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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동남아 1위 슈퍼앱 그랩의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두리안 싣고 지도 밖 지름길로 배달
현지 취향 저격해 골리앗 우버 꺾다

최호진,고영경 | 415호 (2025년 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동남아의 우버’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그랩이 막강한 경쟁자 우버를 제치고 월간 거래 이용자(MTU) 4400만여 명을 확보한 동남아 1위 슈퍼앱으로 올라설 수 있었던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은 다음과 같다.

1. 현금 결제, 두리안 배달 등 각 나라의 문화와 일상을 반영한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했다.

2. 이륜차, 삼륜차 등 각 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을 파악해 서비스를 확장하는 한편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지도를 구축하며 이동을 최적화했다.

3. 하이퍼 로컬 실험을 통해 도시별로 다양한 스타일과 톤으로 자동화 메시지를 전송해 테스트하며 예약 취소율을 감소시키고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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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1시, 말레이시아에서 맥킨지 컨설턴트로 일하는 후이링 탄은 업무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 여느 때처럼 바로 휴대폰을 켜고 어머니에게 연락을 취했는데 택시 번호판과 면허증에 보이는 운전자 이름을 문자로 보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이동하는 택시 안에서 7∼15분 간격으로 현재 위치를 알렸다. 늦은 밤 혼자 택시를 타는 여성이 할 수 있는 최선의 조치를 취한 것이었다. 이렇게 2010년대 초까지만 해도 말레이시아에서 택시란 여성들에게 위험을 감내해야 하는 불안한 이동 수단이었다.

탄의 하버드경영대학원 동기였던 앤서니 탄도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그는 말레이시아의 최대 자동차 유통 그룹인 탄 총 모터스(Tan Chong Motors)의 경영자 3세였다. 자신을 보러 말레이시아에 방문한 또 다른 경영대학원 동기가 토로한 불만을 듣고 그의 삶은 180도 바뀌었다. 택시를 잡기도 어렵고, 택시 기사가 목적지를 향해 제대로 운행하는지도 알 수 없으며, 기사 마음대로 택시 요금을 정하는 것이 불만이라는 얘기였다. 그의 동기가 건넨 질문 하나가 결정적으로 탄의 마음을 움직였다. “너의 증조할아버지는 택시 운전사셨고 할아버지는 말레이시아에서 일본 자동차 산업을 시작하셨잖아. 그런데 말레이시아 여성들은 택시를 탈 때 많은 불안감을 안고 이용하고 있어. 그러면 너라도 뭔가 해야 하는 거 아냐?”1

같은 성을 가진 두 명의 탄은 하버드경영대학원의 ‘피라미드 바닥에서의 경영(Business at the Base of the Pyramid)’ 수업에 나란히 앉게 됐고 친해지면서 자연스레 사업 아이디어도 떠올리게 됐다. 둘은 말레이시아 택시 시스템의 비효율성과 위험성에 대해 대화를 나누며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함께 떠올린 아이디어는 고객과 택시 기사를 직접 연결해주는 모바일 택시 호출 앱이었다. 둘은 이 아이디어를 2011년 하버드경영대학원이 주최한 스타트업 경진 대회 ‘New Venture Competition’에서 발표했고 준우승을 차지했다. 이때 받은 상금 2만5000달러는 창업 시드머니가 됐다. 고향인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돌아온 이들은 2012년 모바일 택시 호출 앱 마이택시(MyTeksi)를 출시했다. 그리고 이 앱은 향후 동남아에 없어선 안 될 ‘머스트해브 앱’으로 성장한다. 바로 동남아 슈퍼앱 ‘그랩(Grab)’이다.

현재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8개국에서 월간 거래 이용자(MTU) 4400만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호출형 승차 공유뿐만 아니라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랩푸드(GrabFood), 디지털 결제 서비스 그랩페이(Grab Pay) 등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하며 일상생활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하나의 앱에서 원스톱으로 처리하는 명실상부한 슈퍼앱으로 자리매김했다. 지난해 기준 그랩의 매출은 27억9700만 달러(한화 약 4조1071억)에 달한다. 언어도, 소득 수준도 각기 다른 동남아 시장을 그랩이 빠르게 침투할 수 있었던 비결이 무엇일까. ‘동남아의 우버’라는 타이틀로 시작한 그랩이 막강한 경쟁자 우버를 제치고 동남아 1위 슈퍼앱 지위를 차지할 수 있었던 성공 전략을 DBR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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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 골목길까지 들여다보는
그랩의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

말레이시아에서 ‘금수저’로 불리는 집안의 창업자라고 해서 모든 것이 탄탄대로였을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앤서니 탄 그랩 최고경영자(CEO)가 가족 사업에서 손을 떼고 창업을 결심했을 때 아버지는 그의 결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운전자와 승객 모두가 스마트폰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택시 호출 앱에 관한 아이디어를 전달했지만 “내 생각엔 잘 안 될 것 같다. 이 일로 더 이상 나를 귀찮게 하지 말라”며 선을 그었다. 아이디어를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스타트업 경진대회에서 받은 상금 2만5000달러와 은행에 있던 개인 예금, 어머니가 지원해준 투자금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당시엔 어머니도 그의 사업이 잘될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았지만 아들의 안쓰러운 모습에 기꺼이 첫 투자자가 돼줬다.

시작은 초라했다. 말레이시아에 구한 첫 사무실은 환기도 잘 안 되는 데다 와이파이가 없어 휴대폰으로 테더링해 업무를 볼 정도로 열악했다. 가업을 이을 것이란 기대를 저버린 탄 CEO에게 아버지는 “쓸모없는 놈” “가문의 이름을 가질 자격이 없다”라며 실망감을 내비쳤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감사했다. 아버지의 강경한 태도는 자신에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걸 깨닫게 해줬고 사업에 더욱 매진하는 자극제가 됐기 때문이다.2

공동창업자 탄과 함께 2012년 6월, 택시 30여 대를 보유한 한 택시 회사와 계약을 맺고 모바일 택시 호출 앱 서비스 ‘마이택시’를 시작했다. 하지만 역시나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더미였다. 가장 큰 문제는 말레이시아의 저조한 스마트폰 보급률이었다. 대부분의 택시 기사는 저소득층이라 스마트폰을 구비할 여유가 없었고 모바일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앱 사용법을 모르거나 e메일 주소가 없는 경우가 많고, 가입 절차를 귀찮아하기도 했다. 처음엔 발로 뛰면서 해결하려 했다. 탄 CEO는 이동통신사 임원들을 직접 만나 택시 기사들에게 스마트폰 구매 보조금을 지급하도록 설득하는 한편 택시 기사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마이택시 앱의 유용성과 가입 방법을 설명했다. 그러나 기대만큼 충분히 택시 기사를 확보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전략을 바꿨다. 일일이 찾아다니는 마케팅에서 ‘게릴라 획득(guerrilla acquisition)’ 전략으로 전환해본 것이다. 택시 기사들이 자주 방문하는 LPG 충전소, 주유소, 택시 대기소에 아예 카운터와 키오스크를 설치했다. 그랩 직원들은 현장에서 택시 기사들의 e메일 계정 생성부터 앱 설치, 사용법까지 직접 안내하며 도왔다. 탄 CEO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 역시 하루 15∼20시간 일하고 일주일에 2∼3개 도시를 돌아다니는 강행군을 이어갔다. 이런 현장 중심의 게릴라 획득 전략은 효과를 발휘했다. 먼저 마이택시 앱을 사용해보고 유용함을 느낀 택시 기사들이 주변 동료들에게 권하면서 자연스럽게 바이럴이 일어났다.

