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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암 엇갈린 ‘공유경제’ 현주소와 미래

경험 공유 아닌 재임대 방식으론 한계
자율 규제 통해 사회적 신뢰 공유해야

김동영 | 383호 (2023년 12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공유경제는 남는 자산을 공유함으로써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공동체적 가치를 창출하는 새로운 경제 시스템이다. 2023년 공유 주방과 공유 오피스가 부진을 면치 못한 이유는 재임대에 편중된 취약한 비즈니스 모델로 경기 침체의 직격타를 맞았기 때문이다. 공유 숙박의 확산에 따른 임대료 상승 등의 문제로 정부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것 또한 공유 비즈니스의 장애물이다. 공유 비즈니스 사업자들은 공유경제의 본질을 이해하고 자율 규제를 통해 사회적 신뢰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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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공유 비즈니스는 명과 암이 확연히 갈리는 한 해였다. 우버와 리프트, 에어비앤비 등 일부 회사가 지속적인 성과를 창출한 반면 모빌리티 분야의 차량 공유와 공유 킥보드, 부동산 분야의 공유 주방과 공유 오피스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부동산 분야의 공유 비즈니스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한때 에어비앤비, 우버와 함께 공유경제를 대표하던 위워크(wework)가 대표적이다. 위워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재택근무가 확산되면서 사업이 급격히 악화됐다. 2021년 10월 상장 당시 위워크 주가는 공모가 대비 13.5% 오른 11.78달러였지만 지난 4월 18일에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달러를 밑돌며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시켰으며, 결국 11월 6일 미국 뉴저지주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했다. 전 세계 39개국에서 777개 지점을 운영하는 위워크는 2010년 설립 뒤 단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2019년 1월 약 62조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지만 2023년 현재 기업가치는 전성기의 0.2%인 1200억 원에 불과하다. 위워크에 약 18조4500억 원을 투자한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은 위워크 투자를 인생의 오점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반면 에어비앤비는 팬데믹 이후 화려하게 재기하는 데 성공했다. 2023년 3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8%, 영업이익은 무려 33%나 증가했다. 팬데믹 이후 해외여행 수요가 폭발하면서 국경을 넘는 예약이 증가한 결과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숙박 건수는 30% 이상 증가했다.

이처럼 공유 비즈니스의 엇갈린 운명을 두고 일각에서는 ‘성장을 위한 진통’이라고 긍정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공유 비즈니스가 그저 기존의 렌털 비즈니스에 불과한 ‘가짜 혁신’임이 입증됐다고 비판한다. 공유 비즈니스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이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공유경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정의부터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유경제의 의미

공유경제는 간단히 정의하면 ‘남는 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줄 때’ 가치가 생겨나는 시스템이다. 어떤 사람은 이를 ‘협업경제’로 표현하기도 하고, ‘개인경제’라는 이름을 붙이기도 한다. 보다 구체적으로 ‘개인 간 경제’라고 부르는 경우도 있다. 표현이 어떻든 오늘날 이야기되는 공유경제의 개념은 ‘경제적 가치’를 중심으로 개념이 형성돼 있다.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을 공유해 수익을 얻는다는 의미다. 오늘날 이런 공유는 플랫폼을 통해 이뤄진다. 물론 각 지역의 암 환자와 자원봉사자를 이어주는 ‘Team Up! Against Cancer’1 와 같은 비영리조직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받는 공유 비즈니스가 공유경제를 설명하는 일반적인 형태라 할 수 있다.

공유경제를 설명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특징은 ‘공동체’다.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을 인터넷과 모바일 환경을 통해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특징만으로는 오늘날의 공유경제를 정확히 설명할 수 없다. 공유경제는 잉여 자산이 공동체 안에서 순환해야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공한 공유경제의 공동체는 단순히 수요와 공급의 근원에 그치지 않는다. 사용자들이 거래에 필요한 이상으로 관계를 맺고, 서로를 신뢰한다. 또 이들은 공동의 중요한 가치를 기반으로 행동하며 이러한 가치가 훼손되지 않도록 조심히 행동한다. ‘서배티컬홈스닷컴(sabbaticalhomes.com)’2 을 대학교수끼리만 이용하는 이유이다. ‘독베이케이(DogVacay)’와 ‘로버(Rover)’도 마찬가지다. 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휴가를 떠날 때 애완견을 맡길 수 있는 가정을 연결한다. 이 점이 공유경제와 전통적인 렌털 비즈니스가 구분되는 지점이다. 일반적인 렌털 비즈니스도 분명 공유의 성격을 갖지만 사용 후기, 사용자 간 소통, 이용자의 스토리 등이 공유되지 않기 때문에 공동체의 느낌은 존재하지 않는다. 렌털 비즈니스에서는 재화나 서비스의 대여가 핵심이지 빌려주는 사람이나 회사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다.

