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piration from Creative People: ‘즐기자 실용’ 캠페인 만든 신동규 삼성카드 브랜드팀 팀장
Article at a Glance
카드회사는 더 이상 ‘성공한 남성이나 여성이 멋있게 결제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카드가 ‘과시’의 수단이자 ‘성공의 징표’로 여겨지는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경제적 격차’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진 카드의 등급 시스템은 ‘취향의 차이’에 기반한 구성으로 변했다. 광고도 당연히 변해야 한다. 삼성카드는 ‘과시’가 빠진 틈새에 ‘실용’을 밀어 넣었다.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가진 배우 유해진을 메인 모델로 내세웠고, 광고 콘셉트에서도 어깨에 힘을 뺐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온갖 어려운 얘기와 단어를 나열하지 않고 빅데이터에 기반한 맞춤형 서비스 제공도 쉽게 설명했다. 1분, 아무리 길어도 2분을 넘겨서는 안 된다는 모바일 시대 동영상의 법칙도 깨버렸다. 쉽게 설명했지만 본질을 놓치지 않았고, 진지했지만 유머감각도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윤창민(단국대 중어중문학과 4학년) 씨와 양원철(건국대 기술경영학과 3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신용카드는 광고하기 까다로운 아이템 중 하나다. 2000년대 초반 카드대란 직후에는 ‘빚을 내라’고 부추기는 광고처럼 인식하는 시선으로 인해 잔뜩 위축됐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부터 계층 간 위화감 조성에 대한 우려로 인해 ‘프리미엄급’ 카드는 아예 광고 자체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인들이 ‘1인 1카드 이상’을 소지하게 된 지 15년이 넘었지만 기상에서 취침까지 카드 한 장으로 특급 대우를 받는 ‘유한마담’의 라이프 스타일을 보여준 옛 LG카드의 배우 이영애 씨 출연 광고를 제외하고는 딱히 ‘광고 그 자체’로 기억 남는 카드광고가 없다. 이는 ‘카드 광고하기의 어려움’과 일맥상통한다. 대중의 머릿속에 남아 있는 대부분의 광고는 광고 그 자체가 아닌 몇몇 ‘히트 친 카피’들일 뿐이다. BC카드의 “부자 되세요∼”, 현대카드의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니 엠이다” 등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카드계의 혁신 아이콘이 된 현대카드가 참신한 문화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으로 꾸준히 주목을 받고 있을 뿐 대부분의 카드사는 ‘잘나가는 남성/여성이 정장을 쫙 빼 입고 나와 자신의 성공을 보여주는 콘셉트’의 이미지 광고만을 양산해냈다. 앞서 언급한 몇몇 카피 외에 딱히 기억나는 카드 광고가 없는 이유다.
그런데 최근 전형적인 패턴을 탈피해 유머러스하면서도 마음에 와 닿는 내용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크게 화제가 된 카드 광고가 하나 있다. 모델부터 파격적이다. 대한민국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지만 ‘세련됨’이나 ‘경제적 성공’과는 이미지가 딱히 맞아 떨어지지 않는 배우. 그보다는 ‘친근함’과 ‘연기력’이 가장 큰 무기인 배우 유해진 씨가 가장 세련된 이미지를 표방하는 아이템인 카드, 그것도 ‘삼성’ 브랜드를 가진 카드의 메인 모델이 됐다는 점부터 그렇다. 광고 콘셉트와 스토리도 결코 전형적이지 않다.
광고를 보면, 결제 직전 상황에서 점원이 끝없이 질문을 던진다. “무슨 포인트 카드 있느냐, 어떤 할인 쿠폰 있느냐”라고 수차례 질문을 하는 동안 ‘멍해지는 표정’이 클로즈업 되고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문구인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가 나직하게 흘러나온다. ‘실용적’인 삼성카드를 쓰면 이런 귀찮은 과정 없이 편하게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메시지를 코믹하면서도 공감을 주는 방식으로 전달하고 있는 셈이다. 유해진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진 배우 이나영 씨 역시 유머코드가 강하게 가미된 광고를 통해 삼성카드의 이미지를 친근하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비단 TV광고 한 편만 주목을 끈 게 아니다. 수년 전부터 삼성카드가 새롭게 브랜딩한 ‘숫자카드’(DBR minbox ‘삼성카드의 ‘숫자카드’ 시스템’ 참조.) ‘즐기자 실용’과 ‘홀가분’ 캠페인 전반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다. 유해진 씨가 단순히 광고모델이라기보다 마치 드라마의 주연인 것처럼 연기를 했던 유튜브 동영상 ‘SARA’는 영화 ‘Her’를 패러디하며 ‘라이프 파트너이자 애인이 된’ 삼성카드와 카드 사용자 유해진과의 유쾌한 소통을 그렸다. 오직 유튜브에만 올라 있던 이 동영상은 4분 정도 되는 길이에도 불구하고 무려 조회 수가 700만 뷰에 육박하는 성공을 거뒀다. 아무리 길어도 2분을 넘기면 안 된다는 모바일시대 동영상 성공의 법칙마저 깼다는 얘기다.
이 같은 광고와 캠페인의 성공은 실질적 성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 한국생산성본부 NBCI 조사 카드사 브랜드경쟁력에서 2014년에 3위에 랭크됐던 삼성카드는 2015년에 1위에 올라섰고, 사후광고효과조사에서 선호도 1위를 차지했다. ‘SARA’는 한국 광고PR실학회 올해의 캠페인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전혀 새로운 방식과 콘셉트로 카드 광고와 마케팅의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삼성카드의 신동규 브랜드팀 팀장을 DBR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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