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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차경진 한양대 경영대 교수

‘욕망 데이터’ 제대로 반영한 페르소나로
초개인화 직원 경험 잘 설계해야

김윤진 | 401호 (2024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생성형 AI의 출현 이후 고객 행동을 분석하고 초개인화된 고객경험(CX, Customer eXperience)을 구현하는 마케팅 분야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등 고객 여정을 설계하기 위한 오랜 노력이 AI 시대를 맞아 빛을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초개인화된 직원 경험(EX, Employee eXperience)을 구현하기 위한 HR 분야는 데이터의 부재로 AI의 수혜를 충분히 입지 못하고 있다. HR에서도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직원 여정을 설계하기 위한 데이터 수집이 선결돼야 한다. 단순히 직원의 직무 역량이 아니라 생애주기를 추적하면서 개인 한 명, 한 명이 어디에서 일의 의미를 찾는지, Design(자율성), Environment(조직문화), Safety(안전성), Identity(정체성), Recognition(인정), Enjoy(즐거움) 중 어떤 가치를 중요시하는지 등 내밀한 욕망(DESIRE)을 읽어야 한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직원의 페르소나를 분석할 때 비로소 개인의 니즈를 뾰족하게 겨냥한 인재 관리 전략이 도출될 수 있다.



차경진_교수_

차경진 교수는 한양대 경영학부 경영정보시스템 전공 교수이며 비즈니스인포매틱스학과 학과장이다. 호주 태즈메니아대에서 학·석사를, 호주국립대 경영정보시스템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2011년부터 LG, 삼성, KB금융지주, 아모레퍼시픽 등 대기업에서 ‘데이터로 고객 경험을 만들어 가는 AI 기술  DCX(Data driven Customer eXperience)’ 프로세스를 강의하고 자문해 왔다


과연 당신의 기업은 고객에 대해 알고 있는 만큼 직원에 대해 알고 있는가? 고객의 욕망에 귀 기울이는 만큼 직원의 욕망에도 귀 기울이고 있는가?

데이터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빅데이터 애널리틱스의 출현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 약 6~7년 전부터 DCX(데이터 기반 고객 경험, Data-driven Customer eXperience) 설계는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초개인화가 기업 화두가 된 이래 디지털 고객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한 명, 한 명 고객의 취향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추천하려는 시도도 꾸준히 이어져 왔다. 그리고 이렇게 고객 데이터 플랫폼(Customer Data Platform)을 구축해 차근차근 쌓아 올린 정보 자산은 생성형 AI 시대를 맞아 초개인화된 마케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실현을 가능케 하는 토대가 됐다.

