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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서의 HR 전략

본사 직원 + 현지인 [더블시스템] 적용하라

김유영 | 58호 (2010년 6월 Issue 1)


“중국에 진출한 대부분의 한국 기업들은 중국 법인장이나 임원에 죄다 한국인을 앉혀놓습니다. 현지인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당연히 현지인 직원들이 책임감을 갖고 주도적으로 일하기 힘들어집니다.”
 
글로벌 컨설팅사 휴잇의 스텔라 후 보상 부문 아시아 총괄 리더의 진단이다. 기업을 이끄는 건 사람이다. 중국 진출 기업도 현지 직원들이 역량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그는 현지인 직원도 역량을 갖추면 얼마든지 승진해서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인력 현지화의 예로 글로벌 IT기업인 인텔 사례를 들면서 한국 기업도 HR전략을 보완한다면 중국에서 더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방한한 후 리더로부터 중국에서의 HR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들어봤다.
 
중국 기업 문화와 한국 기업 문화의 차이는 무엇인가또 이 차이를 어떻게 극복해야 하나?
“중국과 한국 모두 유교문화라서 공통분모가 많다. 많은 한국 기업이 글로벌화하면서 중국에서 선전하기도 한다. 하지만 중국 신세대들은 보스를 100% 믿고 따르는 낡은 관념이 거의 없다. 오히려 자신의 의견을 적극 피력하는 젊은 세대들이 많아졌다. 아마도 중국 정부가 펼쳤던 1가구 1자녀 정책 때문인 것 같다. 한국은 보스 지향적인 문화가 강하다. 반면 중국은 서구 스타일에 가깝다. 능력 있는 여성들도 많아지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교육을 받으니 지식에 차이가 없어지고, 부모도 딸이 살림하는 것을 원치 않고, 시장에 있는 다른 남자들처럼 프로페셔널이 되기를 원한다. 한국 기업은 남성 위주 문화가 지배하고 있어 스마트한 여성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존중받고 성과에 대해 보상받기 원하는 직원에게 리더가 존경할 만한 모습을 보인다면 문화적 차이는 극복할 수 있다. 그러나 문화적 차이를 극복할 수 있는 마법 같은 답변은 없다.”
 
일부에서는 중국인 직원의 업무 처리 속도가 느려 ‘만만디’라고 호소하기도 한다
“아마 중국 문화에 대한 편견인 것 같다. 최근 중국에서도 신세대들이 회사에 들어오면서 달라지고 있다. 신세대들은 늦게까지 일하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에 업무 시간에 일을 처리하려고 일의 속도를 높인다. 그래도 만만디 현상이 있다면 커뮤니케이션의 문제로 볼 수 있다.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 데드라인은 언제까지인지 명확하게 지시하는 게 중요하다.”
 
본사+현지인 함께하는 더블 시스템
중국 문화에 맞게 인사 조직을 현지화하려면?
“글로벌 IT기업인 인텔의 사례를 눈여겨 봐야 한다. 인텔은 중국 진입 시점부터 중국에서 ‘롱런’하려면 현지 직원을 채용하는 것을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에 따라 부문별 책임자(head)를 본사에서 파견했고, 중국 현지에서 이들로 이뤄진 ‘리더십 팀(leadership team)’을 출범시켰다. 이들은 중국에서 주어진 업무를 처리함과 동시에 현지 중국인들을 각각 한 명씩 채용했다. 한 개의 자리(position)에 미국 본사 직원, 중국인 현지 직원 두 명이 고용됐다. 이른바 ‘매칭 시스템’이다.
 
