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한국의 중소 벤처기업들이 글로벌 전략을 추진할 때 염두에 둬야 할 오해와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해외 진출에 실패하는 이유는 현지 정보 부족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빚어진 잘못된 확증편향 때문이다.
둘째, 과거에는 내수 핵심 사업을 중심으로 해외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해외에서 새로운 수요를 발굴한 뒤 오히려 한국으로 역진출하면서 성공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셋째, 익숙한 근거리 시장보다 원거리, 선진 시장에서 획득한 노하우가 글로벌 시장을 확장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넷째, 한국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는 리스크가 큰 해외 진출에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으니 유의해야 한다.
‘2024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 명단에 한국 기업 15곳이 이름을 올렸다. 이는 2023년보다 3곳이 줄어든 수치다. 반면 일본은 같은 명단에 40개 기업이 포함됐으며 전년도보다 1곳 줄어드는 데 그쳤다. 일본은 1990년에만 해도 111개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는데 지난 20년간 꾸준히 그 숫자가 줄고 있다. 흥미롭게도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서 일본 기업의 탈락과 일본 내 노동 가능 인구 감소의 상관관계는 0.94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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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맥락에서 2025년을 정점으로 노동 가능한 인구가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 또한 일본처럼 포천 글로벌 500대 기업에 속하는 기업 수가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는 한국을 대표하는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의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이 정체되고 있다는 섬뜩한 현실을 의미하며 곧 한국 경제의 위기로 직결될 수 있다.
기업 성장의 두 가지 중요한 원천은 기술 혁신과 글로벌화다. 현재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글로벌화를 상당 부분 달성했다. 대기업은 글로벌화보다는 기술 혁신에 초점을 맞춰야 할 시점이다.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인 삼성전자가 최근 직면한 어려움의 원인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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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중소·벤처기업의 경우 국내 시장 환경을 고려할 때 향후 글로벌화가 성장의 핵심 원천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림 1) 이에 정부는 중소·벤처기업을 대한민국 글로벌 성장의 원동력으로 보고 이들을 육성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있다. 특히 최근 한국의 많은 스타트업은 창업 초기부터 한국 시장에 국한하지 않고 글로벌 시장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이른바 ‘본 글로벌(born glob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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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한 필수 전략으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화에 ‘빨간불’이 켜지거나 실패한 사례도 늘어나고 있다. 예컨대 웹툰 플랫폼 카카오픽코마는 2021년 9월 유럽 시장 진출을 위해 프랑스 법인을 세웠지만 3년도 채 되지 않아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배달 앱 시장점유율 1위인 배달의민족(배민)은 2023년 12월, 베트남 진출 4년 반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베트남에서의 누적 적자는 2000억 원을 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