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Premium Frontiers: SSG 푸드마켓 임훈 상무·여주은 팀장 인터뷰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SSG 푸드마켓’은 제품 구성, 매장 배치, 자체브랜드(PL) 상품 기획, 직원들의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토털 브랜딩 콘셉트를 도입한 매장이다. ‘진정성 있는 먹거리’라는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 브랜딩 전략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주변 백화점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럭셔리의 본질을 가격이 아닌 가치로 해석한 것이다. 프리미엄급 품질을 추구하되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기를 원하는 ‘스마트 소비자’를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지 않고 배후수요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100% 발레파킹 서비스로 해결했다. |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원 인턴연구원 손혜령(다트머스대 경제학과 4학년) 씨와 백현(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곳에선 과일과 채소들이 대부분 ‘누워’ 있지 않다. 몸을 황금비율로 일으켜 가장 예쁜 부위를 향한 채 비스듬히 기대 있다. 발그레한 얼굴 위로 녹색으로 물들인 곱슬머리를 수줍게 뽐내는 홍당무 아가씨, 단단하게 가꾼 근육질 궁둥이를 자랑스레 뽐내는 단호박 총각의 모습이 최신상 제품으로 도배된 명품 패션 매장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가공하고 멋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의 선물, 우리 먹거리의 ‘얼굴’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보여주는 게 디스플레이 전략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손님을 기다리는 ‘대기 공간’도 특별하다. 흔한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팩이 아닌 왕골로 짠 바구니, 거친 마 소재 부대자루에 담겨 순박한 멋을 뽐낸다.
없어서 못 파는 ‘스타’도 있다. 하루 평균 40알(10팩)씩 강원도 화천의 한 양계 농장에서 매일 아침 배송되는 ‘새벽직송 유정란’이 단연 톱스타다. 보통 새벽 5시 반에서 6시 반 사이, 암탉이 산란하기 무섭게 서울행 트럭에 몸을 맡긴 알들이다. 이 양계농장의 닭들은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 좁은 닭장을 벗어나 들로 산으로 뛰놀다 2, 3일에 한 번꼴로 우아하게 알을 낳는다.
유정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기를 다투는 스타는 하루에 단 68모만 판매하는 ‘조선미가 두부’ 다. 국산 콩을 한 알 한 알 갈아 23년간 수제 두부만을 제조해 온 명가의 자존심이 실린 대표 상품이다. 매일 새벽 5시, 냉장 탑차로 23㎞를 달려 도착하는 이 두부 역시 선반에 몸을 눕히기 무섭게 손님들의 장바구니 속으로 골인한다.
사람 구경도 흥미롭다. 짙은 색 선글라스에 눈 바로 위까지 푹 눌러쓴 모자 차림이라면 열의 다섯은 유명 연예인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평일 낮 시간대라면 고소영, 전지현, 전도연 같은 초특급 스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쇼핑카트를 밀며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때론 모자조차 벗어 던진 민 낱의 유명인들이 매장을 활보하는데도 일반 고객들이 동요하지 않는 모습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샤넬 보이백’ ‘에르메스 켈리백’을 무심하게 움켜쥔 이들의 모습은 ‘청담동 며느리룩’의 전형이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먹거리 쇼핑 공간. 이곳은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식품관, ‘SSG 푸드마켓’ 청담점이다.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
SSG 푸드마켓은 2012년 7월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모토로 출범했다. 지금껏 국내에서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이국적인 식재료들을 한데 모은 덕에 유명 셰프들도 장을 보러 오는 곳으로 알려졌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매대별로 상품을 배열하는 통로 형태의 전통적인 진열 방식을 버리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 ‘룸투룸(room to room)’ 구조로 동선을 정했다. 농산품, 수산·축산, 델리, 건강 및 생활용품이 각 카테고리별로 독립된 공간 안에 배치되는 형식이다. 아트 매거진 <월페이퍼>를 창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일러 브륄레가 운영하는 컨설팅그룹 ‘원크리에이티브’와 미국 뉴욕의 브랜딩 디자인 회사 ‘무카 디자인’이 전반적인 매장 콘셉트 수립 작업에 참여했다.
SSG의 탄생 배경에는 신세계그룹 오너가(家)의 비전이 대거 반영돼 있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주부로서의 육아 경험을 담아 ‘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가장 우선적인 철학으로 내세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해외 출장과 외국 생활 등을 통해 경험했던 선진국의 식자재 매장들을 한국에서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구현하고 싶어 했다.
지난해 이 매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가량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이 제로 신장률을 보이며 부진했던 데 비해 놀라운 성과다. 백화점 내 식품관 역시 지난해 대비 6% 신장하며 선전한 것은 ‘먹는 즐거움’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 ‘입는 즐거움’을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매장의 혁신성은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 ‘진정성’을 철학으로 내세우고, 이를 스토리텔링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있다. 또 매장의 물리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기에는 백화점에서 독립한 형태의 ‘프리미엄 식품 전문관’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SSG 푸드마켓은 청담점 오픈과 비슷한 시기, 부산 해운대에 ‘SSG 푸드마켓 마린시티점’을 낸 데 이어 올 7월 초 서울 양천구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주상복합 내에 3호점인 ‘SSG 푸드마켓 목동점’을 열 것을 예고하며 조용히 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출범부터 현재까지 구매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임훈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상무와 여주은 전(前) SSG 푸드마켓 청담점장(3월 영업전략담당 문화팀장으로 전출)을 만나 SSG만의 특별한 마케팅 비결을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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