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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탄소 시장의 현황과 이해

규제 아닌 자발적 시장은 신뢰가 생명
브랜드 전략에 ‘탄소 크레디트’ 활용을

정신동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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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ticle at a Glance

탄소중립을 실현하려는 기업들이 자발적 탄소 시장(VCM)에 참여하면서 글로벌 자발적 탄소 시장의 규모가 커지고 있다. VCM은 규제 시장보다 유연하고 혁신적이라는 강점을 활용해 성장했지만 시장 구조가 파편화돼 있고 신뢰성이 떨어져 그린워싱의 리스크가 크다는 한계도 지적받고 있다. 이에 따라 국제적으로 자발적 탄소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다각적인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 국내 기업도 자발적 탄소 시장의 거래 구조와 핵심 탄소 원칙 등 표준 제정 동향을 이해하고, 탄소중립과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2020년 1월 글로벌 거대 IT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MS)사는 자사가 대기 중에 배출한 탄소보다 더 많은 양의 탄소를 제거함으로써 2030년까지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를 달성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해 국제사회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1 MS는 더 나아가 1975년 설립 이래 대기 중에 배출한 직접 및 간접(스코프 2)의 모든 누적 배출량을 2050년까지 상쇄하겠다는 혁신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재생에너지 투자, 에너지 효율 개선과 더불어 조림/재조림, 토양 탄소 격리, 탄소 포집 등 고품질의 자발적 탄소 프로젝트를 활용할 방침을 밝혔다.

탄소중립이 글로벌 기준으로 확산되면서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이 주목받고 있다. MS의 카본 네거티브 전략은 글로벌 거대 기업이 탄소중립을 위해 자발적 탄소 시장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단적인 예다. VCM이란 기업 또는 비영리단체 등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실행하고, 이로부터 발생한 탄소 상쇄 크레디트(carbon offset credits)2 를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VCM은 수십 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용어였다. 그러나 파리협약 이후 기업들의 넷제로 선언 등으로 탄소 상쇄 크레디트에 대한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는 가운데 투자 수익을 기대하는 금융회사 등 기관투자가가 진입해 거래 규모가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활성화되고 있다. 국제사회는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하는 VCM의 순기능에 주목하면서 거래 표준 및 시장 인프라 정비를 통해 시장을 확대 발전시키기 위한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VCM은 탄소 크레디트의 공급(발행량)과 수요(소각량), 거래 규모 등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2021년 중 거래량은 5억 tCO2e, 거래 금액은 20억 달러로 전년 대비 각각 56%, 280% 증가했다. 크레디트의 톤당 평균 가격도 2021년 4.0달러로 2020년 2.52달러에서 큰 폭으로 상승했다3 . 전체 탄소 크레디트 시장(규제 시장과 VCM 포함)4 에서 VCM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70%를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상승했다.5

이런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탄소배출량과 비교하면 VCM의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2021년 VCM 소각량(1억6000만 tCO2e)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약 500억 tCO2e)의 0.3%에 불과한데 이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중 탄소가격제(탄소세+배출권거래제)의 적용 대상이 약 23%에 달하는 것에 크게 대비된다. VCM의 거래 금액(20억 달러)도 탄소세 및 ETS(2021년 8500억 달러)의 0.2%에 불과한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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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VCM의 시장 규모는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앞으로 참여자가 늘어나면서 기후변화 대응 수단을 넘어 주요한 금융 투자 시장으로 성장할 잠재력이 크다. 블룸버그의 전략연구소인 BNEF는 2022년 1월 보고서에서 탄소 크레디트에 대한 수요가 2021년 1억6000만 tCO2e에서 2030년에는 10억 tCO2e으로, 2050년에는 52억 tCO2e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6 52억 tCO2e은 2021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약 500억 tCO2e)의 10% 수준으로 SBTi가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허용한 탄소 상쇄권의 최대치(5~10%)와 대체로 부합하는 것이다.7 BNEF는 탄소 크레디트 가격에 대한 시나리오에 따라 2050년경 최대 5500억 달러의 대규모 시장으로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탄소중립을 실현해야 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배출 감축에 관심이 큰 일반인, 그리고 투자자들이 VCM과 탄소 상쇄권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우리나라의 경우 탄소 시장이 규제 시장인 배출권거래제(K-ETS) 중심으로 발전해온 데다 관련 인프라의 부족 등으로 국내 기업들이 VCM의 활용에 소극적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탄소중립의 실현 수단으로서뿐만 아니라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써 기업들이 VCM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VCM의 의의와 현황을 소개하고,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국제적인 노력들을 살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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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자발적 탄소 시장의 의미