하지만 이 기간 동안 어느 누구도 DEX(데이터 기반 직원 경험, Data-driven Employee eXperience)를 이야기하지는 않았다. 직원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뒷전이었고 기업들의 관심 밖이었다. 여전히 직원과 관련된 데이터라고는 채용 시점의 입사 지원 내역, 성과 평가 및 승진 기록이 전부였고 그마저도 직속 상사의 주관이 많이 개입돼 정량적 비교나 판단이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 이렇게 직원에 대한 ‘정보 공백’은 데이터가 있어야만 알고리즘의 고도화가 가능한 AI 시대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으며 초개인화된 HR(인적자원) 혁신을 방해하고 있다. 한 명, 한 명 직원이 원하는 바에 부응하지 못해 무수한 인재의 이탈에도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그 방증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를 활용해 고객 경험의 여정을 설계하듯 직원 경험을 설계해 인재 이탈을 최소화하고 싶은 기업들은 당장 무엇부터 해야 할까.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DCX를 보면 그 해답은 명료하다. 멤버십을 활용해 고객 행동 데이터를 수집 및 정제하고 카드사 등 타사 데이터와 결합해 개인의 니즈를 뾰족하게 겨냥한 마케팅 전략을 실행하듯 똑같은 접근을 취해야 한다.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직원 행동 데이터를 수집하고 정제해 직원의 내밀한 욕망을 읽어내야 한다는 뜻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DCX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고객 페르소나에 맞춘 마케팅 전략을 수립해 온 차경진 한양대 경영대학(비즈니스인포매틱스학과) 교수는 최근 S사 의뢰로 직원 페르소나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HR 전문가가 아닌 그가 DEX 프로젝트로 시야를 확대한 이유는 고객경험을 혁신하려는 기업들이 데이터 인력을 찾는 데 애를 먹고, 힘들게 양성한 직원들의 이탈로 골머리를 앓는 것을 번번이 목격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는 기업이 인재를 유치하고 붙잡을 수 있도록 직원 경험을 혁신하는 게 데이터 기술, 인프라, 플랫폼에 투자하는 것보다 더 시급한 문제라고 느꼈다.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은 외부 고객에는 관심을 기울이면서도 내부 고객인 직원들이 어떤 욕망을 가지고 있는지를 이해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데는 소홀한 실정이었다.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차 교수를 만나 DEX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AI 시대에 걸맞은 초개인화 HR 혁신을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AI를 활용해 직원들의 페르소나를 분석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요즘 모든 기업의 최대 고민은 인재 이탈이다. DCX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CX 조직에 데이터를 가르치고, 데이터 조직에 CX를 가르쳐 융합형 인재를 육성해 봤자 막상 고객 경험 개선 프로젝트에 착수하려고 하면 인재들이 다른 회사로 다 나가버려 없다는 기업들의 푸념을 자주 접해 왔다. 특히 그중에서도 MZ세대의 이탈이 두드러지다 보니 어떻게 일의 의미와 가치를 심어줘야 개개인의 니즈에 맞는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지 고민이 깊은 것을 엿볼 수 있었다. 이에 모든 직원에 대해 똑같이 돈으로 보상하거나 연수를 보내주면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고객의 페르소나 유형을 나누듯이 직원 페르소나의 유형을 구분해 개인화된 경험을 기획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기존에 직원의 개별적인 니즈를 파악하기 위해 S사가 통용해 오던 방법론은 ‘디자인싱킹’이었다. 하지만 디자인싱킹은 주관적이고, 전혀 생각지 못한 페르소나를 도출하기가 어려운 데다 구체적인 HR 전략과 연계하기엔 정량적, 수치적 근거가 부족해 아이디어 단계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이에 회사에서 먼저 HR 데이터를 바탕으로 직원 페르소나를 분석해 달라고 요청해 왔고 그 필요성에 공감했다. 그런데 프로젝트 과정에서 직원 히스토리를 담은 내부 데이터가 놀랍도록 없다는 데 충격을 받았다. 기본 인적사항과 성과 평가를 제외하면 업무 관련 피드백이나 회사 생활, 대인 관계를 엿볼 수 있는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모든 부서를 통틀어 가장 디지털화가 되지 못한 조직이 HR이었다. 내부 데이터가 없으니 개인을 특정하거나 식별할 수는 없더라도 블라인드, 사내 익명 게시판, 취업(구직) 사이트 등에서 외부 데이터라도 수집해 어떤 식으로 직원들의 욕망을 유형화할지부터 살펴보기로 했다. 당장 직원 한 명, 한 명을 이해해 맞춤형 솔루션까지 내놓지는 못하더라도 타사 대비 S사 직원들의 페르소나 분포나 비중이라도 이해하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될 듯했다. 즉 추후 신입사원 연수나 임직원 교육과정에서 누가 어느 페르소나에 해당하는지 사후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내부 데이터와 매칭할 수 있을 것이라 판단했다.


AI의 발전으로 기존 데이터 기반 HR에 일대 변화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나?

데이터 기반 HR도 데이터가 없어 구현되지 못한 상황인데 데이터를 학습해야 하는 AI 기반 HR은 더욱 요원하다. 범용 AI인 생성형 AI가 출현하면서 데이터가 없이도 HR 솔루션을 제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은 사실이지만 생성형 AI의 잠재력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기초 ‘재료’는 필요하다. 그 재료를 모으기 위한 시발점이 직원 페르소나 분석이라고 생각했다. 가령 현재 국내 대기업들과 생성형 AI를 기반으로 마케팅을 하고 있는데 성과가 고무적이다.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반영한 외식, 골프 지수 등 소비 패턴, 기상 시간, 콘텐츠 취향, 정치 성향 등 직결된 200개 지수를 입력하면 AI가 각 고객에 맞는 맞춤형 광고 문구나 이미지를 추천해주는데 기존 0%였던 클릭률이 40%대까지, 2%에서 60%대까지 올라가는 등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고 있다. 기존에 마케팅 커뮤니케이션팀의 인력 부족으로 시도해보지 못했던 일들이 가능해진 것이다.

