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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위협하는 ESG 규제 대처 어떻게

‘하면 좋았던’에서 ‘안 하면 끝장’으로
ESG 위기관리가 공급망 유지의 주축

이승근 | 392호 (202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과거 공급망의 가장 큰 위협은 공급 불안정성과 수요 예측의 불확실성이었다. 인권이나 환경 같은 ESG 요소는 중요하게 인식되지 않았다. 하지만 국면이 달라졌다. 국제기관들이 가이드라인과 제도화한 규제를 통해 ESG를 강제적, 적극적 의무로 바꿔놓기 시작했다.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의 가이드와 유럽연합(EU)의 기업지속가능보고지침(CSRD), 이와 연계한 유럽의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규제 속에서 공급망을 효율적으로 운영하려면 ESG 규제 및 평가 항목을 면밀히 해석하고, 관리 항목과 지표를 정확히 세팅해야 한다.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 대한 평가 체계를 만드는 것은 물론 데이터를 통합 관리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도 도입해야 한다.



공급망 관리가 기업의 존폐를 결정

1996년 6월, 라이프지에는 어린 소년이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축구공을 바느질하는 사진과 함께 파키스탄 지역의 아동 노동 착취를 고발하는 기사가 실렸다. 이어 1997년 11월 8일, 뉴욕타임스 1면에 나이키 베트남 공장에서 발암물질인 톨루엔이 법적 허용치보다 6~177배 이상 검출됐다는 등 열악한 노동환경에 대한 고발 보고서가 게재됐다. 이에 나이키의 부도덕함에 실망한 소비자들이 반응하기 시작했고 나이키는 창사 이래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으며 주가는 반토막이 났다. 이에 나이키는 본사 내에서의 노동인권 준수를 위해 1992년에 제정한 기업윤리 규범을 하청업체에도 확대 적용하겠다고 밝히며 1998년 기업책임부(Office of Corporate Responsibility)를 신설했다. 또한 안전, 건강, 경영자 태도, 환경 등에 대한 지침을 만들어 하청 공장을 살피면서 실질적인 개선 작업을 시작했다.

현재 나이키는 인권, 노동, 환경, 반부패 분야에서 다국적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높이려는 세계 최대의 자발적 기업시민 이니셔티브인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UN Global Compact)’에 가장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기업 중 하나이며 생산 공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와 폐기물을 없애기 위한 ‘Move To Zero’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많은 투자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기업에 대한 다양한 소송이 발생하고 있다. 체계적이고 의무적인 공급망 실사로 심각한 인권, 환경 문제들이 드러나게 됐고 이에 시민단체, 노조 및 환경단체로부터 소송이 제기되는 사례들이 늘어난 것이다. 2019년 프랑스 석유업체 A사는 아프리카 우간다 유전 개발사업 시 부적절한 토지 수용 및 생물다양성과 수자원에 대한 위험 등의 혐의로 2개의 프랑스 시민단체와 4개의 국제 시민단체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또한 2020년에 세계적인 커피 기업 B사는 일부 코코아가 인권, 아동노동이 윤리적으로 운영되지 않은 농장으로부터 조달됐다는 이유로 소비자 구제법 및 불공정경쟁법 위반으로 제소당하기도 했다.

공급망 관리 이슈가 단지 법적 분쟁 이슈만의 문제는 아니다. BMW, 볼보 등 유럽의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국내 협력업체에 RE100 가입과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을 요구했고 충족하지 못한 기업에 대해서는 납품 계약을 취소하기도 하는 등 거래 중지에 해당하는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향후 그 영향력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과거로부터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공급망상의 이슈는 품질, 비용 및 납기에 집중되던 기존의 협력업체 관리 범위를 넘어 전 공급망상의 업체가 인권, 환경, 지배구조와 관련한 지속가능 저해 요소를 관리하도록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그 결과 공급망 리스크는 도덕적 책임 문제를 넘어 손익, 법률 소송 대응, 비즈니스 관계 유지 및 투자 관점을 포괄한 전통적인 재무적 가치에 대한 직접적인 영향력을 확대시키고 있다. 또한 공시와 인증 사항이 실제로 지켜지고 있는지 실사를 통해 모니터링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공급망 관리와 관련한 규제와 실사 의무에 어떤 내용이 담겨 있으며, 해당 기업들이 실질적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고민해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 짚어보도록 한다.


