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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유현재, 전재현 천명앤컴퍼니 공동대표 · 심경진 운칠기삼 각자대표

“점술-운세를 미신으로만 보지 말고
미래 불안감 해소라는 가치에 주목을”

김윤진 | 375호 (2023년 0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점술 시장의 미슐랭’을 표방하며 점술 상담 중개 서비스 ‘천명’을 선보인 천명앤컴퍼니, 그리고 ‘운세 시장의 넷플릭스’라 불리며 운세 콘텐츠 서비스 ‘포스텔러’를 개발한 운칠기삼. 이 두 회사에는 많은 차이점이 있다. 신점 상담 중개에 뛰어든 천명의 목표는 미래 예측의 적중률을 높이고 이른바 ‘용한 점술인’을 제대로 검증해 고객과 연결하는 것이다. 반면, 사주와 점성술 콘텐츠를 제작하는 포스텔러의 목표는 미래 예측보다는 위로와 치유, 가벼운 즐길 거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에겐 공통점도 있다. 바로 미래에 대한 인간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힘든 이들에게 자신감과 용기를 심어주는 점술, 운세 서비스의 순기능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미신이라는 선입견을 거두고 역기능을 적극적으로 제거하거나 우회한다면 유의미한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아울러 점술과 운세를 비과학이라는 잣대로 볼 것이 아니라 종교의 대안이자 하나의 문화로 포용해야 한다고도 창업자들은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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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을 조장하는 것 아닌가요?”

점술 상담을 중개하는 플랫폼 스타트업 ‘천명앤컴퍼니(천명)’와 운세 콘텐츠 서비스 스타트업 ‘운칠기삼’이 투자자를 설득하는 과정에서 매번 맞닥뜨리는 질문이다. 스타트업이라면 시장을 어떻게 혁신하고 서비스를 통해 고객에게 어떤 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점술과 운세를 더 믿도록 하는 것이 과연 ‘가치 있는 일’인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이 으레 따라오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모델은 각기 다르지만 사람들의 불안을 이용해 장사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 비과학적 믿음을 부추기고 데이터 기반 예측과 대척점에 있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은 이 시장에 진입한 스타트업들이 공통적으로 떠안고 있는 숙제다. 또한 사람들이 힘들거나 기댈 곳이 필요할 때 점을 보고, 사주팔자와 별자리를 쳐다본다 한들 이런 활동은 대체로 암암리에 일어난다. 따라서 시장이 정말 크고 유망하다는 것을 입증하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시장을 선도하는 신생 스타트업들은 “혁신은 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부정적 시각에 정면으로 맞서 비즈니스의 당위성을 뒷받침하고 서비스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리고 점술과 운세에 열광하는 2030세대를 빠르게 흡수하면서 시장에 침투하는 중이다. 신점이나 사주 등을 보는 역술인과 고객을 연결해 직거래를 대체하겠다고 나선 천명은 철저한 시장조사로 실리콘밸리 기반의 벤처캐피털(VC) 알토스벤처스를 설득해 50억 원을 유치했다. 또한 카카오·네이버 출신이 의기투합해 창업한 운칠기삼(포스텔러) 역시 카카오벤처스·카카오게임즈·캡스톤파트너스·빅베이슨캐피탈 등 유수의 투자 기관으로부터 누적 84억 원의 투자를 받고 사주, 별자리, 타로 등 각종 운세 콘텐츠로 국내뿐 아니라 해외 5개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점술과 운세 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것은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다. 동양보다 과학적 사고를 더 강조하는 서양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사람들이 고립되고 불안과 외로움이 커진 틈을 타 점(占)과 기술을 접목한 ‘점테크’ 스타트업에 돈이 더욱 몰리고 있는 추세다. NASA(미 항공우주국) 별 관측 데이터를 기반으로 점을 보는 미국의 점성술 스타트업 ‘코-스타(Co-Star)’는 실리콘밸리 및 뉴욕의 투자사로부터 누적 26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고, 힌두교 기반 역술 앱을 운영하는 앱스포바랏(AppsForBharat)도 미국의 대표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 등으로부터 170억 원을 유치했다.

이처럼 기존 수요층은 물론 2030세대까지 가세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점술과 운세가 하나의 놀이이자 문화로 번져가는 이유는 무엇일까. DBR이 ‘점술 시장의 미슐랭’을 표방하며 천명 서비스를 선보인 유현재, 전재현 공동대표와 ‘운세 시장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포스텔러 서비스를 만든 심경진 각자대표를 만나 비과학을 종용한다는 선입견에 맞서 회의론자들을 어떻게 설득해 왔는지, 또한 그들이 생각하는 시장의 특징과 고유한 가치는 무엇인지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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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점을 더 보게 만드는 것 아니냐’는 이유로
점술 상담 중개 서비스의 가치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많이 접했을 것 같다.

전재현 대표(이하 전): 우리도 점술을 믿어서 비즈니스를 시작한 건 아니기 때문에 이런 회의적 시선이 나온 배경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점술 자체를 믿지는 않더라도 점술 시장의 유구한 역사는 믿을 수밖에 없다. 점술은 문화와 깊이 연결돼 있고, 지방에서는 굿을 할 때 스님이 참여할 정도로 무속과 불교 신앙이 가깝게 맞닿아 있다. 종교에 비과학이나 미신이란 수식어를 붙이지 않듯이 점술도 비과학이라고 가치를 폄하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포용해야 한다. 2013년 국가별 경제 수준과 종교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인당 GDP가 낮은 국가일수록 종교가 인생에서 중요하다고 답한 국민의 비율이 높고, 한국이나 영국처럼 인당 GDP가 높은 국가는 그 비율이 20% 미만으로 낮았다. 하지만 경제 성장과 무관하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어디에나 실재한다. 근본적이고 실존적인 인간의 불안을 해소해준다는 가치에 있어 이 종교의 빈자리를 점술이 일부 대체할 수 있다고 믿는다.(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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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현재 대표(이하 유): 애니미즘, 토테미즘 등의 무속 신앙은 몇천 년 전부터 모든 문화권에 존재해 왔고, 이런 믿음은 쉽게 없어지지 않고 앞으로도 건재할 것이다. 오랜 역사 속에서 명맥을 이어왔다는 것은 그만큼 순기능이 있다는 방증이다. 그렇다면 굳이 그 시장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 아니라 시장 내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해 역기능을 줄이고 순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점술이 미신 혹은 사기와 동일시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비용’을 동반하기 때문이다. 점술을 찾는 수요가 있는 한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앞서 이 사회적 비용을 제거하는 게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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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술이 줄 수 있는 순기능을 높게 평가하는 건가?

