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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최정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CTO

“소비자 기대는 특별한 극적 경험”
XR 콘텐츠, 장르 다변화 위해 각축전

백상경 | 376호 (2023년 09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텍스트에서 시작한 인류의 콘텐츠 여정이 마침내 XR 시대에 닿았다. 3차원 현실을 3차원, 나아가 그 이상의 감각으로 옮겨 쓸 수 있는 시대다. 콘텐츠 혁명은 불가피하다. XR 안경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는 만큼 XR 콘텐츠 개발 경쟁도 뜨겁게 달아오를 수밖에 없다. 하드웨어 플랫폼 홀더들은 ‘킬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본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XR 시대 콘텐츠는 기존의 것과 장르부터 달라질 것이다. 국내 XR 콘텐츠 선도 기업으로 꼽히는 스코넥은 그 방향성을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에서 찾았다. ‘인터랙션에 대한 보상’을 핵심으로 하는 게임은 XR과는 뗄 수 없는 요소다. 교육·커뮤니케이션 등 현실의 많은 분야에서 게임화 요소가 적용될 것이다. 결국 상상력이 중요하다. 기존 하드웨어에선 상상할 수 없었던 상호작용과 극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콘텐츠 제작자의 임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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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텍스트, 다음은 이미지였다. 인류가 현실을 옮겨 쓴 콘텐츠 여정의 시작이다. 이미지의 연속, 그 위에 얹은 소리가 영상의 시대를 열었다. 여기에 부여한 상호작용은 인터랙티브 콘텐츠를 가능케 했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3차원 현실을 담아낼 캔버스가 줄곧 2차원 평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평면 속에 심도를 더 깊숙이 이식하고, 우리의 감각을 설득할 다양한 기술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XR(eXtended Reality, 확장현실) 시대의 문을 열었다. 3차원 현실을 비로소 3차원으로, 나아가 그 이상의 감각으로 옮겨 쓸 수 있게 됐다.

이제 콘텐츠 분야에서 또 한 번 혁명이 시작됐다. XR이 열어준 새로운 샌드박스에서 창작자들은 과거와는 전혀 다른 상상력을 발휘해야 한다. 작게는 2차원 평면 디스플레이에서 보여줬던 구도와 연출을 3차원 XR 안경에 맞게 바꾸는 것부터 시작이다. 가상의 공간 안에서 의도와 다르게 보고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창작자의 취지를 어떻게 전달할지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XR 안경이 선사하는 시각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청각과 촉각을 비롯한 오감을 어떻게 자극할 것인지를 놓고서도 다양한 방법과 기술을 궁리해야 한다.

스코넥 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XR 콘텐츠 분야의 변화에서 기회를 읽고 도전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10여 년 전만 해도 이들은 닌텐도 등 일본 글로벌 게임 업체들의 세컨드 파티(Second Party)1 로 나름의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다. 하지만 2011년 ‘개인용 3D 뷰어’를 표방하며 등장한 소니의 HMD(Head Mounted Display, 헤드 마운티드 디스플레이) 제품 ‘HMZ-T1’, 곧이어 세상에 존재감을 드러낸 ‘오큘러스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은 모든 것을 바꿔놨다. XR이 열어줄 새로운 시장을 직감한 이들은 당시 주력 사업이던 콘솔과 아케이드 게임 분야를 제쳐두고 XR 콘텐츠를 만드는 데 집중한다. 2012년 국책 사업으로 추진된 체감형 디바이스 개발 사업을 수주해 본격적으로 XR 콘텐츠 사업에 발을 내디뎠다.

