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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사례로 본 ‘한국형 CEO 승계’ 방안

내부 승계 프로그램 철저해야 외부 입김 차단
이사회 중심으로 CEO 후보군 역량 관리를

김범준,배미정 | 377호 (2023년 9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체계적인 계획 없는 CEO 승계는 기업 가치를 훼손할 수 있는 주요한 리스크다. 한국의 소유분산형 기업의 경우 내부 CEO의 참호구축 행위와 외부 CEO의 낙하산 영입 우려가 지배구조 문제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KT의 5개월 CEO 공백 사태는 내부 CEO의 참호구축 행위가 기업 가치를 훼손할 가능성이 크며 내부 CEO 승계 프로그램을 철저하게 만들어야 정치권 등 외부의 불필요한 개입을 막을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KT는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기 위해 승계 과정에서 주주 관여와 의결권을 강화하고 내부와 외부 출신의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는 절차를 도입했다. 앞으로는 이사회가 중심이 돼 내외부 CEO 후보군 역량을 체계적으로 평가,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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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경영자(CEO) 교체는 기업의 성공과 실패를 결정하는 중요한 의사결정이다.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하지 못한 기업 중 75% 이상이 CEO 승계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지적했다.1 국내 최대 통신사이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된 글로벌 기업인 KT 또한 2023년, CEO 승계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2019년 구현모 대표 취임 이후 KT는 통신사업에서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의 변신을 시도해 매출 및 영업이익을 높이는 성과를 냈다. 이 기간 주가도 2만 원대 초반에서 3만9000원대까지 올랐다. 그런데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내홍이 커지고 경영 불안이 심화되면서 2023년 초 3만6000원 수준이던 주가가 2만 8000원대까지 하락했다. 다행히 상반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개선되고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른 CEO 승계 과정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주가 또한 3만2000원대로 회복했다. 8월 말, 김영섭 전 LG CNS 대표를 새로운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KT는 CEO 승계 리스크에서 가까스로 벗어났다.

KT는 구 대표의 임기 만료를 앞둔 3월 주주총회에서 후임 대표이사를 선임하지 못했으며 이후 세 차례에 걸친 이사회의 대표이사 추천이 국민연금과 정치권 등의 반대로 무산되면서 5개월간 CEO가 공백인 비상경영 체제가 이어졌다. 이런 KT가 겪은 초유의 CEO 공백 사태는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 분산 기업의 취약한 지배구조를 여실히 드러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들이 반면교사로 참고할 만하다. KT를 포함한 소유 분산 기업들은 대개 주인이 없는 회사로 인식돼 정권 교체기마다 정치권의 압력을 받으며 CEO 승계 과정에서 내홍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KT의 CEO 공백 사태의 원인과 KT가 이를 극복한 과정을 분석하고 앞으로 시사점을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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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5개월 CEO 공백 사태의 전말

2022년 12월, KT 이사회는 구현모 당시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고 주주총회에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2 그런데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이 CEO 선임 절차에 문제를 제기하며 구 대표의 연임에 반대하면서 첫 번째 발목이 잡혔다.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우선 심사하도록 정한 이사회 규정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에 이사회는 공개 경쟁 방식을 거쳐 구 대표를 다시 차기 대표 후보로 확정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국민연금뿐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거세게 반대에 나섰다. 결국 구 대표는 연임을 포기하고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했다. 3월 초,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 KT 이사회는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다. 하지만 윤 후보의 최종 추천에 앞서 내부 출신 전현직 임원 4명을 최종 후보군으로 둔 것을 두고 ‘내부 카르텔’이라는 정치권의 비판이 거세지면서 결국 윤 후보도 주주총회를 나흘 앞두고 후보군에서 자진 사퇴를 하고, 재선임에 도전한 사외이사 3명도 동반 사퇴했다. 불과 몇 개월 사이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를 세 번이나 추천했음에도 불구하고 후보자들이 사퇴함에 따라 주주총회에 안건으로 상정조차 시키지 못한 채 와해됐다.

