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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팝업스토어의 현황과 전망

문화 다른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지역 활성화 등 공공 가치 차원서 활용도

황지영 | 387호 (2024년 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팝업스토어가 다양한 유형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최근 팝업스토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맥락’ 없는 팝업스토어가 사라지는 한편 짧은 주기로 교체하는 팝업스토어의 특성을 근간으로 한 비즈니스와 팝업스토어 자체를 사업화한 비즈니스가 등장하고 있다. 또한 가상 환경에서 온·오프라인 소비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팝업스토어 역시 늘어나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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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팝업스토어의 새로운 트렌드

최근 몇 년간 많은 브랜드와 리테일러가 다양한 목적을 위해 팝업스토어를 오픈하고 있다. 리서치 기관 IBIS월드에 따르면 2023년 미국에서 운영된 팝업스토어는 4만2000개로 2018~2023년 5년간 연평균 1.4%씩 늘었다. 또한 미국 파이낸셜 회사 캐피털원(Capital One)에 따르면 미국 리테일러 중 38.5%가 팝업스토어를 열었고 39.1%가 2~3번, 22.4%가 4번 이상 팝업스토어를 운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야드 세일1 과 파머스 마켓2 , 푸드 트럭을 포함한 팝업 매장의 시장3 규모는 연간 800억 달러(약 104조 원)에 이르고 2025년까지 전체 팝업스토어 시장 규모는 950억 달러(약 123조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흥미로운 점은 디지털 집중화와 함께 팝업스토어 열풍이 가속화됐다는 점이다. 그 원인으로는 오프라인을 통해서만 전해지는 실질적인 감성, 경험에 대한 갈증이 늘어난 배경이 있고 이는 세대와 관련이 크다. 디지털 몰입도가 큰 Z세대와 알파세대는 의외로 디지털 디톡스를 목적으로 오프라인 경험을 원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16~24세 중 35%가 디지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실제로 소셜미디어 앱을 없애거나 이용을 중단했던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4 겉으로 보기에 멋있고 행복해 보이는 타인의 삶과 과시적인 포스팅이 즐비한 소셜미디어가 확산되면서 특히 청소년과 젊은 사용자층의 우울증이 증가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반대급부 현상으로 이들이 오프라인으로 나와 레트로 감성과 경험을 추구하는 경향이 나타난 것이다.

잘파세대5 가 디지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경향이 이전 세대들에 비해 더 큰 이유는 디지털 몰입도 차이에서 기인한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래 모바일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에서 삶을 시작한 잘파세대는 오프라인을 오히려 새로운 환경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마치 X세대나 베이비붐세대에게 디지털 생태계가 새롭게 적응해야 하는 환경인 것과 비슷하다. 또한 디지털은 간접 경험 중심의 생태계라 잘파세대에게는 직접 보고, 느끼고 체감할 수 있는 오프라인 환경에서 경험하는 이벤트 등이 더욱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다. 또한 기존 세대들보다 짧아진 주의력과 재미를 추구하는 특성을 가진 잘파세대들은 팝업스토어처럼 짧은 시간에 새로운 콘텐츠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에 더 매력을 느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이에 MZ세대를 공략한 여타 국내 팝업스토어와 마찬가지로 해외에서도 이런 트렌드에 기반한 팝업스토어가 활발히 오픈되는 추세다. 일례로 미국 뷰티 브랜드 글로시에는 2019년 7개 노드스트롬 백화점 지점을 비롯해6 LA와 뉴욕, 보스턴 등에 개성 넘치는 팝업스토어를 오픈하며 미국 MZ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MZ세대를 공략한 인스타그래머블한 팝업스토어로 트렌드가 수렴되는 국내와 달리 해외에서는 잘파세대를 공략한 개성 있는 팝업스토어 외에도 여러 유형의 팝업스토어가 등장하고 있다.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는 해외 팝업스토어의 다양한 유형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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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시너지 내는 온라인 DTC