ESG 공급망 관리,
ESG 공시 의무화의 핵심 빌드업

과거 공급망 관리 목표는 공급 불안정성 해소와 수요예측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자재 확보 및 공급망 효율화를 통한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는 공급체인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관점에 있었다. 핵심 대응 주제는 품질, 비용, 납기의 관점이었으며 인권이나 환경과 같은 ESG 요소는 법적 구속력 없이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권장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급망 내 인권, 환경에 대한 침해 요소 관리 수준이 국제기관들의 가이드라인 및 제도화된 규제를 통해 강제적, 적극적 의무로 전환되고 있다. ESG 관련 페널티가 강화되고 소비자 및 시장 요구가 강해짐에 따라 공급망 관리는 ESG 리스크 사전 대응 및 회피를 통한 사업 안정성 확보가 핵심 목표로 돼 가고 있다.

공급망 관리에서 주목할 부분은 ESG 보고와 관련한 글로벌 공시 기준인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International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의 가이드와 유럽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e)’ 내 공급망 관련 이슈이며 이와 연계한 유럽의 ‘공급망실사 지침(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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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글로벌 ESG 관리를 위한 공시 규제의 특성에 대해서 알아보자. 과거에는 복잡한 다수의 공시 기준이 있었다. 기업들은 어떤 기준에 대응해야 하는지, 어느 수준으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은 혼란을 겪어 왔다. 하지만 국제회계보고기준을 제정하는 ‘국제회계보고기준(IFRS, 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재단 산하에 ISSB를 창설하면서 회계보고와 같은 수준의 ESG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또한 유럽 내 지속가능 보고 가이드인 CSRD가 매우 포괄적인 주제에 대한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글로벌 표준들이 명확화, 구체화되는 과정에 있다. 지속가능 보고서의 내용도 환경, 사회에 미치는 영향 중심의 자발적 공시에서 ‘의무화’ ‘재무연계’ ‘표준화’라는 세 가지 특징을 반영하는 시대로 전환돼 가고 있다.

첫 번째, 공시 의무화는 대응이 시급한 사안이다. EU의 지속가능 보고는 2025년부터 공시 의무가 확정됐다. 이에 더해 프랑스, 스페인, 이탈리아는 보고 내용에 대한 인증 의무화도 확정된 상태이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호주, 뉴질랜드, 일본, 중국, 대만, 싱가포르,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공시의무화가 예정돼 있고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에서는 인증의무화도 예정돼 있다. 1) 임직원 250명 이상 2) 순매출 5000만 유로 초과 3) 자산 총액 2500만 유로 초과라는 3가지 기준 중 2개 이상을 충족하는 유럽 내 기업은 모두 의무 공시 대상이며 유럽에서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국내의 많은 글로벌 기업이 대상 기업에 포함된다. 북미의 경우 SEC 기후 표준화 법안이 통과돼 2024년부터 기후변화의 재무적 영향력을 재무보고서 주석으로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며 인증 역시 단계적으로 의무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한국의 ESG 표준인 ‘한국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 Korea Sustainability Standards Board)’ 가이드에 따른 공시 의무 역시 2026년부터 의무화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크게 보면 유럽은 2024년부터, 아시아태평양은 2023~2027년 사이에 모두 ESG 공시 의무화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 재무연계는 향후 기업들이 가장 고심해야 할 영역으로 인식된다. 재무연계란 재무공시와 무관하게 공개하던 지속가능보고서 내용이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영향력을 반영한 재무공시로 확장돼 가는 것을 의미한다. 즉,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탄소배출권 거래비용, 친환경 에너지 도입 비용, 공급망 변경으로 인한 원가 상승 요인 등 미래의 재무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비재무적 요소를 예측해 잠재적 재무 리스크를 보고하도록 의무화하는 것이다. 기존 재무제표가 과거에 발생한 사건의 재무적 결과를 보고하는 것이라면 기후변화에 따른 위기 및 기회 요소가 잠재적으로 미칠 재무적 영향을 판단하고 예측해 투자자 등 이해관계자에게 공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그 가이드가 상세하지는 않지만 이미 ESG가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으로 자리 잡아가는 현실을 감안할 때, ESG 공시는 재무 보고와 지속가능 보고를 포괄한 ‘기업통합 보고’로 귀결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하지만 재무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를 정의하는 일, 그리고 그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합리적 가정하에 예측하는 일은 쉽지 않으며 어느 수준의 예측이 적정한지에 대한 많은 시행착오가 있는 상황이다.