이후 KT는 박종욱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돼 5개월 넘게 비상경영 체제로 운영됐다. KT는 신임 대표이사를 선임하기 위해 우선 이사회부터 재건해야 했다. 이를 위해 KT는 주요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5명의 외부 전문가로 ‘KT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구성했다. 이 TF가 도출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에 따라 KT는 외부 전문 기관 및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사외이사 후보를 임시주총에서 선임해 이사회를 정상화했다. 그리고 새로 구성된 이사회는 대표이사 후보를 공개 모집해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을 대표이사 후보로 선출했다. 김영섭 대표는 8월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 소액 주주 등 60% 이상의 지지를 얻어 KT 대표이사로 선임됐다.

2. 소유분산형 기업의 CEO 승계 리스크

KT가 CEO 승계 과정에서 내홍을 겪은 근본적인 원인은 지분 구조에 있다. KT는 한국전기통신공사가 국민주 형태로 민영화되면서 탄생한 민간기업이다. 국민연금이 7.99%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최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다. KT는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주인 없는’ 회사처럼 인식돼 정치권이 끊임없이 대표이사 선임과 교체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불행하게도 과거 KT CEO들은 황창규 전 회장을 제외하고 하나같이 정권교체기에 사퇴했으며 모든 CEO가 검찰 조사를 받았다. 그렇다면 KT 같은 소유분산형 기업에서 발생하는 지배구조 문제의 핵심은 무엇인가?

1) 내부 CEO 승계와 ‘참호구축’ 리스크

기업에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가 없는 경우 한 번 선임된 경영자는 조직 내에서 자신들의 지위나 권력을 유지하고 주주나 이해관계자의 영향력을 감소시키는 경영자 참호구축(managerial entrenchment)의 행위를 할 가능성이 크다. 이사회를 자신의 측근으로 채우거나 다른 기업과 상호 주식 보유를 통해 자신의 우호 지분을 확보하는 등의 방법을 활용하는 것이 참호구축 행위의 대표적인 사례에 해당한다. 기존 CEO는 참호구축을 통해 연임하거나 자신과 친분이 깊은 후임 경영자에게 승계함으로써 퇴임 후에도 지속적으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경영자의 과도한 참호구축 행동은 경영 성과 및 기업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며 기업 성과가 부진한 경우에도 최고경영자가 교체될 확률이 낮고, 경영자는 과도한 보상을 받는다.3

국민연금이 KT 지배구조에서 문제 삼은 것 또한 경영자의 참호구축 행태였다. 우선 KT 이사회의 규정인 ‘대표이사 연임 우선 심사제도’는 그 자체로 기존 대표이사 등 내부자에게 과도하게 유리하게 작용하고, 유능한 외부 인사의 진입을 막는 수단으로 남용될 소지가 컸다. 특히 이사회가 현 경영진에게 우호적인 인사들로 구성돼 있으면 기존 대표이사는 연임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앞서 2018년 구성된 KT 이사회는 전 청와대 수석비서관 등 정치권 인사가 다수 포함되면서 정치권의 코드인사라는 지적을 받았다.

다음으로 구현모 전 대표가 정치권에 대해 쪼개기 후원에 연루돼 1심에서 유죄를 받고, KT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로부터 해외부패방지법 위반으로 75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음에도 이사회가 이에 적절히 대응하지 않았다.4 이런 CEO의 비윤리적인 행위와 이에 대한 이사회의 무대응은 시민단체, 노조 등 이해관계자들의 거센 비판을 받았다.

마지막으로, KT는 2022년 현대자동차그룹 및 신한은행과 자사주를 맞교환해 현대자동차그룹을 2대 주주(7.79% 보유)와 신한은행을 3대 주주(5.58% 보유)로 만들었다. KT는 자율주행기술 확보를 위해 협력하기 위한 지분 교환이라고 밝혔지만 일부에서는 구현모 대표가 연임을 위해 우호 지분을 확보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2) 외부 CEO 영입과 ‘낙하산’ 우려

일반적으로 기업의 실적이 부진하거나 혁신과 중대한 변화가 필요한 경우 혹은 내부에 역량을 갖춘 후보자가 없는 경우 외부에서 CEO를 영입하는 방법이 선호된다. 외부에서 영입된 CEO의 경우 전임자의 과거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자유롭게 전략적 판단을 내릴 수 있다.5 그러나 충분한 역량과 경험을 갖춘 외부 CEO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조직에서도 성공할 것임을 장담할 수는 없다.6 짐 콜린스는 좋은 기업에서 위대한 기업으로 도약에 성공한 11개 회사 중 10개 회사의 CEO는 회사 내부 출신인 반면 비교기업들은 6배나 자주 외부에서 CEO를 영입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특히 ‘낙하산’으로 외부 인사가 CEO로 임명되면 CEO가 주주보다는 자신을 위해 영향력을 행사해 준 사람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외부에서 영입된, 능력이 부족한 CEO는 기업 가치를 훼손할 것이다.

