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ticle at a Glance소프트웨어정의차량(SDV)과 차량 운영체제, 사용자 경험(UX). 전기차 시대에 주목받는 키워드들이다. ‘퍼스트 무버’ 테슬라의 선도 아래 전기차의 사용자 경험은 그 범위를 꾸준히 확장해왔다. 자동차와 소프트웨어는 일반적인 사용자 경험을 넘어 총체적 방식으로 독특한 경험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제 빠르게 약진한 중국 전기차 기업들이 새로운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사용자경험정의차량(UX-DV)라는 용어를 만들면서 차별화한 경험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는 중국 니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고급화한 오프라인 체험 매장을 운영하거나, 무선 ECU 업데이트를 무료로 제공하거나, 인공지능 디지털 비서 시스템을 적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자 경험의 개선을 꾀한다. 경쟁력 있는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다양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스마트폰과의 연결성 강화, 전기차에 초점을 맞춘 기업 문화의 전환 등 다양한 시도가 이뤄져야 한다.
전기차 시대의 핵심 키워드, 사용자 경험최근 전기차 확산과 함께 떠오르는 키워드 두 가지가 있다. 바로 소프트웨어정의차량(Software-Defined Vehicle)과 차량 운영체제(Vehicle OS)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2000년대에 본격 등장해 전기차 시대에 오히려 강조되는 키워드도 있다. 바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UX)이다.
자동차 업계에 UX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사용되기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당시 인터넷, 백색가전, 서비스 업계에서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핵심 경쟁 요소로 등장하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보편화된 용어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기존의 내장과 외장 디자인 중심 감성공학, 안전 설계와 평가를 위한 인간공학(Human Factors), HMI(Human-Machine Interface), 사용성(Usability)을 포괄하는 개념으로 차량 내 내비게이션과 멀티미디어 서비스, 터치스크린 보급과 함께 중요성이 커졌다.
아직까지도 유행어란 주장이 있지만 국제표준화기구(ISO) 표준이 제정됐을 정도로 이미 굳건하게 정립된 개념이다. ISO 9241-210:2010에서는 사용자 경험을 ‘제품, 시스템 또는 서비스의 사용 혹은 예정된 사용에 발생하는 개인의 인식 및 반응’
1
으로 정의한다. 차량 관점에서 해석하면 운전자 혹은 승객과 차량이 상호작용하는 모든 경험을 총칭하는 용어로 최근 차량의 서비스화(Servitization)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엔진이 모터로 대체되고 부품 수가 줄어들면서 넓어진 차량 공간,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ADAS) 보편화, 스마트폰과의 연동 강화, 충전 커넥티비티(Connectivity)
2
확산 등 전기차 생태계가 확장됨에 따라 사용자 경험을 고민하는 범위도 점차 확장되고 있는 추세다.
이러한 전기차 사용자 경험 범위 확장은 테슬라가 주도했다. 소프트웨어정의차량, 차량 운영체제,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대형 디스플레이에 집중된 클러스터 정보와 차량 조작은 기존 완성차 제조사들의 필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
최근에는 빠르게 약진한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이 새로운 벤치마킹 대상으로 떠올랐다. 기존 완성차 제조사와 달리 이들은 내연기관에서 전기차로 전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테슬라와 동일하게 백지상태에서 출발했고 테슬라를 능가하겠다는 목표로 전기차 개발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이들 중국 주요 전기차 제조사들은 경쟁력 향상과 생존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함께 사용자 경험 경쟁을 벌이고 있다. 배터리 교체 시스템으로 잘 알려진 니오(Nio)가 대표적이다. 니오는 사용자경험 정의차량(UX-Defined Vehicle)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정도로 완전히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한다.
사용자 경험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기업, 테슬라와 니오 사례를 중심으로 중국 전기차의 사용자 경험 발전 요인을 분석하고 우리 기업의 전기차 사용자 경험 품질을 끌어올리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보자.
