하다. 따라서 번식에 성공하기 위해서 남성은 동기적으로 충만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번식의 가능성이 있다면 어떻게 해서든 안간힘을 써야 했던 남성의 입장에서 볼 때, 섹스에 대한 욕망은 번식의 성공을 위해 강력한 동기를 부여하는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남성의 삶은 마치정자 경쟁의 전장 같은 속성을 띠게 되었다.

 

성인 웹사이트를 조사한 결과, 한 여성과 여러 남성이 등장하는 일처다부의 이미지(정자경쟁을 상징함)가 한 명의 남성과 여러 명의 여성이 등장하는 일부다처의 이미지보다 1.79배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점은 동영상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또 참여자들에게 사진, 동영상, 그리고 소설 중 가장 보고 싶은 장면의 유형을 질문했다. 그 결과, 일부다처 장면보다 일처다부 장면을 선호하는 비율이 자료 유형별로 각각 1.96, 2.03, 1.58배 더 높았다.

 

또 남성들은 정자 경쟁을 연상시키는 성적 이미지에 시각적인 흥분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실험에서 남성들에게 정자 경쟁을 연상시키는 성적 이미지(한 여성과 두 남성)와 그렇지 않은 성적 이미지(세 여성)를 제공했다. 남성 참여자들은 그 이미지를 보면서 자위를 한 다음에 해당 작업의 결과물을 연구자에게 제공했다. 그 결과, 정자 경쟁을 자극하는 이미지를 활용해 얻게 된 정자 샘플의 운동성이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은 진화론이적자생존을 뜻하는 것으로 오해하는 경향이 있다. 진화의 핵심 과정은 생존이 아니라 바로 재생산이다. 자신의 유전자를 후세에 남긴다는 자연의 성공 기준을 적용할 경우, 상당수의 남성들은 실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진화론적 시각은 남성과 여성이 왜 다르게 행동하는지를 이해하게 해주는 강력한 참조 틀을 제공해줄 수 있다.

 

여성과 주요한 차이를 보이는 남성의 극단적 패턴의 전형적인 예 중 하나는 바로 자식 수다. 자식 수에서 대다수의 여성들은 최소한 한 명 이상의 자식을 갖는다. 또 생존해 결국 증손자까지 낳은 자식만을 계산에 포함시킬 경우, 과거의 여성들 가운데

6명 이상의 자식을 출산한 여성은 극히 드물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대다수의 남성들은 자식이 하나도 없는 반면, 일부 극소수의 남성들은 자녀를 가장 많이 낳은 여성들보다도 훨씬 더 많은 자녀를 얻는다. 예를 들어, 모로코의피에 굶주린황제 몰라이 이스마일(Moulay Ismail)은 자식 수가 888명에 달했다.

 

현대인이 남성에 비해 2배 더 많은 여성의 후손으로 구성돼 있다는 사실은 두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남성들은 실패자가 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반면에 여성들은 그럴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둘째, 인간의 마음이 재생산에 기초한 진화에 의해 영향을 받는 한 남성들은 안전한 선택보다는 모험을 선택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남성은 자연으로부터 보상이 큰 게임에 참여하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다.

 

진화 과정에서 남성이 선택한 짝짓기 전략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유전적으로 더 극단적인 특성을 나타낼 만한 이유가 있다. 돌연변이는 진화의 핵심 과정 중 하나다. 만약 돌연변이가 실패자라면 자식이 없는 쪽이 더 낫다. 반면 돌연변이가 승리자가 된다면, 자식들이 많은 것이 더 바람직한 결과가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자연의 실험대상으로 상대적으로 더 적합하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여성들은 1년에 단 한 차례만 자식을 낳을 수 있지만 같은 기간 동안 남성은 수많은 아이들의 아버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화적으로 성공하기 위해서 남성은 아이를 가질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여성과 결혼해야 한다. 따라서 남성에게 다산 능력이 있는 여성은 아이를 전혀 낳지 못하거나 많이 낳지 못하는 여성에 비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된다.

 

남성들은 어떤 여성이 가장 높은 번식적 가치(reproductive value)를 지니는지 파악할 단서로 젊음과 건강에 주목해 왔다. 나이 들거나 건강하지 않은 여성은 젊고 건강한 여성에 비해 출산이 어렵다. 이런 점에서 여성의 번식 가치는 20세 이후에는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꾸준히 감소한다. 40세에 이르면 현저하게 낮아져서 50세에 이르러 거의 0에 가까워진다.