KT의 경우 정권 교체기마다 CEO와 정권 간의 관계에 따라 낙하산 논쟁이 벌어졌다. 2002년 공기업으로 전환된 이후 KT 대표를 지낸 5명 중에서 2명의 CEO가 외부에서 영입됐는데 연임 임기를 다 채운 CEO는 황창규 전 회장이 유일하다. 연임을 포기한 이용경 전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검찰 조사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이번 승계 과정에서도 KT 이사회가 대표이사 후보로 추천했던 윤경림 전 부문장이 사외이사로 대통령 대선캠프 출신을 영입하려다 불발된 건도 낙하산 논쟁을 격화시켰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 코드7 의 실천을 빌미로 KT에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단행하는 과정을 두고도 현 정부가 소유 분산 기업의 CEO를 낙하산으로 내려보내겠다는 신호가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소유분산기업들에 스튜어드십 코드가 작동돼야 한다”는 발언을 하면서 이런 의혹은 더욱 커졌고, 실제로 현 정부와 관련된 정치권 인사들이 KT 대표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3. KT의 뉴거버넌스에 따른 CEO 승계

CEO 교체를 두고 노조, 정치권, 시민단체 등 안팎으로 이해관계자들의 비판을 받으며 좌초한 KT는 기업의 주인인 주주들이 공평하게, 적극적으로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승계 과정의 정당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우선 국민연금, 현대자동차 및 신한은행 등 주요 주주와 협의를 강화했다. 보유 지분율 1% 이상의 국내외 주요 주주들로부터 추천받은 5인의 전문가로 구성된 ‘뉴거버넌스 구축 TF’를 만들고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선임 절차 개선, 이사회 역할 강화 등을 포함한 15대 지배구조 개선안을 마련했다. 이를 기반으로 외풍으로부터 독립적인 CEO 승계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얻고자 했다. 핵심 내용은 다음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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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주주 관여와 의결권 강화

기존 이사회의 경우 사외이사를 외부 낙하산으로 선임하거나, 내부 경영자가 자신과 가까운 인사로 선임해 CEO를 적절히 견제할 수 있는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컸다. 이에 KT는 사외이사를 선발하는 과정에서부터 주주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 주주로부터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받는 ‘주주 대상 사외이사 예비후보 추천’ 방식과 외부 전문기관의 추천 방식으로 사외이사 후보군을 구성했다. 특히 6개월 이상 1주 이상 보유한 모든 주주는 사외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해 소액주주들도 누구나 이사회 구성 과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줬다. 이를 통해 총 19명의 사외이사 예비 후보가 주주 추천을 받았으며 최종적으로 7명의 사외이사 중 주주 추천으로 3명의 사외이사가 선임됐다.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서도 경영자의 참호구축 행태를 방지하기 위해 ‘셀프 연임’ 논란이 된 ‘대표이사 연임 우선 심사’ 제도를 폐지했다. 그리고 이번 CEO 선임 절차에 한해 ‘주주추천’ 방식을 도입해 0.5% 이상 KT 주식을 6개월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 1명의 대표이사 후보를 추천할 수 있도록 했다. 주주제안의 권한을 가진 주주가 주주총회에 앞서 대표이사 추천 과정에서부터 의견을 개진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또 주주총회에서의 CEO 의결 기준을 기존 보통결의의 기준인 의결 참여 주식의 50% 이상 찬성에서 60% 찬성으로 상향했다. KT의 외국인 지분율이 42.63%이고, 국내 기관 및 개인 비중이 41.45%인 점을 고려하면, 국민연금 등 주요 주주 이외에도 일반 주주와 외국인 주주의 의사를 더욱 충실히 반영할 수 있도록 한 셈이다.