유: 미래에 대한 불안감 해소가 점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순기능인 것 같다. 그리고 인간이 매일매일의 삶을 행복하게 영위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불안을 적절히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일례로 천명도 지난해 4월 알토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기 직전까지 IR 라운드를 돌면서 수없이 많은 거절을 당했다. 점술 시장이 생소하고 투자 경험이 없다 보니 선뜻 우리의 비전을 믿어주는 곳이 없었다. 당시 심각한 불면증에 시달렸는데 잠이 오지 않아 유튜브를 보던 중 우연히 타로 카드로 재물운을 점치는 영상을 접했다. 카드를 하나 고른 뒤 영상의 타임라인을 넘기자 ‘다음 주 생각지도 못한 재물운이 들어오니 놓치지 말라’는 풀이가 나왔다. 이 점이 맞아떨어져서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영상 덕분에 IR을 앞두고 조금 더 편하게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이처럼 점치는 행위는 불확실성이 높고 힘든 상황을 견디는 힘이 돼줄 수도 있고, 자신감을 심어줄 수도 있으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동력을 제공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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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힘을 믿고 기도하는 이유는 결국 인간의 손으로 어찌할 수 없는 일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기 때문이다. 기원전 49년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루비콘강을 건너며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말한 것과 동양에서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의 한자 성어가 널리 쓰인다는 사실을 보자. 개인의 학식이나 역량과 무관하게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을 다한 뒤에는 결과를 운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것을 대다수가 받아들이고 있어서다. 이렇게 필연적으로 인간의 삶에 따라오는 불안을 위로해주는 것은 충분히 가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이 당면한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이 아니라
회피라고 볼 수도 있지 않나?

유: 신점, 사주, 타로 등 점술 상담이 줄 수 있는 가치는 오히려 회피와는 정반대다. 점술 상담까지 받는 사람들은 어느 정도 상황을 타개하고 극복하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이들이다. 미래에 어떤 선택지가 기다리고 있는지를 알고 조금이라도 더 나은 선택지에 도달하려면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하는지 구체적인 솔루션을 구한다는 점에서 상황을 회피하기보다는 정면으로 마주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이 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역술인이 유의미하고 사람들이 가치를 느끼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의 ‘자유의지’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개인의 선택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전문가를 변별해내는 게 중요하다.

전: 인간의 ‘자유의지’에 대한 존중은 유의미한 점술 상담이 갖춰야 할 핵심 조건이다. 실제로 점술이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비용을 유발하는 까닭은 고객에게 겁을 주거나 가스라이팅하면서 ‘신의 뜻을 거스르면 안 된다’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악운을 면치 못한다’는 식으로 굿이나 원치 않는 행동을 부추기는 점술인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해자들을 시장에서 축출해 고객과의 접점을 없애고 ‘점술 시장의 미슐랭’으로서 실력과 서비스를 검증받은 상담가만 고객과 만날 수 있게끔 시장을 정화하는 게 천명 같은 스타트업이 해야 할 일이다.

점술 시장의 페인포인트는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가?

유: 천명이 해결하고자 하는 미션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고품질의 점술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시장의 가장 큰 페인포인트가 소비자들이 공급자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 어느 점술인이 실력 있는지 알지 못한다는 점이다. 지인의 추천을 받아 알음알음 점집을 찾아가지만 정보 비대칭성이 크기 때문에 기대했던 상담을 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개인의 기대에 부합하는 사람을 선별하고 연결해주는 게 중요한 과제다. 두 번째는 가격이 합리적으로 책정될 수 있는 완전 경쟁 시장을 조성하는 것이다. 지금은 공급자가 실력에 따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가 있다. 따라서 소위 ‘잘하는’ 점술인에게 고객이 몰리고, 그렇지 않은 이는 도태돼 수요공급에 따라 소비자가 받는 효용의 크기만큼 공급자가 벌어가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번째는 바로 안전한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굿만 하면 아들이 서울대에 갈 수 있다는 말에 혹해 점술인에게 돈을 입금했던 어머니가 무당이 잠적해버리는 바람에 3000만 원을 잃는 사기를 당한 적이 있다. 이처럼 점술 시장의 또 다른 페인포인트는 사기와 분쟁이 잦다는 점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공급자 간 신뢰를 보장하는 것이 관건이다.

전: 분쟁의 면면을 보면 점술인이 ‘미래를 못 맞혔다’는 단순 이의 제기부터 대리 상담으로 인한 소송까지 다양하다. ‘굿을 했는데 자식이 서울대에 못 갔다’ ‘굿에 사용되는 과일을 재활용했다’라며 시작한 다툼이 수천만 원대 소송으로 비화하기도 하고, 돈을 받은 점술인이 굿판에 나타나지 않는 사기도 비일비재하다. 이에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품질 관리에 힘쓰는 한편 이런 피해를 예방, 구제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점술인이 ‘잘하는’ 사람인지 실력을 어떻게 정량화하고 측정할 수 있나?