VCM은 1989년 미국의 전력회사 AES코퍼레이션이 환경보호와 마케팅 목적으로 화력발전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해 과테말라의 농림 프로젝트에 투자(200만 달러)한 것이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후 1996년에 최초의 등록소(American Carbon Registry)가 설립됨으로써 시장으로서 기틀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VCM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게 된 계기는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과 관계가 깊다. 2005년 교토의정서 발효를 전후로 출범한 시장 메커니즘은 국제기구 또는 각국 정부의 관리 감독을 받는 규제 탄소 시장(CCM, Compliance Carbon Market)이다. (DBR minibox Ⅰ‘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 참고.) 규제 시장의 등장은 규제 영역의 밖에서 이를 보완하는 VCM의 발전을 촉진했다. 규제 시장은 프로젝트의 실행 및 크레디트 인증 등과 관련한 절차와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거래 비용이 높은 단점이 있다. 그래서 감축 의무가 부여되지 않는 기업, 비영리단체, 개인 등의 경제 주체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웠다. 이에 규제 시장의 엄격한 기준을 적용받지 않으며, 거래비용이 낮고, 유연성과 혁신성 등의 장점을 가진 VCM이 규제 시장을 보완하면서 발전하게 됐다. VCM은 자체적으로 설정한 기준과 방법론을 이용하기 때문에 기업·개인에게 탄소 감축 수요에 적합한 맞춤형(tailored) 탄소 크레디트를 제공할 수 있다. 또 VCM은 규제 당국의 규제 및 감시 영역 밖에서 새로운 기술과 방법론을 적용한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시도할 수 있는 유연성과 혁신성을 가진다.8

규제 시장에서 위축됐으나 VCM에서 발전하게 된 탄소 감축 프로젝트의 대표적인 예로 산림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산림 프로젝트는 초기에 교토 청정개발체제(CDM)하에서 엄격한 기준 및 감시 등으로 인해 조림/재조림(A/R) 유형을 제외하고는 거의 활용되지 못했다. 하지만 산림 프로젝트를 통해 긍정적 환경 효과를 얻으려는 기업 및 개인 등의 수요가 증가하는 가운데 규제 시장에서는 허용되지 않는 혁신적 기술과 방법론을 이용하려는 공급 측면의 노력이 결합되면서 VCM에서 산림황폐화방지(REDD+), 산림관리개선(IFM) 등 다양한 형태와 규모의 산림 프로젝트가 개발·추진됐다.


2. 자발적 탄소 시장의 플레이어들

VCM은 프로젝트 기반의 크레디트 시장이다. 1개의 크레디트는 프로젝트를 통해 감축된 1t의 온실가스 배출량(1크레디트=1이산화탄소환산톤(tCO2e))을 나타낸다. VCM의 크레디트는 생성-발행-매매-상쇄 및 소각의 생애주기를 거치며, 이 과정에서 프로젝트 개발업자(공급자), 인증기관 및 등록소, 투자자 또는 중개업자, 최종 수요자(기업·비영리단체·개인 등) 등 다양한 경제 주체가 참여한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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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M의 작동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프로젝트 개발업자는 사업 목적 등을 고려해 적합한 인증기관을 선택하고, 그 인증기관에서 제시한 기준 및 방법론에 따라 프로젝트를 설계한다. 프로젝트는 제3자 검증기관(VVB, Validation/Verification Body)의 타당성 평가를 거쳐 인증기관의 승인을 받은 후 등록소(registry)에 등록하는 절차를 완료하면 개발을 시작할 수 있다. 프로젝트 실행을 통해 배출량이 감축(회피/제거)되면 그만큼의 크레디트가 생성(generation)된다. 생성된 크레디트는 인증기관의 승인을 거쳐 등록소의 개발업자 계정에 예치됨으로써 발행(issuance)된다. 발행된 크레디트는 투자자 또는 중개업자에 매매될 수 있으며 최종적으로 수요자의 온실가스 배출량 상쇄(offset)에 사용된다. 사용된 크레디트는 등록소에서 소각(retirement) 처리되며 더 이상 시장에서 거래될 수 없다.