세 번째, 글로벌 공시 기준의 표준화와 통합이다. 대표적인 글로벌 공시 표준은 ISSB, CSRD, SEC 등인데 현재 각 표준 간 공시 의무 수준, 주제의 범위, 공시 요구 이해관계자는 상이하다. CSRD는 보고 주제 및 대상 이해관계자가 가장 포괄적이고 ISSB와 SEC는 투자의사결정에 필요한 기후 관련 기회와 위험요소의 재무적 영향을 공시하도록 한다. 하지만 향후 각 표준들은 상호 참조하면서 표준화 및 통합화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 프레임, ‘지속가능성회계표준(SASB Standards, Sustainability Accounting Standard Board Standards)’ ‘기후변화보고협의체(CDSB, Climate Disclosure Standards Board)’ 프레임워크는 IFRS 재단에 통합됐고 IFRS는 ‘기후관련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TCFD, 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의 구조를 채택했으며 ‘탄소정보공개프로젝트(CDP, Carbon Disclosure Project)’는 IFRS S2(기후 관련 공시) 기준에 플랫폼을 맞췄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글로벌 기준 간의 통합,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ESG 공시 기준이 더욱 명확하고 구체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ESG 공시보고 변화 추이에 따라 공급망 관련 지표에 대한 보고 의무가 강해지고 구체화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IFRS의 ‘지속가능성 공시 기준’과 ‘유럽지속가능성보고표준(ESRS, European Sustainability Reporting Standards)’은 기업의 공급망 전반에 걸친 온실가스 배출량(Scope3 포함)과 인권 문제에 관련한 투명한 정보 공시를 요구하고 있다. Scope3 공시 의무가 유예되긴 했지만 적용을 받는 유럽과 미국 기업의 경우, 이르면 올해부터 단계적인 시행이 예상됨에 따라 해당 지역에 사업장을 둔 국내 대기업을 중심으로 선제적인 대응 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산출하기 위해서 대기업은 공급망 내 협력업체들의 탄소배출량을 취합해야 한다. CDP에 따르면 일반 기업의 경우 Scope 1, 2 온실가스 배출량 대비 Scope3(공급망) 온실가스 배출량은 무려 11.4배 이상이며 산업에 따라서는 최고 28배를 넘는다. 이렇게 탄소 배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Scope3 배출량에 대해서 현재 많은 기업이 관련 데이터 취합 시 로직을 통한 예측 또는 정보 부족으로 일부를 제외하는 등 제한적으로 배출량을 산출하고 있다. 하지만 공시 규제가 강화됨은 물론이고 향후 탄소국경세 발효, 탄소발자국 증빙 등 경제성 판단 및 국가 간 통상의 근거로서 데이터 정합성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되므로 공급망 내 전 협력업체들의 정보를 취합할 수 있는 근원적 방안이 제시돼야 할 것이다. 또한 공시 의무화에 따라 투자 관계자나 원청사는 공급망 내 인권, 환경 리스크를 완화하도록 공급망을 평가해 일정 수준 이상의 ESG 역량을 확보한 업체에 대해서만 비즈니스를 허용하도록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이는 의무적 공시 보고 자체보다 더욱 심각한 상황을 야기할 수 있다. 즉, ESG 관점에서 공급망을 전략적으로 재편하게 되면 국내는 물론 아시아 제조기업들의 비즈니스 지속가능성에 커다란 위험 요소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앞서 자동차 산업의 예를 들었지만 반도체, 배터리와 같은 우리나라의 국가 핵심 산업에서도 대응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문제는 대기업조차도 전문 인력 부족과 유관 정보 취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인데 규모가 작은 중견기업이 이를 효과적으로 대응하기에는 더욱 많은 이슈가 산재해 있을 수밖에 없다.

