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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이 말하는 ‘국내 VCM 활성화 방안’

“탄소 배출은 곧 지불해야 하는 비용
지속가능한 비즈니스에 VCM 활용을”

배미정 | 370호 (2023년 0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해외와 달리 국내 VCM은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이다. 탄소 시장과 관련한 국내외 정책의 불확실성이 기업들의 투자를 주저하게 만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국가와 기업이 협력하는 과정에서 VCM이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기업은 투자 수익보다는 탄소 감축 전략의 일환으로 VCM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고, 탄소 배출이 곧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는 인식 전환에 힘쓰며, 기술과 경험 역량을 바탕으로 경제 효율적인 감축 사업을 발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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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년 2월 NH투자증권은 폐기물 처리 스타트업 포이엔(4EN)과 바이오차 생산을 통해 생성한 20억 원 규모의 탄소 배출 감축 크레디트를 선도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포이엔이 해외의 자발적 탄소 시장(Voluntary Carbon Market, VCM) 중 한 곳인 퓨로어스(Puro.earth)1 에 바이오차 생산 프로젝트를 등록해 배출 감축 크레디트를 확보하면 NH투자증권이 이를 구매하는 계약이다. 국내 기업이 바이오차를 생성해 VCM에서 탄소 배출 감축 크레디트를 발행하는 최초의 사례로 이번 계약이 친환경 비료인 바이오차 시장과 더불어 VCM 거래가 확대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VCM이 주목받는 이유

전 세계적으로 2050년을 목표로 탄소중립을 선언한 국가와 기업들이 증가하면서 VCM이 주목받고 있다. VCM은 탄소 감축 의무와 관계없이 기업, 비영리단체, 개인 등이 사회적 책임과 환경보호를 위해 발생시킨 탄소를 자발적으로 상쇄하거나 마케팅에 활용하는 등 다양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탄소 배출 감축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말한다. 규제 시장보다 유연해 포이엔과 같은 혁신적인 기술 기업은 보다 손쉽게 자금을 조달하고, 수요자인 기업 또한 사회적 책임의 일환으로 탄소 감축에 기여하고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바이오차는 왕겨, 목재, 가축 분뇨 같은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바이오매스를 그냥 뒀을 경우 대기 중에 배출될 이산화탄소를 열분해(pyrolysis)로 가둔 물질이다. 바이오매스를 350도 이상 열분해해 바이오차를 생산할 경우 자연 분해 시 대기 중에 배출될 온실가스를 바이오차와 이를 묻은 토양에 격리하는 효과를 발휘한다. 또 일반 숯과 달리 다양한 영양물질이 남아 있어 토양 생태를 복원하고 작물 생육을 증진하는 데 유리하다. 따라서 바이오차는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차세대 비료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설비 투자 등 생산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판매처가 불투명해 그동안 시장이 커지는 데 한계가 있었다.

