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스타트업은 사업화에 성공하고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돼 데스밸리를 견디기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한컴그룹에 인수되며 엑시트에 성공한 한컴인스페이스는 사업 초기 자금난을 겪었지만 정부 용역 사업으로 회사 운영을 유지하는 한편, 꾸준히 자체 프로덕트 판매 매출 비중을 늘렸다. 또한 인재 풀이 작은 우주 분야에서 회사 수요에 딱 맞는 인력을 찾기보다는 게임 등 비슷한 업무 경험이 있는 직원을 채용해 훈련시키는 방향으로 인력난을 극복했다. 이후 한컴그룹과의 인수합병을 통해 몸집을 키운 결과, 대규모 군 사업 수주 시 잠재된 리스크와 팬데믹 위기를 대비할 수 있었다.
미국 컨설팅 회사 브라이스테크가 발간한 보고서 ‘스타트업 스페이스: 상업적 우주 기업에 대한 투자 2022’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동안 전 세계 우주 기업에 투자된 자금은 역대 최고 수준인 150억 달러(약 18조4000억 원)를 기록했다. 77억 달러를 기록한 전년 대비 약 2배 증가했으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도 총 212개로 전년 대비 46% 늘었다.11https://m.dongascience.com/news.php?idx=53647
닫기 이처럼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체제로 전환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생 우주 스타트업들이 늘어나고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우주산업의 사정은 녹록지 않다.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하 항우연)에 따르면 국내 우주산업 관련 기업은 389곳이다. 이 중 연 1000억 원 이상 매출을 내는 우주 기업은 KT SAT(1731억 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1266억 원) 등 2곳뿐이다. 벤처 투자를 받은 국내 우주 스타트업은 7곳에 불과하며 이들이 받은 투자액을 모두 합쳐도 1000억 원 미만이다.22이노스페이스(누적 투자금 350억 원, 시리즈B), 페리지항공우주(145억 원, 시리즈A), 컨텍(누적 140억 원, 시리즈B),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 (135억 원, 시리즈A), SIA(120억 원, 시리즈B), SIIS(20억 원, 시리즈A), 지티엘(2억 원, 시드)
닫기 나머지 스타트업은 자력으로 매출을 내며 데스밸리를 견뎌야 하는 셈이다. 국가우주정책연구센터에 따르면 2016년 이후 창업해 매출을 내고 있는 우주 스타트업은 27곳에 그친다.
우주 스타트업의 경우 사업화에 성공하고 시장에 상장하기까지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7∼8년 만기의 펀드를 조성하는 국내 벤처캐피털(VC)들의 투자를 받기 어려운 이유다. 2012년 창업한 위성 영상 분석 기업 인스페이스(현 한컴인스페이스) 역시 벤처 투자를 받지 못한 채 데스밸리를 견디며 생사를 오갔다. 그러나 정부 용역 사업으로 회사 운영을 유지하는 한편 꾸준히 자체 프로덕트를 개발하면서 성장한 결과, 2020년 한글과컴퓨터그룹(이하 한컴그룹)에 인수되며 엑시트에 성공했다.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 5월 국내 첫 지구 관측용 민간 위성인 ‘세종 1호’ 발사에 성공하며 위성 영상 관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무게 10.8㎏의 초소형 저궤도 인공위성인 세종 1호는 약 1시간30분에 1번씩 지구를 돌며 영상 데이터를 수집할 예정이다. 한컴인스페이스는 내년 상반기 세종 2호를 추가 발사한 뒤 5년 내로 인공위성 50기 이상을 발사해 군집 위성 체계를 구축하는 게 목표다. 향후 위성 영상 데이터 수요가 높은 동남아 지역 등을 공략해 데이터 및 영상 처리 솔루션을 판매할 계획이다.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인력, 자금난으로 고군분투하던 한컴인스페이스는 어떻게 데스밸리에서 살아남아 성공적으로 엑시트하며 건실한 우주 기업으로 성장했을까? DBR가 대전 유성구 한컴인스페이스 본사에서 최명진 대표를 만나 우주 스타트업으로 살아남은 과정과 성장 전략을 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