유: 처음에는 고객이 상담 직후 남기는 ‘별점’을 기준으로 서비스의 가치, 즉 고객 만족 여부를 판별할 수 있다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하지만 선생님마다 애정운을 잘 맞히는 사람부터 진로, 취업 상담에 강한 사람까지 강점이 달랐고 고객의 기대치도 달랐다. 별점만으로 실력자를 가리기 어려웠다. 이에 공급자가 자신 있는 서비스와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잘 매칭해야 만족도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봤고 양측 당사자가 사전에 체크한 관심 카테고리 및 사용자 리뷰를 분석해 ‘개인 맞춤형 큐레이션’을 강화했다. 하지만 소비자가 별점도 후하게 주고 개인의 기대에 부응하는 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그 점술인을 다시 찾거나 타인에게 추천할 정도로 만족했다는 보장이 없었다. 이를 보완하고자 해당 점술인과의 상담을 주변에 권하는 ‘강력 추천’ 비율도 함께 고려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강력 추천을 하겠다고 해놓고 실제로는 추천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고, 추천율 지표 역시 한계가 있었다.

결국 더 정확한 평가를 위해 올해 6월 소비자 100명, 공급자 100명을 집중적으로 인터뷰하면서 고객 만족을 결정하는 요인을 더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그 결과,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서비스에 만족하고 추천이나 재방문 여부를 결정하는 시점은 점술 상담 직후가 아니라 점술인이 예측한 일이 미래에 실현이 됐을 때라는 것을 발견했다. 미래 예측이 적중해 ‘와우 모먼트(wow moment)’가 터져야 주변에 적극적으로 추천한다는 게 약 95%의 인터뷰이가 공통적으로 한 이야기였다. 이 조사를 통해 개인화도 중요하지만 어느 정도 미래 예측 적중률이 전제돼야 고객에게 유의미한 가치를 줄 수 있고, 적중률이 실력의 척도라는 점을 알게 됐다.

미래 예측을 빼놓으면 일반 상담 서비스와 차이가 크지 않은 것 같다.

유: 점술 상담 서비스가 ‘점술’보다 ‘상담’에 방점이 찍혀 일반 상담 서비스와 차이가 크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점술인마다 특장점이 있는 분야가 있는데 취업 상담에 특화된 사람의 경우, 예컨대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려는 고객에게 MBB(맥킨지·베인앤드컴퍼니·BCG) 중 어디로 가는 게 더 나을지까지 세부적으로 조언해주기도 한다. 단순히 미래 예측이 맞아떨어지는지를 떠나 이렇게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주는 상담가를 선호하는 소비자도 있다. 또한 연인과의 재회 가능성 등 애정운에 관심 많은 2030은 공감과 위로를 더 바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오프라인 점술 상담의 핵심 수요층은 상담의 가치보다는 점술의 가치를 더욱 중요시한다. 시장의 메인 유저인 초등학생부터 대학생까지의 자녀를 둔 35~51세의 여성, 즉 ‘어머니’들은 단순 조언이나 공감, 위로를 기대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본인, 자녀, 남편 등의 향후 행보와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 한다. 이 코어 층을 플랫폼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결국 미래 적중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고, 천명도 이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미래 적중률이 높은 점술인을 유치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나?

전: 미래 적중률, 즉 예측 정확도가 고객 만족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된 뒤로는 최적의 공급자 유치 전략을 짜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예를 들어, 진학, 승진 등 2개월 안에 정확하게 결과가 판가름이 날 수밖에 없는 고민을 가진 패널 약 20명을 모집해 천명 앱에서 추천을 가장 많이 받은 점술인과 오프라인 직거래 시장에서 유명한 점술인으로부터 모두 상담받게 한 뒤 2개월 후 만족도를 비교 평가하는 실험을 현재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1일 상담을 진행해 8월 31일 결과가 나올 예정인데 이런 식으로 ‘잘하는’ 선생님을 어떻게 플랫폼에 모을 수 있을지를 고민하고 있다. 만약 둘 사이의 적중률에 큰 차이가 없다면 지금처럼 입점 신청을 한 점술인들을 자체 기준으로 검증해 합격시키는 방식을 유지하고 직거래 시장에서 유명한 1티어 점술인들의 적중률이 유의미하게 높다면 힘들더라도 이런 분들을 찾아다니면서 입점시킬 계획이다.

유: 실험을 반복할수록 입소문이 많이 난 점술인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는 통찰을 얻게 돼 입소문을 서비스 가치의 주요 평가 지표로 삼고 있다. 의외로 점술인의 미래 적중률이 높다고 해서 고객 유지율(retention)이 높은 것은 아니다. 물론 단골을 둔 이들도 있지만 이용자들이 기본적으로 특정 점술인에게 록인(lock-in)돼 재방문하기보다는 ‘쇼핑’하듯 여러 사람의 상담을 받아보고 비교해보는 걸 선호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미래 적중률과 입소문(virality) 사이에는 유의미한 상관관계가 있다. 점술인의 예측이 나중에 실현되는 경험을 한 사람들은 굳이 재방문까지는 안 하더라도 동네방네 지인들에게 소문을 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객 유지율도 중요하지만 입소문을 미래 적중률의 대리 지표로 보고 공급자 유치 전략을 짜고 있다.

점술인이 자발적으로 입점 신청을 한다고 했는데
이들이 플랫폼을 통해 얻는 이익은 무엇인가?


