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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멘탈 케어 시장의 성장

챗봇으로 대화만 나눠도 우울 증세 급감
AI 융합으로 정신 건강 이슈 해결

김수진 | 330호 (2021년 10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정신 질환은 복잡하고 복합적인 요인이 영향을 미치는 영역이라 지금까지 발전이 더뎠지만 최근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함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영역이다. 특히 의미 있는 진단 방법을 찾지 못했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 바이오마커 분석, 감성 인식 기술과 감성 추론 기술 활용, VR 활용 등을 통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들이 대거 출현하고 있다. 다만 디지털 기술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과 행동을 완벽히 모델링할 수 있을지 여부와 사용자가 디지털 기술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일지 여부 등은 디지털 멘탈 헬스 케어 시장의 숙제로 남아 있다.



정신을 과학의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0여 년밖에 되지 않았다. 19세기만 해도 정신 질환자들은 귀신 들린 사람이나 범죄자로 여겨졌고 대부분 집이나 감옥 또는 보호시설에 수감됐다. 최초의 근대 의약품인 모르핀이 일찍이 805년에 발명됐음에도 최초의 정신 질환 약물인 클로르프로마진은 1953년에나 발명된 것만 봐도 의학 중에서 정신의학은 한참 더딘 발전을 거쳐 왔다.

가장 큰 이유는 정신 건강에서 다루는 감정, 행동, 성격, 지능이 고차원으로 이뤄진 영역이어서 과학적인 접근 방식을 적용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의학은 문제의 기전을 규명해 그에 따라 질환을 정의하고, 그 기전을 진단하거나 치료하는 방법을 개발하는데 정신의학은 기전이 밝혀진 것이 현재까지도 많지 않다. 가장 대표적인 정신 질환인 우울증만 봐도 ‘우울하다’는 증상을 단일한 개념으로 정의하지 못하고 있고, 유전자, 세포 내 신호 전달, 환경 등 여러 분야에서의 연구가 아직 통합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우울증을 정량적으로 진단하는 방법은 여전히 없으며 통상 면담을 통해 임상가가 우울증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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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멘탈 헬스 시장의 기회

전통적인 접근 방식에서 이러한 한계를 가졌던 정신 건강은 최근 디지털 헬스케어 영역에서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첫째, 현상학적으로 분류한 임상 체계에서 벗어나 좀 더 단순한 하위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여러 개의 병인이 뒤섞여 있는 ‘우울 장애’를 공략하는 게 아니라 ‘슬픔’ ‘무의욕’ ‘자살 사고’ 등의 하위 증상별로 원인을 규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를 통해 거꾸로 병인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진단 체계를 수립할 수 있다. 그 일환으로,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 NIMH)는 증상 중심 진단 체계인 기존의 미국정신의학회의 정신 질환 분류체계에서 탈피해 바이오마커 1 중심의 일반 의학 기준 프레임워크 개발로 방향 전환을 추진 중이다. 둘째, 의미 있는 진단 방법을 찾지 못했던 기존 진단 도구에서도 딥러닝을 통해 진단 능력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다. 또한 신체 상태, 호르몬, 안면 인식, 대화 등을 분석해 감정의 지속 상태를 파악하는 감성 인식 기술과 감성 추론 기술을 활용해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기대할 수 있다.

이런 흐름은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태동한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마찬가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 큰 흐름 속에서 AI, 클라우드,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의 발전으로 본격적인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이 열린 것이다. 시장 조사 기관 퀀털라인리서치(Quantalign Research)에 의하면 세계 디지털 정신 건강 시장은 2021년에서 2027년 사이 연평균 28.6% 성장해 2027년에는 200억 달러(약 22조9000억 원) 규모의 산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2020년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는 이 성장세를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 원격 의료에 대한 니즈가 예상보다 급격히 커지면서 원격 의료를 빠르게 적용하기에 용이한 분야로 정신 건강 영역이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2020년 UN이 발간한 ‘COVID-19 and the Need for Action on Mental Health’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야기된 정신 건강 문제는 일시적으로 끝나지 않을 것이며, 장기적으로 사회경제적 비용 절감을 위해 이 분야를 저평가해오던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 수요를 투자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년 발표된 ‘Lancet Commission on global mental health and sustainable development’는 “우울과 불안 개선에 1달러를 투입하면 건강과 생산성에서 4달러의 비용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 영역의 투자 수준은 여전히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물러 있다”고 평가했다.

