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xury & Premium Frontiers: SSG 푸드마켓 임훈 상무·여주은 팀장 인터뷰

낳자마자 달려온 ‘새벽직송 유정란’ 아시죠? 꾸미지 않은 프리미엄… 스타고객도 북적

178호 (2015년 6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혁신

 

 신세계백화점이 만든 ‘SSG 푸드마켓은 제품 구성, 매장 배치, 자체브랜드(PL) 상품 기획, 직원들의 유니폼에 이르기까지 토털 브랜딩 콘셉트를 도입한 매장이다. ‘진정성 있는 먹거리라는 테마를 부각하기 위해 브랜딩 전략에 입각한 스토리텔링을 입혔다. 프리미엄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가격은 주변 백화점 대비 저렴한 수준으로 책정했다. 럭셔리의 본질을 가격이 아닌 가치로 해석한 것이다. 프리미엄급 품질을 추구하되 최대한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사기를 원하는 ‘스마트 소비자를 공략한 결과이기도 하다. 지하철과 바로 연결되지 않고 배후수요가 부족하다는 단점은 100% 발레파킹 서비스로 해결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원 인턴연구원 손혜령(다트머스대 경제학과 4학년) 씨와 백현(고려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이곳에선 과일과 채소들이 대부분누워있지 않다. 몸을 황금비율로 일으켜 가장 예쁜 부위를 향한 채 비스듬히 기대 있다. 발그레한 얼굴 위로 녹색으로 물들인 곱슬머리를 수줍게 뽐내는 홍당무 아가씨, 단단하게 가꾼 근육질 궁둥이를 자랑스레 뽐내는 단호박 총각의 모습이 최신상 제품으로 도배된 명품 패션 매장을 구경하는 것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가공하고 멋 부리지 않아도 충분히 예쁜 자연의 선물, 우리 먹거리의얼굴을 최대한 그대로 살려 보여주는 게 디스플레이 전략인 곳이기 때문이다.

 

이들이 손님을 기다리는대기 공간도 특별하다. 흔한 종이박스나 플라스틱 팩이 아닌 왕골로 짠 바구니, 거친 마 소재 부대자루에 담겨 순박한 멋을 뽐낸다.

 

없어서 못 파는스타도 있다. 하루 평균 40(10)씩 강원도 화천의 한 양계 농장에서 매일 아침 배송되는새벽직송 유정란이 단연 톱스타다. 보통 새벽 5시 반에서 6시 반 사이, 암탉이 산란하기 무섭게 서울행 트럭에 몸을 맡긴 알들이다. 이 양계농장의 닭들은 고생을 모르고 자랐다. 좁은 닭장을 벗어나 들로 산으로 뛰놀다 2, 3일에 한 번꼴로 우아하게 알을 낳는다.

 

유정란과 앞서거니 뒤서거니 인기를 다투는 스타는 하루에 단 68모만 판매하는조선미가 두부. 국산 콩을 한 알 한 알 갈아 23년간 수제 두부만을 제조해 온 명가의 자존심이 실린 대표 상품이다. 매일 새벽 5, 냉장 탑차로 23㎞를 달려 도착하는 이 두부 역시 선반에 몸을 눕히기 무섭게 손님들의 장바구니 속으로 골인한다.

 

사람 구경도 흥미롭다. 짙은 색 선글라스에 눈 바로 위까지 푹 눌러쓴 모자 차림이라면 열의 다섯은 유명 연예인이다. 상대적으로 한적한 평일 낮 시간대라면 고소영, 전지현, 전도연 같은 초특급 스타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쇼핑카트를 밀며 쇼핑을 즐기는 모습을 목격할 수 있다. 때론 모자조차 벗어 던진 민 낱의 유명인들이 매장을 활보하는데도 일반 고객들이 동요하지 않는 모습도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샤넬 보이백’ ‘에르메스 켈리백을 무심하게 움켜쥔 이들의 모습은청담동 며느리룩의 전형이다.

 

이래저래 볼거리가 많은 먹거리 쇼핑 공간. 이곳은 신세계백화점이 운영하는 프리미엄 식품관, ‘SSG 푸드마켓청담점이다.

