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R 미니 케이스 - 두산정보통신 '종이 없는 연말정산' 구축 사례
배경
매년 찾아오는 연말정산 시즌. 다른 직원들은 ‘13월의 보너스’라 불리는 연말정산으로 얼마나 환급받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에 부풀지만 두산그룹의 IT 토털 서비스를 제공하는 두산정보통신에서 인사시스템을 통합 관리하는 HRIS(Human Resource Information System)팀의 시스템 담당자로서는 반갑지만은 않은 연례행사다.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처리하고 시스템 부하를 견뎌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올 연말정산 시즌을 몇 달 앞둔 2012년 9월, 두산그룹의 통합 인사시스템 개발과 유지보수를 담당하고 있는 필자와 인사팀 연말정산 업무 담당자는 국세청에서 ‘종이 없는 연말정산 설명회’에 참석하라는 초대를 받았다. 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설명회에 가면서 우선 ‘종이 없는 연말정산이라니? 연말정산에선 많은 서류를 준비할수록 환급을 더 많이 받는 것이 현실인데 이걸 어떻게 IT 시스템으로 만들지? 힘들진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이론상 프로세스는 간단했다. 각 직원이 국세청의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연말정산 자료를 종이로 출력하지 않고 대신 PDF 파일 형태로 저장한다. 이 파일을 회사의 연말정산 프로그램에 업로드하면 각 회사에서 필요한 데이터가 자동으로 추출되고(기술적으로 이야기하면 API1 를 이용해 XML2 을 추출하는 방식이다) 이를 바탕으로 연말정산 금액이 자동으로 산출된다. 따라서 직원 개인이 따로 공제금액을 입력할 필요가 없고 정확하게 입력됐는지 대조할 필요도 없으며 소득공제 증명서류의 종이문서 출력·제출·보관에 따른 근로자와 회사의 불편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
‘종이 없는 연말정산’은 2011년부터 국세청이 기업들에 홍보하고 있으며 주로 공기업 중심으로 구현됐다. 일반 기업은 포스코, 삼성, LG 등 대기업 중에서도 일부 계열사만 구현됐으며 홍보 부족 및 동시 사용자가 많을 경우 파일 업로드 시 발생할 수 있는 서버 과부하 문제 등으로 확산이 많이 안 된 상태였다.
국세청 담당자는 시행 초기로 인한 홍보 부족으로 대부분의 회사들이 도입하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며 “이번 설명회에 참석한 기업 중에서 가장 임직원 수가 많은 두산에서 올해 구현해 줬으면 좋겠다”는 기대에 찬 이야기를 했다. 필자는 실무 담당자로서 종이 없는 연말정산시스템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부담만 가득 안고 돌아왔다.
매년 시스템 부하가 가장 많이 걸리는 연말에 무엇보다도 시스템 담당자인 필자로서는 직원들의 편리함도 고려해야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쉽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었다. 주어진 기간도 얼마 없었다. 올해(2012년도 연말정산) 적용하기 위해서는 3개월 안에 테스트까지 완료해야만 했다.
필자는 이미 이 서비스를 구현한 다른 회사에서 일하는 지인들에게 의견을 구했다. 반응은 다양했다. “예전보다 편해도 너무 편해요”라고 말하는 회사 직원이 있는 반면 적용했지만 잘 쓰지 못하고 있다는 사람도 있었다. PDF 파일을 업로드하면 시스템 버그로 인해 데이터가 사라지기도 하는 등 불편한 점이 있어서 그냥 수작업으로 입력하고 있다는 얘기였다. 이런 상반된 의견을 들으며 필자는 어떻게 하면 제대로 된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지 팀원들과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해결과정
막연히 해보자는 생각만 있을 뿐 사내에는 다른 정보가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미 사용하고 있는 타 회사의 IT팀에 문의했다. 이들은 모두 외부 전문 업체에 의뢰해 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시스템을 벤치마킹해도 되겠냐는 요청에는 어느 곳도 긍정적인 답변을 해주지 않았다.
굳이 왜 일을 늘리느냐는 내부의 목소리도 걸림돌이었다. 외부 업체에 서비스 구현을 아웃소싱하기 위한 예산이 전혀 확보되지 않았고 개발 일정도 빡빡했다. 두 달 안에 개발을 끝내야 남은 한 달 동안 테스트를 해볼 수 있었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팀원들마저 부정적으로 돌아서려 할 때 이렇게 포기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이 없는 연말정산을 하게 되면 두산그룹 국내 임직원 2만6000명이 연말정산하면서 쓰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시스템 입력의 편리함은 물론 증명서류에 들어가는 종이비용 절감, 증명서류를 이동/보관하는 비용감소, 신고 항목금액에 대해 서류를 일일이 확인하는 시간 절약 등 너무나 많은 장점들이 있다. 필자는 우선 팀원들을 설득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상부에는 “그러면 우리가 직접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제가 먼저 파일럿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겠습니다”라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크게 두 가지로 파악됐다. 우선 시스템 개발에 필요한 새로운 기술을 습득해야 했다. 또 무엇보다도 안정적인 서비스를 위한 서버 인프라 확충 및 서버 부하를 줄일 수 있는 방안이 필요했다.
시스템 개발 취지를 이해한 파트리더와 팀장은 비록 우리 팀에게 재무적인 이득이 되지는 않으나 두산그룹 전체를 위해 이를 실행하기로 결정했다. 그동안 이견을 보이던 팀원들도 결정된 사항에 대해서 ‘그래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각자가 할 수 있는 것을 하나하나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스템 구현을 위한 기술 습득을 위해 타 부서의 전문가들에게까지 하나하나 묻고 배우기 시작했다. 필자 역시 IT 시스템 전문가이긴 하지만 서버담당자, DB담당자, 아키텍트 담당자 등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의 힘을 빌리는 것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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