대표적인 결과물이 2015년 선보인 세계 최초 VR 슈팅게임 ‘모탈블리츠’다. 하드웨어 분야에서 XR 안경을 주목한 삼성전자와의 협업으로 개발한 콘텐츠다. 삼성전자의 ‘기어VR’과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큰 인기를 얻었고, 2017년에는 세계 최고의 콘솔게임 플랫폼인 플레이스테이션(PS)에도 이식돼 세계적인 호평을 받았다. 이후 게임은 물론 교육이나 특수 목적 훈련, 메타버스 플랫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콘텐츠를 쏟아내며 국내 XR 분야의 선도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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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안경 시장을 두고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본격적인 경쟁에 나서면서 스코넥과 같은 콘텐츠 개발 기업들의 발걸음도 더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간 수많은 하드웨어 플랫폼 경쟁을 펼쳐온 빅테크 기업들은 자신의 XR 안경 플랫폼에 소비자를 록인(Lock-in)하려면 독보적인 ‘킬러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유수 콘텐츠 기업들을 입도선매하는 한편 많은 개발자가 자신의 플랫폼으로 유입되도록 본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XR 콘텐츠 시장의 경쟁에 불이 붙은 가운데 DBR이 최정환 스코넥 엔터테인먼트 개발총괄(CTO) 부사장을 만났다. 앞으로 펼쳐질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진단하고 차별화한 매력의 XR 콘텐츠를 개발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

최근 XR 안경이 본격적으로 대중화할 것이란 전망들이 나온다.
현장에서도 체감하고 있나?

최근 2~3년 사이 확연히 기류가 달라졌다. 시작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부상한 메타버스의 영향이 컸다. 비대면이 강제되는 상황에서 당연히 XR과 관련한 콘텐츠를 더 주목하게 됐던 것이다. 엔데믹 시대가 되면서 메타버스의 파급력이 예전만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기대치가 다소 내려왔을 뿐, 여전히 XR 시장의 가치는 유효하다. 오히려 관념적인 메타버스 일변도의 분위기에서 벗어나면서 좀 더 실질적인 움직임들이 활발하게 펼쳐지고 있다.

메타의 퀘스트3, 애플의 비전프로 등 고성능 최신 기기들이 줄이어 등장하면서 XR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과 이해도가 동시에 높아졌다. 지금까지의 VR 시장이 초기에 해당했다면 이젠 대중화가 확연히 가까워졌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전자·퀄컴·구글 연합까지 새로운 XR 안경 출시에 나설 경우 2025년 정도엔 상당한 수준으로 보급이 이뤄질 것이라고 본다.

하드웨어 업체들이 킬러 콘텐츠 확보를 위해 적극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들었다.

플랫폼 홀더는 콘텐츠에 투자할 수밖에 없다. 유사한 플랫폼끼리 경쟁을 하는 상황이면 더욱 그렇다. 투자가 없으면 서드 파티(Third party)2 확보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이다. 이미 유력한 IP, 콘텐츠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과거 콘솔게임 시장에서 플랫폼별로 독점적인 인기 프랜차이즈를 보유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래서 최근 활발하게 협업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 손잡은 건 글로벌 반도체 설계 기업 퀄컴이다. 지난 6월 스냅드래곤 스페이시스(Snapdragon Spaces)3 와 개발 협력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우리가 보유한 XR 콘텐츠 개발 역량, 퀄컴의 스냅드래곤 스페이시스 플랫폼 인프라를 결합해 XR 생태계를 확장하는 기술을 개발하자는 게 협력의 요지다.

VR 시장을 주도하는 메타와 공동 개발한 게임 콘텐츠도 출시를 앞두고 있다. VR 방탈출 게임인 ‘룸 이스케이프 온라인(가칭)’을 내년 상반기 메타 스토어에 선보인다. VR 슈팅게임(FPS) ‘스트라이크 러시’도 내년 1분기 출시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은 물론 퍼블리싱까지 포함해 2025년까지 15개 XR 콘텐츠 신작을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의 VR 안경 업체인 피코(Pico)와도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애플도 적극적인 움직임에 나섰다. 고급형 제품인 비전프로부터 출시한 것은 우선 XR 시장에 자신들의 운영체제(OS)와 플랫폼을 시장에 세팅하기 위한 목적이 강하다고 본다. 다음 수순인 보급형 제품 출시에 앞서 핵심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비전프로로 개발자들을 모으는 것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콘텐츠가 XR 시장을 견인할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지금의 XR 안경 시장 판도를 어떻게 보고 있나.

