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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Direct Air Capture) 스타트업과 투자 동향

대기 중 CO₂ 포집해 넷제로 달성
확실한 해법이지만 경제성 확보 과제

유서영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기업의 배출량 감축으로는 넷제로 목표 달성이 어렵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대기에 배출된 이산화탄소를 직접 포집하는 기술(DAC)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투자가 집중되고 있다. 특히 최근 스타트업 클라임웍스가 독립적인 제3의 인증 기관을 통해 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확보하고 기업 고객에 판매함으로써 VCM에서 DAC를 활용한 탄소 제거 크레디트의 거래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DAC와 관련해 경제성, 에너지 비용, 포집 이후 처리 등 해결해야 할 이슈가 남아 있어 이와 관련된 추가적인 R&D가 활발해질 전망이다.




국제사회가 1997년 교토의정서를 통해 구체적인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달성할 의무를 부과한 바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에너지 사용량은 끊임없이 늘어나며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고 있다. 이 같은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무기로 전 세계적으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술이 바로 직접공기포집(DAC, Direct Air Capture)이다. DAC는 말 그대로 주변 공기로부터 직접 이산화탄소만을 분리해 따로 수집하는 기술로, 탄소 제거 기술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이하 CCUS) 기술 중 하나로 분류된다. 기존의 발전소 배기가스 등 온실가스 배출원이 아닌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을 일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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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 기술의 원리는 간단하다. 거대한 팬(fan)을 이용해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이고, 빨아들인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이다. 이산화탄소와 결합할 수 있는 화학제가 코팅된 필터를 사용하거나 용액을 활용한 화학적 결합을 통해 이산화탄소만을 분리해 수집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실제 실행은 간단하지 않다. 대기 중 0.04%라는 아주 낮은 농도의 이산화탄소를 선별해 포집하기 때문에 에너지와 비용이 많이 들고 아직 기술 실증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상용화에 어려움이 많다. 그런데 최근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한 기술 상용화가 적극적으로 진행되면서 투자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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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C 기술이 왜 중요한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이하 IPCC)는 전 지구적 온도 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로 제한하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2030년까지 세계 온실가스 순배출량을 2019년 대비 43%로 감축해야 한다는 보고서를 채택했다. 이 보고서는 2050년 세계 탄소 순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Net-zero, 이하 넷제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첫 번째 방안은 온실가스 배출원의 배출량을 제한하거나 조정해 오염 물질 배출을 저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기업이 생산을 멈추지 않는 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급진적으로 줄이거나 제한하는 양에 한계가 있다.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탄소 제거 기술(Carbon Dioxide Removal, CDR)이 부상하는 이유이다. 탄소 제거 기술은 크게 수목, 토양 등 기존 자연 작용 향상으로 탄소 흡수량을 증대하는 ‘자연 기반 탄소 제거’와 화학작용을 활용해 대기 중으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직접 제거하는 ‘공학 기반 탄소 제거’ 기술로 구분된다. 그런데 자연 기반 탄소 제거 방식에도 한계가 있다. 숲을 조성하는 조림 등을 통해 식물의 광합성 활동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는 많은 양의 물과 나무를 심을 큰 면적의 땅이 있어야 하는데 숲을 무한정 확장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전 세계 기후과학자들이 탄소 포집 기술 없이는 인류의 기후변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IPCC 보고서에서도 전 세계가 넷제로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인위적 탄소 제거 기술의 사용이 필수적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2021년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의 ‘CCUS 심층 투자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탄소 포집 및 저장 관련 기업들은 회사별로 실증 단계부터 다년간의 플랜트 운영 경험이 있는 기업에 이르기까지 기술 성숙도가 다양하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CCUS 기술 수준은 관련 분야에서 최고의 기술력을 가진 선도 국가(미국, 유럽)의 79.2% 수준이며 기술 격차는 4.9년 정도 뒤떨어져 있다고 한다. 선도 국가와 기술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 대규모 실증과 상용화 프로젝트의 추진, R&D 지원 확대를 통한 기술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DAC 스타트업

DAC 기술 상용화에 성공한 대표적인 스타트업으로는 스위스의 클라임웍스(Climeworks), 캐나다의 카본엔지니어링(Carbon Engineering), 미국의 글로벌서모스탯(Global Thermostat) 등을 꼽을 수 있다.