국내 상황은 이보다 더 열악하다. 특히 국내 시장은 주요 선진국과 비교해 미충족 수요자의 비율이 높다. 국내 정신 질환 1년 유병률은 11.9%, 평생 유병률은 25.4%에 달한다. 이 중 정신 건강 서비스 이용률은 22.2%로, 캐나다 46.5%, 미국 43.1%에 비해 낮은 경향을 보인다. 가장 큰 이유는 진료 기록이 남는 것에 대한 우려와 진료 정보에 대한 부족 때문이다. 또한 빠르게 개인화, 비대면화돼 가는 사회적 변화는 가족과 사회적 지지 체계가 필수적인 정신 건강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우울과 같이 스스로 문제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치매와 같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증상의 특성상 집에서 개인이 주도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가 그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이와 같이 전 세계와 국내 정신 건강 시장의 여러 문제가 IT와 접목된 디지털 헬스케어로 상당 부분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주요 디지털 기술별 멘탈 헬스케어 시장 트렌드

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을 이끄는 주요 기술은 크게 1) 디지털 바이오마커 분석 머신러닝 2) 감성 인식/추론 기술 3) 가상현실/증강현실 기술 4) 기존 하드웨어 기기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으로 나눌 수 있다. 각 기술의 현황과 관련된 주요 대표 기업들의 활약을 보면 시장 전체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

1. 디지털 바이오마커 분석

앞서 언급했듯 정신 장애는 기존 의료계에서 활용하는 바이오마커, 즉 질환의 시각적 진단을 위한 영상 정보, 질환의 원인과 양상을 분류하는 세포 단위 또는 유전자 단위의 발현 등 질환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는 생물학적인 바이오마커가 정신 장애별로 대응되지 않는다는 게 단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라이프로그, 웨어러블 데이터 등에서 도출된 디지털 바이오마커가 주목받고 있다.

1) 마인드스트롱 - 인지기능 및 감정 상태 측정

대표적인 선도 기업 중 하나인 마인드스트롱(Mindstrong)은 미국 NIMH 소장이자 구글의 모기업 알파벳의 자회사 중 하나인 베릴리(Verily)에 몸담았던 토마스 인셀(Tomas Insel)이 공동 창업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행동 패턴을 수집해서 인지 기능과 감정 상태를 측정하는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2017년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마인드스트롱의 알고리즘 결과는 실제 전통적으로 기억력, 언어 능력 등 인지 기능을 검사할 때 사용하는 검사 방법과 모든 영역에서 상당히 높은 일치율을 보였다. 그리고 불면, 식욕, 죄책감 등의 정서 증상에 대해서도 꽤 높은 일치율을 기록했다. 마인드스트롱의 알고리즘은 성별, 연령 등의 개인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스마트폰을 스크롤하는 등의 사용 패턴만 가지고 나의 기분과 인지기능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마인드스트롱이 현재 선보인 서비스는 원격 심리 상담과 원격 진료로 제한된다. 하지만 이는 데이터를 모으기 위한 목적이고, 스마트폰으로 하는 키보드 누르기, 스크롤 등의 패턴으로 기분과 인지 기능을 추적해 그 이상의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이와 비슷한 시도로 국내에서는 마인드에이아이가 시상하부-뇌하수체-부신 축 호르몬과 심리 지표를 학습시켜 자살 위험성을 선별할 수 있는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2) 클라리젠트 헬스(Clarigent Health) - 자살 예측