VCM이 작동하는 데 중추적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 탄소 인증기관(carbon standard)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베라(Verra), 골드스탠더드(Gold Standard) 등 주요 인증기관10 이 출현해 VCM의 발전을 견인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했다. 각 인증기관은 프로젝트 개발 및 크레디트 발행에 필요한 기준, 절차, 방법론을 수립·집행하며, 이를 통해 탄소 크레디트의 품질과 시장의 신뢰를 유지하는 규제자임과 동시에 수호자 역할을 한다. 각 인증기관은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인증 프로그램을 운용하며 프로젝트 인증을 위해 지속가능성 기준과 환경 건전성 기준(추가성, 영구성)을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수의 인증기관이 병존하며 통일된 인증 기준이 부재한 것은 VCM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인으로도 꼽힌다.

등록소(registry)는 크레디트에 일련번호를 부여하고, 소유자를 추적 관리하며, 이를 원장에 기록함으로써 공개한다. 최종 수요자가 배출량 상쇄 목적으로 크레디트를 매입하면 이를 원장에서 소각 처리한다. 이러한 기능을 통해 등록소는 동일한 크레디트가 이중 계산(이중 발행/이중 청구/이중 사용)되지 못하도록 관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베라, 골드스탠더드 등 주요 인증기관은 자체 등록소를 운영하고 있다.

투자자 및 중개업자는 탄소 크레디트 시장의 공급 측과 수요 측에 동시에 기능한다. 한편으로 프로젝트 개발에 필요한 투자 자금의 공급원으로 기능함으로써 프로젝트 개발을 촉진함과 아울러 다른 한편으로는 탄소 크레디트의 매수 또는 매도 포지션을 통해 크레디트 시장의 유동성을 유지하고 거래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VCM의 주된 수요자는 자발적으로 설정한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배출량을 상쇄하고자 하는 기업이다. 최근 몇 년간 거대 에너지 기업을 포함한 다국적 기업과 금융회사들이 탄소 크레디트에 대한 최종 수요자 또는 투자자로 등장해 VCM의 발전을 이끌었다. MS의 카본 네거티브(carbon negative) 전략은 글로벌 거대 기업이VCM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이 밖에 개인, 정부 또는 비정부단체(NGO) 등도 행사, 제품 및 서비스 등으로부터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상쇄하기 위해 VCM을 이용하기도 한다. 배출량이 상쇄된 행사·제품·서비스는 통상 ‘탄소중립(carbon neutral)’이라는 딱지가 붙어 홍보된다. 예컨대, 탄소중립을 표방한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은 행사 기간 중 전체 탄소배출량(약 360만 tCO2e)의 절반을 VCM의 탄소 크레디트 구매 등을 통해 상쇄할 방침임을 밝혔다. 월드컵 주최 측은 이를 위해 2019년 새로운 인증기관(GCC, Global Carbon Council)을 설립하고 탄소 감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나 결과가 기대에 못 미쳐 그린워싱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11


3. 자발적 탄소 시장 발전의 한계와 과제

낙관적 전망에도 불구하고 VCM은 발전을 저해하는 몇 가지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다. 바로 파편화된 시장 구조와 이로 인한 신뢰성(market integrity) 부족이다. VCM은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단일한 시장이 아니라 프로젝트 유형에 따라 가격의 편차가 큰 파편화된 시장이다. 에코시스템 마켓플레이스12 에 따르면 탄소 감축 프로젝트는 8개 범주, 170개 세부 유형으로 구분할 수 있는데 유형별로 평균 가격에 차이가 있다. 예컨대, 농업 유형(가축메탄, 지속가능 농업 등)의 평균 가격(8.81달러)이 가장 높으며 수송(1.16달러), 에너지 효율/연료 전환(1.99 달러), 재생에너지(2.26 달러) 등의 유형은 평균 가격이 낮다. 또 동일 유형 내에서도 프로젝트 개발 지역, 크레디트 생성 연도(빈티지), 공동 편익(co-benefits) 존재 여부, 인증기관 등에 따라 가격 편차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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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M의 그린워싱 및 신뢰성 부족의 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국제적 노력은 다음과 같다.

