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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ivew with the Maestro: 국내 첫 잠수함 함장 안병구 예비역 해군제독

“훌륭한 결정도 늦으면 무용지물… 잘못된 결정도 빨리하면 만회 기회 생기죠”

이유종 | 133호 (2013년 7월 Issue 2)

 

편집자주

※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연구원 박 별(한양대 경영학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잠수함(潛水艦)은 수중에서 잠행한다. 외부에서 잘 탐지되지 않는다. 그래서 갑작스럽게 적을 공격할 때 사용되는 전략적 공격 함정이다. 주력 무기는 어뢰다. 어뢰를 사용하면 작은 잠수함이라도 공격력은 큰 잠수함과 맞먹는다. 독일의 206급 잠수함(500t)과 한국의 장보고급 잠수함(1200t), 호주의 콜린스급 잠수함(3000t)에서 발사되는 어뢰의 파괴력은 비슷하다. 권투선수처럼 체급이 달라도 펀치력은 비슷하다. 이 때문에 잠수함은 사실약자의 무기. 태동부터 자신의 몸집보다 더 큰 적을 공격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다. 하지만 약점도 많다. 밖을 내다보기가 어렵다. 시각적인 정보를 얻을 때는 잠망경 하나에 의존해야 한다. 잠망경은 잠수함 함장이 사용한다. 전술상황과 관련된 시각적인 정보는 모두 함장이 쥐고 있다. 이 때문에 잠수함에선 함장이 잠수함 그 자체라고 불린다. 그의 판단에 모든 승조원의 생사가 달려 있다. 외부와 철저하게 단절된 공간에서 함장의 지휘는 절대적이다. 그래서 잠수함은 일반 군함과는 또 다른 독특한 문화를 갖고 있다. 한국 해군이 잠수함을 실전에 배치한 것은 휴전 40년 만인 1993. 올해로 20년째를 맞았다. 안병구 예비역 해군제독은 국내 첫 잠수함인 장보고함의 초대 함장을 지냈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공군회관에서 안 제독을 만났다.

 

 

 

안병구 예비역 해군제독은 1949년 충남 당진에서 태어나 인천 제물포고와 해군사관학교(28)를 졸업했다. 1974년 소위로 임관한 뒤 고속정 정장, 편대장, 주프랑스한국대사관 국방무관 보좌관, 대구함 부함장, 미사일 고속초계함(PGM-351) 함장을 지냈다. 1988년 잠수함사업단에 합류했고 1990년 대한민국 해군 1호 잠수함인장보고함의 초대 함장으로 선발돼 승조원들과 함께 독일 킬(Kiel)에서 2년간 잠수함 교육훈련을 받았다. 1992년 독일 하데베(HDW) 조선소에서 장보고함을 인수했고 잠수함 전대장, 전단장, 해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 차장, 감찰감, 한미연합사 인사참모부장(준장)을 거쳐 2005년 전역했다. 이후 대우해양조선에서 잠수함 등 방위산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저서 <잠수함, 그 하고 싶은 이야기들>과 번역서 독일 칼 되니츠(Karl Doenitz) 제독의 회고록 <10 20>이 있다.

 

 

 

잠수함 함장은 위기의 순간에 무엇을 근거로 판단해야 하나요.

물 밖의 상황은 함장이 혼자 잠망경으로 파악합니다. 결국 함장의 결정에 따라 승조원의 생사가 갈립니다. 이런 불확실한 순간에선 함장이 승리와 생존, 안전 등 3가지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상황을 판단할 정보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의 잠수함부대인 U-보트 부대장과 해군 총사령관을 지낸 칼 되니츠 제독은 잠수함 함장은 직관적으로 판단하는 정신작용인 육감이 발달해야 한다고 말했어요. 되니츠 제독은 언제 잠항하고 밖이 보이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방을 어떻게 공격할 것인가를 결정하려면 함장은 독특한 감각을 갖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육감에는 함장의 지휘 철학과 오랜 경험이 반영돼 있습니다. 잠수함은 수면 위로 올라갈 때 가장 위험합니다. 소리로 주변 물체의 이동상황을 점검해도 물 위에 배가 떠 있을 때가 많습니다. 잠수함이 수면 위로 올라가다가 배에 부딪히면 부서지거나 침몰할 수밖에 없습니다. 함장은 늘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특히 수면에서 수심 50m까지가 가장 위험합니다. 주어진 정보로는 정확하게 판단할 수 없죠. 함장의 육감이 필요할 때입니다. 1990년대 중반 잠수함 훈련을 할 때인데 수면위로 부상하는 과정에서 육감적으로 이상하다고 느꼈습니다. 소리는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조용한 상황이 불안했습니다. 다른 곳으로 이동한 뒤 잠망경을 올렸습니다. 대항군의 군함이 위에 있더군요. 제가 갑작스럽게 이상하다고 판단한 이유는 이쪽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별다른 대항군의 공격을 받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너무 쉬워서 오히려 이상하게 느꼈고 육감이 작용한 것입니다. 대항군은 제가 그곳으로 피할 것이라고 예측했고 제가 그 그물에 걸려들 뻔한 것이었습니다. 육감이 무작정 나올 수는 없습니다. 당연하다고 생각되는 것에도 의심하고 다시 원점부터 생각할 때 육감이 힘을 얻습니다. 공격하기 쉬울 때는 오히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합니다. 지식으로 얻은 전략적 혜안과 다양한 근무 경험은 위기 상황에서 육감이라는 형태로 나오는 것입니다.

 

함장이 틀린 결정을 내릴 때도 있을 것 같습니다.

함장의 결정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닙니다. 대략 70∼80%는 옳은 결정을 내립니다. 나머지 20∼30%는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티르피츠(Tirpitz)호는 42900t 규모로 당시 유럽에서 만들어진 군함 중 가장 규모가 큰 군함인데 1944 11월 영국 공군 아브로 랭카스터(Avro Lancaster) 폭격기의 공격을 받아 노르웨이 트롬쇠(Tromsø) 인근 해역에서 침몰했습니다. 함장이 항로를 잘못 선택해서 폭격기의 추적에 걸린 것이죠. 전쟁에서 결정 하나를 잘못 내리면 죽을 수도 있습니다. 리더는 신중해질 수밖에 없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시간을 더 끌게 됩니다. 하지만 늦은 결정은 잘못된 결정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합니다. 위기에는 신속하게 결정해야 이후 행동에 대한 지침이 빨리 만들어지고 조직이 움직입니다. 결정이 빠르면 정확성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결정이라도 늦으면 위기에선 무용지물입니다. 반면 잘못된 결정이라도 신속하게 내리면 목표 지향적으로 갈 수 있습니다. 적어도 일을 추진할 때 장병들의 사기가 떨어지거나 방향을 제대로 잡지 않아 혼란에 빠지지는 않습니다. 기업은 군대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잘못 내린 결정이 죽음으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결정을 잘못 내렸더라도 재빠르게 수정한다면 실수를 만회할 수도 있습니다. 이럴 경우엔 이미 늦긴 했지만 아주 늦은 것은 아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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