창업 1년 만에 마이택시는 8초당 1건, 하루 1만 건의 예약이 이뤄지는 성과를 거두며 2013년 첫 기관 투자를 유치했다. 싱가포르 국영 투자 회사인 테마섹의 벤처캐피털 부문인 버텍스벤처스(Vertex Ventures)로부터 215만 달러 규모의 투자를 받은 것이다. 이와 동시에 마이택시는 말레이시아에서 싱가포르로 본사를 옮기며 본격적으로 동남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사명도 ‘그랩택시(GrabTaxi)’로 바꿨다. 말레이어로 택시를 의미하는 ‘Teksi’가 해외에서는 혼란을 야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시작한 그랩택시는 창업 2년 만에 필리핀, 싱가포르,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인접 국가로 빠르게 진출하기 시작했다. 성장하는 동남아 시장의 가능성을 간파한 두 공동창업자는 창업 초기부터 일찍이 해외 진출을 염두에 뒀다. 당시 태국 방콕, 필리핀 마닐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는 과밀화된 인구에 비해 대중교통 인프라가 부족했다. 특히 택시 서비스의 만족도가 낮았으며 교통 체증이 갈수록 심해지는 등 말레이시아와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었다.

동남아의 인터넷 이용 비율은 26%로 선진국의 78%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하지만 진입 장벽이 있는 PC를 건너뛰고 스마트폰으로만 인터넷을 접하는 모바일 립프로깅(leapfrogging) 현상으로 스마트폰 이용자 비율이 해마다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이 같은 환경을 고려했을 때 말레이시아에서 성공한 그랩택시 모델을 잘 이식한다면 인접 국가에서도 잘 안착할 수 있으리라 기대했다. ‘같은 문제엔 같은 해결책’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그랩택시는 인접 국가의 점유율을 빠르게 늘려나가는 한편 오토바이 공유(GrabBike), 배달 서비스(GrabExpress), 카풀(GrabHitch) 등으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2016년에는 이런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브랜드 안에 담기 위해 사명을 그랩(Grab)으로 바꾸며 리브랜딩했다. 현재 그랩은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미얀마, 캄보디아 등 동남아 8개국에서 4400만여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다. 그랩이 이 같은 성장을 달성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바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초현지화)이다. 언어도, 소득 수준도 각기 다른 동남아 국가들에서 각 나라의 특성과 문화, 일상을 깊이 이해하고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랩의 성장을 견인한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 현지 문화와 일상을 반영한 서비스

인접 국가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랩이 당면한 첫 어려움은 역시나 택시 기사 확보였다. 말레이시아에서처럼 직접 현장으로 찾아가는 전략을 유지하는 한편 각 나라의 문화와 일상을 고려한 현지화된 접근으로 다가갔다. 일례로 필리핀에서는 택시 기사들이 주로 새벽 4시에 교대한다는 점을 파악해 탄 CEO 본인이 직접 그 시간에 맞춰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택시 기사들과 함께 싼 맥주를 마시면서 고충, 문제점, 그리고 왜 더 많은 수입이 필요한지를 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베트남에서는 또 다른 접근법을 시도했다. 호찌민시의 택시 기사들을 관찰한 결과, 아침 근무를 시작하기 전인 새벽 3∼4시쯤 주유소에 들러 커피를 마시는 것을 발견했다. 그랩은 택시 기사들이 주로 커피를 마시러 모이는 장소에서 무료 커피를 제공하며 그랩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탄 CEO는 “그들과 그랩 앱에 대해 열심히 논의했고 우리가 다른 앱과 어떻게 차별화되는지를 설명하며 택시 기사들을 확보했다”며 “당시 합류한 기사들이 지금까지도 많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3

한편 인접 국가로 진출하는 과정에서 그랩은 치열한 경쟁에 직면했다. 글로벌 모빌리티 플랫폼 우버가 2013년부터 동남아 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당시 그랩과 우버의 경쟁을 두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 비유했다. 이미 글로벌 유니콘인 우버와의 경쟁은 그랩에 만만치 않은 도전이었다. 탄 CEO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우버와의 경쟁 당시를 회상하며 “그들에게 압도당할 것처럼 보였다. 그들은 강하게 밀어붙였고 우리도 더 강하게 응수했다”고 말했다.

그랩에는 우버가 갖지 못한 강점이 있었다. 바로 동남아 현지 사정에 대한 깊은 이해다. 글로벌 표준을 고집한 우버와 달리 그랩은 각 동남아 국가의 특성과 소비자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주력했다. 가령 우버는 동남아 진출 초기에 결제 수단으로 신용카드만 허용했다. 그러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들은 신용카드 보급률이 낮았다. 동남아 7억 인구 중 70%가 가장 기본적인 금융 서비스 혜택조차 누리지 못하는 소위 ‘언더뱅크드(underbanked)’였다. 일부 국가를 제외하곤 성인 인구의 절반 이상이 은행 계좌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4 신용카드나 체크카드가 있더라도 앱에 등록하려 하지 않았다. 그렇게 사용해본 경험이 없어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현지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그랩이 서비스 초기부터 도입한 현금 결제는 우버와의 격차를 벌렸다. 뒤늦게 우버도 현금 결제를 도입했지만 이미 그랩이 시장을 선점한 후였다.

나아가 그랩은 마케팅 캠페인에도 철저하게 현지 니즈를 반영했다. 우버는 당시 글로벌 시장에서 검증된 비즈니스 모델과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동남아에서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었다. ‘아이스크림 데이(Ice Cream Day)’ 프로모션이 대표적이다. 지금처럼 음식 배달이 보편화되지 않았던 2015년 우버는 동남아 더위가 절정인 여름 단 하루 동안 우버 앱을 통해 즉석 디저트 배달을 예약할 수 있도록 홍보하며 고객을 유치했다. 그러나 그랩의 생각은 달랐다. 탄 CEO는 우버의 마케팅을 두고 “잘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며 “동남아 날씨가 너무 더웠기에 고객들이 녹은 아이스크림을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5

그랩은 동남아 현지인들이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바로 동남아 과일의 왕, 두리안이었다. 두리안은 동남아 현지에서 훌륭한 별미로 여겨지지만 많은 호텔과 공항에서 반입이 금지될 정도로 냄새가 고약하다. 그랩은 냄새나는 두리안을 집까지 배달해줄 수 있다면 현지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별한 포장을 고안해 배달 중의 냄새 문제를 해결한 그랩은 두리안을 1링깃이라는 헐값에 제공하는 마케팅 캠페인을 시작했다. 우버의 아이스크림 데이 프로모션에 맞불을 놓은 그랩의 하이퍼 로컬 마케팅은 성공적이었다. 그랩을 통해 소비자들은 캠페인 시작 30여 일 만에 총 25t의 두리안을 주문했다. 탄 CEO는 “어떤 외국인도 이런 아이디어를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는 “우버는 동남아에서 승리하기 위해 얼마나 현지화해야 하는지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다”고 말했다.6

2. 현지 인프라에 맞춰 이동 최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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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이 현지 사정을 깊이 이해하고 맞춤형 전략을 펼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현장 경영’이 있었다. 탄 CEO는 개인적으로 항상 그랩을 사용하고 수시로 고객센터에서 전화를 받으며 고객의 소리를 직접 들었다. 그저 서비스를 테스트하는 것이 아닌 운전자와 승객을 만나 시간을 보내며 그들의 피드백을 경청했다. 더 쉽고 편리한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개선점을 고민한 결과, 그랩은 택시 호출 서비스 그랩택시, 차량 공유 서비스 그랩카(GrabCar) 등 사륜차 중심 서비스에서 오토바이 등 이륜차 호출 서비스인 그랩바이크(GrabBike)로 확장했다.