(1) 탄소 배출 회피 프로젝트의 그린워싱 우려

탄소 크레디트의 품질과 가격에 특히 크게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프로젝트의 탄소 감축 방식이다. 감축 방식은 크게 제거 방식(removal)과 회피 방식(avoidance/reduction)으로 나뉜다. 제거 방식에는 기술 기반(예: 직접대기탄소포집(DAC)) 또는 자연 기반(예: 조림·재조림)의 방식이 있으며 크레디트의 품질은 높지만 기술 발전의 미흡 등으로 아직은 공급이 제한적이고 가격이 높은 단점이 있다. 회피 방식은 재생에너지, 산림/토지 이용 등 VCM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유형으로, 비용 부담이 낮은 장점은 있으나 크레디트 생성량에 대한 정확한 측정이 어려워 그린워싱의 문제가 크다는 단점이 있다.

회피 방식에서 크레디트 생성은 프로젝트가 부재한 상황을 가정한 가상 시나리오(counterfactual baseline scenario)하에서 예상 배출량과 프로젝트 시행으로 실제 발생한 배출량의 차이만큼 이뤄진다. 그런데 가상 시나리오하에서의 배출량을 정확히 측정하는 것이 어려워 크레디트의 생산량을 과도하게 평가하는 그린워싱이 발생할 소지가 높다. 그린워싱 가능성이 특히 큰 대표적인 유형이 바로 산림을 훼손하지 하지 않고 관리·보존하는 조건으로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산림 황폐화 방지 프로젝트(REDD+)다. REDD+는 가상 시나리오하에서 배출량 측정을 위해 필요한 기초 데이터인 산림황폐화율(deforestation rates)의 과거 추이 및 미래의 추정치 등을 얻는 것이 매우 복잡하고 어렵기 때문이다. 또 (REDD+에 포함되지 않는) 인근 산림 지역의 황폐화를 초래하는 누출(leakage)의 위험성이 크고, 산불 등 자연재해로 인해 회피된 배출량이 대기 중으로 다시 방출될 위험성도 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Guardian)은 9개월간의 조사를 통해 작성한 보고서에서 “세계 최대 인증기관인 베라가 수행한 REDD+로부터 발생한 크레디트의 90% 이상이 환경보호 혜택이 전무한 유령 크레디트(phantom credits)”라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13

이러한 배경에서 SBTi는 2021년 10월 발표한 ‘기업 넷제로 표준’에서 기업들이 과학 기반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탄소 크레디트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했다.14 다만 전체 감축 목표의 최대 5%(스코프 1, 2) 내지 10%(스코프 3) 이내에서 잔여 배출량(residual emissions)15 을 중립화(neutralize)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것은 허용했다. 그리고 이 경우에도 직접대기탄소포집(DAC) 및 저장, 조림, 재조림 등 제거 방식에 의해 산출된 크레디트만을 사용토록 했다. 이와 함께 SBTi는 과학 기반 감축 목표 외에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완화(BVCM, Beyond Value Chain Mitigation)’를 권고하고, 이를 위해서는 제거 방식뿐만 아니라 고품질의 회피 방식 크레디트도 사용할 수 있음을 밝혔다.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완화란 기업이 공급망(즉 스코프 1,2,3) 외부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도 저감한다는 것으로 인류와 자연의 공동 편익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 사업에 기업의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SBTi가 ‘기업 넷제로 표준’에서 새롭게 도입한 개념이다.