 

50년에 걸쳐 미국의 주요 대학들을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21세의 남성은 18.5세의 여성을 선호했다. 그런데 남성이 나이가 들수록 자기보다 더 어린 여성을 배우자로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남성들은 대략 25살 정도의 여성을 선호했고 50대 남성들은 30대의 여성을 선호했다.

 

전통적으로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남성은 지위가 낮은 남성들보다 상대적으로 더 어린 신부를 얻었다. 예컨대, 몰라이 이스마일 황제의 경우 그의 곁에는 500명의 여인들이 있었는데 30살이 되면 쫓겨나 다른 곳으로 보내졌고 그 빈자리는 상대적으로 더 어린 여인들로 채워졌다. 또 독일의 한 데이트 웹사이트를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남성은 수입이 높을수록 더 어린 여성을 원한다. 연봉 약 9000만 원의 남성은 자신보다 최대 15살 어린 배우자를 찾는 반면, 연봉이 1000만 원 수준인 남성은 자신보다 최대 5살 어린 배우자를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에게 여성의 모래시계 체형은 건강과 임신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있는 중요한 표지이다. 전 세계의 광고에 등장하는 총 1068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허리 대 골반의 평균 비율은 0.72였다. 이러한 수치는 파푸아뉴기니의 오지에 사는 남성들에게 자신이 선호하는 여성의 허리 대 골반 비율을 질문했을 때도 비슷했다. 남성들이 선호하는 여성의 허리 대 골반 비율의 평균은 0.72로서 모래시계 체형에 부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선천적인 시각장애인에게 촉각을 통해 측정했을 때에도 비슷한 수준의 허리 대 골반 비율 선호도가 나타났다. 더불어, 수술로 허리 대 골반 비율을 0.72에 맞춘 여성의 수술 전후 사진을 남자들에게 제시했을 때, 수술 후 사진을 본 남성의 뇌 속 보상체계가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남녀 간 교환 패턴은 명확하다. 남자들은 여자들에게서 성적인 매력을 찾고 그 대가로 물적인 자원을 제공해준다. 반면에 여자들은 남자들에게서 능력과 경제력을 찾고 성적 매력을 제공해준다. 1000여 건의 미국 광고를 분석한 결과,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물적 자산을 11배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기혼 여성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남편의 지위가 높은 여성이 자녀 수가 더 많고 이혼율이 낮으며 상대적으로 더 행복한 결혼 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호르몬의 제왕, 테스토스테론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은 남성 호르몬의 제왕이다.1 남성은 여성에 비해 테스토스테론이 10배쯤 더 많다. 이 호르몬은 성행동, 공격성, 집중력, 목표지향적 행동, 위계질서 내에서 다른 남자보다 우위에 서려는 충동을 포함한 거의 대부분의 남성적 행동을 주관한다. 같은 남성 중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다는 것은 성욕을 비롯한 관련 특성들이 강하다는 것을 예측하게 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발휘하도록 돕지만 지나칠 경우 무뚝뚝하고 난폭한 행동을 유발할 수 있다.

 

 

 

 

평생 남자의 뇌는 유전자와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초안이 새겨진 청사진에 따라 형성되고 변형된다. 임신 8주가 되면 남자 아기의 고환은 자신의 뇌 속을 가득 채우고 또 뇌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기에 충분한 양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남자아이들이 자기 성 유형에 기초한 놀이를 선택하는 비율은 손가락 길이의 비율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데 이러한 성차는 자궁에서 테스토스테론에 노출되는 정도의 차이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2D4D’로 불리는검지(2D)와 약지(4D)의 길이 비율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낮은 수치를 나타낸다. , 남자의 경우 약지가 검지보다 더 길다.

 

9세에서 15세 사이에 남자의 뇌 회로에서 테스토스테론은 무려 20배나 증가하게 된다. 이것을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만약 9세 아이가 매일 음료수를 한 잔씩 마셨다면, 15세 때에는 하루에 무려 7리터를 마시는 것과 마찬가지가 된다.

 

 

 

테스토스테론은 외부의 위협을 지각하는 것을 둔화시킨다. <그림 7>이 보여주는 것처럼, 테스토스테론을 주입받으면 위약을 투약했을 때에 비해 위협 표정을 인식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다시 말해, 다른 사람들에게는 위협으로 읽히는 표정이 테스토스테론을 주입받은 사람에게는 위협 표정으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테스토스테론은 의사소통 방식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 호르몬 치료를 받는 남자 환자들은 문자로 의사소통을 할 때, 사람에 관한 단어의 사용빈도는 점점 줄어드는 대신, 사물과 비개인적 주제에 관한 단어 사용 빈도는 더 늘어나는 패턴을 보였다.