예측을 위한 알고리즘이 개발되려면 사업적으로 조기에 예측할 수요가 있어야 하는데 정신 건강에서 가장 큰 니즈가 있는 분야가 바로 자살이다. 클라리젠트 헬스는 환자와의 대화 음성을 분석해서 의사에게 자살 위험을 예측해주는 서비스다. 아직은 초기 단계로서 지난해 미국 30개 초•중•고교에서 2000명의 학생을 대상으로 150명의 치료사가 정기적으로 상담한 녹음 데이터를 바탕으로 알고리즘이 자살 위험을 잘 예측하는지 평가했다. 이와 관련해 유의미하게 서비스가 진행되고 있는 대표적인 사례는 페이스북이다. (그림 1) 페이스북 라이브에서 자살이 우려되는 상황을 본 유저는 누구든 신고할 수 있고, 피드를 올린 유저에게는 바로 핫라인 연락처와 미국 국립자살방지라이프라인(National Suicide Prevention Lifeline) 등의 협력기관과 함께 적절한 중재 자원을 제공한다. 그뿐만 아니라 영어로 글을 올릴 경우 포스팅된 텍스트를 분석해 자살 위험이 감지되면 핫라인 연락처와 도움말이 자동으로 제공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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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에임메드 - 불면증 치료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예측과 진단뿐 아니라 치료에서도 활용되고 있다. 아킬리 인터랙티브(Akili Interactive)의 ADHD(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아동의 주의력 결핍 증상을 개선하는 치료제인 인데버(Endeavor)는 게임의 정답률, 반응 속도 등에서 주의력과 충동 억제 등의 인지 기능 바이오마커를 도출하고, 이를 바탕으로 실시간으로 치료 난이도를 조절한다. 국내에서는 에임메드가 불면증 디지털 치료제에 디지털 바이오마커를 접목해 치료를 개인화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매일의 수면 일기, 일상 행동 로그, 걸음 수, 심박 수, 환경 조도 등을 바탕으로 수면의 질을 평가하고, 이를 다음 치료 계획에 반영한다. 특히 중재 요소 중에 개인마다 치료 예후에 기여도가 높은 것을 선별해 새벽에 일찍 빛을 쬐는 것이 카페인을 줄이는 것보다 더 효과적이라는 식의 개인화된 가이드를 해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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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감성 인식/추론 기술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이란, 컴퓨터에 인간의 감성을 인지시키고 학습과 적응을 통해 인간의 감성을 처리할 수 있는 감성 지능 능력을 부여하는 것으로, 인간과 컴퓨터의 효율적인 상호작용을 통한 새로운 서비스 창출을 목표로 한다. 매사추세츠공대(MIT) 미디어랩의 로잘린드 피카드(Rosalind Picard) 교수가 1995년 MIT 테크니컬 리포트에서 이 용어를 최초로 언급했다. 감성컴퓨팅은 웨어러블 디바이스나 뇌전도 장치(EEG, Electroencephalogram), 스마트 디바이스 등을 활용해 신체 상태, 호르몬, 안면 인식, 대화 상황 등을 분석해 감정이나 감성의 지속 상태를 파악하는 감성 인식 기술과 기계학습 등을 통해 감성을 해석하고 추론하는 감성 추론 기술, 서비스 로봇이나 가상 비서 등을 통해 인간과 감성을 교류하는 감성 표현 기술 등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고 있으며, 정신 건강 분야에서 이러한 기술들의 적용이 더욱 확대되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가장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는 분야는 심리 상담 AI 챗봇이다. X2AI가 개발한 테스(Tess)는 정신 건강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고 공감하는 기능이 있는 챗봇이다. X2AI가 노스웨스턴대와 발표한 연구에 의하면 이 앱을 사용한 학생은 우울증 증상이 13%, 불안이 18%가량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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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대표적인 서비스는 워봇(Woebot)이 있다. 워봇은 검증된 정신 치료 기법인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 Therapy)를 기반으로 한 상담 챗봇이다. 워봇은 자연스러운 언어 처리, 심리학적 전문 지식, 수준 높은 글쓰기 능력 및 유머 감각을 조합해 사용자에게 친근한 대화 경험을 제공한다. 또한 기분 변화 그래프를 보고 사용자의 기분 패턴을 분석할 수 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워봇은 사용자에게 얼마나 유대감을 느끼는지 묻는 척도에서 평균 3.8점을 받았다. 이는 다른 인터넷 기반 치료의 평균인 2.3점에 비해 높고, 전통적 대면 치료의 평균인 3.8점과 동등했다. 즉, 사람과 하는 심리 치료와 비슷한 수준의 치료적 동맹 관계를 맺을 수 있을 정도로 기술적 수준을 입증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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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봇 형태에서 더 나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마음의 소통을 시도하는 기업들도 있다. 로빈은 아르메니아의 스타트업 엑스퍼테크놀로지가 개발한 AI 로봇으로 병원에 입원한 어린이가 낯선 사람과 환경, 복잡한 장비, 고통스러운 치료 과정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외로움을 덜 느끼고 정서적인 안정을 찾을 수 있도록 고안됐다. 엑스퍼테크놀로지가 위그모어 클리닉에서 85명의 4∼12세 아이를 대상으로 9주간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로빈과 소통한 어린이 환자들의 즐거움은 26%p 증가했고 스트레스는 34%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3. VR/AR 기술