마찬가지로 HR에 있어서도 기본적으로 페르소나를 구성하는 각종 지표를 입력해야 AI가 그에 맞는 전략을 짜주고 생성형 AI를 접목해볼 텐데 아직 개인화 전략 수립에 필요한 기초 지표조차 없다. 거듭 강조하지만 AI 기반 CX가 고객을 아는 데서 출발하듯이 AI 기반 EX도 직원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고객이 다 다르듯이 직원도 다 다른데 많은 기업이 고객 세그먼테이션의 필요성은 알면서 직원 세그먼테이션의 필요성을 간과한다. ‘90년대생이 온다’ ‘2000년대생이 온다’ 같이 특정 세대를 일반화하는 접근법, 직원을 ‘정적(static)’인 존재로 보는 접근법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이들에 대한 데이터를 모아 직원 유형을 세분화하는 데 투자하지 않고는 AI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없다.


이미 개인의 직무 역량(skill set)을 분석해 AI를 바탕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등의 시도들이 있는데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나?

직무 역량은 직원 개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수많은 정보 중 하나일 뿐이다. 이 단편적인 항목을 가지고 그 사람에 대해 안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역량에 맞게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건 시작일 뿐 그 인재에게 계속해서 일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게 해주는 건 다른 문제다. 역량 기반 HRD가 지속가능성이 떨어지는 이유도 거기서 끝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AI 기반 인적자원 관리로 잘 알려진 A사의 경우 뇌 신경과학에 근거해 개인이 얼마나 창의적인 인재인지 핵심 역량을 파악해 지원자의 직무와 연결한다. 뇌과학을 기초로 여러 연구를 수행했지만 이런 접근도 근본적으로 심리학 기반의 기존 인·적성 검사나 크게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한다. 뇌의 형태와 핵심 역량이라는 특정 지표를 기준으로 개인을 스크리닝하는 것은 오히려 편향된 채용을 가져올 수 있고 조직 구성의 다양성을 저해할 위험도 있다. 물론 이런 시도는 내부 시계열 데이터의 축적이라는 관점에서 의미가 있고 성공 및 실패의 사례가 쌓여 추후 AI 기반 HR의 토대가 될 것이다. 하지만 개인의 직무 역량 기반 배치는 1단계일 뿐 AI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려면 이후 수많은 단계에서 개인의 욕망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을 고려해 최적화를 모색해야 한다.

HR 특성상 채용, 보상, 승진 등 기능 중심으로 접근하기 쉬운데 개인이 직장에서의 인생 주기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를 따라가는 접근이 필요하다. 화장품 회사에서 한 명의 고객을 볼 때 피부 민감도 및 건강, 가족 관계, 생애주기를 고려하면서 여드름 고민이 있는 중학생 자녀를 둔 부모에게 민감피부용 진정 크림을 추천해주고 구매를 권하듯이 직원을 볼 때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타이밍(right timing)에 적절한 메시지(right message)로 소비자의 욕망을 이끌어내듯이 직원의 경험도 같은 방식으로 설계해야 한다. 라이프 스테이지에 따라 자녀 학군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직원에게 강남에서 멀리 떨어진 신도시로 이주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다면 회사에 꼭 필요한 핵심 역량을 가진 인재를 놓칠 수 있다. DEX를 단지 AI 기반 직무 역량 매칭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그 잠재력을 과소평가한 것이다.


외부 데이터를 활용해 직원 페르소나를 분석했는데 표본의 대표성 등 한계가 있을 것 같다.

익명의 외부 사이트나 사내 게시판의 경우 모든 사람이 의견을 표출하는 장이 아니라 소수의 아웃라이어(outlier)가 극단적인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하지만 10대 대기업 게시판을 다 들여다보면 소속 기업 직원들의 대략적인 경향성을 엿볼 수 있고, 근무 환경, 임금/수입, 전공/커리어, 고용 안전성 등 기업이 직원에게 제공할 수 있는 가치를 기준으로 페르소나들을 나눠볼 수는 있다. 늘 불만을 입에 달고 사는 이들부터 연봉 상승을 중요시하는 이들, 정년 보장과 고용 안정성을 원하는 이들까지 각양각색의 사람을 유형화하는 게 첫 목표였다. 토픽 모델링 알고리즘인 LDA(Latent Dirichlet Allocation)를 활용해 사람들의 유형을 식별했고, 서로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판단되는 마이크로 세그먼트를 도출했다. 이렇게 공통되고 중복되는 욕망을 통합하고 제거하는 과정을 거치자 직원들의 페르소나를 크게 7가지로 구분할 수 있었다. 기존에도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이나 일의 의미에 대해 연구한 조직 이론들이 있었지만 오직 데이터로부터 직원들에 숨겨진 욕망을 찾아냈다는 게 내가 속한 연구팀이 개발한 DESIRE(욕망) 프리즘의 차별점이다. 모두가 비슷한 욕망을 가지고는 있지만 마치 MBTI처럼 개인별로 어떤 욕망이 두드러지는지 비중과 조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직원 행동을 예측하고 경험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어떤 방식으로 페르소나가 도출됐는지 더 자세히 설명해달라.