2) 내부와 외부 출신의 공정한 경쟁 기반

내부 출신의 경우 참호구축의 우려, 외부 출신의 경우 낙하산의 우려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내부와 외부 출신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절차적 기반을 마련하는 게 중요했다. 우선 KT는 대표이사를 포함한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해 사내이사의 영향력을 배제했다. 과거 사내이사가 추천위에 포함된 경우 사외이사가 적극적으로 다른 후보를 대표이사로 추천하기가 쉽지 않은 게 현실이었다. 추천위를 사외이사로만 구성함으로써 사외이사들은 내부와 외부 후보 어느 한쪽에 대한 사전적인 편견 없이 백지상태에서 객관적으로 후보들의 이력을 평가하고 심사할 수 있게 됐다.

또 이사회와 별도로 대표이사 후보군을 구성하고 평가하는 과정에 인선자문단을 활용하는 투 트랙 심사를 적용해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했다. 인선자문단의 명단은 과거와 달리 비공개였는데 심사 이전에 외부 청탁과 로비 등의 가능성을 원천 봉쇄하려는 의도였다.

대표이사의 자격 요건 중 정보통신기술(ICT) 전문성을 산업 전문성으로 변경한 데도 내부뿐 아니라 외부의 폭넓은 영역의 후보군을 함께 검토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 국내 ICT 산업은 KT,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등 3대 통신사가 지배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ICT 전문성 요건은 경쟁사를 제외하면 KT 내부 출신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었다. 이에 외부 후보들을 폭넓게 검토하기 위해 ICT 전문성을 포함한 산업 전문성으로 대표이사의 자격 요건을 확대했다.

4. 시사점과 향후 과제

한국에서 지배주주가 없는 소유분산형 기업은 부실한 지배구조로 CEO 승계에 늘 내홍을 겪어왔다. 특히 경영자와 주주 간의 대리인 문제8 에 지분도 없는 외부 세력이 개입하면서 주주 권리가 무시되고 있다. KT는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주주 추천, 대표이사 특별결의, 인선자문단 활용 등의 장치를 마련해 외부 입김을 차단하고 주주 의사를 충분히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물론 전문가들이 새롭게 마련한 절차를 통해 선발된 대표이사조차도 또 다른 낙하산 의혹9 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사실 여부는 정확한 확인이 불가능하나 이런 의혹은 그만큼 지배주주가 없는 한국의 소유분산형 기업에 대한 이해관계자들의 불신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는 기업들이 CEO 승계에 관한 정책을 체계적으로 마련하도록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2022년 금융위원회는 ‘기업지배구조 가이드라인’을 개정해 최고경영자 승계 정책의 주요 내용을 문서화하고 기업보고서에 명확하게 기재하도록 공시 기준을 강화10 했으며 이러한 의무는 2026년부터 코스피 전체 상장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에 발맞춰 기업은 부실한 승계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기업에 큰 리스크가 될 수 있음을 인식하고 사전에 준비를 철저하게 할 필요가 있다.

1) CEO 취임 직후부터 승계 계획을

이사회는 신임 CEO가 임명되는 순간부터 다음 CEO의 승계 프로세스를 시작해야 한다. 마스터카드의 전 CEO이자 회장이었던 아제이 방가는 CEO직을 맡기 위해 이사회와 후보 인터뷰를 할 때부터 자신의 사업 구상과 더불어 언제 자신의 CEO직을 후임자에게 승계할지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CEO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려면 10년간의 임기가 필요하다고 이사회와 합의한 그는 약속한 대로 취임 10년 후 이사회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후임자에게 CEO직을 넘겼다.11

기업들은 CEO 교체 시기 이전에 CEO 후보군을 개발하고 승계 라인을 결정하는 데 충분한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대표이사 본인은 아무래도 자신을 대신할 후보자를 육성하는 데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사회가 직접 나서서 CEO 후보군의 인재를 개발하고 시나리오별로 가능한 여러 가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를 위해 KT는 기존 CEO 교체 시기에만 열렸던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를 이사후보추천위원회로 통합해 상설 운영하기로 했다. 체계적인 CEO 승계 프로세스가 마련되고 실천돼야 향후 CEO 교체 시기가 왔을 때 외부의 입김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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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사외이사, 내부 인재풀과 소통 늘려야