VR/AR 기술을 중심으로 정신 건강을 개선하려는 시도들도 눈에 띈다. 이는 주로 불안을 다루는 데 사용되는데, 불안으로 인한 회피 행동을 교정하는 과정에서 현실 세계에 바로 노출되기 전에 가상 현실에서 이를 훈련해볼 수 있다. 이와 같이 불안을 야기하는 자극 및 상황을 난이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노출시켜 훈련하는 기법을 ‘체계적 둔감화(Systematic Desensitization)’라고 한다. 예를 들어, 고소공포증을 해결하기 위해 바로 고층 빌딩에 올라가는 대신 좀 더 난이도가 낮은 가상 현실에서 불안을 해결하는 훈련을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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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선도적인 기업으로는 스페인의 사이어스(Psious)가 있다. 공황장애, 공포증과 같은 불안장애뿐만 아니라 섭식 장애, ADHD와 같이 행동 조절이 필요한 질환까지 폭넓게 VR 기반 치료 콘텐츠를 개발했다. 이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면서 치료사가 각 사용자에게 필요한 프로그램을 선택해서 심리 치료에 적용할 수 있다.

VR/AR는 노출 치료 외에도 이완, 수용 전념 치료, 마음 챙김 등 다양한 심리 치료 기법의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다. 어플라이드VR(AppliedVR)는 통증 환자에게서 이완을 유도하는 시각적 자극을 줘 부정적 주의를 분산시켜 통증을 경감시키는 이즈VRx(EaseVRx)를 개발했다. 이완뿐 아니라 인지, 감정 및 신체 반응을 자각하고 교정하는 심리 치료 기법이 적용된 일종의 디지털 진통제로서, 약 100명의 만성 통증 환자를 대상으로 한 무작위 배정 대조군 연구에서 전반적 통증을 비롯한 수면, 스트레스 등 모든 지표에서 대조군 대비 개선된 결과를 나타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올해 디지털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VR/AR 사업은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일례로 에프엔아이(FNI)는 알코올/니코틴 중독을 개선하는 VR 프로그램을 개발해 디지털 치료제로서 임상시험을 준비하고 있다.

4. 기존 의료기기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전에도 정신 건강을 개선하는 하드웨어 기반 기술이 존재했다. 대표적인 예가 바이오피드백과 뉴로피드백이다. 바이오피드백은 자율신경계와 관련된 심박 수, 피부전도율, 근전도를 시청각 신호로 바꾸어 환자에게 전달하는 기술로, 환자는 이 신호를 피드백 받아 긴장과 이완 상태를 자각하고, 스스로 이완을 유도하는 훈련을 한다. 뉴로피드백은 뇌파를 스스로 보면서 각성과 이완, 몰입 등의 정신 작용을 조절하는 훈련을 하는 기술이다. 이러한 의료기기는 오래전부터 임상 현장에서 쓰이고 있었으나 하드웨어 중심으로 데이터가 다양하게 활용되지 못하고, 전문가의 보조가 필요해 의료기관 밖에서 활용하기가 어려웠다. 최근엔 이러한 단점을 보완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센시오솔루션(Sensio solution)의 필(Feel)은 기존 바이오피드백을 웨어러블의 형태로 간소화하고, 원격 모니터링으로 실시간 중재를 가능하게 했다. 팔찌 형태의 센서가 피부전도도, 심박변이도, 피부 온도를 수집해 기분 상태를 추적하고, 중재가 필요한 시점에 실시간으로 앱에서 적절한 중재를 하며, 필요시에는 치료사의 15분 심리 상담을 연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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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찬가지로 뉴로피드백을 응용한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뮤즈(Muse)와 마인드리프트(Myndlift)를 들 수 있다. 뮤즈는 뇌파 측정 시 머리 전체에 필요한 노드를 7개로 줄여 머리띠 형태로 만들고, 전두엽의 각성/몰입 상태를 추적해 블루투스로 연결된 앱에서 명상을 할 때 이완되면 평온한 소리를, 각성되면 큰소리로 피드백해 스스로 명상의 질을 조절할 수 있도록 한다. 마인드리프트는 B2B 모델을 더해 치료자가 집중력이나 불안을 다루기 위해 환자에게 이 제품을 제공하고, 임상적 판단에 따라 치료 프로토콜을 설정할 수 있도록 한다. 국내에서도 옴니C&S의 옴니핏 브레인은 헤드밴드 형태의 뇌파 센서를 통해 집중력과 이완을 스스로 조절하는 훈련을 제공하고, 효과성을 입증하기 위한 임상시험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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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멘탈 헬스케어 시장 활성화를 위한 과제들

디지털 멘탈 헬스 시장은 많은 가능성이 확인됐지만 아직은 미성숙 단계다. 이 산업이 지속가능한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선 여러 해결 과제가 놓여 있다.

