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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데이터를 통해 바라본 서울

콘텐츠에서 콘텐츠 플랫폼으로
서울의 일상이 ‘핫한’ 글로벌 테마로

백경혜 | 380호 (2023년 1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국내 여행객이든 외국인 여행객이든 서울로 발길을 향하는 사람들은 관광객들만 즐길 것 같은 경험이 아닌 진짜 서울 사람들의 일상을 즐기고 싶어 한다. 서울에서 핫플레이스로 꼽히는 곳들은 과거의 서울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공간이며, 이곳을 방문하는 이들은 그 속에서 서울의 오리지널리티를 발견한다. 최근 3년여간은 전시회, 박물관, 콘서트와 같은 문화 콘텐츠 감상, 브랜드 팝업스토어 방문 등으로 서울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즉, 서울 자체가 하나의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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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브랜드, 서울을 선택하다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는 451억 건 이상의 소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 랭킹 지수인 ‘브린(Brand Rising Index & Norm, BRIN)’을 발표하고 매주 주목받고 있는 브랜드와 키워드의 랭킹을 공개하고 있다. 2023년 5월 1주 차에 뜨는 브랜드 랭킹에 ‘루이뷔통의 잠수교 패션쇼’, 4주 차에 ‘구찌의 경북궁 패션쇼’가 주목받았단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명품 브랜드’라는 사실과 ‘서울’이라는 장소다. 명품 브랜드는 아니지만 5월 3주 차 라코스테 팝업도 남산타워에서 열려 화제가 됐다. 그동안 명품 브랜드들이 특별한 이벤트를 위해 선택해왔던 공간은 주로 원하는 타깃에 닿을 수 있는 유명 백화점 혹은 성수동, 청담동 같은 핫플레이스였다.

늘 새로움을 선도하고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명품 브랜드들이 자신들의 콘셉트를 선보이기 위해 선택한 잠수교, 경복궁이라는 공간의 의미는 무엇일까? 중세 궁궐과 현대 초고층 빌딩이 사거리 하나에 공존하는 곳. 무너질 듯한 복층 건물, 시멘트가 덧칠돼 각기 다르게 색이 바랜 그곳에 현대식 인테리어를 더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가장 힙한 장소를 만든 골목길. 한강과 서울숲, 빌딩 숲이 공존하는 서울의 오리지널리티를 새로운 눈으로 봐야 할 필요가 여기에 있다.

그 힌트는 ‘서울의 일상’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다. 외국인 관광객 매출은 분기별로 48%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서울 사람들처럼 하루를 보내는 ‘데일리케이션(Daily+Vacation)’이 서울을 찾는 외국인 여행객들의 새로운 소비 형태로 자리 잡고 있다. K컬처의 선전으로 콘텐츠 속에 비친 아이돌과 배우들이 갔던 장소, 먹었던 음식 등을 그대로 체험해 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아울러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서울 사람들만 찾아가던 진짜 로컬 명소가 어디인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게 됐다는 점도 한몫한다. 국내에도 코로나19가 한풀 꺾이고 SRT 등 고속 이동 수단이 보편화되면서 지방 사람들 역시 서울로의 일상을 더욱 편하게 누릴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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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가장 핫한, 그리고 더 핫해질 서울

2013년부터 10여 년간의 긴 기간 동안 소셜데이터상에서 관측된 ‘서울 여행’의 언급량은 큰 변화가 없었다. 하지만 코로나발 팬데믹으로 인해 2020년부터 해외여행의 기회가 감소하면서 서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가치가 사람들에게 재발견되고 여행지로서의 가치가 커졌다. 그리고 이는 언급량 증가로 이어졌다. 그러다 다시 해외여행의 길이 열리고 2022년 4월 이후 해외여행자 수가 가파르게 상승했다. 국내 여행, 특히 서울을 목적지로 한 여행이 감소하지 않을까 예상했지만 오히려 서울에 대한 관심은 꺼지지 않고 꾸준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현재가 가장 핫한’ 서울. 사람들은 서울의 어떤 모습에서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현재의 서울 여행을 이해하기 위해 과거의 서울 여행의 목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2014년 즈음의 서울 여행은 인사동, 북촌, 궁궐이 주를 이뤘다. 서울에 살지만 서울을 잘 몰랐던 사람들, 방학을 이용해 서울로 여행 오는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님이 ‘서울의 재발견’이라는 명분으로 창덕궁, 경복궁에 가고 북촌, 인사동길을 걷는 식이었다. 당시 사람들이 서울까지 여행을 와서 경험하고 싶었던 서울의 장면은 조선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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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을지로 좁은 골목 옛 혜민서 자리에 경성 분위기의 레트로 카페 ‘커피한약방’이 문을 열었다. 을지로라는 서울의 뒷골목과 서울의 경성 시절이 겹쳐지면서 만들어진 빈티지, 레트로, 뉴트로라는 감성들은 코로나19가 우리의 일상을 침범하기 전까지 을지로 특유의 힙함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이끌었다.