가장 잘 알려진 클라임웍스는 흡착 필터를 이용해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데 스타트업 규모로는 전 세계 최대 시설인 ‘오르카(Orca) 프로젝트’의 DAC 플랜트를 아이슬란드에서 운영하고 있다. 현재 유럽 전역에 걸쳐 15개 시설을 운영하고 있으며 지열이나 쓰레기에서 발행하는 폐열을 에너지로 활용해 연간 6000t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고 있다.

글로벌서모스탯은 2010년 오늘날의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을 만든 것으로 유명한 그라시엘라 치칠니스키 컬럼비아대 경제학과 교수가 공동으로 설립한 미국의 대표적인 DAC 스타트업으로 에너지 사용량이 낮아 비용이 적게 드는 DAC 기술을 장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글로벌서모스탯은 기술 개발과 실증 과정에서 탄소 포집량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시설이 폐쇄되는 등 어려움을 겪었으나 2022년 8월 인플레이션 감축법(이하 IRA)이 통과되면서 성장의 전환점을 맞았다. IRA는 향후 10년간 에너지 안보 및 기후변화 대응에 약 3690억 달러를 할당한 미국 역사상 단일 규모로 가장 큰 기후 법안으로 이 법안에 따라 미 에너지부의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카본엔지니어링은 클라임웍스나 글로벌서모스탯과 비교했을 때 포집하는 탄소의 규모가 크고 포집 탄소를 연료로 재활용하는 방법까지 개발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탄소 포집 과정에서 발생하는 천연가스를 에너지 공급원으로 사용하며 캐나다의 시범 시설 운영을 시작으로 미국 내 연간 1만 t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시설을 건설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으로부터 총 7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유치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필자가 근무하는 소풍벤처스 역시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DAC 기술 스타트업인 캡처식스(Capture6)에 투자했다. 캡처식스는 담수화 시설과 DAC를 연결해 이산화탄소를 포집, 제거함과 동시에 담수화 프로세스를 통해 탄소 농축수를 농업용수나 식수로 사용 가능한 청정 수자원으로 만드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담수화 시설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시설에 바로 설치할 수 있어 초기 인프라 구축 비용이 낮고 운영 비용이 적다는 것이 특징이다. 북미와 유럽의 기존 DAC 기업들은 수자원을 대량 공정에 사용해야 하는 자원 손실의 이슈가 있다. 예컨대, 카본엔지니어링의 경우 용해제를 사용하는 습식으로 포집하기 때문에 물이 많이 소모된다. 또 900도에 가까운 높은 온도의 에너지에서 설비가 구동되기 때문에 냉각수를 써야 하는 이슈도 있다. 그런데 캡처식스는 열을 가하지 않고 염수에서 소금만 추출해서 화학 반응으로 탄소를 포집하는 방식으로, 탄소를 포집한 다음 남은 수자원을 되팔 수 있다.

이외에도 MS 창업자인 빌 게이츠의 투자를 받은 DAC 스타트업 서스테라(Sustaera), 광물을 사용해 대기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미국의 에어룸(Heirloom), 모듈형 컨테이너를 구성해 확장성을 늘린 카본캡처(Carbon capture) 등 다양한 DAC 스타트업이 생기고 있다.


늘어나는 정책 지원과 벤처 투자

국제적으로 DAC에 대한 지원책이 늘어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21년 인프라 투자와 일자리 법안에 따르면 미국은 35억 달러(약 4조3000억 원)를 DAC 허브에 투자한다. 미국 전역에 4군데 허브를 건설하는 것을 목표로 초기 연구지원, 설계, 건설 운영까지의 전반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한 IRA의 통과도 각 기업의 DAC 수요를 촉진하고 있다. IRA 법안 통과에 따라 산업 활동에 의해 생성된 이산화탄소를 포집·격리할 경우 기업은 t당 최대 180달러(약 24만 원)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DAC에 대한 세액 공제액이 큰 것은 그만큼 이 기술이 초기 단계이기에 시장 수익성을 보장해주기 위한 조치로 풀이할 수 있다. 유럽연합(EU)도 2020년 예산 118억 달러를 10개년 DAC 연구 프로그램에 투입하는 등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서고 있다.