결국 공유경제에서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남는 자산을 매개로 물건 그 자체가 아니라 경험을 공유한다는 점이다. 이는 일찌감치 앨빈 토플러가 예견한 바이기도 하다. 그는 1970년 출간한 책 『미래의 충격』에서 탈산업 경제의 특징으로 ‘경험 산업(experiential industry)’의 출현을 예견했는데 오늘날 공유 시스템을 통한 경험의 공유가 이와 유사하다. 경제적 가치가 점차 상품 자체가 아닌 상품이 주는 경험, 무엇을 소비하는가보다 어떻게 소비하는지로부터 창출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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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공유 비즈니스가 P2P(Peer to Peer·개인 간 거래) 형태로 운영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개인의 차량을 쓰지 않을 때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투로(TURO)’나 ‘릴레이라이즈(RelayRides)’가 대표적이다. ‘쏘카’와 ‘그린카’와 같은 B2C(Business to Consumer) 모델은 소유의 주체가 기업인 탓에 문제가 생기면 고객센터로 전화하지만 P2P 모델에서는 차 주인에게 연락해야 한다. P2P는 C2C(Consumer to Consumer)와 미묘하게 다르다. 우버나 리프트와 같은 승차 공유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나를 데려다준 사람은 택시기사가 아니라 ‘김동영 씨’로 기억된다. 이것이 Consumer와 Peer의 차이다. 이는 공유 모델이 기업과 소비자를 명확하게 구분하던 기존 경제의 경계를 흐릿하게 만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 비즈니스에 대한 비판 또한 이 같은 모호한 경계에서 비롯한다. 공유경제에 반대하는 이들은 순수하게 공유가 목적이라면 수수료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강조한다. 다른 한편, 찬성하는 이들은 사회적 부의 재분배나 사유재산의 종말까지 기대하는데 비즈니스의 현실은 이와 거리가 멀기에 결국 사기라고 비난한다. 존 하비 노팅엄대 경영학과 교수는 공유 비즈니스를 두고 탐욕스러운 회사에 도덕이라는 허울을 씌우려는 기업가의 집단적 시도라고 의심하면서 ‘공유’라는 단어를 이들로부터 뺏어와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공유경제는 공유냐, 소유냐의 문제가 아닌 새로운 형태의 생산과 소비 방식으로 바라봐야 한다. 과거의 전통 경제에서는 수익의 창출이 수요자와 생산자가 명확한 시장이라는 별도의 공간에서만 가능했다. 하지만 디지털 수단의 발전으로 다양한 잉여자원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졌고, 이로 인해 생산자와 수요자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개개인의 일반 생활에서도 새로운 이익 창출의 기회를 찾을 수 있게 됐다. 공유경제는 전통 경제의 시선에서 벗어나 경제의 새로운 시장이 열렸다는 측면에서 바라봐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공유 비즈니스의 장애물

2023년 공유 비즈니스가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첫째, 부실한 비즈니스 모델로 거시경제 악화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았다. 위기를 겪고 있는 공유 킥보드, 공유 주방과 공유 오피스 등은 모두 공유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비즈니스 모델이 재임대에 편중돼 있었다. 비제이 고빈다라잔 다트머스대 터크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아눕 시리바스타바 캐나다리서치 연구석좌교수가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지적3 했듯이 위워크 모델은 지나치게 높은 변동비와 자본 투자로 성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자산과 부채 기간의 불일치가 문제이다. 이들은 장기계약으로 부동산을 확보하고 단기계약으로 임대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경기가 좋을 때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파산에 이를 리스크도 큰 비즈니스 모델이다. 실제 팬데믹 이후 금리가 높아지자 장기 임대의 대가는 커진 반면 수요자 감소로 단기 수익은 감소해 오늘날에 이르게 됐다. 공유경제의 정의와 특성에 비춰 보건데 이런 공유는 그 과정에서 경험할 특별한 무형의 무언가가 없다면 렌털 비즈니스라고 이름 붙여도 크게 문제없는 비즈니스이다. 실제 공유 킥보드는 최근 관련 법안이 마련되면서 ‘임대업’으로 정의돼 관리 기준이 마련 중이다.