ESG 공시 의무와 더불어 공급망 내 협력업체가 대응해야 하는 것이 공급망 실사이다. 2024년 3월, 유럽연합 이사회는 적용 대상 기업 기준을 완화하는 조건으로 ‘EU 공급망실사지침(EU CSDDD,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최종안을 승인했다. 인권과 환경에 대한 기업의 실사 및 정보 공개 책임을 의무화하는 법안인 ‘EU CSDDD’는 올 4월 중 유럽의회의 최종 승인을 앞두고 있다. CSDDD의 목적은 기업경영 활동으로 초래되는 공급망 내 인권 및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기업 스스로 실사를 통해 식별, 예방, 완화하고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도록 하는 데 있다. 이 지침은 개별 기업이 아닌 회원국을 구속하기 때문에 회원국별 입법 과정이 필요하고, 법안의 구체적 내용은 회원국마다 다르다. 현재 대표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공급망실사법안이 ‘독일공급망실사법(LkSG, 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이다. CSDDD에 따라 독일의 산업 특성을 반영한 실사법을 제정,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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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의 공급망 규제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국가에 미치는 영향은 크게 4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 CSDDD는 EU 시장 내 활동하고 있는 일정 규모의 비EU 기업 대상으로 인권 및 환경 실사 의무를 부과한다. 둘째, CSDDD 대상 기업과 비즈니스 관계에 있는 기업까지 연결, 실사 사항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적용 대상인 비EU 기업은 CSDDD에 따른 활동과 관련된 연간 보고서를 기업 웹사이트 내에 게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 유럽 내 국가별 규정(예: LkSG) 준수를 위한 새로운 요구 사항이 등장할 수 있으므로 지속적인 확인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유럽의 ESG 규제와 공급망 실사 의무에 대해 간략히 살펴봤다. 그렇다면 개별 기업은 어떻게 대응해야 ESG 공시 및 실사 의무화에 따른 경영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까? 전체적인 공급망 대응 방안에 대해서 알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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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와 연계한 공급망 관리 생태계를 이해해야 관리 체계의 방향이 보인다

효과적인 공급망 대응 체계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먼저 ESG와 연계한 공급망 관리의 생태계를 이해할 필요가 있다. 생태계는 규제기관, 평가기관 및 투자자, 이행기관으로 구분된다.

