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Case Study: 레이캅코리아 일본진출 전략
Article at a Glance
레이캅코리아의 성공비결
①기술 혁신과 시장 혁신의 적절한 조합: ‘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이불 먼지, 집 먼지 진드기 제거라는 시장에서의 필요를 적절히 반영해 제품 개발. ②관찰:일본의 기후, 가옥구조, 주거문화, 사람들의 행동 등을 직접 관찰함으로써 일본 소비자들의 잠재적 필요를 효과적으로 정의하고 구체화. ③소비자와의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판매 현장에서의 효과적인 정보전달, 소비자 교육 등과 같은 노력을 통해 혁신적 신제품에 대한 소비자의 저항을 극복. ④제품 중심이 아닌 시장 중심 마케팅: ‘침구 살균청소기’가 아닌 ‘이불 전용 진드기 클리너’라는 이름을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이 얻게 되는 편익을 명확히 함.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김나경(고려대 심리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글로벌 시장 가운데 가장 폐쇄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일본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기업이 있다. 2013년 닛케이 트렌드의 ‘히트 상품 베스트 30’에서 한국 가전 업계 사상 가장 높은 순위인 8위에 이름을 올렸다. 일본 침구 살균청소기 시장 점유율은 70%대, 판매 대수는 350만 대를 넘었다. 한때는 30초에 한 대씩 팔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 대표 제품 ‘레이캅 RS’는 21개월(2016년 1월 현재) 연속 일본 전체 청소기 부문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어떤 기업 이야기일까. 가전 분야의 강자인 삼성이나 LG를 떠올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 토종 중소기업 ‘레이캅코리아’ 이야기다. 레이캅코리아는 침구 살균청소기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침구 살균청소기 시장뿐만 아니라 전체 청소기 시장에서 1위를 달리며 일본 시장에서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세계적인 가전 기업들도 시장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일본에서 레이캅코리아가 선전하는 비결은 무엇인지 DBR이 취재했다.
웰빙 가전의 탄생
이성진 레이캅코리아 대표(46)는 한때 의사였다. 한림대 의대를 졸업하고 서울 강동성심병원에서 인턴 과정을 밟았다. 대학병원에서 일하면서 일의 치료 못지않게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연스레 예방의학에 관심을 갖게 됐다. ‘어떻게 하면 예방의학을 실천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의사가 아닌 다른 삶을 택하기로 했다. 의사로서의 일도 매우 보람 있었지만 건강과 질병예방에 도움이 되는, 혹은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을 차단하는 제품을 직접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강동성심병원을 그만두고 2000년 듀크대 경영전문대학원(MBA)으로 유학을 떠났다. 학교를 졸업하고 존슨앤존스(Johnson&Johnson)에 입사해 프로덕트매니저(PM)로 3년 동안 활동했다. 그러다 부친이 운영하던 회사가 어려워지면서 회사를 그만두고 아버지 밑으로 들어왔다. 어떻게 해야 다시 회사를 살릴 수 있을지 고민했다. 부친이 하던 자동차 부품 분야의 B2B사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브랜드로, 새로운 소비재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다 의사 시절 늘 고민했던 시간들이 떠올랐다.
그때는 ‘하루가 멀다’ 하고 알레르기 환자들이 찾아와 어려움을 호소했다. 환자들은 알레르기 약과 함께 사용하면 좋을 제품이 무엇인지 추천해달라고 했다. 어린아이를 데리고 온 부모들은 어떻게 관리해야 아이들이 호흡기 질환에 걸리지 않는지 물었다. 환자들에게 좋은 처방을 주기 위해 열심히 고민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알레르기의 주요 원인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음식, 꽃가루가 아니었다. 알레르기 환자의 약 80% 정도는 모두 집 먼지 진드기가 원인이었다. 원인은 찾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환자의 병을 낫게 해줄 제품이 어디 없을까’ 생각했다. 여기저기 찾아봐도 시장에는 집 먼지 진드기를 박멸할 마땅한 제품이 없었다.
의사 시절 환자에게 추천할 만한 무엇이 없다는 것이 늘 아쉬웠다. 처방약이 아니라 아예 호흡기 질환을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이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알레르기와 집 먼지 진드기에 대한 책과 논문을 집어 들었다. 여러 가지 글을 읽다보니 그전에 몰랐던 점들을 알게 됐다. 우선 대부분의 집 먼지 진드기는 이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진드기는 사람의 몸에서 나오는 각질을 먹고 자란다. 진드기가 죽으면 분해가 되고, 그러면 단백질이 된다. 이것이 이불에 있는 먼지와 결합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불을 움직일 때, 그리고 이불과 접촉했을 때 코나 입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알레르기는 이런 진드기에 대항해 일어나는 면역반응이다. 자연스레 ‘이불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 제품이 있으면 좋겠다’는 데까지 생각이 미쳤다.
사업의 시작
쉬울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지만 사업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혼자 하는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제품을 생산하도록 협력 업체를 설득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동료를 모집하는 것 등은 의사로 살아온 그에게 생경한 경험이었다. 도면을 들고 업체를 찾아가면 대부분 “침구 살균청소기는 잘 안 될 것이다” “소비자들은 이 제품을 사지 않을 것”이라며 생산을 거절했다. 중소기업이 만든 ‘침구 전용 청소기’라는 낯선 제품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한 업체는 “원하면 부품 개발을 해줄 수 있지만 대신에 모든 개발비를 먼저 보증금으로 내야 한다”고 했다.
막상 돈을 내려니 현금이 부족했다. 고민 끝에 이 대표는 의사면허증을 집어 들었다. 의사면허증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만큼 다 받아서 보증금을 충당했다. 남은 돈은 운영자금으로 썼다. 그는 “당시에는 ‘우리가 고민하고 기획했던 상품이 반드시 세상에 나오게 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다”고 회상했다. 2006년 드디어 기획했던 침구 살균청소기를 완성했다. 이 대표가 만든 제품은 단순 청소기가 아니었다. 의학적 관점에서 재해석한 제품이었다. ‘집을 깨끗하게 만드는 제품’이 아니라 ‘건강한 삶에 도움을 주는 웰빙가전’이 콘셉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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