온라인에서 성장한 DTC(Direct-to-Consumer)의 가장 큰 장점은 데이터다. 사용자의 방문, 클릭, 방문 시간과 방문율, 클릭-스루 비율(Click-through rate)과 전환율 등 소비자들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데이터 포인트가 된다. 따라서 오프라인 브랜드보다 소비자 관련 데이터 구축과 소비자들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기가 쉽고 이를 마케팅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DTC 브랜드에 부족한 점은 실제 고객들과의 접점이다. 현대사회에서 소비자들은 디지털과 물리적(Physical) 환경에서 다른 특성을 가진다는 말처럼 소비자에 대한 이해를 높이려면 물리적 환경에서의 소비자 접점을 통한 이해도 중요하다. 2019년 국제쇼핑센터협의회(ICSC, International Council of Shopping Centers)의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소비자들과 만나는 경우 온라인 방문율이 평균 37%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7

이런 이유로 해외에서는 온라인 기반 브랜드가 오프라인 접점을 늘리기 위해 팝업스토어를 활용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일례로 비주얼 중심 디지털 플랫폼 핀터레스트(Pinterest)는 2024년 트렌드 예측 리포트 발간을 기념하기 위해 미국 뉴욕에 첫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핀터레스트는 음식 레서피부터 패션, 인테리어 등 트렌드 관련 비주얼적인 영감을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전 세계 4억8200만 명의 월간 활성 사용자 수(MAU)를 가진 플랫폼이다. 5일 동안 운영된 이번 팝업스토어의 특색은 2024년 23가지 트렌드를 중심으로 상품을 큐레이션한 점이다. 이와 함께 핀터레스트 프리딕트 숍(Pinterest Predicts Shop) ‘피드(feed)’를 만들어 2024년 트렌드 키워드를 오프라인에서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팝업스토어 내부는 해파리에서 영감을 얻은 홈 데코, 블루 뷰티8 , 이클렉틱 그랜드파(eclectic grandpa)9 패션 등의 트렌드 키워드가 실재화된 경험 요소로 꾸며졌다. 이번 팝업스토어를 통해 핀터레스트는 예측하는 트렌드에 대한 신뢰성과 플랫폼 내에서 소비자들이 상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선보인 새로운 기능인 ‘쇼퍼블 핀(shoppable pins)’의 인지도를 강화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핀터레스트는 온라인 기반의 DTC 브랜드가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시너지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팝업스토어를 적절히 활용한 예다.


2.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테스트베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할 때 문화적, 환경적으로 다른 시장을 테스트하기 위한 수단으로도 팝업스토어를 적극 활용하는 추세다. 일례로 유니클로의 자매 브랜드 GU는 2022년 10월 미국으로 진출하면서 가장 먼저 뉴욕 패션의 대명사인 소호(Soho) 거리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10 2006년 론칭해 아시아 지역에 450개 매장을 운영 중인 GU는 Z세대 소비자들을 겨냥해 유니클로보다 더 스타일리시한 반면 가격대는 더 저렴한 게 강점이다. GU는 일본어로 자유를 의미하는 ‘지유(jiyu)’라는 한자에서 브랜드명이 유래한 만큼 2500평방피트(ft²) 규모의 소호 팝업스토어에서 ‘당신의 자유(Your Freedom)’라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GU가 팝업스토어 장소로 소호 거리를 택한 것은 맨해튼에 거주하는 뉴욕 소비자 외에도 여행객들이 많아 다양성이 높은 환경에서 브랜드를 선보여 새로운 시장에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도록 한 전략임을 알 수 있다.