일각에서는 진정한 탄소중립의 실현을 위해서는 회피 방식을 중단(the time for avoidance has passed)해야 한다고 주장한다.16 회피 방식은 그린워싱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저가격의 탄소 크레디트를 과잉 공급함으로써 비용 부담이 높은 제거 방식의 프로젝트 개발을 해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SBTi의 방침은 앞으로 제거 방식과 회피 방식이 공존하며 이원화된 크레디트 시장을 형성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즉, 과학 기반에 의한 진정한 넷제로를 실현하기 위해 제거 방식에 의해 생산된 고품질, 고가격의 크레디트를 거래하는 시장과 다른 한편으로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완화를 통해 인류와 자연의 공동 편익을 목적으로 하는 저비용의 크레디트 시장이 공존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들 두 개 시장에 필요한, 차별화되면서도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일이다. SBTi는 제거 방식과 회피 방식의 크레디트 활용에 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올해 중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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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통일된 규율 체계의 마련

파편화된 시장 구조와 신뢰성 부족이 VCM의 발전을 가로막는 주요 장애 요인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국제사회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간 차원의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중 대표적인 것이 2020년 9월 국제금융협회(IIF) 후원하에 UN 기후특사인 마크 카니(Mark Carney) 주도로 설립된 ‘VCM 확대를 위한 협의회(TSVCM, Taskforce on Scaling Voluntary Carbon Markets)’다. TSVCM은 2021년 1월 각계 전문가의 의견 수렴을 토대로 VCM의 가치사슬 전반에 걸친 포괄적인 권고 사항(6개 부문 20개 항목)을 담은 보고서(Phase 1 Report)를 발표했다.17 보고서는 특히 금융기관과 데이터 제공 기관의 시장 진입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탄소시장의 낮은 유동성과 투명성 부족의 원인임을 지적하고 통일된 탄소 원칙 수립과 탄소 표준계약의 도입, 시장 인프라 정비 등을 중요한 권고 사항으로 강조했다. (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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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SVCM은 이어 2단계 의견 수렴18 을 토대로 2021년 9월 VCM의 독립적인 자율 감시 기구인 ‘VCM 무결성 위원회(IC-VCM, Integrity Council for the Voluntary Carbon Market)’를 설치했다. IC-VCM은 그 이름에서 시사하듯이 VCM의 투명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기준과 원칙을 수립하고, 이의 준수 여부를 평가/감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IC-VCM은 이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2023년 3월 핵심 탄소 원칙(CCP, Core Carbon Principles)의 최종안(표 4)을 발표했다.19 핵심 탄소 원칙은 총 10개의 원칙으로 구성되며 이 중 7개 원칙은 탄소 프로그램(carbon-crediting program)에 적용되고, 4개는 탄소 크레디트 범주(credit category)에 적용된다. 탄소 크레디트의 범주 관련 원칙(4개)의 경우 기존의 각 인증기관에서 사용하고 있는 ‘추가성’ ‘영구성’ 원칙 외에 ‘배출량의 정확한 측정’ 및 ‘넷제로 부합성’ 원칙을 도입했다. IC-VCM은 이와 함께 탄소 프로그램이 핵심 원칙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평가하기 위한 ‘평가 체계 및 절차(Assessment Framework)’를 발표했다. 