전기차 사용자 경험 패러다임을 이끈 테슬라테슬라가 자동차 업계에 던진 충격은 적지 않다. 독자적인 소프트웨어정의차량과 차량 운영체계,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뿐만 아니라 생산 측면에서는 기가 캐스팅(Giga Casting), 유통 방식에선 온라인 판매를 도입했다. 차량 내부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를 비롯해 2단계 자율주행 ADAS 오토파일럿과 완전자율주행(FSD) 기능, 자율주행을 하지 않고도 자율주행 데이터를 수집하는 하드웨어 셰도 모드와 구독 모델 등으로 패러다임을 바꿔 놨다. 그 밖에 슈퍼 차저와 NACS(North American Charging Standard) 확산 등 많은 부분에서 전기차의 생산과 판매, 사용에 있어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 수립을 주도했다.
인간-기계 인터페이스 전공자로서 테슬라를 처음 봤을 때 필자 역시 큰 충격을 받았다. 테슬라 차량들은 클러스터 디스플레이와 센터페시아 조작기가 모두 아이패드 같은 대형 센터 디스플레이에 담겨 있었다. 필자의 업무와 전공은 클러스터(주행에 필요한 정보를 운전자에게 보여주는 화면), 스티어링 휠, 인포테인먼트 등 운전자와 상호작용하는 구성요소 하나하나를 국내외 안전 기준과 가이드라인에 맞게 설계하고 검토하며 검증하는 것이었는데 테슬라가 선사한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은 머지않아 필자를 실직자로 만들 만한 것이었다.
테슬라는 사용자 경험을 어떻게 정의할까. 테슬라 리드 디자이너였던 브레넌 보블레트르크가 2013년 UX 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소개한 정의는 아래와 같다.
• 일반적인 사용자 경험 정의를 넘어 총체적인 방식(holistic way)으로 자동차와 소프트웨어가 조화롭게 작동해 차량에 착석하기 전부터 독특한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
• 일반적인 HMI(Human Machine Interface, 인간-기계 인터페이스)를 넘어 작은 경험과 뉘앙스, 세부 사항들로 고객에게 즐거운 사용자 경험의 가치와 즐거움을 계속 전달해야 한다.
핵심 키워드로는 혁신적인(Innovative), 지능적인(Intelligent), 영감을 주는(Inspiring), 세련된(Sophisticated), 임파워링(Empowering) 다섯 개를 제시했다. 테슬라는 모델 X(Model X)에 OTA(Over The Air)를 적용해 하드웨어 변경 없이 각종 기능 업데이트와 리콜까지 처리하는 사실상 최초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선보였다. 테슬라가 보여준 길은 이제 업계에서 보편적으로 여겨지는 정의와 개념이 됐다. 전기차 생태계 전체에 작용하는 총체적 경험(Holistic Experience)으로 자리매김했다는 의미다.
물론 테슬라의 사용자 경험 설계를 두고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별한 사용자 경험을 전달하는 것은 상품성과 고객 만족도를 위해 매우 중요하지만 결코 안전에 위협이 돼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미국연방교통안전위원회(National Transportation Safety Board)와 미국도로교통안전국(National Highway Traffic Safety Administration)에서 지적을 받거나 리콜이 이뤄진 사례들을 보면 테슬라의 취약점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오토파일럿 사용 시 미흡한 운전자 모니터링 성능, 정차와 주차 시 경적 소리를 운전자가 선호하는 음악 등으로 선택할 수 있는 붐박스, 디스플레이에 포함된 기어 조작 기능, 운전자의 시각 분산을 유도할 수 있는 게임 기능 패신저 플레이, 지나치게 작은 계기판 경고등 문자 사이즈 등이다.
3
소프트웨어정의차량과 사용자 경험최근 자동차 업계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모든 완성차 제조사가 사활을 걸고 도전하는 것이 바로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이다. 기업들이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개발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차량을 통합 제어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 각종 전자장비, 자율주행기술 등이 발전하면서 차량에서 처리해야 하는 연산량은 증가했다. 여기에 전기차가 등장하면서 주행거리와 안전성 등이 핵심 경쟁력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관련된 구동 제어, 배터리 관리, 공조 등을 통합 제어하면서 높은 효율성을 확보하려는 것이다.
