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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마케팅 고수 대상 안영후 부장

차별화와 체험으로 이룬 마케팅 혁명

김남국 | 32호 (2009년 5월 Issue 1)
동아비즈니스리뷰(DBR)가 최고의 성과를 내고 있는 현장 마케팅 전문가를 만났습니다. 소비 심리가 위축되고 마케팅 비용이 줄어드는 어려운 시기에 백전노장들의 생생한 지혜가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입니다. 실전을 통해 막강한 역량을 축적한 고수들은 역시 달랐습니다. ‘놀라운 끄덕임’, ‘원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것’, ‘희생을 감수하는 차별화’ 등 두고두고 곱씹어 볼만한 좋은 교훈을 전해줬습니다. 또 불황기 마케팅 전략 개발과 실행에 유용한 새로운 툴도 제시해드립니다. 이번 스페셜리포트와 함께 불황을 극복할 새로운 마케팅 방법을 찾아보시기 바랍니다.
 
“간장의 혁명이죠!”
 
실전 마케팅 고수로 통하는 ‘대상’의 안영후 부장은 최근 간장에 대한 공격적 판촉 전략을 발표한 뒤 ‘혁명’이라는 단어를 썼다. 성공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지만, 실패하면 ‘끝장’이기 때문이다. 대상은 올해 2월 소비자들에게 간장을 산 뒤 맛이 별로라고 생각하면 무조건 환불해주겠다고 약속했다. 실제로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전화만 하면 간장 값을 계좌로 넣어줬다. 이미 간장의 99%를 먹은 고객이라도 돈을 돌려줘야 하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수 있었다. 리스크가 너무 높다는 회사 내부 우려도 컸다. 하지만 안 부장은 사내 반대 여론을 돌파하고 경영진을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무모해 보였던 이 마케팅은 결국 성공했다. 4월 17일까지 약 두 달간 간장 판매량은 20% 늘었지만, 환불 요청은 9건에 불과했다. 마케팅 효과가 입증되자 대상은 행사 기간을 6월 말까지 연장했다. 대형마트 등에서 판매 요원들은 “마음에 안 들면 무조건 환불해줍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집중적인 영업 활동을 펴고 있다.
 
안 부장의 대담한 마케팅으로 ‘햇살담은 간장’은 제2의 중흥을 꿈꾸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순창 고추장, 마시는 홍초 등 대상의 대표 브랜드 모두 안 부장의 지휘 아래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이들 제품 모두 막강한 1위 업체가 있거나, 극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레드오션에서 성공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안 부장은 23년의 직장 생활 중 거의 대부분을 마케팅 관련 부서에서 일하며 막강한 내공을 쌓았다. 인터뷰와 광범위한 회사 내·외부 자료 등을 토대로 그의 성공 노하우를 분석했다.
 
희생을 감수하는 진짜 차별화로 승부하라
불황기에 대다수 기업들은 마케팅 투자를 줄인다. 하지만 안 부장은 기본으로 돌아가라고 말한다. 그가 말하는 기본은 ‘제품 차별화를 통한 시장점유율 확대’다. 어려울 때일수록 경쟁사가 차별화를 생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이런 전략이 훨씬 효과가 크다고 그는 강조한다. 실제로 그는 차별화 외길을 걸어왔다.
 
역사적으로 고추장 시장에는 항상 100여 개 이상의 업체들이 난립해 있었다. 지금도 영업 활동을 하는 회사가 150개에 달한다. 가정에서도 손쉽게 고추장을 만들 수 있으니 사실상 진입 장벽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대상이 고추장 사업을 본격화하기로 결심한 1980년대 후반에도 100여 개 중소업체가 난립해 있었고, 20년 넘게 맹주 자리를 지켜온 ‘진미 고향 고추장’이라는 절대 강자도 있었다. 대상은 이런 상황에서 과감한 차별화를 선택했다. 비슷한 제품을 조금 싸게 파는 것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고추장을 생산하는 중소업체들은 원가의 압박 때문에 가장 중요한 원료인 고추를 위생적으로 관리하지 못했다. 이런 점을 감안해 대상은 고추를 체계적으로 세척하고, 방부제를 쓰지 않았다. 당연히 가격은 경쟁사보다 10% 정도 높은 수준에서 책정됐다. 또 ‘전통의 맛’이라는 이미지를 줄 수 있도록 ‘임금님 진상품’이었다는 스토리를 지닌 전북 순창 지역에 공장을 세우고, 브랜드도 아예 ‘순창 고추장’으로 정했다.
 
고추장 품질을 높이고 브랜드 전략을 조금 잘 세운 일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진정한 차별화를 위해 큰 희생을 치렀음을 알 수 있다. 우선 방부제를 쓰지 않고 곡물 원료로 살균을 했는데, 아무래도 합성 물질보다는 살균력이 떨어졌다. 이게 화근이었다. 고추장이 ‘폭탄’으로 돌변했다. 여름이면 고추장이 발효하면서 팽창해 매장 진열대나 가정에서 빵빵 터졌다. 곰팡이가 발견되기도 했다. 회사 내 영업 담당자들은 “고추장 폭탄이나 만든 주제에…”라며 마케팅 담당자들에게 십자포화를 날렸다. 방부제를 다시 사용하면 문제는 간단히 해결된다. 그러나 차별화를 위해 방부제의 유혹을 끝까지 뿌리치고, 어렵지만 기술 혁신으로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장을 순창에 세운 것도 논란거리였다. 수도권에 공장을 세우면 물류비가 훨씬 줄어드는데 굳이 먼 곳까지 가야 하느냐는 내부 반론이 상당했다. 하지만 차별화를 위해 이런 비용도 감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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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김남국march@donga.com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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