2016년 성수동에 갤러리카페 ‘대림창고’가 문을 열면서 화제가 됐다. 옛 공장을 개조한 이 갤러리식 대형 카페는 레트로풍의 붉은 벽돌과 시멘트 마감 인테리어로 ‘요즘 고객’들을 반겼다. 또 카페 주변에는 여전히 가동 중인 공장이며 피혁상, 고물상까지 남아 있어 마치 시간을 멈춘 듯한 골목 골목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다. 지극히 산업적인 공간이면서도 감성을 자아내는 장치들이 특별한 경험을 빚으며 성수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들었다.

사람들이 반응한 것은 오래된 역사의 현장이 아니다. 그럴싸하게 흉내내서 만들어진 새로운 장소가 아니라 역사 속에 존재하고 있었고 이미 현재에도 존재하고 있는 진짜, 즉 ‘오리지널리티’에 반응하는 것이다. 직접 보고, 거닐 수 있고, 한 장의 사진으로도 내 콘텐츠가 된다는 것에 이들은 열광한다.

즉, 사람들이 무조건 ‘새로운 것’에 반응하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인사동, 을지로, 성수동은 예전부터 있었다. 예전에 있었던 것들이 발견된 것이고, 그 오리지널리티에 열광할 수 있는 ‘새로운 눈’이 생긴 것이다. 과거의 성수동을 경험해보진 않았지만 현재의 성수동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다. 서울의 과거를 경험해보지 않았던 사람들이 서울을 새롭게 발견해냈다.


파리가 된 서울


서울의 연관어 1위는 ‘일상’이다. 서울에 사는 사람들도, 서울에 살지 않는 지방 사람들도 서울과 관련해서 ‘일상’을 이야기하고 있다. 서울은 출근길과 퇴근길, 오늘의 날씨처럼 지극한 일상을 실감하는 곳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을 기록하고, 주말이면 여가를 즐기는 ‘일상성’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공간인 서울은 누구나 가고 싶어 하고 아름답게 느끼는 선망의 도시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볼거리가 많고 먹을 거리도 많은, 계속해서 유명하고 신기한 핫플레이스가 생겨나는 풍성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곧 지금의 서울을 대변하고 있다.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라고 외치는 에어비앤비의 카피를 떠올려보자. 파리에 머물면서 혼자 샹젤리제 거리를 거닐어보고, 저녁 시간 에펠탑 잔디밭에 누워서 에어팟으로 음악을 즐기고, 이른 새벽 센강에서 러닝을 하며 파리지엥으로서의 일상을 사는 모습을 상상해보자. 비슷한 감성으로 ‘서울’은 지루한 속세에 살고 있는 현재의 내가 매달 새롭게 생겨나는 핫한 공간들 속에서 특별한 일상을 보내고 싶게 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서울을 새롭게 바라보는 사람들 중 ‘지방러’를 빼놓을 수 없다. ‘지방러’는 미디어에서 쓰는 말이 아니라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스스로를 부르는 단어로 2017년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2023년 시점, 6년의 기간 동안 언급량이 6.9배 증가한 키워드다. 다양한 문화적 경험은 서울에 더 강하게 집중되고 있다. 그로부터 소외된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를 ‘지방러’라 칭하면서 시간과 돈을 써가며 기꺼이 서울로 향하고, 서울의 문화를 동경한다.


“지방러 서울 콘서트 한번 보러 간다 치면 기본 빵 30만~40만 원 깨짐. ㅠ.ㅠ”

“이제 겨우 서울 도착인데 너무 피곤하고 어서 호텔 들어가서 자고 싶다. 지방러들.. 여행가기 참 쉽지 않구나.”


서울 대비 소외를 느끼는 지점을 ‘지방러’ 연관 소비 품목으로 파악해 보자면 그들은 ‘옷’ ‘커피’ ‘신발’보다 ‘빵’을 더 많이 언급한다. 럭셔리 브랜드를 사기 위해 고속버스를 타고 신강(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가기도 하지만 그보다 ‘내 취향에 맞는 한 잔의 커피’를 즐길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지방러라는 인식은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더욱 가속화됐다. 서울의 인프라를 경험한 사람이 타의로 지방에 살게 됐을 때 더욱 그 간극을 절실하게 체험한다. 대부분의 브랜드가 서울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고 브랜드마다 소비자 경험을 극대화하기 위해 새로운 방안을 서울에 만든다. 경험이 점점 깊어지고 소비자의 눈높이도 올라가는 가운데 ‘지방러’ 눈에 서울은 흡사 외국 도시처럼 느껴질 정도다. 지방 자체에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는 서울의 변신 속도가 너무 빨라서 빚어지는 간극이다.