- 공급망 관리를 위한 가이드와 규제를 제정하는 규제기관과 국가

- 규제에 따른 평가표준을 제시하는 평가기관

- 평가에 따라 공급업체와의 협력 관계를 전략적으로 고려하는 투자 기관

- 규제에 따른 공급망 관리를 이행하는 원청사와 협력업체

따라서 기업은 공급망 규제의 해석, 평가 대응, 관리 및 개선의 관점에서 공급망 관리 대응 체계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먼저 규제의 해석 및 대응 수준의 정의다.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국가별 공급망 관리 정책은 대상, 관리 요소, 법적 구속력에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수출 기업은 복수의 국가에서 제시하는 상이한 법적 기준을 해석하고 대응해야 하므로 대응 기준 정립에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발효 시점이 다르고 의무 대상 기업도 단계적으로 확대돼 가는 중이므로 정기적인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또한 법적 구속력에 따라 대응 수준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현지 법안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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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 기업별 공급망 평가 대응 및 보고 표준을 확립해야 한다. 2개 이상의 거래 기업으로부터 2개 이상의 평가에 대한 일정 수준 이상의 등급이 요구되는 경우도 많은데 평가 대상과 주제가 상이하며 주기적인 갱신이 필요하므로 체계적인 평가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가 표준은 규제기관의 가이드를 준용해 개선되므로 규제 해석이 선행된다면 평가 기준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공급업체를 위한 다양한 국제표준을 획득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ISO26000, 환경경영 시스템에 대한 국제규격 ISO14001, 사업장 안전보건에 관한 ISO45001 등 각 산업에서 요구되는 다양한 국제표준을 획득하도록 가이드를 받고 있다. 이는 ESG 대응 시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이 갖춰야 할 중요한 영역 중 하나이다.

셋째, 공급망 평가 및 관리 체계를 정립하는 것이다. 원청사는 협력업체 평가 및 실사를 통해 개선 과제를 도출하고 개선 활동 수행 및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지 모니터링해야 한다. 따라서 평가 표준을 수립하고 유관 데이터 및 협력사의 대응을 위한 정보 취합을 위해 데이터 표준화와 관리 체계를 확보해야 한다. 협력업체 역시 ESG 리스크 관리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중소업체가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해 필요로 하는 교육, 코칭, 데이터 확보 등에 대한 자체 역량을 보유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에 대한 원청사 및 정부 지원 프로그램 개발이 필요하다.

여기서 기업들의 ESG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에 대해서 조금 더 상세하게 논의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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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
이해와 실전은 다르다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는 절차상 이해가 어려운 구조는 아니다. 하지만 원청사와 협력업체 모두 단계별 진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표적인 4개의 이슈 및 해결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1. ESG 규제/평가 항목에 대한 해석에 기반한 공급망 관리 항목 및 지표 세트 정의


먼저 ESG 진단 체계를 정의해야 한다. 공급망 관련 규제와 기관별 평가 항목, 취득해야 하는 ISO 인증 요구 항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기관별 상이한 규제와 평가에 포괄적인 대응이 가능한 관리 항목과 이에 연계한 지표 세트(set)를 구성해야 한다. 공급망과 관련한 규제로 CSDDD, 국가별 공급망 실사법, UNGC와 같은 이니셔티브에 대한 대응 항목은 물론이고 EcoVadis, RBA와 같은 평가 대응, ISO26000, ISO14000과 같은 필수 인증에 대한 지표 항목을 정의하고 관련한 데이터 표준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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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공급망 내 협력사 평가 체계 마련

평가 기준에 맞춘 ESG 평가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개선 요구사항 및 이행 현황을 관리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야 한다. 또한 공급망 내에는 다양한 산업군에 속한 협력업체들이 포함돼 있으므로 산업군별 가중치 및 평가 항목을 기준으로 협력사별 평가 수행 및 개선 과제를 도출해야 한다.

- 농축산물 산업 협력사: 환경(원자재 관리, 수자원 보호), 사회(인권, 노동, 보건안전) 분야에 높은 가중치 부여

- 엔터산업 협력사: 사회(인권, 노동, 보건안전), 지배구조(관리 시스템, 정보공시) 분야에 높은 가중치 부여


3. 데이터 통합 및 관리 시스템 도입


협력사 평가공급망 내 협력사로부터 전달되는 정보 채널 일원화와 해당 정보를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모니터링 시스템이 필요하다. 특히 ESG 공시 및 실사에 필요한 데이터를 표준화하고 시스템 기반의 데이터 취합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탄소배출량, 에너지 사용량, 재활용량, 사회적 이슈 관련 데이터가 대표적인 취합 대상 데이터이다. 또한 EU CSDDD 등이 요구하는 공급망 실사 조항별 시스템 지원 요건을 확보해 실사 과정을 표준화하고 모니터링 및 개선 결과의 투명한 공시를 지원하도록 해야 한다.