글로벌 이커머스 크로스보더 패션 플랫폼으로 최근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중국 패션 브랜드 쉬인(Shein) 역시 같은 목적으로 2022년 5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마치 해변가를 연상시키는 청명한 블루, 형광 핑크 컬러와 네온 조명, 거울 등으로 경쾌한 분위기를 한껏 연출한 ‘#SHEINVEGAS’ 팝업스토어는 미국 소비자들에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열렸다. 또한 2023년 10월 LA에서는 포에버21(Forever21) 매장 안에 4일 동안 팝업스토어를 열었다. 온라인 기반의 쉬인이 오프라인 기반의 포에버21과 협업한 것이다. 또한 쉬인은 포에버21과 합작 의류 라인을 론칭하는 등 미국 로컬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온라인뿐 아니라 새로운 시장에서 고객의 오프라인 반응을 테스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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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마존은 중고 제품을 거래하는 콘셉트의 ‘세컨드 찬스 라이프(Second Chance Life)’를 팝업스토어로 테스트했다. 2023년 11~12월 약 20일 동안 영국 런던에 세컨드 찬스 팝업스토어를 열어 주방용품, 커피머신, 믹서, 에어프라이어 등 다양한 고급 반품 상품을 50% 할인해 판매했다. 팝업스토어 한편에서는 고장 난 상품을 수리해주는 리페어 존(repair zone)을 마련하고 아마존이 패키징 무게를 줄여 환경보호11 에 기여했다는 문구들을 곳곳에 노출시켜 지속가능성에 대한 기여를 강조했다.12 이처럼 아마존이 유럽에서 중고 시장 영역에 집중하는 것은 중고 제품, 환경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관심이 다른 나라 소비자 대비 더 크기 때문이다. 이에 아마존은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리퍼비시 상품(Refurbished)을 팝업스토어를 통해 오프라인으로 확장해 소비자들이 제품과 관련해 궁금한 점을 직접 묻고 상품을 실제로 써볼 수 있는 테스트베드를 마련함으로써 관련 부문 판매를 촉진하고 있다. 실제로 2023년 1~9월 아마존의 중고 거래 서비스는 약 15% 성장했으며 영국에서만 무려 400만 개 이상의 중고 상품을 할인해 판매하는 등 유럽 중고 거래 시장에서 13억 달러(약 1조70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13


3. 민간에서 공공 분야로 역할 확대

미국에서 팝업스토어 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리테일러는 노드스트롬(Nordstrom) 백화점이다. 노드스트롬은 2013년 10월부터 ‘팝-인@노드스트롬(Pop-In@Nordstrom)’이라는 팝업 시리즈를 운영해왔다. 4~6주마다 새로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운영한 프로그램으로 노드스트롬에 입점한 브랜드들이 참여해 독점 상품을 판매했다.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운영됐는데 패션, 뷰티, 라이프스타일, 스포츠 등 하나의 테마를 선정해 다양한 브랜드의 큐레이션을 제공하거나 새로운 브랜드와 파트너십을 맺어 소비자들에게 소개했다. 팝-인@노드스트롬 프로그램은 당시 크리에이티브 프로젝트 부문 부사장이었던 올리비아 킴의 지휘 아래 첫선을 보인 이래 오랜 기간 동안 주기적으로 새로운 브랜드와 상품을 소개하며 신선한 경험을 제공했다. 이 중 이솝, 올버즈(Allbirds), 캐스퍼(Casper), 에버레인(Everlane), 래그&본(rag & bone), 와비파커(Warby Parker) 등 프로그램에 참여한 DTC 브랜드들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며 크게 성장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니치 브랜드와 DTC 브랜드뿐 아니라 노드스트롬이 추구하는 비즈니스 미션과 가치 또한 팝업 시리즈에 반영했다는 점이다. 일례로 DEI(다양성, 형평성, 포용성)14 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노드스트롬은 2022년 8월 흑인 인권을 옹호하는 ‘블랙 비즈니스 먼스(Black Business Month)’ 프로그램을 론칭하고 1년 후인 2023년 8월 관련 팝업스토어를 선보였다. ‘#바이블랙 팝업 마켓(#BuyBlack Pop-Up Market)’이라고 불린 이 팝업스토어는 노드스트롬의 13개 매장(뉴욕, 아틀랜타, 샬롯, 더럼, 휴스톤, 워싱턴DC, 시카고, LA 등)을 순회하며 운영됐다. 이 지역의 흑인이 소유하거나 창업한 브랜드를 홍보하면서 다양성(Diversity)을 지지하는 메시지를 담은 것이다. 노드스트롬에 따르면 2022년 8월 이 프로그램은 첫 론칭 후 한 달간 1400만 달러(약 200억 원)에 이르는 매출을 기록했다.15