유: 점술인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난제는 바로 ‘신규 고객 유치’다. 이들이 한 달에 집행하는 마케팅 비용만 평균 300만~400만 원에 달한다. 무속인들이 본인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제한적이다 보니 유튜브나 네이버 블로그 등에 노출되기 위해 상당한 돈을 지불한다. 따라서 플랫폼을 통해 신규 고객을 모집하고, 특히 젊은 세대에 소구할 수 있다는 점은 엄청난 입점 유인으로 작용한다. 방송을 타거나 1~2년 치 대기가 밀린 유명 점집은 손에 꼽을 정도이고, 그마저도 미디어 효과가 잦아들면 곧바로 고객 발길이 끊긴다. 창업 초기인 2020년 초반에는 직접 굿당에 전단을 붙이거나 사주, 타로 교육기관을 찾아다니면서 천명을 알리기 위해 발로 뛰었지만 약 10개월이 지난 시점부터는 입점 신청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전: 입점 신청이 월 400~450건에서 많으면 1000여 건도 들어오는데 자체 검증단 약 150명 중 시간이 맞는 3명이 점집을 일일이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상담을 받는다. 상담 시 검증단의 과거/현재를 얼마나 잘 맞혔는지를 평가해 3명 모두에게 ‘대부분 맞음’을 받아야 통과되기 때문에 합격률은 약 5% 내외다. 지금까지 입점을 신청한 점술인은 약 1만5000명에 달하지만 현재 천명에서 활동 중인 사람은 900명밖에 안 된다. 한 번 입점을 했더라도 서비스 품질이 낮으면 계약을 해지한다. 미슐랭 레스토랑을 찾는 고객들은 ‘맛’과 ‘서비스’가 모두 훌륭하기를 기대한다. 마찬가지로 천명도 점술 시장의 미슐랭을 표방하기 때문에 맛에 해당하는 실력과 서비스를 모두 갖춘 점술인만을 선별하려 하고 있다. 실력 측면에서는 재방문율과 입소문 지표가 모두 저조한 점술인을, 서비스 측면에서는 대리 상담, 욕설, 성희롱 등 문제의 소지가 있는 발언을 하는 점술인들을 내보내 품질을 관리하고 있다.

안전한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해 도입한 조치에는 어떤 게 있나?

유: 신점 시장은 일종의 다단계 형태를 띠고 있는데 여기서 여러 문제가 파생된다. 무당도 신내림을 받은 지 오래되고 나이가 들면 신통함이 떨어지는데 이때 ‘신어머니’들이 제자들을 키워 더 많은 굿을 판매하도록 유도하고 이 매출의 일정 비율을 공유하는 식으로 수익을 낸다. 부가 서비스를 강매하는 업셀링(Upselling, 고객에게 더 비싼 상품을 구매하도록 유도하는 판매 방법) 등 부작용이 발생하는 이유다.

전: 이에 천명은 고객들이 순간적으로 점술인의 언변에 현혹돼 서비스를 구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안심 결제 시스템을 도입하고 고객이 합의하에 모든 서비스를 제공받고 만족한 것까지 확인됐을 때 플랫폼에 예치한 돈이 입금되도록 하고 있다. 시간 차가 있기 때문에 돈을 예치했더라도 중간에 생각이 바뀌면 고객이 점술인과 직접 얼굴을 붉히지 않고도 천명의 고객센터를 통해 구매 의사를 철회할 수 있다. 또한 상담 전 이런 부가 서비스를 권유받고 싶지 않다고 미리 체크한 고객에게는 점술인이 관련 내용을 일절 언급하지 못하도록 교육한다. 가격 역시 정찰제를 시행하고 있다. 오프라인 직거래 시장에서 결정된 가격에 개입하거나 섣불리 교란시키지는 않지만 시간당 얼마인지 사전에 명확히 정의함으로써 공급자가 임의로 시간을 단축하거나 비용을 더 청구하는 등 재량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점술 시장의 규모가 비즈니스가 될 정도로 충분히 큰가?

유: 점술 상담 직거래는 주로 현금 거래가 일어나고 정확한 통계 자료가 없는 시장이기 때문에 자체적으로 공급자와 소비자 측면에서 각각 시장 규모를 추산했다. 우선, 소비자 측면에서는 설문 전문 기관 트렌드모니터에 의뢰해 20~55세의 무작위 패널 약 2000명을 모집한 뒤 신점, 사주, 타로 상담을 대면과 전화로 각각 1년에 몇 회 하는지, 회당 얼마나 비용을 지불하는지, 어느 정도 주기로 찾는지 등을 조사해 대략의 지출 규모를 파악했다. 그다음 이 패널이 한국 인구를 대표한다고 가정했더니 연 1조4100억 원 정도의 매출이 발생하는 시장이라는 계산이 나왔다.

다음으로 공급자 측면에서는 현재 활동 중인 점술인 숫자를 파악했다. 이를 위해 네이버 지도에서 신점, 사주, 타로 키워드로 검색되는 업체를 모두 크롤링했고, 포털에 등록된 업체만 1만여 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천명 플랫폼에 입점한 점술인 가운데 네이버 지도에 등록된 비율이 약 23%인데 실제 활동 중인 점술인도 같은 비율로 등록돼 있다고 가정했더니 검색되지 않은 업체까지 총 4만2000여 개에 달한다는 셈이 나왔다. 매출 분포도 천명 플랫폼과 같이 상위 30%가 전체 70% 이상의 거래액을 만들어내는 파레토 구조1 를 따른다고 가정하고 계산한 결과 시장 규모는 약 1조4800억 원으로 추정됐다. 이렇듯 소비자와 공급자 양측에서 각각 환산한 결과가 1조4100억 원, 1조4800억 원으로 비슷해 시장 규모는 약 1조4000억 원대라고 예측하고 있다.

전: 우리나라에 편의점이 약 4만8000개 정도가 있는데 점집이나 철학관이 4만2000개에 달한다는 건 편의점만큼이나 많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또한 시장 규모가 1조4000억 원대라는 것은 우리나라 영화 산업의 규모와 맞먹는 정도다. 상담뿐 아니라 콘텐츠나 부가 서비스 시장까지 범위를 넓히거나 글로벌 시장까지 고려하면 훨씬 규모가 크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그렇다 해도 모든 사람이 수시로 점을 치는 것도 아닌데 플랫폼으로서 한계가 있지 않을까?