 

여미족의 출현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남성고객이 신규 소비층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남성고객들 중에서도 태풍의 핵은 바로여미족(Yummies)’이다. 여미족은 젊고(Young) 도시(Urban)에 사는 남성(Male)을 가리키는 신조어로서 자신의 삶의 질을 위해 패션 상품을 비롯한 다양한 명품 소비에 관심을 보이는 남성을 뜻한다. 여성 패션시장이 한계에 도달한 유통업계 입장에서 볼 때 여미족의 출현은 단비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HSBC의 최근 조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여미족이 수십조 원 규모의 럭셔리 상품 시장을 재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림 8>에서처럼 S백화점 남성관의 리뉴얼 전후의 매출을 연령대별로 비교해보면, 30대에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음을 알 수 있다.

 

여미족의 출현은 전 세계적으로 미혼인 상태로 남아 있는 남녀의 나이가 점차 높아지는 추세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1967년에는 25세에서 34세 사이의 미국 여성 중 7%, 그리고 같은 연령대의 미국 남성 중 14%만이 미혼 상태에 있었다. 다시 말해, 전통적인 결혼 적령기에 대부분의 남녀가 결혼을 한 것이다. 하지만 2001년에는 40세에서 44세 사이에 이르러서야 남성 중 14%, 그리고 여성 중 10%만이 미혼 상태로 남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도 듀오휴먼라이프연구소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결혼을 계획 중인 연인의 경우 평균 결혼 예상 연령은 남성이 34.8, 그리고 여성이 33.7세인 것으로 파악됐다. 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5 출산력 조사에 따르면, 미혼자들의 결혼 연기 또는 기피로 인한 미혼비율이 증가하고 있어 만혼(晩婚)이 사회적 트렌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미혼여성 중 반드시 결혼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여성은 10%도 안 되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미혼여성 중 과반수 이상이 결혼을 반드시 하지 않아도 좋다고 답했다.

  

여미족과 테스토스테론 효과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남성과 여성 중 결혼은 여성에게 더 급한 문제였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여성은 35세 이전에 아기를 가져야 하는 반면에 남성은 이 나이가 지난 후에도 아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전통적으로 30세를 전후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해왔다. 하지만 여미족의 출현은 여성이 30세 이후에도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점에 대해서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해볼 수 있다.

 

첫째,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출산기간이 연장된 것이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2015년에 30대 산모의 비중이 70.4%인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산모의 비중은 10년 전에 비해 무려 40% 이상 증가했다. 또 인구보건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모의 평균 연령은 약 35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최근에는 과학기술의 발달로 시험관시술을 통해 57세의 산모가 시험관 아기로 쌍둥이를 출산하기도 했다.

 

둘째, 한국 남성의 평균 결혼 예상 연령이 약 35세라는 것은 그 연령이 돼서야 비로소 한 사회 속에서 남성의 사회 경제적인 지위가 안정됨으로써 결혼 준비도 갖출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여성은 남성의 사회적 지위 혹은 잠재적인 사회적 지위에 반응하는 존재이며 이러한 지위에 대한 판단은 남성이 아니라 여성이 내리게 된다는 점이다.

 

여미족의 명품 소비 경향성은 상징적 정자경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명품은 이성으로부터 매력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한 가지 방법이 될 수 있다. 고급 자동차를 모는 것만으로도 남성의 신체적 매력은 향상될 수 있다. 한 실험에서 비슷한 수준의 매력도를 가진 남성과 여성이 고급 자동차(벤틀리)와 일반 자동차(포드)에 번갈아 탄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이성의 실험 참여자에게 보여주면서 그들의 매력도를 평가하도록 했다. 그 결과, 여성들은 동일한 남성이라도 일반 자동차에 탑승했을 때보다 고급 자동차에 탑승했을 때 더 매력적이라고 평가했다.이러한 형태의 사진들을 웹사이트에 업로드한 후 방문자들로 하여금 매력도를 평가하도록 했을 때도 똑같은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여미족의 과시적 소비 경향성은 테스토스테론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고급 스포츠카를 몰 때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점에서 포르쉐는 마치 성적 신호로서의 효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포르쉐에 의해 남성의 내분비 엔진도 가속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여미족은 결혼을 하지 않은 30대 도시 남성에 해당된다. 그런데 결혼은 과소비 행동과 관계가 있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 4000명의 미 육군 전역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 따르면, 미혼이거나 이혼 경력이 있거나, 별거 중이거나, 혼외정사 경험이 있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약 4000명의 미 공군 전역자를 대상으로 장기간에 걸쳐 연구한 결과, 결혼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낮아졌다가 이혼을 전후로 상승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하버드대 졸업생 및 하버드경영대학원생을 조사한 연구 결과도 결혼 여부와는 관계없이 여성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남성은 그렇지 않은 남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낮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한편 자식이 태어나는 경우에도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그전에 비해 33% 정도 낮아졌다.