개별 전자제어장치(Electronic Control Unit) 단위로 분산된 소프트웨어 기능을 최종 영역별(Zonal) 혹은 중앙에서 통합 제어
4
하기 위해서는 뛰어난 차량 운영체제(OS)가 필수다. 차량 운영체제 개발전략은 크게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 등 외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하는 것과 자체 개발을 하는 것, 두 가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사용성 관점에서 안드로이드 오토모티브는 소비자의 빠른 적응과 범용성, 안드로이드 활용 디바이스로의 확장성이 장점이다. 자체 운영체제는 독자성과 차별성은 높을 수 있으나 생태계 성장에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무선 소프트웨어 기능도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구성하는 매우 중요한 요소다. 기능과 화면을 최신 상태로 유지하면서 언제나 최적화한 성능으로 만족스러운 사용자 경험과 개인화 지원을 선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은 소프트웨어정의차량 개발을 통해 자동차 생애전주기에 걸쳐 특별한 가치를 제공하기를 원하고 있다. 나아가 자체 앱 생태계 구축, 구독 경제 등 새로운 수익 모델을 적용해 애플이나 구글과 같이 하나의 플랫폼으로서 수익을 창출하려는 전략도 갖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한층 끌어올리고 차량 판매라는 일시적 수익을 넘어 지속적인 수익을 창출하겠다는 것이다.5
최근 일본 정부가 발표한 모빌리티 DX 전략에도 이 같은 경향이 잘 드러난다. 2030년 일본 자동차 업계가 소프트웨어정의차량 글로벌 시장 점유율 30%를 달성하도록 만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는데 핵심은 협업이다. 차량 운영체제와 애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를 연결하는 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I)를 표준화해 소프트웨어정의차량 개발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관련 기업 20여 곳이 모여 나고야대를 중심으로 오픈 SDV 이니셔티브(Open SDV Initiative)를 설립했다. 중국은 2022년 12월 개방형 자동차 표준 소프트웨어 구조(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 AUTOSAR) 기반 SDV API 표준화를 완성했다. 이러한 노력은 BYD, 샤오펑 등 전기차 제조사들이 신차 개발 기간을 단축하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사용자경험정의차량에 집중하는 중국의 니오중국 전기차 제조사 가운데 사용자 경험을 전사적 최우선 경영 가치로 정의한 기업이 바로 니오다. 중국과 유럽 두 시장 모두에서 프리미엄 전기차로 포지셔닝한 니오는 2023년 9월 사용자경험정의차량(UX-Defined Vehicle) 개념을 천명해 주목을 받았다. 니오의 전략은 ‘자체 생태계 형성 → 프리미엄 개인화 서비스 제공 → 단기 수익보다 장기 판매량을 증가시키는 제품·경험·서비스 전략 추진 → 고객 신뢰도 향상’이라는 절차로 요약할 수 있다.
니오는 차량의 하드웨어 종속성을 낮추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디커플링(분리)을 강조한다.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주안점을 둔다. 이 맥락에서 자체 운전자지원시스템인 NOP(Navigate on Pilot)를 개발하고 자체 스마트폰도 출시해 니오만의 사용자 생태계 구축을 꾀한다. 당장 적자를 보더라도 단기적인 수익보다 대체할 수 없는 사용자 경험을 확보하는 것에 주력해 장기적인 판매량을 늘리겠다는 ‘장기주의(长期主义)’를 내세운다. 니오의 사용자경험정의차량 생태계 개발은 ‘니오 라이프(Nio Life)’라는 키워드 아래 세 가지 전략을 핵심으로 한다.
첫 번째는 실제 매장 기반 고객 운영전략이다. 니오는 니오 하우스(Nio House), 니오 스페이스(Nio Space), 니오 허브(Nio Hub) 등의 공간을 운영한다. 차량 구매와 배터리 교체를 위해 방문하는 고객들의 휴식 및 쇼핑 공간이다. 니오 차량의 모든 기능과 사용자 경험을 직접 확인해볼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완성차 제조사가 오프라인 매장을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과도한 마케팅 비용 논란에도 불구하고 니오는 공간 확장 의지를 굽히지 않는다. 다양한 굿즈를 판매하거나 유명 브랜드와의 협업 제품을 선보이는 등 오프라인에서의 경험을 확대하는 데 힘쓰고 있다.