두 번째 장애물은 정부 규제다. 이전에 없던 새로운 비즈니스가 시장에 예기치 못한 영향을 미치면서 정부가 규제에 나설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성장하고 있는 에어비앤비 또한 이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많은 집주인이 수익성 높은 공유 숙박에 주택을 공급하다 보니 되레 기본 임대시장에 주택 공급이 축소되고 임대료가 상승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이탈리아 피렌체시는 올해 무려 42%나 임대료가 올랐으며 뉴욕에서도 공유 숙박이 임차료 상승의 9%를 기여했다고 한다. 서울도 예외가 아니다. 야놀자리서치와 미국 퍼듀대 CHRIBA연구소(Center for Hospitality and Retail Industries Business Anlytics)의 ‘에어비앤비의 성장, 서울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아파트 및 오피스텔이 많이 분포한 강남구 등의 지역에서 아파트 및 오피스텔 실거래가에 에어비앤비의 영향이 유의미하게 나타났다.

이런 추세는 각국의 규제 강화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프랑스 정부는 집주인이 기존 세입자와 계약을 해지한 이후 1년간은 해당 주택을 공유 숙박에 제공하지 못하도록 규정하면서 동시에 7%였던 소득 공제율을 4%로 낮췄다. 뉴욕 역시 주택 부족 현상이 심화되고 저소득 거주자들이 도시 밖으로 밀려나는 현상의 원인을 불법 공유 숙박으로 파악하고 모든 공유 숙박 호스트에 대해 계좌번호 등 개인정보와 임대 수익을 시 당국에 신고하도록 규정했다. 또 반드시 호스트가 같이 거주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4

공유 비즈니스 활성화를 위한 제언

1) 자산이 아닌 경험을 공유

공유경제 성공을 위해서는 공유경제의 특징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우선 공유경제는 결코 도덕성 때문에 공유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유치원생 아이에게 타이르듯 “나눠써야 착한 아이”라는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비즈니스가 아니라는 의미다. 공유경제는 인간의 사리사욕과 자유시장 원칙에 깊숙이 뿌리내린 개념이다. 주차 공간 공유 기업인 ‘저스트파크(JustPark)’의 앨릭스 스테파니 CEO는 이를 ‘이기적 공유자’라고 표현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세상에서 공유는 사람들로 하여금 덜 가지도록 하는 방식이었지만 오늘날 공유는 시장에 기반을 둔 거래를 통해 사람들이 더 많은 돈을 가지도록 유인한다.

문제는 공유 비즈니스가 사리사욕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점이다. 책 『What’s Mine is Yours』의 저자로 ‘협력적 소비’의 개념을 만들어 낸 레이첼 보츠먼 옥스퍼드대 사이드경영대학원 초빙교수는 사리사욕을 이용해 사람들을 낚을 수는 있지만 공유경제에 지속적으로 참여하게 만들 수는 없다고 이야기한다. 공유 비즈니스 성공을 위해서는 경제적 이기심 외에 경험을 공유할 수 있는 생태계 형성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에어비앤비와 우버, 리프트가 부침을 겪으면서도 성장을 지속하는 이유이다. 일반 호텔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경험을 에어비앤비가 제공하는 주택에서는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집주인 역시 임대료보다도 자기가 사는 도시에서 집주인으로서 손님을 맞이하며 느끼는 기분에 매료됐다. 이를 알리기 위해 에어비앤비는 초창기 오프라인에서 자신들의 공동체를 만들었다. 참석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더라도 지속적으로 모임을 만들어 사람들을 초대했고, 거실과 부엌을 공유하며 맥주를 마시는 공동체 경험을 많은 사람이 느낄 수 있도록 전파했다. 프랑스 파리로의 확장도 같은 방식으로 시작했다. 직접 집주인과 손님들의 모임을 만들어 한 명, 한 명 만나며 경험을 느끼도록 했다. 이 모임은 오늘날에도 계속된다. 달라진 점은 참석 인원이 소수가 아니라 200명이 넘는 사람이 참여하는 큰 행사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우버와 리프트가 성장세를 유지하는 이유도 유사하다. 두 회사 모두 2023년 3분기에 2분기 매출 실적을 크게 넘어섰다. 특히 리프트는 ‘여성+연결’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여성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전체 운전 시간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들의 운전과 탑승을 더 편안하게 느끼도록 만든다면 장기적인 성장에 기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차량 공유 기업 ‘릴레이라이즈’도 대여한 차량을 스마트폰으로 문을 열게 하는 방식에서 차 주인을 직접 만나 차 키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설정하자 사고율이 크게 감소했다.