포이엔은 커피박을 열분해해 바이오차를 만드는 방법을 직접 개발하고 바이오차뿐 아니라 탄소감축권의 판매를 통해 수익성을 높이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계했다. 이호철 포이엔 대표는 “국내 온실가스 감축 외부 사업 방법론을 등록해 실제로 추진하기까지는 1년 이상이나 시간이 걸리기에 해외 VCM을 활용해 탄소 배출 감축 크레디트를 생성해 수익화하는 프로젝트를 우선 추진하게 됐다”며 “이번 투자를 마중물로 바이오차 생산 공장을 만들고 생산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이번 프로젝트를 파일럿 삼아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탄소 감축 크레디트를 확보해 기업 고객에 중개 하거나 직접 상쇄하는 방향으로 VCM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한 농협경제지주와는 바이오차를 활용해 친환경 농법을 확산시키는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박건후 NH투자증권 클라이언트(Client)솔루션본부장은 “기업들의 넷제로 목표 달성의 압력이 강해지면서 앞으로 직접 감축이 어려운 탄소배출량을 상쇄하기 위해 VCM 크레디트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 늘어날 것”이라며 “이런 기업들의 니즈를 충족시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VCM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VCM이 주목받게 된 계기는 2021년 10월 영국 글래스고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파리협정 6조 국제 탄소 시장의 구체적인 세부 이행 지침이 채택된 것이다. 2015년 파리협정이 최초로 체결됐지만 관련 논의가 지지부진했는데 실행 방안이 구체화되고 목표 달성의 압력이 거세지면서 탄소시장 활성화의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6조는 국제 탄소 시장과 VCM의 연계 가능성을 열어 두면서 국가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을 위해, 또 기업은 NDC뿐 아니라 ESG 차원의 넷제로 목표 달성을 위해 서로 협력해야 할 필요성이 커졌다. 물론 6조에 근거한 국외 감축 실적을 실제로 기업이 얼마나, 어떻게 확보하고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인 절차와 지침이 마련돼 있지 않아 불확실성과 리스크가 여전하다. 또한 기업이 VCM에서 확보한 자발적 탄소감축권을 NDC 달성에 활용할 수 있을지 혹은 기존 규제 시장인 배출권거래제와 통합해 활용할 수 있을지 여부도 불투명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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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적 합의가 이뤄질 때까지 가만히 앉아서 지켜보고만 있어서는 2030년 NDC 달성이 어려울 뿐 아니라 기업 또한 기후 대응 역량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글로벌 무역과 투자 환경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등은 기업 가치사슬 전반(Scope 3)에 대한 배출량 정보 공개를 요구하면서 기업에 직접 배출량뿐 아니라 공급망에 직간접 참여하는 기업 전반의 배출량의 관리를 촉구하고 있다. 제조업 중심인 한국에서 특히 물류, 플랫폼, 철강, 시멘트 등 직접 감축에 한계가 있는 기업은 대외적으로 감축 실적을 확보하는 것이 당면 과제가 됐다. 이에 정부에서도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에 민간 주도형 자발적 감축 시장 활성화를 포함하는 등 탄소 감축 사업에 대한 민간 투자를 유도하는 인센티브 지원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은 “국가별로 NDC 달성을 위해 VCM을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VCM 차원에서도 탄소 감축 크레디트의 품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개선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며 “한국 또한 자국 산업을 지키면서 기후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VCM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국내에는 정부 규제 시장, 즉 할당 배출권을 중심으로 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활성화돼 있어 기업들이 VCM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탄소 감축에 투자하는 움직임은 거의 없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기업들의 VCM 진출이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기업의 자발적인 탄소 감축 활동을 평가하고 그 성과를 인증하는 전문 조직인 탄소 감축 인증센터를 설립했다. 아오라(AORA), 팝플(POPLE) 등 자발적 탄소 감축에 대한 기업의 투자와 거래를 촉진하는 민간 플랫폼들도 생기고 있다. 또한 지난해 하나증권, NH투자증권 등 8개 증권사가 자발적 탄소배출권에 대한 자기 매매, 장외거래 중개 업무를 부수 업무로 신고하면서 VCM 진출을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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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들의 활용 방안

해외와 달리 국내 VCM은 이제 막 태동하는 시기로 보인다. 앞으로 기업은 국제적, 사회적인 기후변화 대응 압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VCM을 어떻게 활용, 발전시켜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정리했다.


1. 투자 수익보다 탄소 감축 전략으로

최근 탄소 배출 관련 규제로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는 등 탄소배출권의 가치가 높아지면서 VCM의 감축권 또한 트레이딩 관점에서 투자 가치가 높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감축권 가격 상승을 기대하고 거래를 통한 단기적인 투자 수익을 추구하기보다는 장기적인 탄소 감축 전략의 일환으로 VCM의 활용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동안 탄소배출량 관리와 측정이 사업장 단위로 직접 배출(Scope 1)과 간접 배출(Scope 2)을 중심으로 이뤄졌다면 앞으로 가치사슬 전반(Scope 3)에 대한 배출량 정보 공개 요구와 더불어 제품 단위당으로 탄소량을 측정해 관리할 필요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유럽이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도입함에 따라 제품별로, 즉 원료 채취부터 생산, 사용, 폐기 등의 라이프사이클에 따른 탄소배출량의 측정과 관리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이 같은 국제적 규제는 당장 비용으로 연결돼 사업 경쟁력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대응해 제품별 탄소배출량을 측정, 검증, 감축, 공시하는 일련의 과정에서 VCM의 활용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박건후 본부장은 “온실가스 감축 프로젝트는 시간이 오래 걸리며 VCM에서의 거래도 아직 활성화되기 전이기 때문에 당장 수익을 내겠다는 관점에서는 투자가 이뤄지기 어렵다”며 “온실가스 감축 비용을 감내하면서도 수익성을 낼 수 있는 지속가능한 비즈니스를 추구한다는 관점에서 VCM의 활용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대균 서울대 에너지신산업 혁신공유대학사업단 객원교수는 “감축권의 최종 단계는 폐기(retire)인데 폐기되지 않고 계속 거래되면 탄소 배출을 줄이는 효과가 퇴색되는 셈”이라며 “기업들은 ESG 보고서를 통해 자발적인 상쇄 선언을 하는 데 VCM을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2. ‘탄소 배출=지불해야 할 비용’