알다시피 지금으로선 메타가 가장 점유율이 높다. 불과 70명 규모 기업이었던 오큘러스VR을 HMD 하나 개발했다는 이유로 20억 달러에 인수하고 본격적인 도전을 선언했다. 일종의 메시지였을 거다. “20억 달러 정도는 쓰고 시작할 것 아니면 우리와 경쟁하려 하지 말라”는 이야기 말이다. 그렇게 몇 년을 달려오며 XR 안경이란 시장을 직접 만들어냈다. 결코 주도권을 내주려 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근본적으로 하드웨어 제조업체가 아니었다는 점, 그리고 OS를 만들어본 적이 없다는 점 등 약점도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의 참전은 굉장히 고무적인 것이다. 최소한 소비자용 제품군에서 2파전으로 경쟁이 이뤄질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삼성전자와 구글, 퀄컴 연합이 더해지면 3파전 구도가 완성된다. 보급이 빨라지고, 경쟁을 통해 사용자 경험이 개선되는 속도가 엄청나게 빨라질 것이다. 자연스레 사용자 저변의 확대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조만간 XR 대중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는 의미인가.

그렇다. 경쟁 효과를 크게 본다. 사실 비전프로의 기술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메타의 최신 제품인 퀘스트3 정도와 비교하면 엄청난 격차가 있다고 보긴 힘들다. 하지만 비전프로가 차별화한 가장 큰 지점이 컨트롤러를 없애고, 제스처로 조작하게 만든 것이다. UI(User Interface, 사용자 인터페이스)·UX(User Experience, 사용자 경험) 변화를 리드하겠다는 선전포고로 본다. UI·UX는 애플이 가장 잘하는 분야다. 에어팟을 떠올려보라. 생긴 것만 보면 저걸 누가 쓰냐고 했다. 표면적인 특징은 이어폰 잭에 케이블을 꽂지 않는 것뿐이다. 하지만 에어팟을 귀에 꽂으면 음악이 직관적으로 자동 실행된다. 의도를 갖고 착용하는 순간 목적을 바로 달성해준다. 이러면 기존엔 당연했던 음악 앱을 열고 재생 버튼을 누르는 행위가 불편함이 된다. UI·UX의 힘이다.

이런 식으로 누가 어떤 서비스와 기능을 먼저 내느냐에 경쟁이 집중될 것이다. 3파전이 유지된다는 전제하에, 그간 2~3년 주기로 나오던 XR 디바이스의 신모델 주기가 1년 단위로 짧아지는 타이밍이 곧 올 것이다. 이걸 발판으로 2026년까지 극적인 수준의 성능 개량이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한다.

다만 XR 안경은 당분간은 여전히 인하우스 용도가 될 것이다. 스마트폰이 이동성을 극한으로 끌어올린 기기인데, 그렇다고 이걸 걸어다니면서 하진 않는다. 여기에 아웃도어가 추가된다면 어딘가로 손쉽게 가져가서 사용하는 정도가 될 것으로 본다.

XR 콘텐츠 업계는 어떤 준비를 하고 있나?

주력 기기의 변화는 곧 콘텐츠와 장르의 다변화로 이어진다. 게임을 예로 들면 이렇다. 과거 아케이드 게임장에선 현장을 찾은 많은 사람이 돌아가면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대전격투가 인기였다. 플레이스테이션을 비롯한 콘솔게임의 시대엔 RPG(Role Playing Game, 역할 수행 게임)가 부상한다. 줄을 서서 순서를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 눈치를 볼 필요 없이 느긋하게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 있어서다. 영상과 음악도 감상하고, 내가 원하는 템포에 따라 콘텐츠를 소비하는 것이다. PC와 인터넷 대중화 이후엔 어떤가. 네트워크에 기반한 MMORPG(Massive Multi-user Online Role Playing Game,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의 시대가 열린다. 수많은 사람이 온라인상에 모여 상호작용하는 게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UI·UX의 변화 역시 콘텐츠를 직접 바꾼다. 스마트폰 시대에 퍼즐이나 오토플레이 기반의 게임이 유행한 게 대표적이다. 콘솔이나 PC처럼 다양한 조작계가 있는 플랫폼과 달리 터치 조작에 기반한 스마트폰이 주력 기기가 되면서 직관적이고 쉬운 조작이 더 선호됐기 때문이다.