유: 소비자 조사를 했을 때 사람들이 연평균 1.5회 정도 점술 상담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고, 연 1~2회 점술 상담을 받는 국내 인구는 약 800만 명 정도다. 20대 이상 인구만 치면 전체의 약 20%가 온오프라인에서 점집을 찾는다. 만약 사람들이 점술 상담을 조금 더 신뢰하게 되고, 서비스가 줄 수 있는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되면 빈도는 점차 늘어나지 않을까 싶다. 실제로 천명 서비스 이용자들의 경우 연평균 4~5회 상담을 받고 있으며 이는 용한 점술인을 선별해 품질 관리에 주력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어차피 우리의 목표는 모든 사람이 점술을 믿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95%에 달하는 직거래가 천명 플랫폼을 통해 일어날 수 있도록 사회적 비용을 제거하고, 안전하고 투명한 생태계를 만드는 것이다.

전: 일본의 경우 점술을 헛소리(bullshit)나 미신으로 취급하기보다는 하나의 문화로 인정하는 편이며 시장 규모도 약 10조 원 정도로 한국의 약 7배이며, ‘자팔라스’ ‘미디어코보’ ‘컨피던스’ 등 점술 관련 상장사도 제법 많다. 당장은 한국에서 이런 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인식을 제고하고 국내 시장을 점유하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본을 비롯해 중국, 인도 등의 시장으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일본의 오미쿠지, 유럽의 트럼프 카드 점, 이집트의 수비학, 이누이트의 샤머니즘 의식, 티베트 불교의 주사위 점 등을 떠올려 보면 각기 형태는 다르지만 ‘점치는’ 행위는 세계 각지에서 인간의 역사와 함께해 왔다. 이처럼 유구한 역사를 가진 점술이 종교와 마찬가지로 순기능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비용은 낮추되 효용을 살리는 방향으로 시장을 혁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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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미권을 비롯해 소위 ‘비과학적 믿음’에 대해 회의적이던 시장도
점점 운세 서비스에 우호적으로 변하고 있는 것 같다.

심경진 대표(이하 심): 사주, 점성술, 타로 등 운세 콘텐츠의 인기가 일종의 글로벌 트렌드가 되고 사람들이 많이 보는 이유는 결국 ‘내’가 중요해진 시대이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어떤 위인 혹은 유명인이 무엇을 하는지 이야기를 많이 했다면 요새는 그보다 ‘내가 누구이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나를 알고 유형화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강해졌다. MBTI가 유행하고 내가 누구와 잘 맞고, 잘 안 맞는지 범주를 구분하는 이유도 나를 단순화된 방식으로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다. 특히 우리가 생각하는 디지털 운세의 핵심 가치는 ‘평가받지 않고 나의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 일반적인 소셜미디어에서는 사람들이 ‘공감’ ‘구독’ ‘좋아요’ 등 타인의 평가와 반응에 노출돼 있고 모든 사람이 나보다 잘난 것 같고, 나보다 행복한 것 같다는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다 보니 나의 이야기도 그럴싸하게 포장해야 할 것만 같은 경쟁의 압박에 시달린다. 그런데 운세나 궁합 등은 철저히 세상을 내 중심으로 풀어주고 좀 더 개인에게 집중할 수 있는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 콘텐츠라는 점에서 젊은 세대가 더 시간을 쏟기 시작하는 것 같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친 이들을 흡수하면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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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 서비스의 주 이용자층이 어떻게 되고,
이들의 이용 패턴은 어떤지 궁금하다.

심: 성별로 보면 여성이 약 75%고, 연령대로 보면 10~30대가 약 83%다. MZ세대 여성이 핵심 이용자층이라고 보면 된다. 주로 애정운에 관심이 많다. 포스텔러 서비스의 지향점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내 주머니 속의 도사님’이고, 사람들이 일상에서 고민이 있거나 힘들 때마다 수시로 드나들면서 조언과 위로를 구할 수 있는 일종의 동반자 역할을 하는 게 목표다. 실제로 동반자라는 성격에 걸맞게 한 번 들어온 이용자는 쉽게 이탈하지 않는다. 예컨대, 2019년에 가입했던 회원의 40% 정도가 아직 잔류해 있다. 물론 MZ세대 이용자들의 특성상 앱을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는 경우가 많긴 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고객 유지율이 높다. 고객의 평균 이용 횟수가 주 6회에 달하는 등 고착도(stickiness)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자기 전 침대에 누워 하루를 마무리하면서 접속해 오늘의 운세가 바뀌는 것을 확인하는 이용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항상 밤 12시, 자정 무렵에 트래픽이 정점을 찍는다.

상담이 아니라 철저히 콘텐츠 비즈니스에만 집중하는 이유도 궁금하다.

심: 처음부터 ‘힐링 운세’를 키워드로 잡고 누구나 즐기고 힘들 때 기댈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을 비즈니스의 목표로 삼았다. 상담 중개는 소위 힐링, 즉 치유와는 거리가 있다고 봤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 월화수목금토 등 자연과 하늘, 별을 보고 운세를 가늠하는 문화의 기원은 메소포타미아문명으로 거슬러 올라가고, 중국으로 건너가 음양오행학을 기반으로 사주의 형태를 띠게 된 것으로 고전 문헌에 기록돼 있다. 우리는 이렇게 기록이 있고 학문적으로 연구되던 것들을 현대적 관점에서 재해석해 사람들이 편리하게 쓰고 가볍게 접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취지로 사업을 시작했다. 무속, 신점과 거리를 둔 이유도 그 가치를 존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문헌을 기초로 ‘설명하기 어렵다’고 봤기 때문이다. 신점의 영역은 미래를 예측하고, 미래의 불운을 막기 위해 액땜용 굿이나 부적 등 부가 서비스를 판매하는 것을 주된 비즈니스로 한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 예측의 정확도를 극대화하는 것에도 관심이 없고, 믿음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모든 선택은 개인의 몫이며 포스텔러라는 플랫폼은 마치 강남역이나 대학로 타로 거리에 있는 무수한 상점처럼 언제든 즐길 수 있는 콘텐츠의 선택지를 제공할 뿐이다.