채용 시점부터 중국인 직원에 대한 성장 잠재력을 대단히 중요한 평가 항목으로 봤다. 흔히 말하는 ‘승계 계획(success planning)’을 염두에 뒀기 때문이다. 두 명이 동시에 일을 하는데 처음 1, 2년은 본사에서 온 직원들이 주요 업무를 맡고, 중국 현지 직원은 가까이서 이를 배우고 관찰하며 교육을 받는다. 초기 1, 2년이 지나면 중국 직원들이 주요 업무를 넘겨 받아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때 미국 본사 직원은 코칭(coaching)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런 시기가 지나 중국 현지 직원들이 충분히 역량을 쌓아 업무를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이 들면, 업무는 온전히 중국인 직원에게 맡겨진다. 미국 본사 직원은 다른 곳으로 떠난다.”
 
인텔 시스템이 독특하지만 비용이 많이 들 것 같다
“인텔은 더블 시스템을 통해 중국에 부드럽게 안착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인 직원은 미국 본부 직원들로부터 일하는 방식 등에 대해 적절한 트레이닝을 받는다. 또 무엇보다도 경영 문화(management culture)를 전수받는 게 자연스레 이뤄진다. 처음에는 모든 자리에 직원을 두 명 배치하는 등의 더블 시스템이 비용이 더 든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결국에는 비용 대비 효과가 높고, 리스크도 줄일 수 있다. 당장 숙련된 현지 직원을 찾으려면 지불해야 할 임금이 비싸지고, 경영 문화와 업무 처리 방식을 전수하려면 오랜 기간이 들어 결국 채용 비용(recruitment cost)을 높이는 상황을 초래할 것이다.”
 
현지인 대상으로 직위 공모하라
중국 내에서 한국 기업들의 인사 전략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중국 내 서구 기업들과 한국 및 일본 기업들의 차이를 보자. 현재 중국에서는 서구 기업들의 인기가 높다. 중국 내 서구 기업은 대개 열린 문화를 지향하고 체계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해 현지 직원들에게 다양한 교육 훈련 기회를 제공한다. 동시에 현지인들과 융화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직원들에게 경쟁력 있는 임금을 제공하며, 고위직(top position)에 오를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준다. 반면 중국 내 한국 및 일본 기업들의 문화는 다르다. 특히 한국 및 일본 기업들에서의 고위직은 대개 자국인이다. 따라서 한국 및 일본 기업에 다니는 중국인 직원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조직에서 클 수 없다’는 등의 불평을 내놓기도 한다.
 
해결책은 단순하다. 현지 직원들을 믿어주고,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현지인 직원 스스로도 잘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해야 한다. 이때 회사가 현지인 직원들로부터 돌려받는 것은 아마도 회사에 대한 몰입과 헌신이 될 것이다. 또 잡 오프닝(job-opening)을 할 때에도 직원 스스로 손들게 하는 방식(bottom-up·아래에서 위로)을 택하는 게 좋다. 중국 내 서구 기업들은 잡 오프닝 시 일단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 공지하는 사례가 많다. 인터뷰 등 내부 절차를 통해 적임자를 선발하곤 한다. 반면 한국과 일본 기업은 리더가 직원을 지목한다. 이런 관행은 현지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또 한국이나 일본 보스들은 자기 방식으로 일하기를 원한다. 하지만 자율성을 주지 않으면 중국 현지인들은 최선을 다해서 일을 하지 않는다. 인간 본성이 그렇다. 한국인 상사 밑에서 일하는 중국 직원으로 입장을 바꿔 놓고 생각해보라.”
 
중국에서 인사관리 시 염두에 둬야 할 점은?
“중국의 다양성 수준은 유럽연합과 비슷하다. 지역별로 고유한 특성을 갖고 있다. 또 인재가 부족하다. 물론 엔지니어들은 많다. 그러나 기업에 맞는 숙련된 기술을 가진 인재는 찾기 힘들다. 게다가 직원들은 임금 상승과 빠른 승진을 당연시 여긴다. 높은 기대수준도 문제다. 복리 후생 기준도 성별로 달라 지역별로 균형을 맞추는 작업이 쉽지 않다. 또 중국은 기업이 부담해야 하는 직원에 대한 사회보장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다. 이는 인건비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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