결국 공유 비즈니스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가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신이 중요하고 재미있는 무언가의 일부라는 느낌이 있어야 지속적인 공유 과정에 생산자로, 때로는 소비자로 참여할 수 있다. 이런 참여자들은 진정한 피드백을 주며 공동체 밖의 사람들을 공동체 안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을 한다. 에어비앤비의 창업자들이 오프라인 모임에서 한 명, 한 명을 직접 만나며 공동체를 구성하는 방식이 비효율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러한 경험의 공유가 축적되자 기하급수적으로 가입자가 늘어나는 원동력으로 작동했다는 점은 모든 공유 비즈니스가 기억해야 할 핵심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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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공유 비즈니스의 성공은 국내를 넘어 세계시장 진출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공유 비즈니스는 경험을 공유하며 수익을 창출한다. 재화나 서비스를 직접 제조해 판매하는 비즈니스가 아니기 때문에 일정 임계치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유의미한 수익 창출이 어렵다. 많은 공유 비즈니스가 투자에 의존하는 이유이다. 하지만 국내 시장은 물리적인 한계가 존재한다. 공유가 활발해지기 위해서는 누군가 소유하고 있어야 하며 그 범위가 커질수록 소유와 공유의 대상이 다양해진다. 중개 주체의 수익 창출 가능성이 커진다는 의미다. 영국의 승차 공유(카풀) 기업인 ‘블라블라카(BlaBlaCar)’는 영국, 프랑스에서 기반을 다진 다음 미국이 아닌 유럽 전역에 진출했다. 과거에는 미국 시장에서의 성공이 큰 수익 창출로 이어진다는 공식이 있었지만 유럽은 같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주체들이 있는 많은 지역으로의 확장에 더 유리했기 때문이다. 블라블라카는 터키, 인도, 브라질 등에도 진출해 있다.

앞으로 공유경제의 성장은 선진국 바깥에서 일어날 것이다. 덜 부유한 소비자가 비용과 자산을 공유하는 데 훨씬 익숙한 공간이 선진국 바깥일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에서는 빈민가 전역에 세탁기가 공유되기도 한다. 실제 공유경제가 막 태동하던 2014년 당시 닐스 조사에 따르면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빌리겠다는 사람이 유럽인 중에는 44%인 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81%, 중국에서는 94%에 달했다. 선진국 외곽에서 공유 비즈니스의 기회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욱 크다는 의미다.

한편 대부분의 공유 비즈니스가 서비스 영역에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하는 이유다. 서비스업은 시장 규모가 한정적이다. 인구와 거래 특성에 기인한 한계치가 존재한다. 따라서 다양한 소비자와 넓은 시장을 대상으로 경험을 공유할 수 있어야 비즈니스의 지속가능성이 확보된다.

3) 자율 규제로 정부 설득

오늘날 공유경제는 정부 규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에어비앤비는 공유 비즈니스 특성을 누구보다 잘 살리며 많은 주체의 공감을 얻고 있지만 그럴수록 각국 정부의 관리 대상이 되고 있다. 공유경제의 성공이 정부 규제로 이어지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규제해야 한다. 시애틀시는 1979년, 불필요한 택시 규제를 없애고 일자리를 늘리려고 했다. 그 결과 업계는 제멋대로 행동하고 차량과 기사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아 결국 승객의 피해로 이어졌다. 결국 시애틀시는 5년 뒤 실험을 끝내고 다시 규제를 강화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모바일 플랫폼으로 승차 공유가 이뤄지는 오늘날,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다. 만약 시애틀이 택시 실험을 재개한다면 승객의 부정적 경험은 별 한 개의 평가로 이어질 것이다. 해당 기사는 일자리를 잃지 않으려면 서비스를 개선해야만 한다. 승객도 마찬가지다. 뒷자리에 토한 승객은 낮은 평가를 받게 되고, 나중에 다른 운전자가 태워줄 가능성이 줄어든다. 개인 간 상호 평가에 기인한 자율 규제가 모든 사람을 감독 대상으로 만드는 것이다. 오늘날 승차 공유 기업들은 기사 선발에 택시보다 엄격한 기준을 도입한다. 리프트는 지난 3년 동안 사고 이력이 단 한 차례라도 있거나 두 번 이상 교통법규를 위반한 운전자는 채용하지 않으며 여러 주의 성범죄 기록을 확인하는 등 운전자 범죄 경력도 조회한다.