우리나라 정부도 ‘2050 탄소중립’ 목표 달성에 있어 DAC 기술이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관련 사업에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 B 안에 따르면 DAC 기술로 7400만 t 규모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것이 목표로 설정돼 있다. 2023년 3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3년 기후 환경 분야 신규 사업’ 공고를 통해 공기 중 직접 포집과 활용1 원천기술 개발 사업에 2023년까지 총 197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기술 개발과 상용화를 촉진하기 위해 민간의 참여를 적극 이끌어내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그간 탄소중립을 위한 핵심 수단임에도 기술적 불확실성이 높고 t당 포집 비용 등 경제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던 DAC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R&D)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벤처 투자 움직임도 활발하다. MS 창업자 빌 게이츠나 메타(구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는 DAC 기술을 두고 “세상을 뒤흔들 혁신적 기술”이라 칭하며 적극적인 투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빌 게이츠가 설립한 기후 펀드인 ‘브레이크스루 에너지 캐털리스트(Breakthrough Energy Catalyst, BEC)’는 앞으로 조성할 150억 달러의 기후 투자 자금을 투입할 중점 분야로 DAC 기술을 꼽기도 했다.

최근 대기업들의 고품질 탄소 제거 크레디트에 대한 수요가 커지면서 DAC 기술에 대한 투자가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실제로 2023년 1월 클라임웍스는 MS, 쇼피파이(Shopify) 등의 대기업에 독립적인 제3자 국제 인증 기관인 DNV로부터 탄소 제거 기술 및 공정에 대한 공식 인증을 받은 ‘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제공해 주목을 받았다. 클라임웍스는 DNV가 검증한 과정을 통해 공기 중에서 탄소를 성공적으로 제거하고 결국 땅에 넣었다고 발표했다. 이 회사가 탄소 제거 크레디트를 외부 기관의 고품질 크레디트 인증을 받아 고객에게 판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같은 사례처럼 앞으로 자발적 탄소 시장(VCM)을 활용해 DAC 프로젝트에 더 많은 자본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DAC의 한계

하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도 남아 있다. 가장 큰 한계는 경제성이다. 탄소 포집 기술은 포집 단가가 중요한데 DAC 기술로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데 드는 비용은 1t당 200~400달러, 우리 돈 약 26만~52만 원에 달한다. 아직까지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이 더욱 필요한 이유다.

다음으로 공기 중 탄소를 끌어내고 포집하는 데 여전히 엄청난 양의 에너지가 사용된다. 이는 곧 경제성, 효율성 문제로 이어지는데 그래서 일각에서는 해당 전력에 들어가는 비용을 청정에너지 기술 등 다른 분야에 더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더 낫지 않겠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최근 공기 포집에 사용되는 에너지 유형에 대한 고민이 지속되고 있다. 예컨대, 지열발전소에서 나온 폐열을 공급받아 재활용하는 등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또 DAC가 발전하면 자칫 기업이 탄소 배출을 많이 하더라도 나중에 포집하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DAC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포집되는 탄소량이 늘어날수록 기업이 직접적인 탄소배출량 감축 목표치를 보수적으로 잡을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1.5도 낮추기’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탄소의 직접 배출량을 줄이는 동시에 기존에 배출한 탄소까지 포집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임은 분명하다.

마지막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의 처리 문제가 남는다. 예컨대 클라임웍스는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코카콜라에 제공해 탄산음료를 제조하는 데 활용하는 협업을 진행했는데 이를 두고 애써 포집한 탄소를 다시 공기 중에 뿌리는 일이라는 비판도 받았다. 결국 포집한 탄소를 어떻게 잘 저장해 제거하거나 활용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와 기술 개발이 더 진전돼야 하는 상황이다. 한국의 경우 특히 CO2 저장 분야에서 선도 국가와 기술 격차가 큰데, 프로젝트를 위한 대규모 저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오는 2030년 DAC 기술로 이산화탄소 1억340만 t을 포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DAC가 가진 한계를 돌파하는 것을 전제로 측정한 계량치로 각국이 내놓은 탄소 감축 목표 달성을 통해 넷제로로 가기 위해서는 DAC 기술이 필수적임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또한 탄소중립 시나리오에 따라 DAC로 탄소 감축을 적극적으로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DAC 기술 투자를 유인할 수 있는 지원 제도를 만들고 R&D 투자를 위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이뤄질 필요가 있다.
  • 유서영 | 소풍벤처스 기후 네트워크 TF Lead

    창업을 통해 스타트업 생태계에 발을 들인 이후 2019년 소풍벤처스에 합류해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방법론 교육 프로그램인 ‘임팩트액셀러레이팅 마스터코스’, 농식품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임팩트어스’, 기후 기술 특화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임팩트클라이밋’ 등 다양한 산업 특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현재 소풍벤처스에서는 기후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전문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yuza@sopoong.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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