민간 차원에서 탄소 감축 시장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탄소 배출이 곧 지불해야 할 비용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필수적이다. BCG가 2022년 미국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표본 조사 결과2 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34%는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알고 있으며, 19%는 가까운 미래에 탄소 상쇄 크레디트를 구매할 의향이 있고, 3%는 이미 구매했으며, 2%는 정기적으로 구매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연구 결과는 앞으로 소비자의 인식 제고를 통해 VCM이 훨씬 더 성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오 교수는 “국내에는 정부가 규제하지 않는데 굳이 자발적으로 기후변화에 대응해 투자하고 상쇄할 필요가 있냐는 인식이 여전히 팽배하다”며 “기업뿐 아니라 개인들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환경 오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의사’를 만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20여 년간 한국에너지공단에서 기후 정책을 담당했으며 현재 국제 탄소 시장에 관한 파리협정 제6.4조 감독기구 위원으로도 활동 중인 오 교수는 2022년 개인들의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플랫폼 윈클(Wincl)을 창업하면서 VCM에 뛰어들었다. 윈클은 지난 3월 파일럿 프로젝트로 엔에이치엔(NHN)과 VCM 탄소감축권을 거래해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NHN은 윈클을 통해 브라질 산림 복원 사업 등에서 발생한 탄소감축권으로 탄소 배출을 상쇄하기 위해 임직원 대상으로 구매 참여를 독려했다. 특히 기존 t 단위의 감축권 거래 단위를 세분화해 1000원부터 구매 가능하게 하고 페이코 간편 결제까지 지원해 누구나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캠페인을 통해 임직원이 구매한 양만큼 회사도 똑같은 양을 구매하기로 했는데 그 결과 NHN은 총 200t 규모의 탄소 배출을 상쇄할 수 있었다. 이는 성인 1인당 하루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약 35㎏임을 감안할 때 약 6000명이 하루에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양을 상쇄한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3. 경제적인 감축 사업 발굴 및 민관 협력 강화

기업이 직접 탄소 감축 프로젝트에 투자해 감축권을 확보하고자 할 때는 감축 비용은 낮으면서 감축권이 최대한 많이 나오는 사업일수록 유리할 것이다. 사업 참여가 늦어질수록 개도국 협력 대상을 선점하고 고품질 탄소를 획득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는 데 들어가는 감축 비용이 커질 수밖에 없기에 가능한 선제적으로 진출할 필요가 있다. 최가영 국가녹색기술연구소 글로벌사업화센터 연구원은 “기술 수준과 경험 역량이 높은 분야이면서 감축 비용이 낮은 사업부터 선제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종류의 감축 사업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할까? 기존 규제 시장에서 진행된 청정개발체제(CDM) 사업의 성공과 실패 사례가 좋은 참고가 될 수 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의 연구 결과3 에 따르면 CDM 사업의 등록-전체 사업 기간 기준 모니터링-전체 사업 기간 기준 배출권(CER) 발급까지 성공한 ‘엘리트’ 사업군은 76건으로 등록에 성공한 사업(8000여 건)의 1%가 채 안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CDM을 활용해 배출권을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보여주며 CDM의 대안으로 VCM의 잠재력이 커지는 배경 중 하나로도 이해할 수 있다. 엘리트 사업군의 경우 바이오매스 관련 프로젝트가 가장 많았으며, 특히 농업과 수송/교통 분야의 경우 전체 등록 사업 수는 적지만 CDM 등록 성공률 및 단위 CDM 사업당 발생할 수 있는 CER이 다른 기술 사업 분야에 비해 높아 더 효율적인 기술 사업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존의 실패 사례 또한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 국가녹색기술연구소가 UNFCCC CDM 등록소 기록상 등록이 기각된 사업 4600여 건을 조사한 결과 80%가 추가성 입증 불가로 등록이 기각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잘못된 방법론을 선택하거나 방법론상 베이스라인의 타당성을 입증하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향후 VCM에서 사업을 추진할 때 실제 탄소감축권을 발행하는 데 적용 가능한 방법론을 채택하는 작업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정부는 온실가스 국제 감축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으로 ODA 등을 연계한 양자 협정을 통해 협력국 협조를 유도하는 등 기업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 있다. 기업은 ODA와 같은 정부 정책을 사업 확대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기후 테크 스타트업의 경우 VCM과 탄소감축권이 스케일업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자원이 부족한 스타트업들이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효과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돕기 위해 VCM과 관련 정부 정책 동향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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