 

결론적으로, 여미족의 명품 소비 경향은 결혼을 하지 않았거나,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이성 파트너가 없거나, 또는 자식이 없는 30대 남성에게서 강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여미족의 소비행동은 단기적인 형태의 짝짓기 전략과도 관계 있다고 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의 자기존중감 비교

 

남성의 자기존중감 점수는 생애의 대부분 동안 여성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리고 이러한 남녀 차이는 배우자 및 지위를 놓고 경쟁하는 청소년기와 성인 초기에 가장 두드러진 것으로 보인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이 자료가 자기보고식 검사를 활용해 작성됐다는 점이다. 이것은 남성이 객관적으로 여성보다 자기존중감이 더 높은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남성 스스로 그렇게 믿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자료는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자연의 세계에서 젊은 수컷들은 우두머리에게 도전하기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자신감이 부족한 수컷들은 번식을 하지 못했다. 물론, 자신감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하지만 자신감 없이는 성공도 없다.

 

 

남성의 자기존중감은 줄곧 여성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다가 60대를 지나면서부터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급격히 줄어들었는데, 이는 테스토스테론의 효과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남성 갱년기 동안 고환은 20대 때의 3분의 1에서 절반 정도의 테스토스테론을 생산한다. 100년 전에는 남성 갱년기가 상대적으로 드물었다. 왜냐하면, 남자의 평균 수명이 갱년기를 맞을 만큼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 남성의 평균 수명은 약 45세 정도였다. 하지만 21세기에 남성들은 호르몬이 감소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몇 십 년 정도는 더 살 수 있다.

 

그러다가 85세가 되면 테스토스테론의 수치는 20대 때의 절반 이하로 감소한다. 하지만 이 시기에도 여전히 임신의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섹스 및 매력적인 여성에 대한 관심도 지속된다. 이 시기에는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공격성이 감소하지만 옥시토신 때문에 애정과 감정에 더욱 민감해진다. 기본적으로 남성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녹음된 어린 아기의 울음소리에 공감하는 반응과는 반비례했다. 이런 점에서 이 시기는 전체적으로 남자와 여자가 가장 유사해지는 시기에 해당된다. 그리고 이때에는 자기존중감에서의 남녀 간 차이도 사실상 사라지게 된다.

 

남성과 여성의 사회성 비교

 

만약사회적이라는 용어가가깝고 친밀한 일대일 관계를 뜻한다면, 남성보다 여성이 더 사회적인 것이 맞다. 하지만 사회를 더 큰 규모의 집단으로 정의할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더 사회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남녀 간의 차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성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알아야 한다.

 

사회성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한 영역은 가깝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양자관계(dyad). 반면 또 다른 영역은 친밀감은 덜 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을 포함한다. 이러한 집단의 크기는 몇 명에서부터 수만 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렇게 볼 때, 여성들은 일대일로 연결된 가까운 관계에 잘 맞게 설계된 반면 남성들은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대규모 조직에 더 잘 맞게끔 설계된 것으로 보인다.

 

공정성은 사회적 관계에서 중요한데 공정성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공평(equity)과 평등(equality)이다. 평등은 모든 사람을 동일하게 대하는 것을 뜻하고, 공평은 각 개인이 기여한 바에 따라 보상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공평한 시스템에서는 더 많이 기여하거나 더 잘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만큼 자기 몫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친밀한 관계에서는 평등이 효과적일 수 있다. 예를 들면, 한 사람이 집안 청소를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이 식사 준비를 할 경우, 누구의 공로가 더 큰지를 따지는 것은 불화를 야기할 수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큰 규모의 집단에서는 평등보다 공평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평등은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수준의 지위와 권한을 부여하지만 위계적 조직에서는 구성원들이 피라미드 형태로 배치된다. 남성들은 지위에 의해 커다란 영향을 받던 선조들의 후손에 해당된다. 반면에 여성들은 사회적 지위와 무관하게 거의 동등한 수준의 자손을 남길 수 있었다.