이 같은 확장 역시 동남아 현지 문화를 고려한 전략적 결정이었다. 말레이시아, 태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에서는 최소 80% 이상의 가정이 오토바이를 소유하고 있다. 자동차에 비해 가격이 저렴할뿐더러 교통 혼잡도가 매우 높은 대도시에서는 오토바이가 더 실용적이기 때문이다. 동남아에서는 오토바이가 승객이나 물건을 싣고 교통 체증으로 꽉 막힌 도로를 재빠르게 통과하는 광경을 흔히 볼 수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는 오토바이 택시인 ‘오젝(Ojek)’이 대중교통 수단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그랩은 기존의 택시 서비스에서 나아가 이륜차 호출 서비스인 그랩바이크(GrabBike)로 확장하고, 전통적으로 삼륜차인 ‘툭툭(TukTuk)’을 주로 이용하는 캄보디아와 미얀마에서는 삼륜차 호출 서비스인 그랩툭툭(GrabTukTuk)과 그랩톤베인(GrabThoneBane)을 도입하는 등 현지화 전략으로 각 시장의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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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나라의 주요 교통수단을 파악해 현지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 동남아의 지역적 특성을 반영한 자체 지도인 그랩맵(GrabMaps)을 구축하며 이동을 최적화했다. 기존의 글로벌 서드파티 지도 공급업체들은 그랩이 필요로 하는 동남아 지역의 현지화된 디테일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 가령 도로의 정의조차 달랐다. 동남아의 일부 도로는 매우 좁더라도 지름길로 자주 사용되는 주요 경로였지만 글로벌 지도 회사들은 이를 건물 사이의 공간으로 인식해 도로로 등록하지 않기도 했다. 또한 공식 지명과 현지에서 통용되는 이름이 다른 경우도 흔했다. 그 결과 그랩 기사들에게 멀고 비효율적이거나 잘못된 경로를 안내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랩 기사들의 경로 배정 및 이동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지원하기 위해서는 동남아 전용 지도가 필요했다. 그랩은 카르타캠(KartaCam)이라는 독자적으로 개발한 하드웨어를 이륜차 기사의 헬멧에 부착해 현지 맥락에 맞는 지도 데이터 수집과 분류 작업을 수행했다. 현지에서 실제로 불리는 장소명을 수집하고 나라별로 중요한 장소들을 구분하는 작업도 실시했다. 예를 들어 인도네시아에서는 기도실인 무살라(Musholla)가 중요한 위치 정보지만 대부분의 서드파티 지도 제공업체들은 이 정보를 수집하지 않았다. 반면 그랩은 이처럼 현지인들이 길을 찾거나 안내할 때 활용하는 주요 장소를 그랩맵에 포함시키며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또한 그랩은 동남아 각국의 방대한 지역을 커버하고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 기술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가령 머신러닝을 통해 그랩 기사들이 목적지를 찾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자주 발생하는지 추적하고 POI(관심 지점, Point Of Interest)7 가 누락된 경우 이를 신속히 수집해 데이터베이스에 반영한다. 또 실시간으로 기사들의 주행 데이터를 수집해 특정 도로를 반복해서 우회하면 해당 구간에 도로 폐쇄나 진입 제한이 있을 가능성을 인식하고 그랩맵에 자동으로 업데이트한다.

각 지역의 특수 동선도 배달 경로에 반영하고 있다. 일부 도시에는 출입이 제한된 폐쇄형 주택단지가 있으며 이곳에서는 자체 도로 규정이 적용된다. 일례로 필리핀 마닐라에는 수만 개의 폐쇄형 주택단지가 있으며 주택 소유자들이 스스로 출입 규칙을 정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없고, 시간대에 따라 출입이 제한되거나 출입증,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출입증을 입구에서 맡기고 들어갔다가 다시 동일한 경로로 빠져나와야 하는 경우가 생기며 그랩맵은 이런 특수한 동선을 머신러닝에 반영해 배달 경로를 추천한다. 이 밖에도 이륜차 혹은 사륜차 등 기사의 차량 유형을 고려해 적절한 주차 지점을 안내하고 사진과 방향 안내를 통해 가장 가까운 진입로와 픽업 지점 등도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그랩의 지도 콘텐츠 책임자인 서니 위제워다나는 “우리의 목표는 기사들이 더 많은 운송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만약 기사가 도착 후 길을 헤매고 있다면 그건 우리가 그들을 실패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8

3. 하이퍼 로컬 실험 통해 사용자 경험 개선

그랩의 주요 셀링포인트 중 하나는 안전성이다. 특히 여성 승객들이 느끼는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 여러 안전 기능을 도입했다. 자체 채팅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그랩은 여성 승객과 기사의 피드백을 통해 여성들이 개인 연락처 노출을 꺼린다는 점을 파악하고 그랩 앱 안에서 전화번호를 공개하지 않고도 통화와 채팅이 가능한 그랩챗(GrabChat)을 개발했다. 고객을 위한 이런 작은 디테일은 큰 차이를 만들었다. 특히 각기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동남아에서 사용자 편의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됐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번역 서비스가 지금처럼 보편화되지 않았기에 언어 장벽은 그랩이 성장하는 데 있어 큰 걸림돌이었다. 이에 그랩은 그랩챗에 자동 번역 기능을 도입해 현지 기사와 관광객 사이의 의사소통 장벽을 해소했다. “가는 중입니다” “몇 분 후 도착합니다”와 같이 자주 사용하는 문구들을 자동 번역해 노출하는 한편 기사와 승객들이 주고받는 실시간 메시지도 현지 언어와 함께 자동 번역돼 노출되도록 했다.

그랩은 한발 더 나아갔다. 번역의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 번역 모델도 구축했다. 기존에는 타사가 제공하는 서드파티 번역 모델을 사용했지만 사용자로부터 이따금씩 번역이 부정확하다는 피드백을 받았다. 특히 말레이어와 인도네시아어는 매우 유사하지만 동일한 어휘라도 각 언어에서는 서로 다른 의미를 가질 수 있다. 서드파티 번역 서비스는 이를 정확하게 감지하고 번역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그랩은 하이퍼 로컬 번역 기능을 위해 직접 번역 모델을 구축하기로 결정했다. 그랩이 가진 채팅 데이터를 활용한다면 타사 서비스보다 정확도 높은 번역 모델을 충분히 개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랩의 모든 채팅은 일상 대화보다는 예약이나 주문과 관련이 있고 이런 대화의 맥락을 알고 있기에 적절한 번역을 생성하는 데 더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그랩은 번역 모델을 구축하는 데도 로컬라이제이션 팀을 참여시켰다. 로컬라이제이션 팀은 자체 모델이 양질의 번역을 생성하는지 평가하기 위한 벤치마크를 개발하는 데 동원됐다. 이들이 상황에 맞는 정확한 스타일과 문체 등을 고려해 제공한 번역 예시를 모델의 ‘퓨샷 러닝’9 에 활용했고 이는 모델이 정확한 번역 스타일을 익히는 데 도움이 됐다. 그랩은 경량화된 전용 모델을 만들면서 기존의 대규모 모델 대비 99% 작지만 성능은 98% 수준의 자체 번역 모델을 구축할 수 있었다.10 사용자의 번역 경험 개선과 비용 효율,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셈이다.