또한 지역 활성화를 위한 공공 가치 차원에서 팝업스토어를 활용하기도 한다. 샌프란시스코가 대표적이다. 샌프란시스코는 최근 마약과 노숙자, 좀도둑으로 인해 다운타운이 마비되고 심지어 몇몇 브랜드는 더 이상 운영이 어렵다고 판단해 매장을 철수하기도 했다. 이에 샌프란시스코 중심지에 팝업스토어를 입점시켜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재구축하기 위한 실험이 벌어지고 있다. 2023년 8월 샌프란시스코는 17개 팝업스토어와 함께하는 ‘빈 곳에 활력을(Vacant to Vibrant)’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850여 개 브랜드 중 최종 선정된 17개 브랜드는 2023년 9월 샌프란시스코 파이낸셜 디스트릭트 다운타운의 빈 매장 공간에 팝업스토어 형태로 입점했다. 이는 2023년 2월 런던 브리드(London Breed) 시장이 발표한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부활과 미래를 위한 로드맵의 일환이었다. 17개 브랜드 중 하나인 데블스 티스 베이킹 컴퍼니(Devil’s Teeth Baking Company)에는 3달 무료 임차 혜택이 주어졌고 샌프란시스코시가 8000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 파이낸셜 디스트릭트에 위치한 팝업스토어 공간에 추가로 입점할 기회도 제공했다. 또 다른 브랜드 BXP의 경우 다운타운 지역에 위치한 엠바카데로 센터(Embarcadero Center)에 4개 팝업스토어를 열어 샌프란시스코 지역 로컬 아티스트와 앙트러프러너,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이처럼 팝업스토어는 쇠퇴 지역과 커뮤니티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는 등 민간에서 공공 분야로 역할과 기능을 확대하고 있다.


팝업스토어의 미래

팝업스토어가 다양한 유형으로 진화하는 가운데 최근 팝업스토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감지된다. 그중 하나가 ‘팝업 신’에 등장한 인플루언서다. 기존에는 브랜드들이 오픈하는 팝업스토어가 대다수였다면 최근에는 인플루언서들이 주최하는 팝업스토어가 눈에 띄게 늘었다. 100만 명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거느리고 ‘클로이비비비(chloebbb)’라 불리는 프랑스 인플루언서 클로이 블레잉은 파리에 메종 도레(Maison Doree) 주얼리 브랜드를 론칭하며 팝업스토어를 오픈했다. 그런가 하면 미국 인플루언서 카일리 제너(Kylie Jenner) 역시 카일리 코스메틱스(Kylie Cosmetics) 팝업스토어를 LA와 뉴욕에 열었다. 1억 명의 팔로워를 가진 영향력 덕에 팝업스토어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미국 인플루언서 킴 카다시안도 본인이 론칭한 뷰티 브랜드 ‘KKW Beauty’의 팝업스토어를 세 차례 오픈했다. 빅 브랜드가 아닌 인플루언서와 같은 퍼스널 브랜드들의 팬덤 소통 창구로 기능하는 등 팝업스토어의 모습은 더욱 다양해지고 있다. 앞으로 팝업스토어는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까? 팝업스토어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새로운 트렌드와 전망을 소개한다.