두 번째는 사용자 피드백 전략이다. 분기 단위로 FOTA(Firmware-over-the-Air)와 SOTA(Software-over-the-Air) 업데이트를 무료로 제공한다. 특히 FOTA 업데이트는 최대 50개에 달하는 ECU 업데이트의 과정을 단순화한다. 이를 통해 전력·안전·섀시·차체 제어는 물론 차량의 동력 제어나 주행 품질, 운전자 지원과 같은 사용자 경험 전반을 꾸준히 개선한다.
세 번째는 연결(Connectivity) 전략이다. 니오는 2017년부터 인공지능 스피커 노미(Nomi)를 차량에 탑재하고 동시에 자체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차량과 스마트폰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유저 인터페이스를 통해 통합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한다. 노미를 주목해야 하는 건 단순한 스피커가 아니라 니오의 사용자 경험 개선을 위한 핵심 채널이기 때문이다. 노미는 차내 디지털 비서 및 스마트 컴패니언 시스템(On-Board Digital Assistant & Smart Companion)으로 운전자와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서적 유대감과 신뢰를 형성한다. 나아가 다양한 피드백을 수집해 사용자 경험의 개선점도 찾아낸다.
노미를 사용하면 인공지능 및 자연어 처리 기술을 통해 음성으로 차량 사용을 위한 모든 시나리오에 접근할 수 있다. 1세대에 해당하는 노미 메이트(Nomi Mate)는 차내 디지털 어시스턴트로서 이벤트, 연락처, 스케줄, e메일 관리, 식료품 주문, 경로 안내, 대화, 주행 관련 보고 및 분석 등 고객 선호도에 맞춰 정보를 제공한다. 재미있는 것은 음성, 표정, 움직임을 통해 다양하게 상호작용을 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운전자 탑승이 감지되면 노미 메이트가 얼굴을 돌려 인사를 한다. 디스플레이 터치를 위해 손을 움직이면 고개를 숙여 사용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확인하기도 한다. 필자가 놀란 것은 니오가 2세대 노미 할로(Nomi Halo)에서 디스플레이를 삭제했다는 점이다. 로봇이 인간을 어설프게 닮으면 불쾌함이 증가한다는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에 대한 우려가 이유였다. 그만큼 사용자 경험을 세부적인 수준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수준을 넘어 집착에 가깝게 연구하고 기술을 개발하는 니오의 철학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니오 스마트폰은 자사 전기차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최고의 연결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 목표다. 중국 렌즈 테크놀러지(Lens Technology)가 생산하는 고급형 스마트폰으로 차량 제어 및 시트·에어컨 설정 같은 기능은 물론이고 인포테인먼트와 스마트폰을 통합하는 역할을 한다. 2024년 7월에는 니오 스마트폰에 인공지능 기술을 통합한 가상 음성 비서 노미 지피티(Nomi GPT)를 탑재해 사용자경험을 확장하기도 했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사용자 경험 개선 프로세스다. 사용자 경험 체계는 ‘활용 가능한 아이디어 수집/집계 → 사용자 경험팀의 관련 기능 개발 → 우선순위 평가 → R&D 팀 이관 → 추가 테스트 → 최종 승인 → 출시’라는 과정을 거친다. 특정 개인 선호도가 아닌 내비게이션과 같이 운전 및 주행에 대한 내용을 최우선순위로 두고 기본 기능을 충실하게 개선한다. 사용자 경험은 중국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산호세, 영국 런던과 독일 베를린을 핵심 거점으로 운영한다. 특히 독일 거점은 사용자 경험 정의차량 전담 조직 및 인재 유치를 위한 전초기지로도 활용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사용자 경험이 주목받는 이유포르셰의 컨설팅 전문 자회사인 MPH가 조사한 내용이 흥미롭다. 2023년 9월 중국, 유럽, 미국 거주자 5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내용인데 중국 전기차가 저가-저품질 이미지를 극복하고 프리미엄 이미지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다음 차량 구매 시 중국 차량을 구매하겠단 의사를 밝힌 응답자가 약 50%에 달했다. 이유는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가성비가 아니었다. 인포테인먼트의 우수성을 꼽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중국 전기차의 브랜드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크게 두 가지로 분석할 수 있다.