사내에서도 계속 고민하는 지점은 결국 여기에 있다. XR 안경을 비롯해 착용형 디바이스를 통해 새로운 장르가 열릴 것이다. 분명히 획기적인 기회인데 어느 지점에서 소비자의 효용이 극대화될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다. 어마어마한 크기의 스크린과 음향 시스템을 갖춘 극장을 내 방에 가져다놓을 수도, 가상 공간에서 수많은 옷을 입어보며 쇼핑을 즐기는 것도 가능할 것이다. 과연 사용자들은 어떤 목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려 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동시에 “우리가 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가 중요하다.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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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시점에선 어떤 답을 내렸나?

게임이다. 결국 모든 디바이스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돈을 쓰는 건 게임이다. PC를 업무 용도로도 많이 쓰지만, 일을 하는 데 돈을 쓰는가? 내 돈을 기꺼이 써가면서 디바이스를 사용하게 만드는 콘텐츠는 결국 게임이다. 많은 플랫폼에서 이미 입증이 됐다.

그런데 게임이란 정의를 어떻게 내릴 것인지에서 다시 출발해야 한다. 예전엔 게임이라면 아케이드 게임장이나 콘솔게임기를 떠올렸다. 문자 그대로 게임이란 속성이 100%인 것들이다. 그런데 요즘은 정말 많은 콘텐츠 분야에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4 이 일어난다. 게임의 본질은 인터랙션에 대한 보상이다. 오감으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XR과는 떼려야 뗄 수 없다. 그래서 새로운 장르는 결국 교육·커뮤니케이션 등 현실에 존재하는 많은 것의 게임화에서 탄생한다고 본다. 물론 구체적으로 어떤 형태로 디자인할 것이냐의 문제는 해결해야 할 과제다.

실제로 게임을 방불케 하는 XR 특수 훈련 솔루션도 개발한 것으로 안다.

소방, 국방, 화학 등 다양한 분야의 교육 및 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다. 독자 개발한 ‘대공간 XR 워킹 시스템’을 활용해 만든 특수 목적 XR 콘텐츠다. 단순히 VR 안경만 쓰고 컨트롤러로 가상 공간에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현실 공간에서도 직접 걷고 움직이면서 훈련을 할 수 있는 장비다. 지난 2016년부터 연구한 워킹 어트랙션 기술을 총동원했다. 약 400㎡ 규모의 공간에 촘촘히 배치된 IR 카메라가 참여자의 움직임을 트랙킹해 가상 세계에 보여준다. 실제 훈련자의 움직임에 따라 가상 세계의 캐릭터가 함께 이동하는 것이다. 여기에 VR 안경과 함께 특수 제작한 총기·관창 형태의 컨트롤러를 사용하면서 실제 기동 훈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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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R 콘텐츠가 과연 현실을 대체할 수 있을까?

충분한 공간과 적절한 장비가 구비됐다는 전제하에 XR 콘텐츠는 이미 현실 훈련과는 다른 나름의 가치를 확보했다고 본다. 작년에 선보인 ‘XR 소방훈련 시뮬레이션’은 가상 공간에서 최대 10명의 소방관이 협동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소방관들의 역량 강화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현직 소방관들의 피드백을 콘텐츠에 적극 반영했다. 실제 화재 현장에서 불규칙하게 발생하는 ‘백 드래프트(Back draft)’나 ‘플래시오버(Flashover)’ 같은 특수한 상황까지 모두 시나리오로 구현했다. 실제로 불을 내지 않는 한 경험하기 힘든 다양한 형태의 화재 상황을 직접 만나볼 수 있다. 훈련용 슈트에는 열감을 전달하는 신소재를 적용해 화재 현장의 뜨거운 열을 고스란히 느끼도록 했다. 컨트롤러 역할을 하는 관창은 실제 화재 진압을 할 때와 같은 수압을 느낄 수 있도록 물을 쏠 때 압력과 풍압을 일으키게 만들었다. 훈련을 마친 후엔 물을 얼마나 썼는지, 주요 화점에 물이 얼마나 명중했는지 등의 결과를 분석해 피드백을 준다.