지속적인 콘텐츠의 변주가 이끄는 서울로의 발걸음

서울이라는 공간은 그 자체로 ‘콘텐츠’로서 존재하면서도 ‘콘텐츠 플랫폼’이 되고 있다. 다양한 콘텐츠를 만날 수 있고 그 같은 공간에서 곧바로 다음,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으며 가장 빠른 트렌드를 몸소 체험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서울이다.

하루 이상의 긴 시간을 투자하는 서울 여행의 목적으로 카페, 맛집, 호캉스가 변치 않는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는 가운데 최근 3년여간 서울 방문의 목적으로 전시회, 박물관, 콘서트와 같은 문화 콘텐츠 감상, 브랜드들의 팝업스토어 방문 등을 꼽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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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아이돌 팬덤이 콘서트 관람을 위해 서울로 향하는 것 외에도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같은 전시 공간에서 만날 수 있는 특별한 예술 작품을 관람하기 위해, 좋아하는 웹툰의 팝업스토어에 방문하기 위해 사람들은 적잖은 이동 시간을 들여서 기꺼이 움직이고 있다. 2시간의 공연을 보기 위해 길바닥에 9시간을 버릴 수 있는 것은 콘텐츠에 대한 사랑의 근거다. 콘텐츠를 빌미로 서울 여행을 떠나고 서울 사람들이 즐기는 카페, 맛집을 코스에 넣어 계획한다. 문화생활 인프라의 부족함을 느끼는 지방러는 서울 여행을 통해 주어진 시간을 알차게 누리려는 의지와 함께 서울 사람과 같은 일상의 여유를 찾기 위해 바쁘게 하루를 보내는 아이러니한 모습도 보이고 있다.

호캉스의 목적지로서의 ‘서울’은 매년 더 큰 반응을 얻고 있다. 2019년 호캉스 대상지로 30.3%의 비중으로 언급됐는데 2023년 현재 40.5%로 10%p 이상의 증가를 보이며 일상을 살아보는 공간으로서의 서울의 의미는 더 커지고 있다. 심지어 소셜데이터 속 일상 기록에서는 ‘서울 사람의 서울 호캉스’도 포착되고 있다. 서울에 살고 있지만 호캉스를 즐기며 서울 여행을 하고 있다. 내가 미처 발견하지 못한 서울의 새로운 모습, 그리고 매일, 매주, 매월 시시각각 수많은 공간에 새롭게 얹어지는 콘텐츠들은 그들에게도 일상이 아닌 여행과 같은 특별한 경험의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소비의 목적이 필요에서 욕망으로, 욕망에서 문화로, 문화에서 사랑으로 바뀌고 있다. 다시 표현하자면 ‘이 물건이 필요해(필요)’에서 ‘이 물건이 나를 보여줘(욕망)’ ‘이 물건이 나를 채워줘(문화)’ ‘이것은 내가 애정하는 것이야(사랑)’로 바뀌고 있고, 대표적인 상품은 차례대로 식품, 명품, 전시, 콘텐츠다.

소비하는 목적의 변화는 서울에 오는 이유와도 일맥상통한다. 서울에 올 필요가 있어서, 서울에 오고 싶어서, 서울의 문화를 즐기기 위해, 서울의 콘텐츠를 애정하기 때문에 온다. 애정의 대상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 예술 작가와 같은 사람만이 아니다. 가상에만 존재하는 캐릭터, 내가 역사를 지켜본 브랜드, 그 무엇일 수도 있다. 상업과 문화의 도시 서울은 콘텐츠를 품었고 그 자체로 콘텐츠가 됐다.

서울을 둘러싼 트렌드의 핵심은 ‘성수동이 떴다’라는 사실도 아니고, 성수동 맛집 리스트도 아니다. 트렌드는 사람들이 경험을 자산으로 여긴다는 거대 흐름에 발맞춰 이뤄진 대림창고 갤러리의 액션, 그리고 그곳을 방문해 후기를 남기고 다른 사람들을 불러 모은 사람들의 영향력과 자발적 반응의 합이다. 만들어진 트렌드에 다른 브랜드가 동참하고, 더 많은 이가 반응하고, 여기에 자극받아 브랜드 참여가 더 커지면서 사회변화로 자리 잡으면 메가트렌드가 된다. 서울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발자취 속에서 브랜드와 제품이 어떻게 ‘전시’돼야 할지 힌트를 찾아보자.
  • 백경혜 |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

    필자는 바이브컴퍼니 생활변화관측소 연구원이자 『2022 트렌드 노트』 『2021 트렌드 노트』 『2018 트렌드 노트』 『2017 트렌드 노트』의 저자다. 촘촘한 데이터의 프레임과 실제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일상 사이에서 의미의 연결고리를 발견하는 것에 즐거움을 느낀다. 그저 흘러가는 일상이 아닌 의미로 남는 일상이 되기를 바라며 데이터를 통한 이야기로 남기고자 한다.
    100kh@vaiv.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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