1. 비즈니스화된 팝업스토어

팝업스토어 자체가 일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할 것으로 보인다. 새롭고 흥미로우면서도 건강에 좋은 스낵 중심의 그로서리 쇼핑 경험을 제공하는 ‘팝업 그로서(Pop-up Grocer)’가 대표적이다. 팝업 그로서는 2019년 미국에 9개 팝업스토어를 오픈한 후 노드스트롬에 입점하면서 꾸준히 성장했다. ‘발견의 경험을 제공하는 그로서리 스토어’라는 미션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에게 건강한 혜택을 주는, 새롭게 떠오르는 신예 브랜드를 발견할 수 있는 곳으로 포지셔닝해왔다. 팝업 그로서는 1500평방피트(ft²) 규모의 공간에 약 400개 상품을 판매하는데 분기마다 상품 및 브랜드를 교체하는 전략으로 론칭한 후 F&B로 시작해 4년 동안 홈, 애완용품 등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700여 개 브랜드를 선보였다.16 즉 팝업스토어라는 작은 공간의 단점을 브랜드의 새로움과 건강이라는 강점으로 극복한 것이다. 나아가 6~8개 상품을 큐레이션한 일종의 서프라이즈 박스인 ‘디스커버리 박스(Discovery Box)’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며 구독 비즈니스로 확장했다. CEO인 에밀리 실트는 푸드 앙트러프러너와의 인터뷰에서 “팝업 그로서의 타깃 고객은 젊은 소비자들로 이들은 짧은 주의력을 가지고 있다”며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팝업 그로서처럼 주기적으로 새로움을 선사하는 방식이 그들에게 더 매력적이고 효과적이며 팝업 그로서로의 재방문을 유도한다”고 강조했다. 팝업스토어로 시작한 팝업 그로서는 꾸준한 소비자 호응을 얻으며 2023년 6월 정식 매장을 뉴욕 소호 거리에 오픈했다. 이처럼 잘파세대 특성에 맞춰 짧은 주기로 교체하는 팝업스토어의 요소를 근간으로 한 비즈니스, 그리고 팝업스토어 자체를 사업화한 비즈니스는 앞으로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2. 맥락 없는 팝업스토어의 몰락

단순히 새로움과 재미만 추구해선 살아남기 어렵다. 중요한 건 브랜드 정체성을 고려한 맥락이다. 한때 ‘가장 재미있는 매장’이라 불렸던 리테일숍 쇼필즈(Showfields)가 얼마 전 파산 보호를 신청한 것은 이런 의미에서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4층 규모의 매장에서 쇼필즈는 일종의 팝업스토어 개념으로 DTC 브랜드들을 주기적으로 교체하며 오프라인 매장에 새로움을 담아냈다. 그러나 창업 초기에 유효했던 ‘재미있는 매장=브랜드 교체’라는 공식이 시간이 흐르면서 식상해졌고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기 시작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쇼필즈 매장에 가면 새로운 브랜드들을 발견할 수 있지만 그것뿐이었다. 단순한 상품 전시 위주의 콘셉트만으로는 쇼필즈 자체에 대한 매력이나 브랜드 연관성(relevance)을 느끼기 어려웠던 것이다. 한때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뉴욕의 팝업스토어 기반 편집숍인 쇼필즈의 실패 사례는 단순히 새로운 브랜드를 화려하게 전시하는 것만으로는 소비자들에게 소구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대의 사례로 앞서 언급한 팝업 그로서가 ‘그로서리 쇼핑에서의 재미와 건강’이라는 주제와 관련 메시지들을 일관된 맥락으로 소비자들에게 전달하면서 시장에 안착했듯 브랜드가 추구하는 미션, 가치 등을 녹인 맥락을 가진 팝업스토어만이 롱런할 수 있을 것이다.