 

차별화 전략을 고민하다

SSG 푸드마켓은 2012 7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모토로 출범했다. 지금껏 국내에서 판매하는 곳을 찾기 어려웠던 이국적인 식재료들을 한데 모은 덕에 유명 셰프들도 장을 보러 오는 곳으로 알려졌다. 좋은 상품을 제공하는 것을 뛰어넘어 색다른 쇼핑 경험을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 매대별로 상품을 배열하는 통로 형태의 전통적인 진열 방식을 버리고 국내 유통업계 최초로룸투룸(room to room)’ 구조로 동선을 정했다. 농산품, 수산·축산, 델리, 건강 및 생활용품이 각 카테고리별로 독립된 공간 안에 배치되는 형식이다. 아트 매거진 <월페이퍼>를 창간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타일러 브륄레가 운영하는 컨설팅그룹원크리에이티브와 미국 뉴욕의 브랜딩 디자인 회사무카 디자인이 전반적인 매장 콘셉트 수립 작업에 참여했다.

 

SSG의 탄생 배경에는 신세계그룹 오너가()의 비전이 대거 반영돼 있다는 점도 화제를 모았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여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느꼈던 주부로서의 육아 경험을 담아믿고 먹을 수 있는 안전한 먹거리를 가장 우선적인 철학으로 내세울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부사장은 해외 출장과 외국 생활 등을 통해 경험했던 선진국의 식자재 매장들을 한국에서 업그레이드된 방식으로 구현하고 싶어 했다.

 

지난해 이 매장의 매출은 전년 대비 15%가량 상승했다. 신세계백화점 전체 매출이 제로 신장률을 보이며 부진했던 데 비해 놀라운 성과다. 백화점 내 식품관 역시 지난해 대비 6% 신장하며 선전한 것은먹는 즐거움에 대한 대중의 수요가입는 즐거움을 뛰어넘고 있다는 사실을 입증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 매장의 혁신성은 최근 소비자 트렌드에 맞춰진정성을 철학으로 내세우고, 이를 스토리텔링하기 위해 노력한 점에 있다. 또 매장의 물리적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고객의 기대를 뛰어넘는 과감한 서비스를 도입한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기에는 백화점에서 독립한 형태의프리미엄 식품 전문관이 수익을 낼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SSG 푸드마켓은 청담점 오픈과 비슷한 시기, 부산 해운대에 ‘SSG 푸드마켓 마린시티점을 낸 데 이어 올 7월 초 서울 양천구 목동센트럴푸르지오 주상복합 내에 3호점인 ‘SSG 푸드마켓 목동점을 열 것을 예고하며 조용히 세를 넓혀나가고 있다.

 

출범부터 현재까지 구매 및 운영을 총괄하고 있는 임훈 신세계백화점 식품담당 상무와 여주은 전() SSG 푸드마켓 청담점장(3월 영업전략담당 문화팀장으로 전출)을 만나 SSG만의 특별한 마케팅 비결을 들었다.

 

 

 

각 식재료의 특성이 잘 드러나게 진열한 SSG 청담점 채소·과일코너 전경

 

먹거리를 럭셔리로 만드는 트렌드를 포착한 것 같다. 식품으로 일종의 식품계의명품관실험을 한 셈인데 어떤 콘셉트로 시작한 것인가.

