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가 내연기관 자동차를 대체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산업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배터리 핵심 원료 광물의 채굴부터 소재 생산과 공급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밸류체인을 둘러싸고 기업·국가 간 파워게임도 치열하다. 리튬 매장국들은 리튬을 손에 움켜쥔 채 가치사슬의 위로 올라가려는 야심을 드러내고 있고, 배터리 전쟁에 한발 늦은 미국과 유럽은 강력한 무역 규제로 판을 뒤집어 보려 하고 있다. 규모와 우수한 품질을 결합한 한국의 배터리 산업은 글로벌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중국에 대한 공급망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배터리 재활용 산업과 같은 새로운 기회를 잘 포착해 내야만 배터리 전쟁에서 승자로 남을 수 있다.
2008년 2월 1일, 테슬라의 첫 전기차 로드스터가 빨간 몸체를 뽐내며 미국 캘리포니아 팔로알토 101번 고속도로를 질주했다. 엔진 없이 제로백 3.7초, 최고 속력 201㎞로 달리는 빨간 스포츠카의 당당한 모습은 그동안 대중들이 전기차에 대해 가졌던 부정적인 인식, 즉 짧은 주행거리와 배터리에 대한 불안함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그로부터 15년이 흐른 지금, 도로 위를 달리는 차 10대 중 한 대는 순수 전기차일 정도로 전기차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11한국자동차연구원의 ‘2022년 글로벌 전기차 판매 실적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자동차 판매량은 총 8063만 대로 이 중 하이브리드가 아닌 순수 전기차는 802만 대로 9.9%를 차지했다.
닫기 모건스탠리는 2030년이면 전 세계 자동차 시장에서 순수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1%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기차 보급이 확대되면서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시장 역시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전기차뿐 아니라 모바일 기기용 소형 배터리부터 발전소를 대체하는 대용량 에너지 저장 장치(ESS)에 이르기까지 배터리는 우리 삶을 바꿔놓고 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자 전동화·무선화로 변화하는 미래 산업에서 배터리는 핵심 동력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