지난 6월 본격적으로 사업화에 들어간 대공간 하이브리드형 군사 시뮬레이터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8명의 군인이 분대를 이뤄 실제 M4A1, K5 등 군에서 사용하는 총기를 본뜬 체감화 장비를 들고 실전과 같은 훈련을 받을 수 있다. 과거 빈 라덴 사살 작전에 썼던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상 세계의 적을 소탕하거나 가상의 잠실 종합운동장 일대에서 발발한 테러를 진압하는 식의 훈련이다. 함께 훈련을 받는 동료들의 모습이 가상현실에서 실시간으로 표현되며 손동작이나 총구의 방향, 움직임, 엄폐 상황 등을 체크하면서 움직일 수 있다. 훈련관은 필요한 시나리오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 가상 세계 적들의 기동성이나 총기 숙달 수준을 조절해 훈련 난이도를 조정할 수 있다. 이런 전문적인 훈련 분야에서 XR의 도입은 엄청난 효과를 가져올 것이다.

대공간 XR 워킹 시스템의 국제표준기술 제정도 추진하는 것으로 안다.

이미 2020년 국내 표준은 획득했고, 국제표준기구 IEEE(국제전기전자공학자협회)와 함께 국제표준기술 제정을 추진 중이다. XR 안경은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주도하는 시장이다. 하지만 콘텐츠와 연결된 부분은 다르다. 시스템 안에 포함된 IR 카메라와 다양한 컨트롤러가 정보를 얻고 처리하는 방식, 각각의 요소를 연결하는 기술은 콘텐츠와 연계해서 접근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이 지점에서 우리 기술을 국제 표준으로 만들어 보자고 생각했다. 약 3년에 걸쳐 추진해왔고 최종 단계에 와 있다. 이르면 4분기, 늦어도 내년 1분기에는 제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술 표준을 획득하려는 이유는 무엇인가?

콘텐츠 기업 입장에서 사실 기술 표준이란 건 신경을 잘 못 쓰는 부분이다. 기업은 기술을 지키고 수익을 얻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히려 특허를 낸다. 하지만 아무도 존재를 모르고, 누구도 쓰지 않는 특허 기술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는 시장에선 기술을 오픈하는 게 오히려 지키는 것이란 내부적 판단이 있었다.

XR 기술은 굉장히 빠르게 발전 중인데 우후죽순 개발되는 측면이 있다. 다양성 측면에서 더 나은 기술을 찾는 단초이긴 하지만 제각각 자기 방식대로 개발을 하다 보니 나중에 시장의 승자와 패자가 갈릴 때까지 비효율이 커진다. 그래서 중간중간 표준을 만들면서 발판을 하나씩 놓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봤다. 경쟁 업체든, 소비자든 지금까지 얻은 기술적 성과를 한 계단 깔고 그 위에서 더 나은 기술을 찾는 거다.

사람들이 결국 XR 콘텐츠에 요구하는 건 무엇일까.

XR은 장비를 착용하면 특정한 공간이 제공되는 개념이라고 봐야 한다. 그런 공간을 제공하고선 가만히 앉아서 게임을 하게 만드는 건 소비자를 완전히 무시하는 콘텐츠다. 소비자는 분명히 상상력과 기대감을 가지고 XR 콘텐츠를 접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기존 하드웨어와는 다른 인터랙션 경험을 기대하는 것이다. 그럼 콘텐츠 제작자의 임무도 분명해진다. 원하는 대로 기대치의 범위 안에 있는 인터랙션을 가능하게 만들어 주면 된다. 이게 첫 번째다.

여기에 기반해 극적인 경험을 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이건 기존 플랫폼과 XR의 경험이 달라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테면 물리법칙을 포함해 현실과 완전히 똑같은 가상 세계를 만들었다고 해보자. 사람들이 여기 접속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 물리법칙을 살짝 비틀든, 이용자에게 가상 세계에서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든 뭔가 변화를 줘야 한다. 그러한 변화가 사용자에게 유쾌한 경험, 즐거움으로 기억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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