또한 그랩은 그랩챗을 활용한 하이퍼 로컬 실험을 통해 사용자 경험을 거듭 개선했다. 그랩의 사용자 경험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예약 취소였다. 예약 취소는 사용자와 기사 모두에게 비용이 발생하며 불쾌한 일이었다. 예약 배정 이후의 취소가 특히 문제였다. 승객의 탑승 의사가 명확하고 요금도 합의했지만 결국 탑승이 이뤄지지 않을 때 불만이 컸다. 물론 예약 배정 후 취소가 불가피한 상황도 있겠지만 그랩은 예방이 가능한 사례가 있진 않을지 고민했다. 그랩은 사용자를 대상으로 여러 차례 조사를 진행해 승객과 기사 모두의 경험을 개선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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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챗이 예약 취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그랩챗 대화가 있었던 예약은 취소율이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단순한 거래에 불과했던 서비스였는데 대화를 통해 인간적인 소통이 오가면서 승객과 기사 모두가 예상치 못한 지연에 대해 더 관대해진 것이다. 이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그랩은 승객과 기사 매칭 후 그랩챗을 통해 대화하도록 양측을 유도하면 취소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가설을 세운 뒤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했다. 가장 먼저 자동 메시지를 서로 다른 시간 간격으로 전송해 보면서 어떤 타이밍이 가장 효과적인지를 실험했다. 그 결과 메시지 전송이 빠를수록 효과가 좋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실험에도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을 동원했다. 도시별로 다양한 스타일과 톤으로 메시지를 전송한 것이다. 예를 들어 개방형 질문과 픽업 위치 등 구체적인 정보 요청, 기사 입장에서 말하는 1인칭 화법, 이모티콘 포함 등 메시지를 다양화했다. 실험 결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는 개인화된 1인칭 메시지가 가장 효과적이었고 태국 방콕에서는 직설적인 메시지가 더 좋은 반응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랩은 다양한 도시에서 테스트한 결과를 서비스 개선에 반영했다. UX(사용자 경험)에 변화를 준 이 간단한 조치만으로 최대 2%의 예약 취소율을 감소시킬 수 있었다. 나아가 그랩은 자동 메시지를 보낸 실험 그룹보다 그렇지 않은 일반 그룹에서 메시지 수가 더 많았지만 취소율은 실험 그룹이 더 낮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를 통해 대화의 양이 아닌 ‘질’이 핵심이라는 인사이트를 얻었고 명확하고 직접적인 질문을 통해 더 빠르고 효율적인 응답을 이끌어내며 대화의 질과 전체적인 픽업 경험을 개선했다.

이처럼 그랩의 하이퍼 로컬 실험은 동남아 각 지역 문화에 맞춤화된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고 제품을 개선하는 데 핵심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랩 측은 “그랩챗은 현재 인도네시아에서는 운전기사의 통신 비용을 줄일 수 있도록 도와줄 뿐 아니라 채팅을 즐기는 필리핀에서는 승객들이 부담 없이 대화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며 “이 모든 과정은 과학적이며 반복적인 실험을 통해 진행됐고 때론 가장 단순한 아이디어에서 시작되기도 했다”고 밝혔다.11


음식 배달, 디지털 결제…
동남아 1위 슈퍼앱 도약

하이퍼 로컬라이제이션 전략으로 라이드 헤일링12 분야에서 동남아 시장 점유율을 확장해나가던 그랩은 2016년 인도네시아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인 그랩푸드를 출시하는 등 서비스를 다각화하며 성장을 가속화했다. 당시 동남아의 모바일 음식 배달 시장은 4억 달러 규모로 차량 공유 시장의 16%에 불과했다. 또한 길거리 음식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지 특성상 배달 서비스의 성공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다. 그러나 그랩은 편리함을 추구하는 인간의 본성에 베팅했고 특히 악천후나 교통 체증이 심한 상황에서 음식 배달 서비스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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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에는 푸드판다(Foodpanda), 고젝(Gojek) 등 유사 서비스와의 경쟁이 치열했지만 그랩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강력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나갔다. 인기 레스토랑과 독점 파트너십을 맺어 ‘온리 앳 그랩(Only at Grab)’ 브랜드를 통해 차별화된 메뉴를 제공하면서 소비자들이 그랩푸드를 선택할 유인을 늘렸다. 또한 고객의 배달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저비용 배달 옵션인 ‘세이버(Saver)’도 도입했다. 인구밀도가 높은 주거 지역의 점심시간에는 같은 지역 사람들이 동시에 음식을 주문하면 배달비가 급등해 일부 사용자가 주문을 꺼린다는 문제가 있었다. 그랩푸드 팀은 가격 민감도를 가진 사용자들에게 소구하기 위해 다양한 가격대의 배달 서비스를 실험했고 긴 배송 시간을 대가로 사용자들에게 더 낮은 배달 요금을 제공하는 세이버 옵션을 도입했다. 배달 기사가 여러 매장에서 한 번에 두 개 이상의 주문을 픽업할 수 있도록 하고 세이버 옵션을 선택한 주문은 배달 경로의 다른 주문과 함께 묶으면서 낮은 수수료로 배달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더불어 무료 배달, 할인 혜택 등을 제공하는 그랩언리미티드(GrabUnlimited)와 같은 구독 서비스를 도입해 사용자들이 지속적으로 그랩푸드를 선택하도록 유도했다. 그랩이 공개한 데이터에 따르면 구독 가입자는 비가입자 대비 월평균 소비액이 2.7배 높고 주문 빈도는 2.3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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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그랩은 그랩푸드에 이어 그랩페이(GrabPay)를 출시하며 다시 한번 도약을 시도했다. 그랩페이 출시는 단순히 결제라는 또 다른 서비스로의 확장이 아닌 그랩의 슈퍼앱 전략을 완성하는 핵심 요소였다. 디지털 결제 인프라는 이동, 배달 등 그랩의 다양한 서비스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그랩 기사들이 직면하고 있던 현금 취급의 위험성도 해결할 수 있었다. 현금을 가진 그랩 기사들에게 해를 입히거나 돈을 훔치려는 일이 종종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중 목표가 그랩페이 개발의 동력이 됐고 음식 배달과 결제 서비스로까지 확장한 그랩은 점차 슈퍼앱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그랩은 사용자들이 일상에서 하루 종일 그랩 앱을 사용하는 생태계를 지향했다. 출근할 때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를 이용하고, 점심에는 그랩푸드로 식사를 해결하고, 업무상 필요한 서류 배송은 그랩익스프레스(GrabExpress), 저녁 장보기는 식료품 배송 서비스인 그랩마트(GrabMart)에서, 이 모든 과정에서의 결제는 그랩페이를 사용하게 한다는 구상이었다. 더 많은 사용자가 모일수록 그랩 생태계에 참여하는 기사, 음식점, 상인들이 늘어났고 이는 다시 사용자 증가로 이어지는 플라이휠 효과가 일어났다.

