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8호 (2014년 8월 Issue 1)
보스턴 레드삭스는 무려 86년 동안 이어온 ‘밤비노의 저주’를 깬 뒤 또 다른 ‘저주’에 시달려야 했다. 바로 자만감이다. 밤비노의 저주를 깬 선수들은 기강이 해이해졌다. 팀의 리더가 돼야 할 고참 선수들이 거짓말을 하고 경기에서 빠지거나 경기 도중 라커룸에 들어가서 치킨과 맥주를 먹기도 했다. 공정하지 않아 보이는 연봉 격차도 선수들의 사기를 떨어뜨렸다.
선수들은 사분오열했고 당연히 팀의 성적도 뚝 떨어졌다. 레드삭스는 해이해진 선수들의 기강을 바로 잡을 새 감독으로 권위적인 바비 밸런타인을 선택했다. 하지만 밸런타인 감독은 구단 수뇌부의 악수(惡手)였다. 그는 오히려 선수들과 불협화음을 일으켰다. 구단은 이후 선수들과 잘 융합하고 사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존 패럴 감독을 영입했다.
‘인격자’ 벤 셰링턴 단장도 서서히 자신의 색깔을 내기 시작했다. 2013년 4월 보스턴 테러가 발생하자 선수들은 시민에게 용기를 주기 위해 뭉치기 시작했다. 또 선수들도 서로 격려하면서 팀의 성공을 위해 공동으로 노력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레드삭스는 ‘스타’ 선수가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팀의 사기가 한껏 높아져 2013 시즌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일궈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