(임훈/이하 임)한국의 유통업체가 운영하는 식품관은 백화점이나 마트 간판만 떼고 나면 어느 회사의 매장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슷했다. 테마는차별화였다. 라이프스타일과 관련된 쇼핑 트렌드 자체가 유형의 제품에서 무형의 서비스로 변화하면서 먹는 데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더욱 늘어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좋은 식품은 공장이 아니라 농장에서 나온다. 그래서 한정 생산되는 방사유정란 같은 제품도 팔아보자는 얘기가 나왔다. 특히 온 국민의 필수 식품이면서도 항생제 덩어리라 알려져 어린 자녀를 둔 엄마들이 엄선해 구입하는 계란은 스토리텔링을 하기에 적합한 제품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정판매에 따른 소비 심리를 자극하기 위해 하루에 10팩씩만 판매하는 게 아니고, 100% 방사유정란만 생산하는 이 농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 이 정도에 불과하기 때문에 수요가 넘쳐도 공급을 못하는 것이다. SSG가 거래하는 이 농가는 노부부 두 분이 운영하는 곳인데 눈이 많이 오거나 비가 많이 오면 길이 미끄러워 달걀을 수거하러 나갈 수가 없다. 매장 직원들을 통해 이런 인간적인 면까지 스토리텔링하자 고객들도 강하게 불만을 제기하지 않았다. 아직도 시골 장터에 가면 영희네 엄마가 생산한 가지, 철수네 아빠가 재배한 오이처럼 잘 아는 사람이라 믿고 사는 맛이 있다. 그러나 대량 유통채널을 통해 공급되는 제품에서 생산자나 생산방법을 알기는 쉽지 않다. ‘신뢰가 진정성이라는 철학을 살리기 위한 기본 요소라고 생각해 SSG는 생산자를 부각시키는 방식을 택했다. 생산자가 주인공이 되면 스토리텔링 거리도 풍부해진다. 물론 정직한 생산자란 옥석을 가리는 것은 우리 바이어들의 몫이다.

 

(여주은/이하 여)강동도시농부라는 사회적 기업을 통해 배달 받는 아침야채도 직거래를 통해 가격을 낮추면서 제품의 신선도나 안정성은 더욱 높인 상품이다. SSG진정성을 상징하는 상품인 만큼 품질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고 소비자 반응도 그만큼 좋다. 스토리텔링은 프리미엄 식품관이 안고 가야 할 숙명이며 과제다. 벤치마킹 대상 중 하나였던 미국의 프리미엄 슈퍼마켓 홀푸즈마켓을 보면 초콜릿 하나를 진열하면서도 이 초콜릿을 구입하면 아프리카의 어떤 생산자를 도울 수 있고, 어떤 정성을 들여 생산한 것인지 등을 매장 내 안내판 등을 통해 자세히 설명한다. 이것이 바로 스토리텔링이고, 소비자들의 마음을 열게 하는 열쇠인 것 같다.

 

‘럭셔리 슈퍼마켓이란 인식과 달리 주변 백화점 대비 물건 가격을 좀 더 저렴하게 책정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안다. 하지만 반대로가격적인 메리트를 고민하는 것은 럭셔리 콘셉트와는 어울리지 않는 것 같다. 가격을 낮추려는 시도를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럭셔리의 본질을 가격이 아닌 가치로 봤기 때문이다. 생산 단계가 투명하고, 싱싱한 재료를 판매한다는 철학이 꼭 고가(高價)정책과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인터넷 등에 힘입어 전 세계적으로 판매 가격이 투명하게 공개되고스마트 소비자가 늘고 있는 추세인 만큼 가격 자체만으로 럭셔리라고 주장하긴 어려워졌다. 수입사는 15000원에 파는 수입 감자칩을 SSG 6900원에 판다. 병행수입을 통해 통관 및 유통 비용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 가능한 일이다. 소비 패러다임이 급격히 변화하는 시대에 유통업체의 역할이 무엇인지 내부적으로 고민을 많이 했다. 이런 이유로 추석선물세트도 중간 거래상을 생략하고 영농조합과 직거래를 해 가격을 낮췄다. 이런 방식을 통해 고객들은 기존 제품 대비 20%가량 저렴한 가격에 같은 물건을 구입할 수 있게 된다. 품질로는 프리미엄급이지만 가격은 최대한 낮추는 것이 요즘 소비자들이 추구하는철학이고 SSG가 이런 수요에 충실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상류층 고객이라고 터무니없이 비싼 제품에 지갑을 열진 않는다. 이들이야말로 주변 백화점, 마트를 모두 다니며 꼼꼼히 가격을 비교할 정도로 가치 소비에 익숙하고, 오히려 일반 소비자보다 물건을 싸게 사는 방법에 대한 정보가 더 많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이런 고객들을 많이 상대하는 SSG로서는 소비자의 기대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물론 식재료나 공산품 모두 박스 단위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매장과 비교하면 가격이 다소 비쌀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들이 SSG를 찾는 것은 필요한 만큼만 구입해 버리지 않고 알뜰하게 쓰는 것이 한두 푼 더 싸게 사되 버리는 게 더 많은 소비 패턴보다 알뜰한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청담동이라는 입지가 프리미엄 이미지에 큰 도움을 준 것 아닌가.

