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 Essential Cases In Books
Article at a Glance - HR
애플의 스티브잡스나 제너럴일렉트릭의 잭 웰치는 전형적인 ‘톱다운(top down)’형 리더였다. 이러한 ‘톱다운’ 방식은 규모가 큰 피라미드형 조직에서 효율성을 발휘해왔다. 그러나 최근 경영환경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톱다운’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리더십 대안들이 아시아 국가들을 중심으로 속속 등장하고 있다. 중국의 통신기기 제조사 ‘화웨이’는 세 명의 부회장이 6개월마다 교대로 회사를 이끄는 ‘윤번 CEO’제를 시행하고 있다. 한편 일본의 다이킨공업은 태스크포스의 리더를 맡은 중간관리자가 최고경영자와 일반 직원을 아울러 새로운 전략을 수행하는 ’미들업다운(middle-up-down)‘식 의사결정법을 쓴다. |
리더십은 경영학이 주목하는 화두 중 하나다. 수많은 리더십 스타일이 존재하기에 그중 어떤 것이 더 우월한 결과를 가져오는지에 대한 관심은 항상 뜨겁다.
일반적으로는 리더십을 실행하는 경영 프로세스를 ‘톱다운(top-down)형’과 ‘보텀업(bottom-up)형’으로 구별한다. 전자는 피라미드형의 계층 조직을 전제로 정점에 있는 최고경영자가 기본적인 사업 콘셉트와 전략을 만들고 아래 직원은 이를 실행에 옮기는 데만 주력하는 모델이다. 후자는 반대로 아래 직원들이 콘셉트를 만들고 그것을 경영진이 실행하는데 이때 조직 구조는 피라미드형이 아니라 수평형 조직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기업이 어느 정도 규모를 갖추게 되면 수평형보다는 피라미드형을 띠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톱다운형만이 리더십의 답일까? 새로운 대안을 찾기 위해 미국, 유럽에서 제시한 전통적 서구적 리더십과 아시아의 새로운 리더십 사례를 <세계를 제패한 최강경영>에서 살펴보도록 하자.
세계를 제패한
최강경영
김현철 서방계 노나카 이쿠지로 지음,
옮긴이 강성욱, 머니플러스, 2014.
이 책은 일반적인 생각과는 반대로 유럽과 미국 기업에 톱다운형 리더십이 많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 전형이 잭 웰치가 최고경영자(CEO)로 있을 당시의 제너럴일렉트릭(GE)인데, 웰치는 이런 말을 했다.
“CEO가 하는 일은 터무니없이 대단하다. 무릇 온갖 종류의 말이 연상된다. 상식파괴, 격렬함, 즐거움, 월등함, 광기, 정열, 끝이 없는 업무, 기브 앤 테이크, 한밤중의 회의, 멋진 우정, 최상의 와인, 축복, 명문 골프코스, 중대사의 과감한 결단, 위기와 중압, 시행착오 반복, 대성공의 홈런, 승리의 흥분, 패자의 굴욕. 이만큼 멋진 일이 어디 또 있을까?”
여기에서 보면 기업과 관련해 거의 모든 전권을 위임받는 ‘왕’과 같은 CEO의 모습이 느껴진다. 또 웰치가 직접 고안해 조직에 실행을 명령한 전략 중에 “업계에서 넘버 원, 혹은 넘버 투가 될 가망이 없는 사업은 폐쇄하든가 매각하라”는 유명한 ‘넘버 원, 넘버 투 전략’이 있는데 이 전략이 만들어진 것은 피터 드러커와 웰치가 단 둘이 대화를 나눈 것에서 비롯됐다.
웰치가 어떤 사업에 대해 묻자 드러커가 “만일 GE가 이 사업에 진출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진출할 생각이 있는가”라고 되물었던 것에서 기인한다. 이 전략에는 후일담이 있다. 1990년대 중반, GE리더십개발연구소에서 한 임원이 웰치의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는 발언을 했다.
“자신의 사업이 ‘넘버 원’ 혹은 ‘넘버 투’라고 말할 수 있도록 일부러 업계를 협소하게 정의하고 있는 책임자가 있다고 한다. 그로 인해 폐기해야 할 사업을 존속시킬 뿐 아니라 유망 사업에서 수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뻔히 보면서 놓치고 있다.”
그 말을 들은 웰치는 모든 사업 부문의 책임자에게 “업계 점유율이 10% 이하가 되도록 업계의 정의를 제고하라”며 ‘톱다운’ 방식으로 지시했다고 한다. 구조조정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점을 CEO가 그 자리에서 단독으로 결정한 것이다.
잭 웰치뿐 아니라 고(故) 스티브 잡스도 톱다운형 리더로 잘 알려져 있다. 아이맥, 아이패드, 아이폰, 아이튠즈 등 애플의 모든 제품의 기능과 디자인, 재질까지 간섭을 했는데 아이폰을 개발할 때의 에피소드만 봐도 그 성향을 짐작할 수 있다.
애초에 아이폰 디자인은 알루미늄 본체에 유리 디스플레이를 끼우는 형태였다. 그러나 어느 월요일 아침, 잡스가 개발팀 책임자를 찾아와 이렇게 말했다.
“어젯밤 잠을 한숨도 못 잤다. 이 디자인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디스플레이가 주인공이 돼야 하는데 알루미늄 본체가 지나치게 눈에 도드라져 보이는 게 단점이라는 지적이었다. 잡스는 책임자와 팀원에게 “9개월간 열심히 일을 해줘 너무나 고맙지만 디자인을 처음부터 다시 바꿔야겠다. 이제부터 모두 야근을 감수하고 주말에도 일을 하지 않으면 시간을 맞출 수 없을 것 같다. 만일 참여하기 싫다면 지금 당장 나를 죽일 수 있는 총을 주겠다”고 말했다.
9개월간의 디자인 결과물을 하루 저녁에 잡스가 독단적으로 바꾼 것이다. 하지만 당시 팀원들은 아무도 화를 내지 않고 잡스가 시킨 일을 했다. 잡스는 이때를 “애플이 한층 자랑스럽게 느껴진 순간”이라고 회상했다. 톱다운식 의사결정의 전형적 사례라 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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