기업이 외부로부터 CEO를 영입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연구 결과12 에 따르면 내부 출신 CEO는 회사의 성과에 큰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 출신 CEO는 같은 회사에서 이전 CEO와 비슷한 방식으로 일해왔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반면 외부 출신 CEO의 경우 회사의 직전 실적에 따라 효과가 갈렸다. 회사의 실적이 안 좋은 경우에는 외부 출신 CEO가 기업에 가져다준 가치가 컸지만 이미 실적이 좋은 회사에서는 오히려 성과를 해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 출신 영입에 따른 내부 인재의 유출이 회사에는 중대한 지적 자본 손실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외부 출신 CEO의 경우 기업 운영에 중대한 변화가 필요할 때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사외이사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이사회는 의사결정을 독립적으로 하는 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사외이사가 사내 임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사외이사 중심의 이사회는 내부 임원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육성하는 데 소홀할 수도 있다. 이에 이사회는 내부 임원들과의 소통을 강화해 내부 후보자들의 리더십 역량을 사전에 충분히 검증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이사회는 경영자의 내부 참호구축을 견제하는 동시에 독립적으로 내부 인적 자원의 유출을 막을 수 있을 것이다.

인드라 누이 전 펩시 CEO는 CEO가 되기 5년 전 CFO였을 때 이사회에 합류했다. 이사회는 그의 업무 방식과 성과를 직접 가까이에서 지켜보면서 역량과 잠재력을 확신했다고 한다. 그랬기에 이사회는 그를 CEO로 임명했을 뿐 아니라 CEO로 임명된 후 탄산음료 중심에서 건강에 좋은 음료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는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때 더 큰 지지를 보낼 수 있었다. 그의 CEO 임기 동안 펩시의 순이익은 122% 증가했다.13

국내 소유분산형 기업은 대개 내부와 외부 후보자를 함께 고려하는 인사이드-아웃사이드(Inside-outside) CEO 승계 모델에 따른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먼저 차기 CEO에게 필요한 기술과 경험을 고려해 미래 지향형 인재 프로필(forward looking profile)을 정의하고, 프로필에 가장 적합한 내부 후보자들을 선발해야 한다. 그리고 후보자별로 사전 평가를 거쳐 개발이 필요한 역량을 확인한 후 부족한 기술과 경험의 개발이 필요할 경우 새로운 직위로 재배치해야 한다. 아울러 이사회는 내부 후보자뿐 아니라 이사회가 설정한 CEO 프로필과 정합성이 높은 외부 후보자들도 동시에 탐색해야 한다. 한편 이 과정에서 기업 내에서 하위 직급부터 승진한 내부 후보자들의 경우 유사한 경력을 갖춘 외부 후보자들보다 상대적으로 역량이 부족하다는 편견이 작용할 수 있다. 따라서 외부 후보자가 내부 후보자보다 최소한 1.5~2배 이상 더 좋은 경우에만 외부 후보자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14

3) 한국형 CEO 승계 모델을 고민해야

KT는 5개월이 넘는 기간 동안 어렵고 힘든 여정을 걸어왔다. 비록 외풍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않지만 기업이 자율적으로 지배구조를 혁신해 대표이사 선임 과정에 공정성과 타당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업들은 이번 KT 사태를 계기로 CEO 승계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해 기존의 CEO 승계 정책을 되돌아보고 바람직한 시스템을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한 생존을 이어가려면 혁신과 성장을 이끌어 나갈 리더십이 항상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는 소유분산형 기업뿐 아니라 지배주주가 있는 기업도 마찬가지다. 물론 창업주나 2세 경영자가 지배주주인 기업의 CEO 승계 문제는 소유분산 기업과 다르다. 하지만 처음에 가족기업으로 시작했다고 하더라도 3세대까지 생존하는 비율은 14%에 불과하다.15

결국 기업의 규모가 커지고 여러 세대를 거치면서 경영권 승계의 문제는 가족 간의 문제를 벗어나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로 전환될 것이다. 기업별로 각자의 현실에 맞는 CEO 승계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 김범준 | 가톨릭대 회계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학사와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공인회계사이며 삼일PwC에서 통신 및 방송 산업 전문가로 전략 및 운영 컨설팅을 담당했다. 2015년 가톨릭대 교수로 부임했으며 주요 연구 분야는 전략적 원가관리, 성과 평가와 보상, 기업지배구조이다.
    raphaelkim@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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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미정 배미정 | -동아일보 기자
    soya111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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