()신세계가 이미 보유한 공간을 활용한 것인데 사실 이 매장의 위치는 장점이 아닌 단점이었다. 타워팰리스에 입점한 스타슈퍼는 수천 채에 달하는 아파트 주민들을 고정 고객으로 확보하고 있고,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를 끼고 있는 현대백화점이나 한양아파트를 끼고 있는 갤러리아백화점 역시 모두 배후 수요가 탄탄하다. 그러나 SSG 청담점은 피엔폴루스라는 고급 오피스텔에 위치하긴 하지만 대형 아파트를 끼고 있지 않은데다 주택가 주변도 아니다. 지하철역도 걸어서는 이동하기 힘든 거리에 있는 만큼 대형 유통매장을 열기에 최적의 입지는 아니었다. 그러한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 100% 발레파킹 서비스를 고안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신세계백화점 주요 식품관에도 새롭게 브랜딩한 SSG 푸드마켓 콘셉트가 적용되기 시작했다. SSG 푸드마켓 콘셉트가 적용된 서울 중구 충무로 신세계 본점 식품관에서 만난 임훈 식품담당 상무(왼쪽)과 여주은 영업전략담당 문화팀장.

 

주차를 모두 발레파킹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은 SSG 청담점이 유일한 것 아닌가. 주차요원도 일부러 인물을 보고 뽑은 것 같다.

()그렇다. 소량만 구입해도 무료로 발레파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어1 주차가 편리하다는 이유로 SSG를 찾는 팬들이 생겼을 정도다. 백화점에서는 연간 일정 금액 이상을 구매해야 무료로 받을 수 있는 발레파킹 서비스가 사실상 모든 고객으로 확대되면서 이곳에 오면특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만큼 전문 주차 인력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주차 공간을 찾아 헤매다 고객은 고객대로 지치고, 인근 교통도 혼잡해질 게 뻔했다. 주차 요원을 잘생긴 20, 30꽃미남중심으로 배치한 것은 일부러 의도한 바다. 고객이 매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 가장 먼저 반겨줄 직원의 인상이 좋다면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아질 것으로 생각했다.

 

식품도 브랜딩이다

백화점 식품관의 성적이 나쁘지 않은 상황에서 프리미엄 식품 전문관으로 독립시켜 SSG라는 독립 브랜드를 만들 모험을 감행한 이유는 무엇인가.

()식품 유통에서도 브랜딩이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했다. 동네에서 맛있기로 소문난 떡집도 브랜딩이 안 되면 판매 범주가 동네를 벗어나기 어렵다. 독립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으로 사업을 넓혀나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별도의 브랜드가 있다면 ‘SSG표 간장’ ‘SSG표 과자 SSG의 정신을 듬뿍 담은 자체브랜드(PL) 제품을 기획하기에도 좀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SSG는 정육, 수산 등 각 제품 카테고리와 청소, 계산 담당 등 직원의 역할별로 직원 유니폼 색상을 달리하고 있다. 유니폼 색상이 10개 이상이니 기존 백화점 대비 3배 이상인 셈이다. 이 모든 것이 브랜딩이라는 큰 전략하에 진행됐다.

 

 

 

 

SSG 청담점에서 다양한 잡곡을 판매하는 양곡코너()와 오일, , 차 등을 판매하는 코너

 

독립 브랜드를 만든 효과가 있다고 보는가.

()신세계백화점은 프리미엄 이미지가 강했다. 하지만 식품 카테고리는 크게 차별화하기 어려웠다. SSG를 통해 유기농, 건강식품 개발이 이뤄지며 이미지가 업그레이드 됐고 PL 상품들을 역으로 신세계백화점에 입점시키면서 백화점 매출도 끌어올리는 효과를 낳았다.

