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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인간과 AI가 함께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고민삼 | 374호 (2023년 08월 Issue 1)
Based on “Does human–AI collaboration lead to more creative art? Aesthetic evaluation of human-made and AI-generated haiku poetry” (2022) by Jimpei Hitsuwari and Yoshiyuki Ueda and Woojin Yun and Michio Nomura in Computers in Human Behavi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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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으로 예술 분야에 AI를 활용하는 일명 ‘AI 아트’에 많은 이가 주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까지 AI 아트가 주로 시각 예술에 초점을 맞춰왔다면 이젠 자연어 처리 및 생성형 언어 모델 기술의 발전으로 문학 작품을 만들어내는 AI 기술도 등장하고 있다. 컴퓨터 과학 및 로봇공학 분야 연구자들이 AI 아트를 구현하는 생성형 AI 기술에 관심 갖는 것은 물론 AI 아트 작품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 및 철학 분야 연구자들의 토론도 활발하다.

AI 아트에 관한 이전 연구들은 주로 사람과 같은 수준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지를 평가하는 데 집중했다. 인간 혹은 AI가 만든 그림을 구별하는 것이 굉장히 어렵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됐으며 이제는 문학 작품에 대해서도 저자가 사람인지 AI인지 구별하는 것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예를 들어 작가 오스카 슈워츠는 2015년 ‘Bot or Not’이라는 웹사이트를 만들어 알고리즘 혹은 인간이 만든 시를 구분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알고리즘으로 생성된 시의 65%를 사람이 쓴 시라고 착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전 연구들과 달리 일본 교토대 연구팀은 AI 아트를 AI와 인간의 대결 관점으로 보지 않고 AI와 사람이 협업했을 때 만들어지는 결과물에 초점을 두고 연구를 수행했다. 생성형 AI 기술이 작동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인간의 개입을 필요로 하지 않는 ‘Human-out-of-the-loop(HOTL)’ 방법과 AI와 인간이 상호작용을 통해 결과물을 만들어 가는 ‘Human-in-the-loop(HITL)’ 방법이다. 연구진은 어떤 방식으로 만든 예술 작품이 더 아름답게 느껴지는지를 연구했다. 연구에는 세계에서 가장 짧은 시로 알려진 ‘하이쿠(Haiku)’를 활용했다. 하이쿠는 5-7-5 음절의 고정된 형태와 ‘키고’라고 불리는 계절 단어를 포함해야 하는 등 명확한 규칙을 가진 문학 장르로 일본에서 유래됐다. 연구진은 인간의 개입이 있을 때 하이쿠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미적 평가를 분석하고, 이때 창작물의 생성 주체가 잘 구분될 수 있는지 등을 알아봤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진은 사용자 평가 실험을 위해 총 세 가지 하이쿠 그룹을 준비했다. 첫 번째는 사람이 만든 하이쿠 그룹으로 10개의 계절 단어별로 전문가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은 하이쿠 시 4개씩을 선정해 총 40개 작품으로 구성했다. 두 번째는 AI가 만든 하이쿠 그룹, 세 번째는 사람이 AI의 생성 결과에 개입한 하이쿠 그룹이다. 두 그룹 모두 기본적으로 일본 훗카이도대 연구팀이 개발한 LSTM(Long Short-Term Memory) 기반 생성 시스템을 사용해 하이쿠를 준비했다. 이 생성 시스템을 통해 후보 하이쿠들을 만들어내고, 이 중 20개를 임의로 선택해 AI가 만든 하이쿠 그룹을 구성했다. 사람이 개입한 하이쿠 그룹에는 AI 생성 작품 중 하이쿠 아마추어 3명이 가장 높게 평가한 20개 작품이 포함됐다. 연구진은 세 하이쿠 그룹에 대해 미적 평가에 관한 21개 질문과 창작자가 AI인지 사람인지를 묻는 질문을 포함한 사용자 설문을 수행했고 385명의 응답 결과를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다음과 같다. 첫째, 사람이 개입한 AI 생성 하이쿠가 가장 아름답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 사람이 만든 하이쿠와 사람이 개입하지 않은 AI 생성 하이쿠의 미적 평가 점수는 비슷했다. 둘째, 설문 참가자들은 인간이 만든 하이쿠와 AI가 만든 하이쿠를 잘 구별하지 못했다. 특히 사람들은 AI가 잘 만든 작품일수록 사람이 만든 것처럼 느꼈다. 셋째, 사람들이 작품의 창작 주체가 사람인지 AI인지를 구별하는 데 있어 인간이 만든 하이쿠라고 판단할 때는 작품의 깊이와 일관성에 근거하는 경향이 있었고, AI가 만든 하이쿠라고 판단할 때는 표현력, 규칙성, 의도성이 단서가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연구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더 아름다운 창작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창의적인 영역에서 인간과 AI의 협업이 가지는 잠재력과 활용 가능성에 대한 인사이트를 제공한다. AI 기술은 주로 인간의 일을 대신하고 자동화하는 데 주된 목적이 있었다. 따라서 사람과 비슷한 수준으로 혹은 사람보다 더 잘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AI 기술을 평가해왔다. 하지만 본 연구는 인간과 AI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아직 완벽하지 않은 AI 기술을 사람이 어떻게 활용하고 협력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하다는 교훈을 준다.

한편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AI의 결과물에 대해 가지는 부정적 편견, 알고리즘 혐오(algorithm aversion) 경향도 보여준다. 연구에서 사람들은 하이쿠 작품이 우수하다고 느낄수록 생성 주체가 사람이라고 판단하는 경향이 있었다. 이에 연구진은 AI 생성 예술의 잠재력에 관심을 갖고 활용 가능성을 탐색해 나가며 예술 분야에서 AI의 결과물을 과소평가하거나 거부하는 경향을 극복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필자가 보기에 AI가 창작을 모두 대체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인간이 아름다운 예술 작품을 소비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창작 과정 자체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창작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것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예술의 기능을 고려했을 때 창작을 AI 기술로 대체하기보다는 인간과 AI의 협업으로 시너지를 내는 방향이 더 바람직하다.
  • 고민삼 | 한양대 ERICA ICT융합학부 교수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지식서비스공학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인공지능연구원,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2022년부터 딜라이트룸의 연구 책임자를 겸직하고 있다. HCI 분야 국제 저명 학술대회에 논문을 다수 게재했고 세계컴퓨터연합회(ACM)가 주최한 ‘컴퓨터 지원 공동 작업 및 소셜 컴퓨팅(CSCW)’ ‘인간-컴퓨터 상호작용 학회(CHI)’에서 우수 논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인간-인공지능 상호작용 연구실을 이끌며 HCI 분야에 AI 기술을 응용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minsam@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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