첫 번째는 디지털 역량, 세련된 디자인, 높은 품질을 패키지로 결합해 개별 차량과 서비스를 넘어선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점이다. 제품 자체에 집중했던 레거시 완성차 제조사와는 대조적인 접근 방식이 빛을 보기 시작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고객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조력자(Enabler)로 활용하는 소프트웨어 우선 접근 방식을 채택했다는 점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소프트웨어 기반 접근 방식과 효율적 플랫폼 전략 없이는 다른 전기차 제조사들과 차별화할 수 없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이러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중국 브랜드가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특히 선도 업체인 니오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 오프라인 중심 전략과 생태계 중심의 사용자 경험 전략은 다른 주요 중국 완성차 제조사들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니오를 모방한 오프라인 고급화 매장 지리 라이프(Geely Life) 등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같은 요소는 중국 전기차 제조사들뿐만 아니라 중국에 진출한 해외 업체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공통적인 특징이 됐다.
경쟁력을 높일 열쇠, 스마트폰과의 결합전기차 사용자 경험 경쟁력을 끌어올리기 위해선 다양한 방법을 고려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전기차에 하드웨어 버튼을 채택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테슬라의 상용화 이후 다른 완성차 제조사들 역시 터치스크린에 기반한 대형 디스플레이를 채택하는 경우가 급격히 늘었다. 이는 대시보드와 콘솔을 미니멀리즘 디자인으로 깔끔하게 설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모든 기능을 하나의 화면에 담기엔 한계가 있다. 다른 문제도 있다. 사고 위험성의 증가다. 물리적 버튼은 위치가 고정돼 있다. 익숙해지면 주행 중에도 눈으로 보지 않고도 기억에 의존해 조작할 수 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은 아니다. 주행 중 특정 기능을 수행하려면 스크린으로 시선을 돌려야 한다. 자연스레 사고 가능성이 커진다. 특히 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운전자의 운전 집중도는 떨어지고 있다. 반면 차량 첨단화로 새로운 기능은 갈수록 늘어간다. 혼란 방지를 위해 물리적 버튼의 필요성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포드는 이러한 추세를 반영해 포커스, 머스탱 등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SYNC® 4A)에 물리적 버튼을 추가하기도 했다. 온도, 볼륨, 파워 조절 기능을 탑재하고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다양한 기능을 업데이트해 조작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안전하면서도 쉽게 사용할 수 있는 HMI는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완성차 제조사들이 민감하게 보는 미국 소비자 조사기관 컨슈머리포트(Consumer Report)의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평가기준에도 이 같은 ‘사용편의성(Ease of Use)’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유럽 신차 안전성 평가 프로그램인 NCAP(European New Car Assessment Programme)는 2026년부터 적용할 새로운 자동차 평가 기준에 물리적 버튼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했다. 경적, 전면 와이퍼, 방향 지시등, 비상등 및 SOS 호출 등 5가지 기본 제어를 위한 버튼이 대상이다.
물리적 버튼처럼 사용자 경험을 향상할 수 있는 몇 가지 전략적 방향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우리 생활의 핵심 연결 디바이스인 스마트폰과 전기차의 결합을 강화하는 것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Strategy&)가 미국, 유럽, 중국 소비자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차량과 스마트폰 통합이 중요한 이유가 명확히 드러난다. 차량 내 커넥티드 서비스와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능과 관련해 스마트폰 미러링의 선호도가 모든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스마트폰에 개인의 모든 일상을 함께하는 앱이 최적화돼 있는데 굳이 차량에서 별도의 앱을 사용해야 하느냐는 소비자들의 요구를 알 수 있다.