 

()바이어들의 의식도 확 바뀌었다. 중매인을 배제한 산지 직거래 방식을 추구하다 보니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본인이 전문가 수준이 돼야 사람이나 물건을 보는 눈이 생기기 때문이다.

 

SSG PL 상품 중 가장 성공한 사례는 무엇이었나.

()장방이라는 코너를 만들어 고추장, 된장 등의 전통 장류를 모두 직접 개발했다. 전국의 장류 명인들을 발굴해 제품을 만든 뒤 SSG 자체 브랜드를 입혀 판매한 것이다. 장방의 된장, 간장 등은 빈티지를 살려 와인처럼 진열한다. 간장은 빈티지가 중요한 만큼 연도별로, 된장은 지역이 맛을 좌우하는 만큼 지역별로 진열한다. 300년 된 씨간장은 이미지를 위한 상품인데, 이런 상품을 발굴한 것 자체로 적잖은 홍보효과를 낼 수 있었다.

 

한편 SSG 콩나물은 SSG 측이 국내 토종 콩을 콩나물 재배업체에 제공해 기르게 한 뒤 다시 납품 받는 형식으로 판매하는데 영양가가 높고 맛도 좋아 인기가 높다. 이 외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환경에서 방목한 젖소에서 짜낸 제주도 우유도 잘 팔린다.

 

()최근 제품화돼 인기를 끌고 있는그릭요거트 SSG가 국내에서 처음 선보였던 제품이다. 일부 레스토랑에서 판매되는 것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SSG 오픈 초기 PL로 제작했다. 드라이에이징 한우, 천연 조미료 등은 이후 많은 식품 및 유통기업이 따라 하는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2

 

PL 상품 개발에 대한 원칙이 있나.

()할인마트의 PL이 판매가를 낮춰 경쟁력을 갖는 가격지향형 상품이라면 SSG는 콘셉트와 스토리, 장인 지향 상품이다. 사실 PL 상품 비중은 SSG가 취급하는 전체 물품 중 5%에 불과하다. 그러나 1%에 불과한 꼬리가 99%를 차지하는 몸통을 흔드는 시대다. 식품의 PL상품은 패션으로 치면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패션 편집매장인분더샵처럼 고급 이미지를 끌고 가는 효과를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육, 생선, 야채 등 각 카테고리별로 독립된 판매 공간처럼 꾸민룸투룸구조를 도입한 것은 효과적이었다고 보나.

()이런 구조를 채택한 대형 식품 매장은 전 세계적으로도 영국의 럭셔리 백화점 해로즈 정도밖에 없다. 해로즈나 SSG 청담점 모두 기둥이 있는 건물 양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룸투룸 구조를 적용한 것인데 뚜렷한 장단점이 있다. 장점은 동선이 뻥 뚫린 대형마트보다 아늑한 느낌을 준다는 점과 제품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진다는 점 등이다. 하지만 물건이 한눈에 보이지 않아 찾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그래서 신규 점포에는세미 룸투룸방식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고려 중이다. 고객들에게 좀 더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느끼게 하는 룸투룸 동선을 유지하되 빠른 쇼핑을 원하는 고객을 위한익스프레스 웨이(express way)’를 적용하는 방식이다.

 

시행착오를 발전의 디딤돌로

식품 선택 기준을 맞추다 시행착오를 겪은 경우는 없는지.