재미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엔터테인먼트업에 가까운 것 같다.

심: 물론 엔터테인먼트의 성격도 있다. 다만 이용자들이 100% 재미만을 좇는다면 이렇게 높은 고착도가 나타나지는 않았을 것이고 즐기면서도 일정 부분 의사결정의 혜안이나 해답을 찾고자 하는 수요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가 터져서 일상이 망가지고, 옆에서 비트코인과 부동산 투자 등으로 일확천금한 친구들이 보이는 상황에서 높은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창구인 셈이다. 하지만 젊은 세대에게 운세를 믿는지 안 믿는지 인터뷰를 해보면 이구동성으로 ‘필요한 것만 알아서 취한다’고 답한다. 운세 비즈니스에 대해 선입견을 가진 이들은 주로 어머니들이 무당에게 속아 돈을 잃거나 궁합 보고 결혼을 반대하는 등 과도한 의존도로 인한 사회적 부작용을 염려한다. 하지만 MZ세대를 주축으로 한 이용자층을 대상으로 조사하면 이를 과학적 진리나 종교 수준으로 맹신하는 이들은 찾아보기 어렵다. 대부분 스스로의 의사결정에 대해 조금 더 확신을 얻고, 일말의 불안감을 없애고, 자신감과 용기를 얻는 수단 정도로 활용한다.

어떻게 네이버, 카카오 등 데이터 기반 예측이 중요한 IT 업계에서 일하다가 운세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됐나.

심: 네이버와 카카오에 있을 때도 콘텐츠 관련 사업 부문에 있었다. 공동 창업자인 김상현 대표와 네이버에서는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로 손발을 맞췄고, 카카오에서는 ‘카카오플러스 친구’에서 콘텐츠 계약을 맺는 일이 많은 부서에 있었다. 당시 콘텐츠를 확보하는 과정에서 사주닷컴이란 업체와도 협업을 했는데 이때 ‘과학이냐, 비과학이냐’를 떠나서 온라인 운세라는 게 굉장히 재미있고 ‘콘텐츠’로서의 가치나 시장이 크다는 데 주목했다. 원래 운세는 다음, 네이버에서도 연간 200억~300억 원 정도를 벌어들이던 시장이었고 한때는 만화나 음악과 비견될 정도로 콘텐츠로서 디지털 시장에서 잠재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멋이 없다’는 이유로 IT 분야의 사람들이 손을 섣불리 대지 않아 여전히 비주류 시장으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고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플랫폼이 직접 운세 콘텐츠 비즈니스에 뛰어들 것 같지는 않았다. 수요는 있는데 기존에 있던 시장이 꺼졌으니 디지털 혁신을 했을 때 새롭게 살릴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사주닷컴로부터 일부 초기 투자를 받고 외주 콘텐츠를 확보하면서 사업을 본격화할 수 있었다.

사주닷컴은 잠재적 경쟁 업체가 될 수 있는데
왜 투자를 한 것인가?

심: 2000년대 초반은 포털 서비스 부흥기와 맞물려 사주닷컴 등의 기존 디지털 운세 서비스 업체들이 호황을 누리던 시기였다. 하지만 PC 시대에서 모바일 시대로의 전환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고, 기술 관련 역량과 인력이 없기 때문에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한 채 포털의 콘텐츠 공급자(CP)에 머물러 있었다. 기존 업체들 입장에서도 갑자기 인력을 채용해 IT 스타트업으로 체질을 전환하기는 어려웠기 때문에 포스텔러가 창업하던 2017년까지도 스마트폰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에 맞춘 서비스를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것이다. 이에 사주닷컴도 기술 스타트업과의 협업하려는 수요가 있었고 우리도 콘텐츠 제휴를 통해 이들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공유하면서 여기에 기술을 입히면 시너지가 날 것이라고 기대했다.

기존 업체와의 어떤 점에서 차별화되며
이를 과연 ‘혁신’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심: ‘포천 애널리틱스 시스템(FAS)’이라는 소프트웨어를 독자 개발해 운세 콘텐츠를 자동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계산 시스템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사주와 별자리는 기본적으로 규칙이 있다. 디지털 운세가 사람이 보는 운세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개인별 변수나 특이 사항을 고려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자동화 과정에서 경우의 수를 압축하고 양을 줄이다 보면 구체성이 결여되고 일반화된 결괏값만을 내놓기 십상이다. 그런데 결과가 개인별로 세분화되지 않으면 이용자가 많아질수록 “친구와 내 친구의 운세가 똑같아요”라는 불만이 나오고, 다른 서비스의 결과와 비교한 뒤 “왜 여기서만 똑같냐”고 항의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래서 포스텔러는 변수를 최대한 다양하게 고려하고 키(key)마다 문장 하나하나를 대입해 이 키를 조합하면 수없이 다양한 변주(variations)가 가능하도록 CMS 시스템을 구축했다. 가령, 앱 가입자는 약 750만 명, 월 이용자(MAU)는 140만 명 정도인데 신년 운세의 경우 그보다 많은 조합이 생성되기 때문에 이용자마다 미세하게 다른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 이미 존재하던 시장이지만 기술을 입혀 초개인화 콘텐츠를 구현했다는 게 일종의 혁신이라고 생각한다.

초개인화가 핵심 경쟁력인가?