 

남성이 여성과는 다른 형태의 사회적 관계를 향유한 결과로서 노년기에는 여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독의 문제에 더 취약해지기도 한다. 50, 60대의 남성이 여성보다 스스로 보고한 자기존중감 수준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남성이 객관적으로 여성보다 자기존중감 수준이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림 10>은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에 비해 사별을 한 조건, 미혼 상태로 생활하는 조건, 이혼한 조건 간의 생존율 차이를 비교한 것이다. 그 결과, 남편과 사별한 여성은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에 비해 생존율이 떨어지지 않았으나 부인과 사별한 남성은 결혼 상태를 유지하는 조건에 비해 생존율이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혼남들은 친밀한 관계의 측면에서 지나치게 아내에게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노년기에 아내들은 남편 이외에도 친밀한 관계를 맺는 대상이 있는 반면에 대규모 조직에 소속돼 생활하던 남편들은 은퇴 후 아내 이외에는 친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대상을 발견하지 못할 수 있다.

 

남성과 여성 간 스포츠에 대한 태도 비교

 

현대사회에서 스포츠는 전형적인 대규모 사회적 상호작용 방식의 하나이다. 남성이 여성보다 스포츠에 더 큰 매력을 느끼는 점도 사회생활 방식에 대한 선호도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여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대부분의 스포츠는 생물학적 가치와 실용적 가치가 없는쓸모없는 짓에 불과한 것 같은 인상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남성이 경험하는 스포츠의 매력은 누가 더 잘하는지를 증명하는 데 달려 있다. 상대적으로 여성은 큰 집단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스포츠에 광분하는 남성의 심리에 대해 잘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먼저 생물학적인 측면에서도 여성보다는 남성이 스포츠를 더 잘 즐길 수 있도록 구조화돼 있다.

 

마치 비디오 게임을 할 때처럼 남자는 자신이 실제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운동선수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스릴을 경험할 수 있다. 몸을 직접 움직이지 않아도 뇌에서 송출된 신호가 신경세포를 통해 근육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컴퓨터 게임에 집중하고 있는 소년의 뇌를 fMRI로 조사하면,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과 상응하는 뇌 속 신경세포가 활성화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남자는 이런 방식으로 여자와는 다르게 외부 환경에 대해 신체적으로 반응하는 경향이 있다. 남자의 근육이 눈에 보이는 움직임에 반응해 실제로 꿈틀거리는 것이다. 이것을 심리학에서는 체화된 인지(embodied cognition)라고 부른다. 이러한 현상은 여자의 뇌에도 해당되는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남자에게 두드러진다.

 

통상 남자 축구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원정경기보다 홈경기에서 더 높아지는데 이것은 영역 방어와 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승패 여부에 따라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뿐만 아니라 홈구장의 남성 팬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도 유사한 양상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것이 바로 남성 패거리 문화의 생물학적 기초를 이룬다. 특히 남성의 패거리 문화 중에서도 세계 각지의 축구 훌리건(hooligan)들의 모습은 테스토스테론이 유대관계에서 얼마나 강력한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남성의 소비심리 분석이 기업에 주는 시사점

 

지금까지 남성의 심리에 관한 진화론적 분석을 살펴봤다. 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위한 시사점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여미족의 명품 소비 경향은 짝짓기 전략의 하나로 테스토스테론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여미족과 관계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는 남성의 이러한 과시적 소비행동이 결혼, 장기적인 관계를 맺는 이성 파트너의 유무, 자식의 출산에 의해서 필연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둘째, 체계화(systemizing) 사고의 측면에서 존재하는 남녀 간의 차이가 소비 동기에서의 차이를 낳는다는 점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수학, 물리학, 및 공학 분야에서 요구하는 사고 능력인 체계화에 기초한 활동을 훨씬 더 좋아한다. 남성의 체계화 사고가 파생시키는 소비동기를키덜트(Kidult)’로 불리는 과거 유년 시절의 향수를 재음미하는 놀이문화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남성들이 좋아하는 물리학 혹은 공학에 기초한 세계는 어린아이가 즐기는 장난감 놀이와는 외형상으로는 유사해 보일지라도 동기적인 측면에서는 질적으로 다른 세계에 해당된다.