우선 DESIRE는 Design(자율성), Environment (조직문화), Safety(안전성), Identity(정체성), Recognition(인정), Enjoy(즐거움)의 약자로 직원들의 다양한 욕망을 반영한다. 이름을 통해 유추 가능하지만 Design은 주체적인 선택을 강조하고 스스로에게 가장 적합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일을 이끌고자 하는 욕망이다. Design의 비중이 큰 이들에게는 주도적으로 자신의 직무 경계를 변화시키고 본인의 가치와 관심에 맞게 일의 의미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중요하다. Environment는 함께 믿고 일할 수 있는 상사나 동료의 존재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원활한 의사소통이 가능한 열린 조직문화에 대한 욕망을 가리킨다. 소속감이나 네트워크와 관련된 욕망도 여기에 해당하며 이 욕망이 강한 이들에게는 소위 ‘빌런’이나 꼰대가 없는 환경, 마음이 맞는 사람의 존재가 가장 중요하다. Safety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욕망이다. 의외로 젊은 세대들도 정년 보장이나 평생직장의 가치를 많이 강조한다. Identity는 자신의 성장 잠재력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노력하고 성장을 추구하는 욕망이다. 자아실현과 성장이 이를 대표하는 키워드다. Recognition은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며, Recognition을 원하는 이들은 성과급 같은 공적 인정은 물론이고 상사와 동료에 의한 사적 인정을 갈구한다. 마지막으로 Enjoyment는 일을 할 때 재미, 즐거움, 자기만족 등을 느끼려는 욕망이다. 이런 욕망들이 어떻게 분배돼 있는지에 따라 페르소나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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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의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

한 예로 우리는 외부 데이터를 이런 욕망과 연결시키면서 Design과 Enjoy가 높은 페르소나를 ‘의미부여형 몰입러’라 명명했다. 이들은 일본의 경영 신화인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회장이 강조한 ‘자연성(自然性)’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높은 부류다.1 이들은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열정을 불태워가면서 누가 자극을 주지 않아도 저절로 활활 탄다. 일의 재미와 의미를 끊임없이 탐색한다. 의미부여형 몰입러들에겐 프로세스, 결과물, 새로운 문화 등이 중요하며 조직에서 낸 결과물은 ‘소중한 내 새끼’다. 의견을 내고 이 의견이 받아들여지는 환경에서 조직과 업무에 대한 몰입도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이들은 단순 서류작업이 많거나 주도적으로 일을 이끌기 어려운 상황을 버티지 못한다. 활활 타오르고자 하는 욕망이 충족이 안 될 때 회사 밖에서 삶의 재미를 찾거나 이런 환경을 받쳐줄 곳으로 이직을 준비한다.

한편 ‘청출어람형 초년생’은 Environment와 Identity가 높은 페르소나다. 이들은 조직 안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노력하기 때문에 자유분방한 곳보다는 체계적인 틀과 시스템이 잡혀 있는 곳을 선호한다. 또한 이들은 직무역량이나 커리어가 발전할 수 있는 기회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며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하는 일 잘하는 선배를 만나 관찰할 수 있는 잡 셰도잉(job shadowing), 즉 멘토링의 기회를 원한다. 이렇게 환경만 잘 갖춰지면 직장을 단순 생계유지 수단으로만 생각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비전을 수립하고 조직과 자신을 통합해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개인과 환경의 적합성(person-environment fit)을 모색하는 페르소나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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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르소나를 구분하는 것만으로도 HR 실무에 유용한 시사점을 얻을 수 있을까?