탄소 크레디트 범주에 적용되는 ‘평가 체계 및 절차’는 2023년 상반기 중에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IC-VCM은 핵심 원칙에 부합하는 탄소 프로그램과 탄소 크레디트 범주에 대해 ‘핵심 원칙 인증(CCP-approved)’ 라벨(label)을 부여할 방침이다. 탄소 크레디트가 ‘CCP 인증’ 라벨을 받기 위해서는 탄소 프로그램 및 탄소 크레디트 범주에 적용되는 원칙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IC-VCM 또한 탄소 크레디트가 부가적 특성(attributes)을 갖는 경우에는 그에 해당하는 태그(tag)를 부여할 방침이다. IC-VCM은 부가적 특성으로 우선 3개 유형(①파리협약 제6조 목적에 해당되는지 여부20 ②UNFCCC 적응 기금(Adaptation Fund)에 대한 기여도, ③UN 지속가능개발목표(SDG) 영향)을 제시했으며 향후에 부가적 특성을 추가 개발할 예정이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움직임으로 ‘VCM 무결성 이니셔티브(VCMI, VCM Integrity Initiative)’가 있다. VCMI는 영국 정부와 유엔개발계획(UNDP)의 후원하에 2021년 7월 설립된 다자간 플랫폼으로 주로 탄소 크레디트 수요 측면의 신뢰성 확보를 목표로 한다는 점에서 공급 측면에 주안점을 두는 IC-VCM과 차이가 있다. 따라서 VCMI의 활동은 IC-VCM과 상호보완적이다. VCMI는 2022년 6월 기업들이 탄소 크레디트를 사용함에 있어 준수해야 할 ‘실행규약(Claims Code of Practice)’의 초안을 발표했다.21 실행 규약안(표 5)은 기업이 탄소 크레디트를 사용함에 있어서의 신뢰성 정도를 골드, 실버, 브론즈의 3개 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또한 기업이 이러한 등급을 얻기 위해서는 ① SBTi 과학 기반의 온실가스 배출 감축 계획을 추진할 것, ②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완화(BVCM) 목적으로만 크레디트를 사용할 것(스코프 3는 일부 예외 허용), ③ IC-VCM, 국제항공 탄소상쇄·감축제도(CORSIA) 등의 기준을 충족하는 고품질 탄소 크레디트만을 구매할 것, ④ 탄소 크레디트 사용 관련 정보를 투명하게 공시할 것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것을 제시했다. VCMI의 실행 규약은 SBTi가 제시한 기업 넷제로 표준에 기반하면서 이를 실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다만, 브론즈 등급의 경우 스코프 3에 대해 예외(잔여 배출량의 최대 50% 이내에서 탄소 크레디트 사용)를 허용한 것에 대해서는 기업의 참여를 늘리기 위해 크레디트의 품질 기준을 일부 희생했다는 우려가 있다.22 VCMI는 의견 수렴 결과를 토대로 2023년 6월 말 실행 규약의 최종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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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밖에 탄소 크레디트에 대한 품질평가기관(예: Calyx Global, BeZero Ratings, Sylvera 등)의 등장도 주목할 만한 움직임이다. 신용평가기관이 국제 자본시장의 효율적 작동과 금융 시스템 전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수문장(gatekeeper) 역할을 수행하듯이 품질평가기관은 탄소 크레디트 시장의 발전을 위한 필수 불가결한 시장 인프라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아울러 국내외에서 탄소 크레디트 거래에 블록체인과 가상 자산을 결합하려는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가지는 신뢰성, 투명성의 특성을 활용해 탄소 크레디트 거래에 대한 향상된 추적 및 관리를 실시하고 효과적으로 이중 계산을 방지하기 위함이다.23 이러한 움직임은 탄소 크레디트 시장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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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국내 자발적 탄소 시장의 과제