1. 기술이 구현될 것인가

과연 완벽한 딥러닝으로 인간의 감정과 행동을 모델링할 수 있을 것인가. 앞서 언급했듯, 내인적 또는 외부 감각적 자극이 입력되면 유전자, 세포, 신호 전달 체계, 신경전달물질 등을 통해 뇌의 각 부위가 규명되지 않은 방법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키고, 그 결과 감정과 신체 변화를 만들어 낸다. 그것들이 축적돼 정서와 신념이 생기고 이것들이 다시 매 순간 감정에 영향을 준다. 이와 같이 정신 체계란 손에 잡히지 않는 관념들이 여러 수준으로 얽혀 있어 몇 개의 센서 데이터로 설명하기엔 벅차고 어려운 영역이다.

현재 대부분의 제품은 궁극적으로 구현하고자 하는 모델로 가기 위해 우선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한 일종의 유인 상품 단계다. 여전히 AI 챗봇이나 디지털 바이오마커는 시나리오를 근거로 사람이 정해준 규칙에 기반하고 있다. 기술의 고도화를 위해선 이와 같은 정신 체계에 복잡성을 충분히 고려한 접근이 필수적이다.

2. 사용자가 변화를 받아들일 것인가

정확도를 90%에서 99%로 올리는 것은 가능할지라도 99%에서 99.1%로 올리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고, 여기에서 기술적 차별성이 판가름 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99%에서 0.1%를 끌어올리는 것이 필요한 일인가에 대해선 사업 모델마다 전략적으로 다를 수 있으나 챗봇과 같이 사람의 마음을 읽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얻어야 하는 서비스에선 명백한 차이를 보일 수 있다. 현재의 상담 챗봇은 감정을 정서적으로 지지하고, 사람이 하는 말을 다시 반영하며 경청하는 수준이 가능하다. 하지만 사람의 생각을 적극적으로 교정하기 위한 치료적 대화는 아직 불가능한 상황이다. 즉, 교육받지 않은 초보 카운셀러 정도의 수준에 도달했다고 볼 수 있다. 챗봇의 인공지능은 사람을 공감하는 능력이 아니라 사람이 공감받는다고 느끼게 만드는 능력이다. 백 번의 대화 중 단 한 번이라도 엉뚱한 응답을 하면 그동안 사용자가 ‘정말 내 마음을 알아주는 것 같아’라고 쌓아왔던 착각이 한순간에 깨질 수 있다. 고객센터 챗봇의 경우 실수를 하더라도 사용자가 크게 개의치 않을 수 있지만 정신 상담용 챗봇이 “나는 쓸모없는 패배자야”라고 하는 말에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라고 응답한다면 다시 찾기 어렵게 된다.

심리 치료에서 라포(rapport)라는 말이 있다. 치료자와 내담자 사이에 생기는 상호 신뢰 관계를 뜻하는데 어떤 심리 치료 기법이든 간에 가장 중요한 치료적 요소다. 과연 디지털이 이런 인간적인 라포를 만들 수 있을까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많다. 한편 디지털 변화를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사용자가 인공지능을 보다 중립적이고 무비판적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심리적 저항을 낮출 수 있다는 점이다. 차마 사람 치료사에게는 말하지 못했던 부정적인 욕망도 인공지능에는 편하게 털어놓을 수 있었다고 사용자들이 직접 남긴 후기들이 이를 뒷받침한다.

역사에서도 보았듯 사람의 마음은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영역이 될 것이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인공지능이 정신 건강 문제 해결에 가치 있는 공헌을 할 수 있음은 자명하다. 이 본질을 잃지 않고, 정신 체계와 인공지능 기술을 영민하게 융합하는 것은 가까운 미래에 우리의 마음을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수진 에임메드 DH본부 상무(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sjkim@aimmed.com
필자는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및 동대학원을 졸업하였다.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공의 및 전임의를 수료했다. 스탠포드(Stanford) 의과대학 Center for Interdisciplinary Brain and Science에서 뇌영상과학 분야를 연수하고 귀국해 세월호 참사로 설립된 안산트라우마센터 부센터장과 고대안산병원 임상초빙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디지털헬스케어 기업 에임메드에서 정신질환 디지털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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