두 번째는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의 경쟁력 강화다. 자동차 시장 조사기관 와즈인텔리전스(Wards Intelligence)가 지난해 8월 발표한 2022년 기준 22개 완성차 제조사의 소프트웨어정의차량 전환 과정 평가에서 1위는 테슬라, 2위는 루시드, 3위는 리비안, 4위는 니오가 이름을 올렸다. 주요 평가 요소는 SDV 전략, 연결성, 전동화, 포트폴리오 복잡성, 재정 능력 등 5가지 항목이었다. 리더 그룹에 속한 4개 제조사는 이미 소프트웨어정의차량을 상용화한 기업들로 조직 전체가 소프트웨어 우선 접근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6
2024년 9월 22개 완성차 제조사를 대상으로 평가한 ‘가트너 디지털 오토메이커 인덱스 2024(Gartner Digital Automaker Index 2024)’에서도 1위는 테슬라, 2위는 니오, 3위는 샤오펑, 4위는 리비안이었다. 이 인덱스는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수익화 가능성을 비교 검토한 순위다. 상위 10대 기업 가운데 BYD, 리비안, 샤오펑이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고 GM이 가장 큰 하락세를 보였다.
두 지표 모두 1위 기업은 테슬라이며 공통적으로 포함된 기업은 중국의 니오와 리비안이다. 리비안은 테슬라와 유사한 방식으로 접근해 전자제어장치 효율화를 달성한 소프트웨어정의차량 분야의 강자다. 현대차그룹은 와즈인텔리전스 평가에서는 12위, 가트너 평가에서는 15위를 기록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많은 완성차 제조사가 소프트웨어정의차량과 차량 운영체제 개발을 통해 게임 체인저 등극을 노리고 있지만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소프트웨어정의차량 개발 전담회사 카리아드(Cariad)를 설립해 막대한 재원과 인력 투자를 했던 폴크스바겐은 올해 11월 리비안과 최대 58억 달러 규모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발표했다. 양사의 역량을 결집해 최첨단 소프트웨어와 전자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전기자동차 플랫폼을 확장하기 위한 것이다. 2026년 상반기 리비안의 R2를 출시하고 이르면 2027년에 폴크스바겐그룹의 첫 번째 모델을 출시하는 게 목표다. 쉽지 않은 과제인 만큼 우리나라 입장에선 민간과 정부가 함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처럼 역량을 갖춘 기업과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마지막으로 소프트웨어정의차량 관련 기업들에 절실히 필요한 것은 기업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이다. 현재 모빌리티, 특히 전기차 분야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자동차 기업 문화가 소프트웨어, IT, 에너지,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로 진화하며 통합되는 과정에 있다. 전공과 성장 배경, 개발 철학에 차이가 있는 기존 하드웨어 중심 인력과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분야의 개발자와 관련 종사자들의 융합을 심도 있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1 차두원, 이슬아, 포스트 모빌리티, 위즈덤하우스, 2022. 8.
2 차두원, CES 2024 모빌리티 분야 뭐가 달라졌나, DBR 386호(2023년 1호)
3 차두원, 전기차 배터리교체시스템은 성공할 수 있을까? 바이라인, 2024. 4 22
4 채승엽, 중국 SDV API 표준 양산 적용과 일본 정부의 긴급대책, AEM, 2024. 7.
5 Automaker SDV Rankings, 21 Aug 2023, WARDS INTELLIGENCE, August 21, 2023.
6 Casper Kessels, The State of UX Design of Chinese Car Brands, The Turn Signal, July, 2020.
7 Dowon Cha, The Era of the Software Defined Vehicle : Who Will Challenge Tesla?, Samsung Global Investors Conference 2024, May 10, 2024.
8 ISO 9241-210:2010, Ergonomics of human-system interaction – Part 210: Human-centred design for interactive systems.
9 Maite Bezerra, Wards Intelligence Unveils Automakers’ SDV Rankings; Tesla, BEV OEMs Take Lead, WARDS 100 August 28, 2023.
10 Team Stevens, Ford picks up the pace on hands-off driving with BlueCruise 1.3 release-Ford autonomous driving boss Sammy Omari explains the shift from Argo AI to Latitude AI, TechCrunch, 2023. 7. 13.
11 Gartner Digital Automaker Index 2024, Gartner, September 9, 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