심: 그렇다. 최대한 개인맞춤형으로, 운세 자체가 맞는지 틀린지를 떠나서 고전과 원문에 부합하는 정확한 답변을 내놓으려 한다. 개인마다 기본값으로는 태어난 연·월·일·시가 존재하고, 여기에서 기본적으로 8개 사주팔자가 나온다. 이를 토대로 음양오행 값과 각 10년 대운, 연운 등에 따라 달라지는 값, 그리고 사주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각종 ‘사건’에 대응하는 키를 만들어 놓는다. 예를 들어, 개인의 사주에 있는 어떤 글자와 올해 들어온 글자가 충돌하는 사건(충), 일치하는 사건(합) 외에도 길성, 흉성, 십이운성, 십이신살, 형, 파, 해, 원진 등을 살펴서 각각의 사건에 대해 미리 어떤 문장과 문단을 대응시킬지 코딩해 놓는 것이다. 그러고는 이렇게 2000만 개가 넘는 조합을 알고리즘이 분석해 완전히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한다. 사주팔자 해석이 여러 가지로 갈리거나 개인별 특이 사항을 고려해야 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어떤 해에 가장 운이 좋으셨어요/나쁘셨어요?” 등 추가 질문을 통해 개인에게 더 적합한 풀이법으로 재계산을 돌린다. 마찬가지로 별자리의 경우도 연도 변화에 따른 태양 위치와 별의 위치 등 하늘의 배치도(명반), 택일을 할 때 사용하는 조선 시대 해시계 데이터 등을 분석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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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개인화된 콘텐츠를 제공했을 때 이용자들이 실제로 그 차이를 인지하고 반응하는가?

심: 일단 유료 이용자들은 돈을 내고 구매했는데 남과 똑같은 콘텐츠를 받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따라서 개인화는 당연히 중요하고, 다음으로 세분화된 해석이 어떻게 도출됐는지 그 과정을 궁금해 하는 소비자들도 많기 때문에 체계적인 계산 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게 중요하다. 역술인협회에 따르면 한국에서 사주 공부를 학원에서 등록해서 한 경험이 있는 사람만 100만 명에 달한다. 소위 ‘전문가’를 자처하는 사람이 수두룩하다는 뜻이다. 운세 풀이의 근거가 명확하지 않고 출처가 모호한 해석을 제공하면 고객센터에 ‘본인이 배운 것과 다르다’며 즉각적인 반응이 온다. 가령, 한국에서는 사용되지만 범국가적으로 사주 풀이에 통용되지 않는 규칙을 반드시 반영해야 한다며 설전을 벌이는 사람도 있고, 외국인 이용자가 본인이 아는 규칙과 다르다며 콘텐츠가 틀렸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설명 가능성’을 높이고 내부적으로 콘텐츠 조직이나 CS(고객서비스) 담당자는 물론 개발, 기획, 디자인 조직 직원들까지 사주 공부를 하면서 일관된 규칙을 고객 대응이나 시스템 개발에 반영하기 위해 노력한다.

생각보다 데이터 기반 분석이 이뤄지는 것 같다.

심: 기술 배경의 사람들이 의외로 이런 사주, 점성술 등의 매력에 빠지는 이유도 기획자, 개발자 입장에서 사주책이든 별자리책이든 결국은 ‘If’ ‘If else’같이 단순한 프로그래밍 코드로 치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개발자들이 이해하기 쉬운 언어로 돼 있고 각 경우에 대해 어떤 해석이 대응되는지, 어떤 예외(exception)가 있는지 알려주면 입력값에 상응하는 산출값이 바로 나온다. 신점이나 타로 등 ‘점을 치는’ 분야들은 어느 정도 사람의 손을 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소위 미래 적중률이 높고 ‘용한’ 사람을 매칭하려는 수요가 존재하는 반면 상대적으로 사주, 점성술 등은 데이터를 읽는 것에 가까워 시스템 구축이 더 쉽다는 특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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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세 콘텐츠 제작에 있어 고수하고 있는 원칙에는 어떤 게 있나?

심: 첫 번째는 균형을 지키는 것이다. 처음에는 아예 나쁜 운세는 배제하는 게 낫다는 생각도 했지만 이용자들이 가감 없는 정보를 원할 수 있으니 나쁜 운세도 이야기하되 반드시 조언이나 해결책을 함께 넣기로 했다. 즉, 단정적으로 부정적 정보를 전할 것이 아니라 이를 기회로 삼거나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두 번째는 시대상과 사회적 변화 기조에 부응하는 방식으로 재해석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과거 사주풀이는 남성 중심인데 남녀 차별적 해석은 그 해석이 나오게 된 근거를 살핀 뒤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났기 때문에 현모양처라는 용어도 쓰지 않는다. 더욱이 미국 시장에 서비스하는 경우에는 미국인들이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더 극단적으로 거부하기 때문에 현지화 과정에서 젠더 프리(gender-free)하고 중립적인 해석을 제공하려 노력한다. 처음부터 개방형 플랫폼으로 운영하지 않은 이유도 이렇게 나름의 원칙에 따라 콘텐츠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콘텐츠를 생성하는 전문가 파트너들도 있던데 파트너 선정 과정도 궁금하다.

심: 점성술 분야에서는 국내 1세대 점성술사인 사랑과 미래, 타로 분야의 한민경, 묘묘타로, 바리공주, 동양철학 분야의 이우산 원광대 동양철학과 교수, 룬 음양술사 사마리아 등 파트너들과 함께 최소 월 1건씩 신규 콘텐츠를 만든다. 공개적으로 모집하지는 않고 오프라인에서 유명하거나, 유튜브 구독자 수가 많거나, 업계에서 인정받는 1세대 위주로 수소문한다. 그리고 텍스트 기반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상담만 잘하는 분들보다는 글을 쓸 수 있는 분들을 찾는 편이다. 오프라인에서 유명한 분들은 1시간만 상담해도 돈을 잘 버니 진득하게 앉아서 글을 쓸 유인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면 상담을 통해서는 하루에 기껏해야 5~10명밖에 만날 수 없는 반면 포스텔러에 콘텐츠를 올리면 조회 수가 하루 몇천 건씩 늘어난다. 매출 규모를 억 단위로도 키울 수 있고, 콘텐츠가 쌓이다 보면 롱테일에서까지 수익이 발생한다. 더욱이 MZ세대에까지 홍보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가들도 파트너 제안을 마다할 이유가 없는 편이다. 이렇게 전문가를 입점시킨 뒤에는 적합한 캐릭터를 부여하고 편집 인력들이 기획에도 참여하면서 콘텐츠 품질을 함께 관리하고 있다.