4. 협력사 지원 프로그램 마련


협력사는 평가 대응 및 개선 활동 수행 역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이를 위해서는 ESG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프로그램 제공은 물론이고 개선 활동을 위한 코칭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마련해 ESG 공급망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코칭 및 컨설팅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원청사인 대기업과 정부의 예산 지원을 통한 프로그램 추진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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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및 실사 의무를 넘어선 공급망 대응 성공 사례 및 시사점

공급망 관리를 위한 핵심은 규제 및 실사 의무를 넘어 비즈니스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 단기에는 ESG 공시 의무 대응, 공급망 평가 및 인증 대응 등 규제 대응 방안이 시급하지만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개선, ESG 리스크 해소 등 지속경영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조금 더 넓은 시각에서 해결안을 고민해야 한다. 이해를 돕기 위한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ESG 대응을 위한 협력업체 참여 프로그램 개발 사례


월마트는 ‘프로젝트 기가톤’이라는 공급망 지속가능성 제고 프로그램을 통해 목표보다 6년이나 앞서 전체 공급망에서 10억(1기가) t의 탄소배출량을 감축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5900여 협력사가 참가하고 있는데 참여 희망 업체는 에너지, 폐기물, 포장재, 운송, 자연, 제품 사용 및 디자인 6가지 항목 중 적어도 하나 이상의 영역에서 자사에 맞는 배출량 감축 범위, 목표, 일정을 결정해 제출하고 그 합리성이 인증돼야 한다. 월마트는 탄소배출량 계산 기능 등을 제공하는 플랫폼을 운영해 협력업체들이 쉽게 이 프로그램에 접근 가능하도록 했다. 이는 단순한 공급망 관리가 아니라 비즈니스 프로그램이 내재된 협업 프로그램이다. 외르스테드, 슈나이더 일렉트릭과 ‘전력구매협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맺음으로써 연간 약 25만 ㎿h의 재생에너지를 일정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했고 협력업체가 CDP 기준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경우 홍콩상하이은행(HSBC, Hongkong and Shanghai Baking Corporation)으로부터 신용한도 및 송장 조기 지급 등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6가지 항목 중 하나 이상의 항목에서 배출량을 줄이고 과학 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Science Based Targets initiative)에서 인증되거나 CDP의 특정 기후변화 점수를 달성한 경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 협력업체들을 돕고 있다. ESG 대응을 위해 필요한 투자 여력을 지원해 주는 관점에서도 의미 있는 방향이다.


산업 내 협업 프로그램을 통한 공급망 ESG 공동 대응 사례


‘클린에너지 조달 아카데미(Clean Energy Procurement Academy)’는 애플, 아마존, 메타, 나이키, 펩시, REI가 참여한 공급망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공급망이 클린에너지를 빠르게 도입할 수 있도록 대면 및 온라인 트레이닝과 교육 자료들을 협력업체들에 제공함과 동시에 데이터를 제공해 협력업체의 에너지 효율 제고 및 재생에너지 투자 역량을 강화시키고자 했다.

제약업계에서 GSK, 아스트라제네카, BMS, 존슨앤드존슨 등 글로벌 제약사가 제공한 ‘Manufacture 2030’ 플랫폼은 공급망 내 업체들이 탄소배출량을 측정/관리/개선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는데 활성 의약품 성분(API, Active Pharmaceutical Ingredient)의 탄소 발자국 해결을 목표로 하고 있다. 또한 아스트라제네카, 론자, 노바티스, 노보노디스크, 로슈는 중국 4개 도시의 공급업체에 연간 200GWh의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전력 구매 계약(PPA)에 합의하면서 협력사의 탄소 배출 감축을 지원하고 있다.