그리고 2018년 그랩은 명실상부한 동남아 1위 슈퍼앱으로 거듭나는 분기점을 맞았다. 치열한 경쟁 끝에 우버의 동남아 사업 부문을 인수한 것이다. 우버는 동남아 시장에서 큰 적자를 기록하고 있던 만큼 동남아 지역을 과감히 포기함으로써 ‘이길 수 없다면 합류한다’는 전략을 취했고 합병 대가로 그랩 지분 27.5%를 확보했다. 당시 그랩의 기업가치는 약 60억 달러, 한화 기준 약 6조6000억 원 수준이었다. 당시 기준으로는 동남아에서 이뤄진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이었다. 탄 CEO는 당시를 회상하며 “언론 발표 예정 시각으로부터 약 2시간 전까지도 협상은 계속됐다”며 “마침내 계약이 체결되고 거래가 성사됐을 때 회의실에 있던 많은 사람이 ‘믿어지지 않는다’며 말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고 말했다.13 우버와의 치열한 경쟁 속에 지속적인 기술 개발, 인재 영입, 마케팅 비용으로 인한 ‘캐시 버닝(cash burning)’이 계속됐던 그랩은 인수합병으로 계획된 지출의 상당 부분을 절감하며 빠르고 효율적으로 시장을 확장해 압도적인 동남아 1위 슈퍼앱으로 거듭났다. 우버와의 합병 이후 그랩의 차량 호출 분야 동남아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으로 급등했다.


협력과 상생으로 규제 위험 관리

우버 인수 이후 그랩의 라이드 헤일링 분야 경쟁자는 인도네시아의 고젝이 유일했다. 막강해진 그랩의 영향력과 시장 지배력은 규제 당국의 주목을 받는 계기가 됐다. 수익성 확보를 위한 그랩의 요금 인상이 사용자와 규제 당국의 반발을 불러일으키며 2018∼2019년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여러 국가에서 그랩의 독점 여부에 대한 조사와 과징금 부과가 이어졌다. 그랩은 갈등 대신 협력을 택했다. 각국 당국의 독점 여부 조사 결과에 대해 법적 이의를 제기하기를 포기하고 과징금을 받아들였다. 우버 인수 이후 올라간 이용 요금도 하향 조정했다. 반발하는 택시 회사와 규제 당국에 맞불을 놓는 대신 현지 정부 및 이해관계자들과 협력하는 방식을 취했다.

그랩이 이 같은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나간 건 동남아 진출을 시작하며 명확하게 가졌던 철학과 사업 접근법이 영향을 끼쳤다. 가족회사 경영에 참여할 당시 탄 CEO는 공장을 짓기 위해 정부의 허가를 받아내며 사업을 일궈온 경험이 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사업을 하려면 정부와 협력해야 한다는 사실을 몸소 깨달았다. 이에 그랩은 동남아 국가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현지에서 최고 수준의 리더를 찾아 영입하는 데 공을 들였다. (DBR mini box Ⅰ ‘그랩의 HR과 조직문화’ 참고.) 두 명의 그랩 공동창업자가 말레이시아에서 그랬듯 모국에서 나고 자라 고향을 사랑하는 이들이 정부와 협력하며 자국민들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할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해주길 바랐기 때문이다.14 신세계그룹의 CVC 자회사인 시그나이트파트너스 디렉터로 그랩 투자를 리딩했던 김기영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DBR과의 인터뷰에서 “그랩이 경쟁자 고젝과 비교해 뛰어난 점 중 하나가 바로 정부 규제에 대한 대응”이라며 “고액 연봉을 제시해서라도 전관 출신의 로컬 전문가를 과감하게 영입하며 규제 이슈를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동남아의 사회문제 해결이라는 그랩의 창업 정신과 더불어 이들이 창출하는 소셜 임팩트도 규제 위험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됐다. 초기 투자자인 버텍스는 시장이 혼잡해지면 정부 개입의 리스크가 있다고 경고하며 그랩에 사회적 책임을 우선시할 것을 일찍이 조언한 바 었다. 그랩은 동남아 각국에 대한 경제 기여도와 창출하는 소셜 임팩트를 수치화해 홍보하며 트리플 보텀 라인(TBL)15 으로의 전환을 시작했다. 2020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은 이 전환의 분기점이 됐다. 봉쇄 조치로 인해 그랩의 핵심 사업인 모빌리티 부문은 직격탄을 맞았지만 비대면 활동 증가는 그랩푸드 및 그랩마트, 그랩익스프레스 등 배달 서비스의 급성장을 가져왔다. 팬데믹 이전 전체 매출의 20%에도 미치지 못했던 딜리버리 부문은 2020년 50%에 육박하며 크게 성장했다. 그랩은 단기간에 14만여 명의 운전기사를 배달 기사로 전환하며 이들의 일자리와 수익을 보전했다. 그랩이 차량 호출, 음식 및 서류 배송 등 다양한 서비스를 하나의 앱 안에서 제공하는 슈퍼앱을 지향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앱 내부의 탭 하나만 켜면 운전기사는 배달 기사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었다.

나아가 그랩은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도 전개했다. 싱가포르가 경계 수위를 올린 직후 그랩은 그랩케어(GrabCare) 프로그램을 통해 의료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이동 서비스를 제공했다. 팬데믹 당시 싱가포르에서는 병원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의료진이 병원으로 출퇴근할 교통수단을 찾기 힘든 상황이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사람들은 의료진과의 접촉을 기피했다. 이에 그랩은 2020년 초 여러 부서 인력을 모아 72시간 만에 그랩케어 서비스를 구축했다. 의료진 전용 24시간 상시 호출 교통 서비스로 병원에 등록된 의료진은 그랩 앱 내에서 그랩케어 옵션을 선택해 병원과 자택을 오갈 수 있었다. 2021년 10월까지 2000여 명의 기사가 그랩케어에 참여했으며 30만 건 이상의 주행이 이뤄졌다.

그랩케어 출시 후 두 달이 지났을 무렵에는 그랩리스폰스(GrabResponse) 서비스를 추가 도입했다.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들을 선별 검사소까지 이송하는 서비스로 그랩은 팬데믹이 극심했던 시기, 정부 방역 대응에 협력해 기존 앰뷸런스 시스템의 보완 역할을 자처하면서 정부와 신뢰 관계를 형성했다. 높은 감염 위험과 수고를 감수해야 하는 서비스였음에도 250명의 기사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참여 기사들은 싱가포르 민방위청(SCDF)의 안전교육을 이수하고 마스크와 전신 보호복(PPE)을 착용한 채 코로나19 감염 의심 환자들을 이송했다. 2020년 4월부터 12월까지 그랩리스폰스 운행은 총 8000건 이상 이뤄졌다. 이처럼 팬데믹 위기 상황에서 그랩이 펼친 다양한 사회적 책임 활동과 의료업계 및 지역사회에 보낸 지지는 그랩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한층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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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mini box I : 그랩의 HR과 조직문화

주요 업무에 인턴 배치, 임원은 현장으로…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경쟁력 있는 채용과 보상

한국 기업에서는 팀이 원하는 인재가 있어도 HR에서 연봉 등의 협상이 결렬돼 채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랩에서는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업계 평균과 내부 임금을 분석해 기존 연봉 대비 10∼ 30%를 인상해주고 임원은 물론 사원 레벨의 직원들에게도 회사 주식을 제공한다. 그랩에서 내부통제 및 내부회계관리(SOX, Sarbanes-Oxley) 부서를 이끌었던 채소연 전 상무(현 카루 그룹 내부회계 및 리스크 관리 총괄 상무)는 DBR과의 인터뷰에서 “그랩에 재직할 때 10여 명의 팀원을 채용한 경험이 있는데 회사가 제안한 연봉이 낮아서 채용을 못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며 “특히 일정한 조건을 걸어 제공하는 제한조건부주식(RSUs) 보상은 회사와 직원이 함께 성장한다는 느낌을 줘 동기부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상여금의 경우 기본적으로 팀원들에게는 연봉의 10∼20%, 임원들에게는 30%를 지급하지만 최종 금액은 회사 실적과 개인의 성과에 따라 상향된다. 또한 상여금 외에 추가로 기본 상여금의 2∼3배에 해당하는 금액을 고성과자 한두 명에게 보상해 직원들의 성과를 끌어내고 있다.