종종 벤처기업들은 규제 완화를 주장하지만 자율 규제와 탈규제는 확연히 다르다. 자율 규제는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정화하는 과정을 통해 공유 비즈니스 참가자 모두에게 그들이 공유하는 경험의 가치를 높여주는 행위이다. 한편에서 이는 투명성을 높이는 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투명성이 높아지면 책임감도 높아져 자율적인 정화가 가능하다. 선행이든 악행이든 모든 행동이 공개되기 때문이다. 또 무엇이 가능하고 공평한가에 대한 시각을 스스로 갖출 수 있어 이후 법령과 규제의 틀을 정부에 제공할 수 있다. 결국 정부가 먼저 규제를 언급하기 전에 스스로 문제를 예상하고 기준을 세워 집행해야 한다. 그리고 정부가 규제를 이야기할 때 정부에 그 경험을 공유하며 규제 설계를 리드할 수 있어야 한다. 경제적 가치와 경험의 공유가 뒤섞여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공유 서비스를 외부 주체가 속속들이 알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이런 과정이 촘촘하게 지속적으로 준비되지 않는다면 오늘날 에어비앤비가 직면한 규제 상황처럼 갑작스럽게 해결하기 어려운 큰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공유경제의 수많은 부분에서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눈여겨봐야 한다.

공유에서 성장으로

어쩌면 공유경제는 새로운 시스템이 아니라 잊고 있었던 교환 방식의 하나일지 모른다. 오늘날 남는 방을 공유하는 ‘에어비앤비’나 자기 집 정원에 텐트를 칠 수 있게 공간을 공유하는 ‘마이가든닷컴’은 1950년대 태어난 사람들에게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서비스일 수 있지만 오히려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서비스일지 모른다. 당시 미국 사람들은 담장을 쌓지도, 모든 것을 소유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티나 로젠버그는 뉴욕타임스에 “제2차 세계대전 이전의 경제는 대부분 공유경제였다”고 표현한다. 그 당시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의 집을 두드려 헛간에서 자도 되는지 물어보며 여행을 했던 세대였다. 이처럼 공유는 예전부터 자원의 활용과 분배를 결정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던 것이다.

한편, 경제 역시 그 본질은 시장 자체가 아니라 자원 할당과 분배에 관한 것이다. 이런 관점에서 공유경제는 자원의 할당과 분배 방식을 소유나 공유냐로 양분하지 않고 양립할 수 있도록 고안된 효율적인 시스템이다. 즉, ‘공유’라는 이름에서 풍기듯이 한정된 자원을 사이좋게 나눠 쓰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의미다. 소유도 하고 공유도 하는 새로운 시스템이다. 하지만 이런 공유경제에 대한 우려 깊은 시선도 많다. 기존 시스템에서 허용할 수 없는 부분들(예컨대 공유 숙박 호스트에게 숙박업 규제를 적용해야 하는가, 예외로 인정해야 하는가), 그 효과를 단정하기 어려운 측면들(예컨대 차량의 P2P 공유는 도심 혼란을 줄여줄 것인가)이 뒤섞여 있는 탓이다. 이는 결국 공유 서비스의 선두 주자들이 입증해야 하는 부분이다. 공유가 기존 경제의 대체가 아니라 보완과 성장에 기여할 수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공유 오피스와 공유 주방은 임계점을 넘지 못한 듯 보이지만 공유 숙박과 승차 공유는 다양한 측면으로 입증이 가능한 단계에 이르렀다. 오늘날의 공유경제가 과거의 자원 할당과 분배 시스템이 두 세대를 돌아 다시 찾아온 시스템이라면, 특정 임계점을 지나 성장에 충분히 기여 가능하다는 점이 입증된다면 공유경제는 디지털 경제를 설명하는 하나의 큰 축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필자는 디지털·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이며 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 협회장을 지냈다. KBS 성기영의 경제쇼 디지털경제 코너에 출연 중이다. 한국경제신문 주간 칼럼 ‘4차산업혁명이야기’와 ‘디지털이코노미’ 필자이며 EBS ‘위대한 수업(Great Minds)’의 자문위원(경제 분야)을 맡고 있다.
    kimdy@kdi.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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