()인공첨가물 배제, 친환경 등의 까다로운 기준을 100% 지킬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타사에 비해서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키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를 완벽히 지키기 어려운 상황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 어묵은 생산 과정에서 인공첨가물이 많이 들어가는 식품인데, 이런 첨가물을 완전히 배제한착한 어묵을 선보이니맛이 없다는 컴플레인이 빗발쳤다. 음료도 인공첨가물을 완전히 뺀 제품을 내놓아봤지만 기존 콜라, 사이다, 첨가물이 많은 주스 등기본 제품을 찾는 고객이 많았다. 과거 백화점 본점에서도 최대한 범용 제품의 비중을 줄인다는 차원에서 각 카테고리별 베스트셀러인 ‘○○콜라와 △△우유는 판매하지 않는다는 콘셉트를 내세웠다가 얼마 안 돼 원상태로 복귀한 경험이 있다. ‘무슨 백화점에 이런 기본 식품을 안 갖춰 놔 번거롭게 하나는 고객 불만이 속출했기 때문이다. 유기농 쇠고기도 마찬가지다. 유기농 사료만 먹고 자란 소의 육질이 사료를 먹고 자란 소들보다 못할 경우가 많다. 국내 소비자들은 머리로는 유기농 제품을 원해도 외관상으로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마블링이 잘된 고기를 찾는다. 또 기본적으로는 국내산 제품 중 첨가물이 완전히 배제된 유기농 식품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 아직까지 국내 소비자는 편의성과 맛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고객의 니즈에 너무 앞서가다 보면 오히려 외면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얻었다. 트렌드를 주도하되 소비자의 니즈도 잘 살펴야겠다고 생각했다.

 

처음 가졌던 목표 대비 아쉬운 점이 있다면.

()초기에는 차별화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희귀한 수입식품 위주로 매장을 채웠다. 하지만 처음부터 자체 상품 개발에 힘썼으면 어땠을까 싶다. 수입식품은 취급 제품 수를 늘리기 위해 다품종 소량 방식으로 넣은 것인데, 그러다 보니 해외 판매업체와의 가격협상력이 약해져 국내 가격이 다소 비싸게 책정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제품 때문에 전체적으로 SSG에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고가라는 잘못된 인식이 퍼지기도 했다. 이제 SSG가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하는 시점인 만큼 차별화를 위해 자체 상품 개발을 적극 늘리려고 한다. 최근 한식뷔페 열풍 등에서 알 수 있듯 전통 식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점을 반영해 엿, 옛날 과자, 박하사탕 같은 전통 간식을 국내 중소식품업체와 손잡고 개발할 예정이다. 수입과 기존 국산 식품 중간쯤에 새로운 카테고리를 만들고 이를 자체 상품을 통해 채워 넣는 것이다.

 

유통업체의 기능 달라져야

유통업체가 생산자나 제조사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기존 역할에서 직접 제품을 기획하는 것으로 역할이 많이 확장된 것 같다. 이러한 시대에 어떤 기업이 두각을 나타낼 수 있을까.

()유통업체가 단순히판매채널역할만 해선 안 되는 것 같다. 제조업체가 생산하는 상품이라도 확실히 유통업체의 색깔로 물들인 뒤 소비자에게 선보여야 한다. 매장 구성도 쇼핑의 즐거움이 느껴지도록 조성해야 한다. 오프라인 유통 매장의 경쟁자가 온라인에서 모바일로까지 확대되면서 백화점의 고민도 깊어졌다. 제조업체가 유통채널을 직접 운영할 수 있게 되는제조업의 시대가 온 것이 아닌가 싶다. 이러한 추세에 기존 유통업체, 그것도 백화점 관련 채널이 적응하는 방법은쇼핑의 즐거움을 주는 것뿐이다.3 또 모든 정보가 더욱 투명해질 미래에는 정말착한 기업만이 살아남을 것 같다. 오프라인 매장의 장점인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사는 과정에서 진정성을 느끼게 하는 것, 스토리텔링을 통해 생산지와 산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수반돼야 한다. 당장 아마존의 진출과 함께 장기간 저장 가능한 소스류나 건강보조식품의 유통은 기존 유통업체가 따라가기 힘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갖게 될 것 같다. 대형 오프라인 채널보다 훨씬 더 거대한 온라인 채널을 경쟁자로 삼지 않기 위해서는 오히려작은 스토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본다. 작은 공장, 또는 장인 한 명이 만드는 식품이 바로 그것이다.