3. 가상 환경에서 온·오프라인 소비자에게 영향

첨단 기술을 적용한 디지털 팝업스토어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2024년 애플 비전프로 론칭 등 향후 다양한 최첨단 기술 기반의 기기가 등장하고 소비자들의 이용과 관련 경험이 축적됨에 따라 가상 현실(VR)에서의 팝업스토어를 통해 온·오프라인 소비자에게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일례로 2021년 10월 멕시칸 패스트푸드 체인 치폴레(Chipotle)는 가상 세계와 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핼러윈 팝업 이벤트를 진행했다. 가상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 치폴레 팝업스토어를 오픈해 사용자가 부리토 재료인 할라페뇨, 토르티야, 과카몰레를 모티브로 만든 옷을 아바타에 입힌 경우 오프라인 치폴레 매장에서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했다.17 팝업 이벤트 오픈 당시 로블록스 서버가 일시 중단될 만큼 사용자들의 반응이 뜨거웠다. 이후 2022년 4월에는 일주일 동안 로블록스의 치폴레 가상 팝업스토어에서 부리토 만들기 게임을 하는 플레이어에게 게임 머니를 제공했는데 이 역시 오프라인 치폴레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는 쿠폰 코드로 변환이 가능하게 해 오프라인 방문과 구매를 유도했다.

이처럼 오프라인과 시너지를 내는 디지털 기술을 적용한 가상 팝업스토어가 활성화되는 추세에 가상 현실에서 매장을 만들어주는 서비스까지 등장했다. 아마존이 투자한 VR 스타트업 옵세스(Obssess)가 대표적이다. 코치, 페라가모, 존슨앤드존슨, 펜디, 프라다, 랄프로렌, 다이슨 등 이미 많은 브랜드가 옵세스와 협업해 가상 매장을 오픈했다. 일례로 미국 패션 및 액세서리 브랜드 제이크루(J.Crew)는 2023년 6월 옵세스와 함께 가상 매장을 오픈한 후 지난해 연말 홀리데이 콘셉트로 테마를 바꿔 소비자 유입을 높였다. 제이크루 가상 매장은 방문객이 눈 덮인 산을 스키를 타고 내려오며 빨간 깃발을 피하는 게임 등 게임 요소를 비즈니스에 결합한 게미피케이션(Gamification)으로 재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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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럭셔리 업계에서도 VR을 적용한 새로운 시도가 활발하다. 펜디는 뉴욕과 서울 매장을 가상 환경에 구현해 VR 스토어를 오픈하고, 불가리는 아바타를 이용한 인터랙티브형 ‘컬러 전시회(BVLGARI COLORS)’를 운영했다. 불가리 컬러 전시회는 사용자가 메타버스에서 불가리 주얼리와 시계, 액세서리로 스타일링한 아바타를 통해 전시회를 감상할 수 있도록 구현됐다. 이 밖에 디올, 구찌가 자체 VR 헤드셋을 만드는 등 가상 환경에 리테일을 접목하려는 시도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측된다.

가상 환경에서 소비자는 편리하게 상품을 구경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처럼 VR 기술을 활용해 간접적으로 입어보고, 가상 직원을 통해 제품 관련 궁금증을 해소할 수도 있다. 이처럼 가상 환경의 이점과 몰입감 높은 경험을 활용한 팝업스토어는 더욱 다양해질 전망이다. 최근에는 이런 가상 팝업스토어가 쇼핑뿐 아니라 예술 분야로도 흘러 들어 가고 있다. 아티스트의 작품들을 전시한 가상 팝업 갤러리가 대표적인 예다. 기존에는 상품 기반 브랜드나 리테일러 위주의 팝업스토어가 주를 이뤘다면 앞으로는 서비스 기반 브랜드와 엔터테인먼트, 예술 분야 등 팝업스토어의 활용 범위와 기술을 접목한 다양한 시도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 황지영 |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 마케팅 전공 부교수

    필자는 한양대 의류학과를 졸업하고 국내 의류 브랜드에서 상품 기획 및 마케팅을 담당했다. 이후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국제유통학 석사,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소비자유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플로리다대, 핀란드 알토대와 고려대에서 강의와 연구를 수행했으며 2017∼2018 UNCG 우수강의, 2017 우수연구자 강의상 등을 받았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대 그린스버러(UNCG)에서 마케팅 전공 부교수로 재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리테일의 미래(2019)』 『리:스토어(2020)』 『쇼핑의 미래는 누가 디자인할까?(2021)』 『잘파가 온다(2023)』가 있다.
    jiyoung.hwang.retail@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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