소수의 파트너만으로 운세 콘텐츠를 충분히 공급할 수 있나.

심: 콘텐츠 기업이 당면하는 큰 어려움 중 하나가 오리지널 콘텐츠의 제작과 물량 확보인데 운세의 장점은 시간이 흘러도 그 내용과 가치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창업 초기에 직접 제작한 글들을 지금도 활용이 가능하고 계절별, 연도별로 반복되는 운세가 있기 때문에 기본 콘텐츠가 든든하게 자리 잡고 있는 상태에서 주기적으로 트렌드를 반영한 신규 콘텐츠를 업데이트만 해주면 된다는 장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축적의 힘이 발휘되고, 이렇게 누적된 콘텐츠가 자산이 된다. 기존 콘텐츠를 리뉴얼하면서 요즘 유행에 맞춰 사주별로 MBTI가 어떻게 다른지, 둘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는지 등을 분석한 글을 추가하는 식으로 유연하게 대응하기 때문에 수요를 충족할 수 있다. 현재 무료 콘텐츠 약 1500개와 유료 콘텐츠 700개를 보유하고 있다.

사람들이 어떤 콘텐츠에 주로 지갑을 열고,
지불 의사는 어느 정도인지도 궁금하다.

심: 수요가 다양하기는 한데 사주 풀이에 대한 수요가 가장 많고, 최근 30일 기준으로 방문자의 40%가 유료 결제 이용자라고 할 정도로 대다수가 돈을 지불한다. 가격은 평균적으로 3000원짜리부터 2만 원대 사이에 분포해 있다. 무료 콘텐츠도 있지만 유료 프리미엄 콘텐츠의 경우 앞서 말했듯 많은 변수를 조합해 애정운, 재물운 등 카테고리별로 개인화되고 상세한 설명을 제공하고, 일단 분량부터 모바일 화면상 1~2페이지 분량의 기본 콘텐츠와 달리 100여 페이지가 넘어갈 정도로 방대하기 때문에 차이가 크다. 포커스그룹 인터뷰(FGI)를 해보면 코어 유저 중에는 아예 무료 콘텐츠는 쳐다보지도 않는다는 이들도 있다. 상당수가 금액을 충전해 놓고 마치 ‘전자책’을 구매해 서재에 꽂아 두듯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보는 방식으로 이용한다. 결제 이용자의 50~60%가 3개월 내 다시 결제하는 패턴을 보면 일정 간격을 두고 충전하는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처음에는 시장 규모나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의구심도 많았을 것 같다.

심: 투자자들도 시장이 협소하지 않냐는 질문을 많이 던졌고, 애초에 미신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는 분들은 시장 사이즈에 대한 의문도 많이 제기했다.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고 매출이 꺾인 적도, 성장을 멈춘 적도 없다. 이미 2009~2010년 무렵 다음, 네이버 등 PC 포털에서 발생하던 국내 디지털 운세 시장의 전체 연간 매출이 1000억 원 안팎이었는데 현재 모바일 운세 시장 규모가 500억~600억 원으로 그에 못 미치기 때문에 상한은 열려 있다. 포스텔러 역시 2030 여성들을 중심으로 시장을 장악했을 뿐 더 다양한 계층에 다가가고 콘텐츠를 노출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무엇보다 글로벌 시장의 잠재력이 크다. 2022년 미국 마켓워치 자료에 따르면 미국 점성술 앱 시장은 약 25억 달러 규모이며 2028년까지 약 100억 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의 온라인 점성술 서비스 ‘코스타’는 전체 20대 여성의 약 30%가 다운로드받았다고 하며 인도의 운세나 점술 시장은 그보다 더 큰 400억 달러 정도로 추산된다.

앞으로의 사업 계획은 어떻게 되나.

심: 글로벌 시장 진출에 집중할 생각이다. 처음에 포스텔러 앱을 여러 국가에 선보였을 때 가장 먼저 가입자들의 반응이 온 곳이 인도였던 만큼 인도 시장의 잠재력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 본격적인 진출에 앞서 몇 가지 극복해야 할 난관이 있다. 처음에 인도에 영어로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인구를 약 2억 명 정도로 보고 영어로 서비스를 해봤더니 고객센터에 자국어 콘텐츠를 만들어 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특히 힌디어뿐만 아니라 다양한 소수민족 언어로 제공해달라는 문의가 잇따랐다. 또한 베딕 점성술처럼 세계 3대 운세이자 인도에서 성행하는 운세 서비스에 대한 수요와 문의가 많았다. 이에 따라 현지 언어로, 현지 문화를 고려한 콘텐츠를 확보해두지 못하면 초기 유입된 이용자들이 이탈해버리고 궁극적으로 결제로 연결되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이 주된 고민이다. 아직까지 한국에서 베딕 점성술 전문가를 찾지 못해 인도에서 직접 콘텐츠를 구해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하지만 준비 기간을 두고 이에 조금 더 도시 단위로 쪼개서 좁은 지역부터 점차 확장해 나가는 실험을 해보려 한다. 예를 들어, 인도의 코타 같은 대학가 도시는 스마트폰 보급률도 높고 유료 결제도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이 대학의 MZ세대를 타깃으로 시장에 침투해 볼 계획이다.

아울러 회사가 보유한 방대한 텍스트 콘텐츠 데이터베이스(DB)가 포스텔러의 핵심 자산인 만큼 어떻게 챗GPT 같은 생성형 AI를 접목해 더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콘텐츠를 제공할 수 있을지도 고민하고 있다. 대화형 챗봇을 도입하는 등 운세 풀이에 있어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상호작용이 가능한 AI 솔루션을 선보인다면 더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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