 

 

놀이는 환상과 공상적 사고를 기반으로 하는 비현실적인 세계인 반면에 체계화 사고에 기초한 남성의 소비활동은 새로운 문화적 진보를 지향하는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세계에 해당된다. 이러한 남성의 체계화 사고 기반 소비동기를 충족시켜주는 상품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상현실(VR) 머신, 하늘을 나는 머신인 드론, 기능성 로봇 등을 들 수 있다.

 

셋째, 남성을 주 고객으로 삼는 상품의 경우,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체화된 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비유적으로 표현하자면 여성과는 달리 남성은 신체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미국의 백화점에 매장을 곧 개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 한 유통업계에서는 한국의 남성 소비자들을 위해 체험형 매장의 형태로 세계 최초로 BMW 모토라드 카페를 오픈했다. 이러한 매장들에서는 신형 제품을 전시하는 동시에 제품에 대한 상담을 진행한다.

 

넷째, 남성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에서 자존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상품광고 소구대상은 10대 후반에서 70대 이전까지로 한정지을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 시기 남성의 삶에서는자신감 있게 행동하는 것자신감을 실제로 느끼는 것보다 더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70대 이후의 남성에게 자존감을 강조하는 내용은 잠재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다섯째, 노년기 남성의 고독 문제에 초점을 맞춘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때 노년기의 남성은 테스토스테론의 감소로 인해 더 이상 자신감이 삶에서 방패막이 역할을 하기가 어려운 상태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지혜롭게 풀어나갈 수 있는 단서는 이미 노년기의 여성이 갖추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노년기 이전까지 남성은 두 종류의 사회성 중 많은 사람들과 연결된 대규모 조직에 더 집중하게 된다. 노년기 남성의 고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사회성, 즉 가깝고 친밀한 상호작용을 포함하는 양자관계(dyad)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남성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남성은 평등(equality)보다는 공평(equity)의 가치를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남성은 여성보다 위계질서와 사회적 지위를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보상 시스템의 측면에서도 남성은 평등한 체계보다는 공평한 체계를 더 선호한다. 다시 말해서 구입 액수에 관계없이 대우받는 것보다는 구입 액수에 비례해서 대우 받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점이다. 물론 여성고객은 그 반대이다. 따라서 백화점 내에서도 남성관의 고객을 위한 보상 체계는 여성관의 체계와는 차별화할 필요가 있다.

 

고영건고려대 심리학과 교수 elip@korea.ac.kr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전문가 자격을 따기도 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했으며 현재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Unconventional Insight

 

 

 

1.여성에 비해 남성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극단성은 진화 과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DNA 연구 결과, 현대인의 조상 가운데 여성이 후손을 갖게 될 확률은 남성의 2배에 달했다. 이처럼 낮은 번식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남성들은 여성에 비해 강한 수준의 성적 욕망을 갖게 됐다.

 

 

2.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보면, 남성과 여성 중 결혼은 여성에게 더 급한 문제였다. 생물학적인 측면에서 여성은 35세 이전에 아기를 가지는 것이 유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출산기간이 연장된 것과 더불어 한국 남성들의 평균 결혼 예상 연령이 35세로 늘어난 것은 30세 이상의 여성에게 새로운주도권을 부여하고 있다.

 

 

3. 남성 마케팅의 주 대상으로 떠오른여미족(젊고(Young) 도시(Urban)에 사는 남성(Male))’의 명품 소비 경향은 테스토스테론 수준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들과 관계된 마케팅 전략을 수립할 때는 남성의 과시적 소비행동이 결혼 등 생애주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4.남성 고객을 위한 마케팅 전략 수립 과정에서 자존심을 강조하는 내용의 상품광고 타깃은 10대 후반에서 70대 이전까지로 한정지을 필요가 있다. 70대 이후의 남성에게 자존감을 강조하는 내용은 잠재적으로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다.

  • 고영건 고영건 | 고려대 심리학부 교수

    필자는 고려대 심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서울삼성병원 정신과 임상심리 레지던트를 지냈고 한국임상심리학회 임상심리 전문가와 한국건강심리학회 건강심리 전문가 자격을 취득했다. 미국 예일대 심리학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마쳤다. 한국임상심리학회장을 지냈다.
    elip@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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