모두가 짐작하겠지만 페르소나에 대한 이해는 시작에 불과하기 때문에 AI가 학습할 수 있는 내부 데이터 없이는 페르소나별 맞춤형 경험 설계까지는 쉽지 않다. S사의 경우도 이 프로젝트를 통해 직원들이 입사 초기 가지고 있던 대우와 복지, 상사와 동료에 대한 기대치가 커서 그에 못 미칠 때 불만이 높고 기대 관리가 필요하다는 기본적인 시사점만 얻었다. 특히 Environment 욕망의 비중이 큰 페르소나들이 본받거나 배울 만한 선배, 상사가 없다는 데 대한 실망이 크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서 나아가 AI를 기반으로 구체적인 HR 솔루션까지 제시하려면 직원 데이터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수집할지 고민해야 하고 직원 한 명, 한 명을 그들의 페르소나와 연결해 경험을 모니터링하고 지표로 관리 및 개선할 수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B사에서는 신입 사원 800명을 대상으로 데이터를 쌓기 위한 설문조사를 실시해 페르소나 기반 직원 경험 설계를 본격화하기로 했는데 이런 실험이 직원들을 깊이 이해하고 공감하는 DEX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내부 데이터 수집을 위해 HR 학자들은 e메일 대화 기록을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던 것으로 안다. 하지만 e메일은 프라이버시나 보안 이슈와 얽혀 있어 위험할 수 있기에 최근에는 슬랙이나 플로우 같은 협업 툴의 프로젝트별 트랜잭션 로그(transaction log)2 데이터를 활용한 HR 애널리틱스 시도도 나오는 추세다. 협업 툴에서는 수시로 업무 프로젝트가 열리고 댓글이 달리기 때문에 업무와 직결된 객관적 자료들을 확보하기가 수월하고 민감 정보도 피해갈 수 있다. 이런 협업 툴에서 서로 피드백을 남기게 한다든지, ‘좋아요’를 표시하게 한다든지 등의 평가 지표를 개발하는 것만으로도 리더십과 참여율, 상호작용 등에 대한 정량화가 가능해질 것이다. 아울러 심층 인터뷰도 중요한 데이터 축적 수단이 될 수 있다. 퇴사자와의 인터뷰를 문서화한 스피치 투 텍스트(speech-to-text) 기록도 유용한 내부 데이터이며 직원 이탈 예측 확률을 계산하고 모형을 만드는 기초 학습 자료가 될 수 있다.


AI와 HR의 접목, DEX를 고민하는 기업들에 강조하고 싶은 메시지는.

AI 기반 HR의 시작과 끝은 결국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다. Z세대라고 해서 모두가 워라밸을 우선시하는 게 아니며 많은 젊은이가 돈도 좋아하고 평생직장도 중요하게 생각한다. 조직 품에서 오랫동안 일하고 싶어 하고 안정된 삶을 보장하는 직장에 대한 욕망도 여전하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가 약해졌다고 하는데 의외로 안전성에 대한 니즈도 다시 강해지고 있다. 그런데 데이터 기반의 직원 경험 설계를 하기에는 HR 조직의 사람들이 항상 너무 바쁘고 데이터를 다룰 줄 모른다. 가끔 HR 리더들을 대상으로 데이터나 AI 활용 워크숍으로 단기 속성 교육을 시행하기도 하는데 이를 실천하기엔 현업에서 업무가 과중한 경우가 많다. 교육을 받는다는 것은 니즈가 분명 존재한다는 증거인데 여전히 디지털화에 쏟을 여력과 자원은 현저히 부족하다.

그동안 고객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고 쓸데없는 정보와 유용한 정보를 정제하는 데 많은 투자를 감행한 것처럼 이제는 직원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는 데 투자해야 맞춤형 HR 솔루션을 내놓을 수 있다. 저성과자에게 어떤 피드백 문구를 줘야 하는지, 핵심 인재에게 어떤 보상을 주고 얼마만큼의 휴식과 재택근무를 보장해야 이탈을 막을 수 있는지에 대한 하나의 정답은 없다. 천편일률적인 주 4일 출근이나 유연근무제 등의 효과가 떨어지는 이유다. 고객의 회원 가입 때 설문하듯이 직원의 입사 시점에 어떤 질문을 던져야 하는지, 직원 이탈 확률에 대한 예측력을 높이려면 어떤 데이터를 남기고 AI에 학습시켜야 하는지를 이제라도 고민해야 한다. 처음부터 거대 프로젝트를 추진하지는 못할 수 있다. 그렇지만 직원이 기업에 관심을 갖고 입사하는 날부터 첫 월급을 받는 날, 새로운 프로젝트를 개시하는 날, 함께 일하는 동료가 바뀌는 날 등 시시각각 변하는 맥락에 맞게 직원의 어떤 행동을 유도하고 기록할 것인지 고민해야 하며 이를 위한 작은 너지(nudge)를 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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