 

()라이프 셰어’ ‘마인드 셰어라는 말들을 하는데 내가 가서 시간을 보내는 공간이 모두 경쟁상대다. 그래서 SSG도 주말에 가족과 나들이하기 좋은 공간으로 조성하고 있다. ‘마이분이라는 패션 뷰티 편집매장을 SSG의 일부로 운영하는 것도 고객들에게 좀 더 즐거운 쇼핑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현재 SSG의 주요 소비 계층인 30대 여성이 즐겨 찾는신상들을 한데 모은 셈이다. 밭에서 난 유기농신상과일, 유명 패션 브랜드의 신상 구두는 심리적 만족감을 통해쇼핑의 즐거움을 제공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DBR Mini Box

 

 

해외 프리미엄 식품 마켓

 

미국 홀푸즈마켓 Whole Foods Market

 

 

 

 

1980년에 설립된 미국의 대표적인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으로 유기농 식자재와 공급자·소비자와의 상생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설립됐다.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먹거리와 함께 감각적인 매장 디자인과 진열 방식, 차별화된 직원 교육으로 현재 미국에서 400여 개의 매장을 가진 체인으로 성장했다. 유기농, 로컬 재배 여부에서 나아가 제품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의 사회적·환경적 영향을 고려한 책임재배기준(Responsibly Grown Rating)을 개발해 명시한다.

 

 

www.wholefoodsmarket.com

 

 

미국 트레이더 조스 Trader Joe’s

 

 

 

 

1958년에 설립된 미국의 유기농 슈퍼마켓 체인. 가격대가 높아 ‘Whole Paycheck(한달 월급)’이라 불리는 홀푸즈마켓과 달리 고품질, 유기농을 지향하면서도 합리적인 가격대를 내세운다. 식료품, 가공제품 포함 전체 제품군의 80%를 차지하는 자체브랜드(PL) 상품은 감각적인 패키징과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합리적 소비를 원하는 중산층을 공략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직원들이 재미있는 디자인의 티셔츠를 입는 등 단순한 슈퍼마켓 이상의 차별화된 즐거운 쇼핑공간을 지향한다.

 

 

www.traderjoes.com

 

 

프랑스 라 그랑드 에피세리 파리

La Grande Epicerie Paris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세계 최초의 백화점 봉마르셰(Le Bon Marche)의 식료품 전문점. 1923년 백화점 내 식품 카운터로 시작해 현재는 독립된 건물에 자리잡고 있다. ‘라 그랑드 에피세리의 강점은 약 25000개에 이르는 다양한 상품군에 있다. 이란산 솜사탕, 인도네시아 호두, 히말라야 다이아몬드 소금 등 독특한 세계 각지의 식료품을 갖추고 있다. 와인 셀러에는 2000종 이상의 와인이 배치돼 와인 애호가들을 유혹한다.

 

 

www.lagrandeepicerie.com

 

 

영국 웨이트로즈 Waitrose

 

 

 

 

 

 

1904년 런던 서부의 작은 식료품점에서 시작해 영국의 대표적 프리미엄 슈퍼마켓 체인으로 성장했다. 홀푸즈마켓과 유사하게 건강한 식재료, 국산 제품 우선주의, 환경적·사회적 영향 최소화, 공정무역 등의 가치를 추구한다. 영국에서 유기농 제품을 취급한 최초의 대형 슈퍼마켓으로, 현재 영국 최다 규모인 1600가지의 유기농 관련 제품을 취급한다. 로열패밀리도 즐겨 찾는 고급 슈퍼마켓이지만 합리적 가격대의 PL 제품을 개발해 해외 수출까지 하고 있다.

 

 

www.waitrose.com

 

 

홍콩 시티슈퍼 Citysuper

 

 

 

 

 

 

1996년에 설립된 홍콩의 럭셔리 슈퍼마켓 체인으로 홍콩, 타이완, 중국 상하이, 일본 도쿄에서 17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메가 라이프스타일 스페셜티 스토어라는 슬로건하에 식재료를 파는 시티슈퍼(Citysuper), 문구 및 인테리어 용품, 주방기구 등을 파는 로그온(Log-On,) 및 푸드코트 쿡트델리(Cooked Deli)를 결합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하다. 일본산 복숭아, 캐나다산 성게, 프랑스 남부의 굴 등 세계 각지에서 수입한 신선한 식재료를 소개한다.