그랩의 경쟁력은 채용 과정에서도 드러난다. 인턴 한 명도 허투루 뽑지 않는다. 일반적인 회사에서 인턴은 주로 단순 업무를 수행하지만 그랩은 인턴을 실제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예컨대 CFO 산하 부서에 입사했다면 해당 부서의 주요 업무를 경험하게 하고 임원진을 대상으로 발표도 시킨다. 인턴의 배움과 성장을 위해 회사도 노력하는 한편 인턴이 무엇을 기여하고, 회사는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 CFO 산하 임원들이 직접 관련 계획서를 작성하고 현황 및 결과를 보고하게 한다.

입사 후 온보딩 과정에서도 그랩은 차별화된 접근을 보여준다. 전 직원이 직접 현장을 경험하게 하는데 갓 입사한 직원들은 그랩 배달 가방을 메고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실제로 음식을 배달하는 그랩 딜리버리를 체험한다. 임원도 예외가 아니다. 임원의 경우 추가 임무를 주면서 현장에 더 깊숙이 들어가도록 한다. 예를 들어 그랩이 새로 개발한 제품을 사용해 보거나 그랩과 경쟁사 플랫폼들을 동시에 호출해 어떤 차량이 가장 빨리 잡히고 금액이 낮은지 비교해보고 그랩에 포함되지 않은 레스토랑과 카페, 편의점 등을 알아내 상호를 추가하는 등의 임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채 상무는 “CFO 산하 SOX 부서 임원으로 입사했음에도 실제 그랩 제품을 경험하고 개선점을 제안할 수 있어 좋았다”며 “보통 임원으로 회사에 입사하면 온보딩 과정은 주로 앉아서 세미나를 듣거나 조직의 구조와 정책을 이해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그랩은 임원이 직접 현장에 나가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제품을 깊이 이해하고 개선점을 찾을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투명하고 개방적인 소통

그랩은 분기별로 전 직원 타운홀미팅을 가진다. C레벨 임원부터 일반 팀원까지 전체 임직원이 모여 최근 사업 현황과 직면한 과제를 공유하고 그랩의 비전을 상기하는 시간을 가진다. 민감한 전략적 이슈도 기업 기밀임을 고지한 후 투명하게 공유한다. 예를 들어 기업 인수와 같은 C레벨에서만 논의할 법한 중대한 사안도 C레벨이 직접 질의응답에 참여해 솔직하게 답변하며 직원들이 회사의 방향성을 명확히 이해하도록 돕는다.

타운홀미팅은 단순히 정보를 전달하는 자리에 그치지 않고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수렴해 회사 정책에 반영하는 역할도 한다. 일례로 팬데믹 종식 선언 후 임원들이 전 직원의 주 5일 사무실 근무 체제로 복귀하길 희망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직원들은 재택근무와 사무실 근무가 혼합된 하이브리드 근무 체제의 효율성을 지지했다. 타운홀미팅과 질의응답을 통해 직원들의 적극적인 의견을 들은 당시 그랩 CPO(Chief People Officer)가 “내부적으로 재논의 후 컨펌해서 알려주겠다”고 약속했고 주 3일 사무실 근무 체제가 확정된 일화도 있다. 채 상무는 “개방적이고 투명한 소통을 통해 조직 내 신뢰를 강화하고 직원들의 실제 고민이나 컴플레인이 개선되도록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것이 그랩 조직문화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랩은 매년 전사 임직원 만족도 조사(Grabber Engagement Survey)도 진행한다. 이를 통해 직원들이 업무와 성장, 일과 삶의 균형, 보상, 그리고 팀 매니저나 임원에 대해 세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만족도 조사의 각 영역에 대한 평가 결과는 수치화돼 전사적으로 통계가 집계되며 CEO와 임원진이 점수가 낮은 영역에 대한 개선점을 제시한다. 팀 내에서 상시적으로 진행하는 1 on 1 미팅도 있지만 전사 서베이를 통해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표를 만듦으로써 그랩은 임직원들이 회사에서 행복하고 보상이 적절한지, 성장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하고 의견을 적극 수용하고 있다.


미국 증시 상장과 턴어라운드

2021년 12월 그랩은 또 한 번의 놀라운 소식을 전했다. 스팩(SPAC)16 합병을 통해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것이다. 미국 실리콘밸리 투자사인 알티미터캐피털이 보유한 알티미터그로스와 그랩이 합병하면서 나스닥에서 거래가 시작됐다. 상장 준비 단계에서 그랩은 스팩 상장에 관한 주주들의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랩이라는 회사와 제품이 좋고 탄탄한데 왜 일반적인 상장이 아닌 스팩 상장을 하냐는 것이었다. 김 교수는 “당시 그랩은 알티미터캐피털을 장기적인 성장을 위한 롱텀 파트너로서 보고 있다는 점을 주주들에게 강조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알티미터캐피털의 브래드 거스터너 CEO는 탄 CEO와 하버드경영대학원 동문이었다. 김 교수는 “알티미터캐피털은 합병으로 보유하게 된 그랩 지분을 3년간 팔지 못한다는 락업 조항을 걸었는데 업계 평균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긴 기간”이라며 “알티미터캐피털이 락업 조항을 통해 단기적인 수익 추구보다 장기적인 성장 동반자로서 신뢰를 보여준 점이 탄 CEO가 스팩 상장을 결정하는 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스팩 상장을 통해 빠르게 미국 증시에 발을 들인 그랩의 기업가치는 상장 직후 40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시장의 회의적인 시각과 지속적인 적자로 인해 그랩의 주가는 한때 80%나 추락했다. 이에 그랩은 2022년부터 ‘단순화(Simplify)’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비효율적인 프로세스를 제거하며 핵심 사업에 집중해나갔다. 그랩푸드와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했던 공유 주방 서비스인 그랩키친을 중단하고 그랩의 금융 부문인 그랩인베스트의 일부 서비스를 종료했다. 나아가 1000여 명의 직원을 해고하는 대규모 구조조정도 단행했다. 탄 CEO는 “고통스럽지만 필요한 조치”17 라고 언급하며 그랩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한 결단이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수익성을 개선하기 위한 각고의 노력 끝에 그랩은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그랩의 2024년 전체 매출은 전년 대비 19% 증가한 27억9700만 달러를 기록했고 조정 EBITDA18 는 전년도 기준 -2200만 달러에서 3억1300만 달러로 크게 개선됐다. 탄 CEO는 “2024년 4분기는 우리에게 가장 강력한 분기였다. 제품 및 기술 중심 전략을 지속적으로 실행해온 결과 온디맨드 GMV(총거래액)가 전년 대비 20% 성장할 수 있었다”며 “강력한 매출 성장과 더불어 각 사업 부문 전반에 걸친 비용 절감 노력이 시너지를 이루면서 플랫폼을 수익성 있게 지속적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24년에 마련한 견고한 기반을 바탕으로 그랩 생태계의 강점을 활용해 제품 전략을 계속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며 그 결과로 2025년에도 온디맨드 GMV의 성장 모멘텀을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19


