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작가의 수상으로 예년보다 더 큰 화제가 된 2024년 노벨상 수상 리스트에서 문학상 외에도 꼭 눈여겨봐야 할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AI)이 주역이 된 과학 부문입니다.
AI를 활용해 인간의 생명 현상에 관여하는 단백질 구조를 예측한 공적을 인정받아 화학상 공동 수상자가 된 구글 딥마인드팀과 함께 물리학상 역시 인공신경망을 이용하는 기계학습 기반을 구축한 존 홉필드 프린스턴대 교수와 제프리 힌턴 토론토대 교수에게 돌아간 겁니다.
이 중 공동 수상자인 힌턴 교수의 소감은 큰 화제가 됐습니다. “저는 물리학자가 아닙니다. 물리학에 대해 매우 큰 존경심을 가지고 있지만 대학 1학년 때 복잡한 수학을 못해서 물리학을 그만뒀습니다.”
순수 물리학자의 길을 걷지는 못했던 그는 자신이 개발한 기계학습 모델인 ‘볼츠만 머신’이 물리학 연구에 크게 기여한 덕에 인류 역사 속, 물리학의 거장으로 길이 남게 됐습니다. 올해 노벨위원회는 이처럼 학문 간 협력과 융합에 방점을 두고 실무적 최신 기술을 순수 과학과 연결한 아이디어에 높은 점수를 줬습니다.
기계학습이란 개념을 이끌어낸 볼츠만 머신은 특히 디지털 트윈 기술에 적용돼 ‘제조의 미래’를 앞당기는 데도 큰 기폭제가 될 수 있습니다. ‘현실의 기계 장비나 공장 설비를 디지털 환경에서 정확히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뜻하는 디지털 트윈은 기계학습과 가상 실험을 융합한 BAS(Big Data+AI+Simulation)의 집약체로 현재 많은 제조기업의 관심 주제입니다.
현대자동차그룹 최초의 스마트팩토리이자 미래 공장 테스트베드인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 2022년 세계경제포럼이 ‘등대 공장(등대처럼 제조업의 미래를 비추는 미래 공장이란 의미)’으로 선정한 LG전자 창원공장처럼 국내 제조기업들도 적극적으로 스마트팩토리, 즉 자동화 공장과 관련된 기술 축적에 나섰습니다. 디지털 트윈이 접목된 자동화 공장은 인간의 개입이 최소화되기에 깜깜한 어둠 속에서도 운영할 수 있다는 의미의 ‘불 꺼진 공장(light-out factory)’이 현실화될 수 있습니다.
완전 자동화 공장을 혁신적으로 먼저 도입했다 시행착오를 경험한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는 “과도한 자동화는 실수였다. 인간을 과소평가했다”고 고백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리스크를 낮추고 기술의 진화 속도를 앞당길 구원투수 중 하나는 생성형 AI입니다. 기존의 스마트팩토리가 데이터 수집과 분석, 자동화에 주력했다면 생성형 AI는 창의성과 문제 해결 능력까지 갖췄습니다.
예컨대 보시(Bosch)는 생산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유형의 결함에 유연하게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생성형 AI 기술을 활용, 총 1만5000장의 인공 이미지를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품질 검사 속도를 앞당겨 연간 수백만 유로 상당의 생산성 향상 효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
‘불 꺼진 공장’이 결국 인간 근로자의 역할을 축소시킬 것이라는 우려는 여전히 존재합니다. 하지만 기술의 진화 속도를 고려할 때 인간이 직접 수행해야 할 노동의 형태와 질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목소리도 큽니다. 이미 운영 중인 스마트팩토리 현장에선 인간 작업자의 역할이 ‘위험에 노출된 단순 반복 생산직’에서 ‘로봇을 컨트롤하는 전문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테슬라 자동화 공장에서의 시행착오를 분석한 액센추어리서치는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기계는 인간 직원을 대체하기 위해 활용하는 것이 아닌 인간과 함께 일하도록 배치할 때 최고의 성과를 낸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제조에 초점을 맞춘 이번 호 스페셜 리포트는 기술의 미래뿐 아니라 일의 미래, 그리고 노동자의 미래를 점쳐볼 마중물로도 귀한 자료가 될 것입니다. 인류의 미래를 엿보는 역사적 여정에 도전할 독자 여러분들의 열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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