정부가 주도하는 대형 공급망 혁신 프로젝트 사례


정부가 주도하는 공급망 데이터 플랫폼을 기반으로 공급망 혁신을 주도하는 프로젝트 사례도 있다. Catena-X는 독일 정부가 주도해 개발 중인 플랫폼으로 제조업 디지털 전환 과정(Industry 4.0)에서 실시간으로 제품에 사용되는 부품과 제조 과정 정보를 담는 데이터 플랫폼이다. 이에 직접 회원으로 참여하는 기업은 총 144개이며 자동차 제조사(BMW, Benz 등), 부품 기업(Bosch, Schaeffler 등), 소재 제공 기업 (BASF 등), SW사(SAP, Siemens 등) 등으로 이뤄져 있다. 이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향후 다양한 혁신적 변화가 촉발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급망 내 표준화된 탄소배출량 데이터가 공유되고 원산지, 탄소발자국 등 전 공급망의 추적성이 확보되며 산업 내 수요/공급 데이터의 공유 및 시뮬레이션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 순환경제 정보 제공 및 활용, 나아가서 공급망 내 비즈니스 파트너 식별 및 업체 선정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 등 상상 가능한 많은 일이 현실화될 수 있도록 한 콘셉트다. 유럽의 배터리 여권에도 Catena-X가 쓰일 예정인데 배터리 여권은 용량 2㎾h 이상 산업용 자동차용 배터리의 재료에 대한 원산지, 탄소발자국, 재활용 원료 사용 비율, 내구성, 용도 변경 및 재활용 이력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상호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전자 시스템에 기록하도록 한다. 단일 기업에서는 Scope3 배출량, FTA 정보 등의 결합으로 볼 수 있지만 협력업체를 아우르는 국가 단위의 기반 플랫폼이라는 관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일본 또한 이와 유사한 플랫폼인 ‘우라노스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위의 사례들은 단일 기업이 마련하기 어려운 해결 방안인데 ‘공급망’ 차원의 관리 체계 확립은 기업 간 프로그램, 정부 주도 프로그램 등이 큰 틀을 마련하고 그 안에서 개별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구조로 추진돼야 한다. 국내에서도 유통산업 선도 업체들이 협력해 공급망 관리 개선 프로그램을 시도한 사례가 있다. 2023년 7월에 대한상의와 유통 선도업체들이 ‘유통산업 ESG 공동사업’을 론칭한 것이 그중 하나다. 이 사업은 유통산업에 특화된 공급망 ESG 관리 매뉴얼을 개발하고 유통사가 협력사들의 ESG 정보를 공동 활용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도록 했다. 예컨대 GS리테일과 거래하는 협력사의 ESG 수준을 진단하고, 해당 결과를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전체 유통사에 공유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 계획이다. 동종 업계가 협력사 ESG 정보를 공유하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첫 번째 사업이며, 이번 사업이 성공적으로 수행될 경우 협력사 ESG 진단에 드는 중복 비용을 줄이고 일관된 진단 결과를 통해 사후 관리도 용이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빠르게, 하지만 실질적으로


공급망 내에서의 실질적인 ESG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기업의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선두 기업의 공급망 최적화 전략하에 협업 대상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게 됐다. 조만간 발효될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Carbon Border Adjustment Mechanism)만 봐도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기업들이 감내해야 할 세금의 규모는 어마어마하다. 특히 우리나라는 소재, 부품, 제품을 수출하는 아시아 제조국인 만큼 유럽 및 미국이 요구하는 ESG 요건을 갖추지 못한다면 국가 경쟁력 자체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이를 위해 산업 내 ESG 공시 의무 기업, ESG 전문 단체나 기관, 정부 내 유관 부서의 협업을 통해 국가 차원의 실질적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 이승근 | KPMG 상무

    필자는 엑센추어,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SAP 등 글로벌 컨설팅 회사와 빅테크 기업을 두루 거쳤다. 2021년 삼정KPMG에 합류해 글로벌 대기업에 디지털 혁신 전략 자문을 제공했다. ESG 비즈니스 그룹 솔루션 리더를 맡아 ESG 경영과 디지털 혁신 결합에 앞장서고 있다.
    seungkeunlee@kr.kpm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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