DBR mini box II : Interview: 김철영 그랩 그룹 사업 개발 및 전략적 파트너십 총괄

“동남아 각국 정부 기관과 협력해 규제 문제 해결”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지난해 성공적인 턴어라운드를 기록한 그랩은 전반적으로 수요가 높은 서비스에 전략적 초점을 맞추며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금융 서비스 부문이 가장 빠르게 성장하며 그랩 생태계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DBR이 그랩의 김철영(Chuck Kim) 그룹 사업 개발 및 전략적 파트너십 총괄과의 서면 인터뷰를 통해 그랩의 성공 요인과 향후 전략을 들어봤다. 김 총괄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기술 및 인터넷 분야를 중심으로 한 크로스보더 M&A를 기획, 수행하는 등 투자은행에서 15년 이상 M&A 경험을 쌓은 후 그랩에 합류했다. 그랩 자금 조달 및 자본 시장 부문 책임자로 재직하며 총 10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성공적으로 유치한 바 있다. 다음은 김 총괄과의 일문일답.


그랩의 시장 확장에 어떤 전략이 가장 주효했나?

고객 만족에 대한 집착은 그랩의 핵심 전략이다. 한국 관점에서 동남아가 하나의 블록처럼 보일 수 있지만 각 국가마다 언어, 문화, 소비자 취향이 다르다. 그랩은 각 시장에 맞는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으며 이는 국가별로 차별화된 UI/UX 디자인에서도 잘 드러난다. 이런 전략 덕분에 그랩은 문화적 차이를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다양한 고객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었다. 그랩이 처음부터 슈퍼앱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었지만 고객의 요구와 관심에 가장 부합하는 것을 제공하기 위해 귀를 기울이면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사용자들의 다양한 요구를 해결하는 포괄적인 플랫폼으로 그랩을 포지셔닝해 사용자 유지와 참여를 이끌어내며 슈퍼앱으로 진화한 것이다. 한편 정부와의 관계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다양한 정부 기관이 차량 호출 서비스에 대한 법적 프레임워크를 개발하는 것을 지원하고 이를 준수하며 신뢰를 구축해 규제 문제를 효과적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


그랩은 최근 수익성 전환을 이뤄냈다. 턴어라운드에 기여한 핵심 요인은 무엇인가?

2024년은 수익성 측면에서 중요한 이정표가 된 해였다. 조정 EBITDA(상각전영업이익) 기준 연간 흑자를 지난해 처음으로 달성했다. 그랩은 매출 성장 확대에 주력하는 동시에 비용 관리에 집중하고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왔다. 전략적으로는 제품과 기술에 대한 투자를 통해 고객에게 다양한 가격대의 더 나은 선택지와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했다. 합리적인 가격을 원하는 사용자부터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호하는 고객까지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가격 단계화 전략(price laddering)’을 추진했다. 이런 전략과 운영 효율성 개선이 시너지를 내면서 전체 시장(TAM, Total Available Market)에 대한 침투율을 높이는 동시에 대규모 수익성 확보에도 성공할 수 있었다.


그랩은 디지털 뱅킹으로 사업을 확장하며 금융 서비스를 강화했다. 그랩의 금융 서비스를 차별화하기 위한 전략은 무엇인가?

최근 실적 기준으로 그랩의 금융 서비스 부문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분야다. 그랩은 결제, 대출 및 보험 상품을 제공하는 그랩핀(GrabFin)을 통해 그랩 생태계 내 사용자 참여를 강화하고 있다. 기사, 가맹점 파트너, 일반 소비자 등 기존 사용자들에게 금융상품을 제공해 그랩 플랫폼 내 경험을 보완하고 있으며 여기에는 대출 사업 확대도 포함된다. 올해는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에서 소비자 대상 대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MSME) 대상 신규 금융 서비스도 출시할 예정이다.

또한 그랩은 디지털 은행(digibanks)을 통해 그랩 생태계에 더 큰 가치를 더하고 있다. 전통적인 은행보다 폭넓고 접근성 높은 금융상품을 제공함으로써 사용자와 파트너 모두에게 혜택을 주고 있다. 디지털 은행 사업이 출범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현재 3개국에서 약 40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2024년 4분기 기준 고객 예금은 12억 달러에 달한다. 그랩은 그랩핀과 디지털 은행의 강점을 결합함으로써 더 많은 고객층을 효율적으로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그랩은 현재 약 800개 도시에 걸쳐 1200만 명의 기사 및 가맹점을 보유하며 매우 넓고 깊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 방대한 데이터세트를 기반으로 사용자 니즈에 맞춘 더욱 정교한 금융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 그랩이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그랩은 자율주행차 등 미래 모빌리티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자율주행 기술은 빠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동남아 교통 환경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 본격적으로 연구되진 않은 상황이다. 그랩은 동남아에서 자율주행차 전환을 가장 잘 지원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일찍이 자율주행차 개발 기업, 완성차 제조사(OEM)들과의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해왔고 동남아 전역에서 가장 높은 플랫폼 활용률을 보이고 있으며 정부 및 규제 기관과 협력해 승객과 기사의 안전을 확보해온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는 도로 인프라와 규제 문제로 인해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기까지 다른 지역에 비해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재 규제 당국과 활발히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그랩은 또한 선도적인 기술 회사 및 자동차 제조업체와의 협력 연구를 진행하며 최첨단 기술을 활용해 자율주행차가 교통 생태계를 개선하는 동시에 기사와 배달 파트너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더 깊이 연구할 계획이다. 향후 그랩의 전략적 계획은 각국의 목표에 부합하는 지속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과 정책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AI를 활용해 그랩이 어떻게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있는지 궁금하다.

그랩은 현재 운영 방식과 조직문화를 전환해 ‘AI 중심 조직(AI-first organization)’으로 나아가고 있다. AI는 그랩의 핵심 운영 요소로 개인 맞춤형 상호작용과 추천 기능을 통해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AI는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물류를 최적화함으로써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의사결정 측면에서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제공함으로써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 있다. AI를 활용하는 대표 사례로는 보안을 강화하는 AI 기반의 이상 거래 탐지 시스템과 배달 시간과 효율을 개선하는 스마트 경로 알고리즘 등이 있다. 이 밖에도 현재 그랩 엔지니어의 60% 이상이 AI 코딩 어시스턴트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랩이 현재 직면한 과제와 장기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현재 그랩이 당면한 과제는 여러 나라의 규제 문제를 해결하고 현지 및 글로벌 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에 대처하는 것이다. 장기적인 목표는 동남아의 선도적인 온디맨드 플랫폼이 되는 것이다. 이를 통해 그랩은 소규모 사업체들이 지속적으로 역량을 강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동시에 소외 계층을 위한 금융 포용성을 높이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그랩은 동남아 지역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기술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남아 시장에 덜컥 진출했다 철수한 한국 기업들이 많다. 이들에 조언한다면?