 

 

www.citysuper.com.hk

 

 

자료 및 사진: 각 업체 홈페이지

 

 

식재료들을 하나하나 쌓아 올린 진열방식이 손님이 보기엔 즐겁지만 진열하는 입장에선 관리가 쉽지 않을 것 같다. 이것 역시 쇼핑의 즐거움을 위한 장치인가.

()보통 마트에서 판매하는 식으로 오이 몇 개, 호박 몇 개씩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에 담아 포장을 하면 소비자로선 유통업체가 정해준 양대로 구입할 수밖에 없다. 집에 돌아와 며칠 묵히면 신선도가 달라질 수 있는 만큼 SSG는 한 개 단위로도 구입할 수 있게 했다. 소량 구입이라는 차별화 포인트를 통해 이윤 대신 고객의 건강과 가치 소비를 지향한다는 철학을 전하면서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한 것 같다. 사실 이렇게 진열하는 것은 관리하기가 무척 힘들다. 벌크 단위로 상품이 쌓여 있다 보니 아래 깔린 재료들이 상할 수 있고, 이를 피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상품을 재배치하는 등 잔손이 많이 간다. 그러나 고객 입장에서는 비닐에 쌓이지 않은, 실제 밭에서 뽑아온 상태 그대로의 채소와 과일을 직접 만지고 향도 맡아보고 살 수 있으니 쇼핑의 즐거움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최대한 전통시장처럼 보이도록 꾸민 것은시장의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시장처럼 물건이 가득 쌓여 있는 느낌을 연출하면서 현대식 마트의 장점인 깔끔함까지 접목한 것이다. 시장 콘셉트의 판매 환경은 직원들의 고객 응대 방식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좀 더 친숙하고 편하게 고객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또 생선이나 정육상품을 기호에 맞게 작게 잘라주거나 살을 발라주는 서비스를 더하다 보니 고객과 손님 간 대화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창출됐다. ‘단골 마케팅을 대형 유통업체에서도 실현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차별화 전략에 대한 효과가 가시적으로 나타나고 있나.

()이전에 서울 도곡동 타워팰리스 내 스타슈퍼에서 근무한 적이 있는데 그땐 새로운 상품을 찾는다는 문의전화가 거의 오지 않았다. 반면 SSG에는 문의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생소한 수입식품의 이름을 대며 이 제품을 판매하는지 묻는 전화다. 희귀한 식재료를 찾을 수 있는 최후의 보루가 된 셈이다. 또 특화된 제품이 많다 보니 가사도우미 등 쇼핑을 대신해줄 사람을 보내지 않고 직접 쇼핑을 하는 부유층 여성 고객이 많은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그러다 보니 유통업체가 핵심 타깃으로 삼는 소비성향이 높고, 새로운 트렌드에 민감한 계층을 중심으로 고객군이 형성될 수 있었다. 트렌디한 상품이 많다는 입소문 덕에 통상 백화점 고객층보다 스무 살쯤은 젊은 30대 고객이 주류를 이루게 됐다. 또 트렌디한 젊은 스타들도 즐겨 찾는 매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해외 관광객도 늘었다. 장근석 씨가 휴대전화로 SSG에서 쇼핑하는 사진을 찍어 SNS에 올린 적이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들이 찾아와 너도나도 똑같은 각도로인증샷을 찍어댔다. 이들은 씀씀이도 컸다. 차별화된 상품 전략이 차별화된 소비자를 모으는 집객효과를 낸 셈이다.

 

 

임훈상무는 건국대 축산학과를 졸업하고 1989년 ㈜신세계 백화점 부문에 입사해 식품MD개발 TF팀 부장, 강남점 영업1팀 식품수석, 신규사업담당 개발1팀 수석 등을 역임했다. 2013 12월부터 식품담당 상무로 재직 중이다.

여주은팀장은 숙명여대 대학원(소비자경제학 전공)을 졸업하고 1994년 ㈜신세계 마케팅총괄 영업기획팀에 입사해 고객서비스담당 고객기획팀장을 지낸 뒤 2012 12월부터 올 3월까지 SSG 푸드마켓 청담점장으로 일했다. 현재 영업전략담당 문화팀장을 맡고 있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동아비즈니스리뷰 292호 Hyper-personalization 2020년 3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