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X & 서비스 디자인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철순(서강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가치란 혼자서 만들어내기 어려운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상호작용을 거쳐야 더 크고 질 좋은 가치를 얻을 수 있다. 지금까지 UX는 한 명의 개인과 한 개의 기기 사이에서만 논의됐다. 참여자 숫자는 물론 영역과 의지를 제한해 의미 있는 가치 창출의 통로를 협소하게 정의했다. 하지만 디지털 컨버전스가 확산되면서 오늘날 개인은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소비자는 다른 소비자와 경험을 공유하고 확산시키며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낸다. CX(Co-experience)를 고민해야 하는 이유다. 또한 가시적이고 물질적인 제품에만 한정됐던 UX를 서비스 분야까지 확장시키는 일도 불가피하다. 이미 글로벌 선두 기업들은 소비자와 서비스 사이의 상호작용을 연구해 가치사슬에 반영하고 있다. 김진우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를 만나 CX와 서비스디자인의 의미와 중요성을 들었다.
사용자 간 상호작용에 중심을 둔 새로운 사용자 경험을 칭한다. 공동경험은 ‘자신이 다른 누군가와 함께, 같거나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는 지각’으로 정의된다. 즉 사용자가 공동경험을 느끼기 위해서는 기술을 통해 다른 사용자와 동일한 일에 참여하거나 동일한 대상을 공동으로 소유해서 동일한 반응인 공감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Thompson과 Fine은 공동경험을 다음과 같이 범주화했다.
CX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UX와 비교해 다른 점은 무엇인가.
HCI(Human Computer Interaction) 분야가 태동한 것은 1980년대 중반부터다. 가장 먼저 등장한 것은 UI였다. 당시 컴퓨터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때였는데 어떻게 하면 사람들이 컴퓨터를 좀 더 편히 쓰게 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등장했던 이슈다. 스티브 잡스가 제록스의 연구소 PARC에서 산업용 컴퓨터 UI를 보고 개인용 컴퓨터에 적용해 애플 컴퓨터의 Operating System을 만들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 다음에 등장한 것이 UT(Usability testing)였다. 이전까지는 대기업에서만 고민하던 UI가 독립적인 컨설팅 회사들에서도 적극 논의되기 시작했다. 이후 인터넷이 확산되면서 일반인의 사용성을 고민하기 시작한 단계가 UE(Usability Engineering)였다. 컴퓨터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컴퓨터를 쉽고 편하게 쓸 수 있게 하자는 취지였다. 그리고 1990년대 말 모바일이 급속히 전파되면서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이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했다. Interaction Design의 단계다. 눈에 보이는 것뿐 아니라 보이지 않는 관계와 교감이 이때부터 연구되기 시작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싸이월드(cyworld)가 Interaction Experience Design의 대표적인 사례다.
2006∼2007년 기존 기계 중심적인 인터페이스만으로는 최적의 경험을 제공하기 어렵겠다는 문제 제기와 함께 좀 더 큰 개념의 UX가 등장했다. 정량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정성적인 부분까지 포함한, 전체적이고 종합적인 개념이다. 현재 국내외 기업들이 가장 관심을 갖고 연구하며 적용하려고 노력하는 개념이기도 하다. 초창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포괄적이고 심도 있게 발전했다.
하지만 UX는 크게 세 가지 면에서 한계를 지닌다. 첫 번째는 사용자 경험을 여전히 single user를 대상으로만 분석한다는 점이다. 한 명의 사람과 하나의 핸드폰, 한 명의 사람과 하나의 컴퓨터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험과 상호작용만 연구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여러 명의 사용자가 하나의 기기를 동시에 사용하거나 여러 명의 사용자가 여러 개의 기기를 쓰면서 경험을 나누고 공감대를 형성해 또 다른 가치를 만들어내는 시대다.
두 번째는 사용자를 지나치게 수동적으로만 가정하고 있다는 점이다. 쉽게 말해 ‘기업이 알아서 잘 만들 테니 사용자는 그냥 쓰기만 하라’는 식이다. 하지만 오늘날 사용자는 흔히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능동적이다. 기업에서 만든 것을 단순히 받아들이는 피동적인 형태에서 벗어나 자신에게 맞게 고치고 보완하고, 이제는 아예 새로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올라 갔다. 더 중요한 점은 이 같은 사용자의 활동이 더 나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만드는 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세 번째는 철학적 한계다. UX의 기본 명제는 사람들이 사용하거나 사용하기 전, 혹은 사용한 이후 좋은 경험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좋은 경험이란 긍정적인 것과 부정적인 것 모두를 포괄한다. 그 제품을 사용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게임 중독을 생각해보라. 게임을 하는 그 순간에는 그 사용자도 좋고 즐거운 경험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몇 년간 게임에 빠져 있다가 인생 자체를 망가뜨린 경우, 그것을 과연 좋은 경험이라고 할 수 있을까? 이는 UX라는 개념이 가치(value)나 의미(meaning)를 내포하지 않기 때문에 갖는 문제다. 그냥 ‘좋은 경험’이 아니라 ‘의미 있는 경험’을 하게 해줘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점에 착안해 만들어낸 개념이 CX다. CX는 한 명이 아닌 다수의 사용자를, 수동적이거나 피동적이지 않은 능동적인 사용자를 가정하며 나아가 의미 있고 가치 있는 경험을 하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개인적으로는 소셜 이노베이션 플랫폼(Social Innovation Platform)이라고 부른다. 몇 년 전부터 미국 하버드와 MIT, 스탠퍼드 등 유수 대학들이 잇따라 SI(Social Innovation) 센터를 만들고 있다. 이때 SI는 좋은 플랫폼과 더불어 CX가 잘 이뤄져야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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