30여 년의 역사를 거쳐 발전해 온 VCM은 본격적 성장의 초기 단계에 진입하면서 중대한 변곡점을 맞고 있다. VCM이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자금을 공급함으로써 탄소중립을 실현하는 데 있어 ‘보완적이지만 필수적 역할(complementary but vital role)’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는 한편 파편화된 시장 구조와 신뢰성 부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발전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이에 국제사회는 VCM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한 민간 주도의 노력을 다각적으로 기울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이러한 움직임은 국내 기업과 규제 당국에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준다.

첫째, 국내 기업은 VCM의 거래 구조와 핵심 탄소 원칙 등 표준 제정 동향을 이해하고, 탄소중립과 브랜드 전략의 일환으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Net Zero Tracker에 따르면 탄소 감축 목표를 발표한 글로벌 대형 상장회사(1100여 개) 중 탄소 크레디트 사용 없이 완전한 탈탄소 실현을 공약한 기업은 5% 미만에 불과하다. 약 36%의 기업이 탄소 크레디트 활용 계획을 밝히고 있는 가운데 대다수 기업은 아직까지 탄소 크레디트의 사용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24 국내 대기업의 경우 데이터에 포함된 58개사 중 25개사가 탄소 감축 목표를 설정했고, 8개사가 탄소 크레디트를 사용할 방침임을 표명했다. 이는 VCM의 신뢰성 부족에 따른 비즈니스 및 평판 리스크를 고려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25 그러나 앞으로 VCM에 규율 체계를 마련하고자 하는 일련의 움직임들이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글로벌 기업들의 탄소 크레디트 활용은 크게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국제사회가 공급망 내 잔여 배출량의 중립화뿐만 아니라 인류와 자연의 공동 편익 목적으로 가치사슬 너머의 배출량 완화(BVCM)에까지 기업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국내 기업들은 탄소중립과 저탄소 경제로의 이행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조류임을 인식하고 대외신인도 및 국제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VCM의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하는 방안을 적극 모색해 나가야 한다.

둘째, 우리나라의 배출권 시장은 규제 시장인 배출권거래제(K-ETS) 중심으로 성장해 왔으며 VCM에 대한 관심은 적었다. 그러나 최근 배출권거래제가 가지는 유동성 부족 및 가격 변동성 등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법적 감축 의무가 없는 중소기업 등의 자발적인 탄소감축 활동을 유도하기 위해 VCM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26 다행히 최근 국내에서 민간 차원의 자체적인 인증 기준(대한상공회의소 탄소감축인증센터)을 운영하거나 거래 촉진을 위한 민간 플랫폼(팝플, 아오라)이 등장한 데 이어 탄소 크레디트 거래소 설립 움직임27 이 나타나는 등 VCM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민간 차원의 노력이 더욱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지원과 지도가 필요할 것이다. IC-VCM의 핵심 탄소 원칙 등을 참고해 국내 VCM에 적용될 한국형 탄소 표준 규범을 마련하거나 크레디트의 신뢰성에 대한 측정·인증 서비스를 정부 또는 공적 기구가 관리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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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개별 국가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 이행에 따른 비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이른바 유연성 체제라 불리는 시장 메커니즘을 도입했다. 온실가스는 전 지구적 차원의 이슈로서 세계 어느 곳에서 감축해도 동일한 효과를 내므로 시장 원리에 의해 감축 비용이 낮은 국가/기업에서 감축하고, 그에 따른 이득을 배분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인식이 시장 메커니즘 도입의 배경이다.

교토의정서의 시장 메커니즘은 공동이행제도(JI, Joint Implementation)i , 청정개발체제(CDM, Clean Development Mechanism)ii , 배출권거래제(ETS, Emission Trading System)의 3개 제도로 구성된다. 이 중 JI(선진국 간)와 CDM(선진국-개도국 간)은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크레디트(credit)iii 를 감축 목표 달성에 사용하는 제도다. 이 두 제도는 프로젝트 기반의 상쇄배출권 시장, 즉 탄소 크레디트 시장(carbon credit market)의 출현을 가져왔다.

한편, ETS란 정부가 국가의 배출허용총량(cap)을 정하고 이를 온실가스 배출자에게 배출권으로 할당해 각자 배출권이 남거나 부족한 경우 서로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iv ETS는 탄소세, 탄소국경조정제와 함께 탄소가격제(carbon pricing)로 분류된다. 국내에서는 탄소 시장에서 거래되는 배출권을 통칭해 탄소배출권으로 부르고 있지만 국제적으로는 프로젝트 기반의 상쇄배출권(offset credit)과 ETS에서 거래되는 할당배출권(allowance)을 엄밀히 구분하고 있다. 할당배출권이 미래에 온실가스를 배출할 권리를 부여해주는 반면 상쇄배출권은 과거에 배출한 온실가스를 상쇄할 권리를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 정신동 | KB저축은행 상근감사

    필자는 서울대 경제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은행 이론으로 경제학 박사를 받았다. 금융감독원에서 27년을 재직하며 보험감독국·기획조정국·금융상황분석실에서 팀장으로 근무했으며 워싱턴사무소장, 거시건전성감독국장을 지냈다. 저서로 『바젤3와 글로벌 금융 규제의 개혁(2011년)』 『도드프랭크 금융규제개혁과 그 이후(2018년)』가 있다.
    jeung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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