동남아에 진출할 때는 각 국가별 시장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하다. 문화적·경제적 환경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현지에 맞춘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는 뜻이다. 또한 같은 관점을 공유하는, 즉 사고방식이 맞는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성공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것은 긴 여정이기에 장기적인 성공 지표를 바탕으로 자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고 투자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각국의 다양한 수요와 선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선 첫 전략을 고수하기보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바꾸는 탄력적 대처 능력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 다른 시장에서의 성공을 그대로 복제하려 하기보다는 현지 시장의 니즈에 맞춘 하이퍼 로컬 서비스 또는 제품을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는 고객 중심의 사고를 바탕으로 실제 현장에서 정보(ground truths)를 얻고 스스로 혁신하려는 노력이 있을 때 가능하다.




DBR mini box I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국가별 니즈 맞추면서도 동남아 전체 시장 시너지 창출


고영경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youngkyung.ko@gmail.com


1. 지역화-현지화 하이브리드 전략

그랩이 글로벌 유니콘 우버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이었다. 우버가 글로벌 표준을 고집한 반면 그랩은 동남아 각 국가의 특성과 소비자 니즈에 맞춘 서비스를 제공했다. 이런 철저한 현지화 전략은 스페인 IESE 경영대학원 교수인 판카지 게마왓 교수가 제시한 ‘CAGE 거리 프레임워크’와 일맥상통한다. 게마왓 교수는 문화적(Cultural), 행정적(Administrative), 지리적(Geographic), 경제적(Economic) 차이가 국제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는데i 그랩은 이런 차이를 깊이 이해하고 각 시장의 특성에 맞게 서비스를 개선했다. (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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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랩의 주목할 만한 또 다른 전략은 창업 초기부터 동남아 지역 전체를 겨냥한 확장, 즉 지역화(Regionalization) 전략을 수립했다는 점이다. 그랩은 창업 후 불과 1년 만에 말레이시아를 넘어 필리핀(2013년 8월), 싱가포르와 태국(2013년 10월)으로 진출했으며 이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으로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했다. 이는 창업과 동시에 글로벌(Born Global)을 지향하는 전략으로 국내 시장에서 충분히 성과를 낸 후에야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전통적인 접근법과는 차별화된다. 그랩은 동남아가 분산되고 균일하지 않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같은 문제, 같은 솔루션’이라는 철학에 기반해 동남아 지역 전체를 하나의 통합된 시장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했다. 각 국가별로 상이한 규제 환경과 소비자 니즈에 맞춰 서비스를 현지화하면서도 핵심 가치 제안과 기술 인프라는 모두 공유함으로써 규모의 경제를 달성했다. 하버드경영대학원 출신 앤서니 탄 CEO의 광범위한 네트워크와 현지 시장에 대한 통찰력은 이런 지역화 전략의 핵심 자산이었다.

이처럼 신흥 시장에서의 성공은 글로벌 통합과 현지 적응의 적절한 균형에 달려 있다. 특히 제도적 공백(Institutional Voids)이 존재하는 시장에서는 현지화된 접근이 중요한데 그랩은 동남아 통합과 현지화의 균형을 효과적으로 이뤄냈다.ii 진출국의 독특한 특성을 고려하면서도 동남아 지역 전체에 걸친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그랩이 한국 기업들에 주는 시사점은 전략적 시야를 단일 국가에서 지역 전체로 확장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랩은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후 해외로 진출하는 단계적인 접근법에서 벗어나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진취적인 전략의 성공 사례를 보여줬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처럼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다진 후 해외로 눈을 돌리는 방식은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기회비용이 클 수 있다. 처음부터 목표 지역 전체를 통합적으로 바라보고 진출 계획을 수립하되 각 국가의 특성을 고려해 시너지를 창출할 현지화 전략을 병행하는 지역화-현지화 하이브리드 전략을 고려해봄 직하다. 특히 당면한 과제와 기회가 유사한 신흥 시장(아세안, 중남미, 아프리카 등)을 목표로 할 때 이런 전략은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2. 현장 중심 리더십과 경영

1960년대 초 HP 임원인 존 도일은 ‘돌아다니는 경영(Management by Wandering Around, MBWA)’을 제시했다. 1961년 HP 공동 창립자인 빌 휴렛과 데이비드 패커드가 영국에 있는 제조 시설을 방문했을 때 두 사람이 현장을 돌아다니며 직원과 대화를 나누고 그들이 무슨 일을 하는지 물어보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도일에 따르면 이런 대화는 직원에 대한 빌과 데이브의 관심을 보여줬고 창립자들을 ‘평범한 사람들’이나 동료처럼 느끼게 만들어 직원의 동기를 높일 수 있었다. 몇 년 후 도일은 한 고위 리더십 회의에서 ‘수치에만 집착하는 MBA 출신 직원’이 미묘하고 측정하기 어려운 중요한 교훈을 놓치고 회사가 점점 생기를 잃어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면서 빌과 데이브의 방식을 예로 들며 “수치를 중시하는 관점보다는 돌아다니며 소통하고 행동하는 경영이 더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주장은 큰 반향을 일으켰고 MBWA은 HP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i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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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P와 그랩은 닮은 구석이 많다. 특히 창업자의 ‘현장 지능(Field Intelligence)’, 즉 현장에 직접 뛰어들어 시장 역학을 체감하는 능력 면에서 더욱 그렇다. 가족 회사 경영에 참여하며 공장에서 일해본 경험이 있는 탄 CEO는 그랩을 운영하면서도 현장 중심 경영을 이어갔다. 새벽 4시, 택시 기사들의 교대 시간에 맞춰 현장을 방문하고 고객센터에서 직접 전화를 받고 승객을 태운 그랩 차량을 운전해보며 책상에서 벗어나 고객, 파트너와의 접점으로 나아갔다. 이런 현장 중심 경영은 그랩의 경영 철학을 담은 ‘Grab Way’에도 명시돼 있다. 그랩은 핵심 원칙인 4H 중 하나로 ‘Hunger’를 제시하며 모든 임직원이 현장에서 배울 것을 강조한다.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은 현장에서 나온다”며 “데이터를 넘어 직접 가서 보고 듣고 느끼며 문제를 파악하고 이해관계자들과 소통해야 진짜 문제를 이해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익숙하지 않은 해외시장 진출을 노릴수록 그랩과 같은 현장 중심 접근이 더욱 중요하다. “국내에서 통했으니 해외에서도 통할 것”이라는 가정은 위험하다. 해외 진출에 있어 효과적인 접근법은 최소 6개월 이상 집중적인 현지 조사를 통해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현지 고객의 페인포인트를 발굴하는 것이다. 그랩이 동남아 현지 택시 서비스의 위험성과 비효율성이라는 명확한 페인포인트를 정의하고 현장으로 들어가 제품을 고도화한 것처럼 말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중요한 건 리더십과 본사의 인내심이다. 본사가 단기 성과에 집착하기보다 로컬라이제이션 팀에 충분한 시간과 자원을 제공할 때 현장 중심 경영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3. 소셜 임팩트를 전략적 무기로

그랩은 초기부터 소셜 임팩트를 중요한 가치로 삼았다. 창업자들은 동남아의 사회문제 해결을 창업 정신으로 강조하며 택시 기사, 음식점, 소상공인 등 그랩 파트너들의 소득 증가와 디지털화를 지원했다. 이런 접근은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을 넘어 장기적인 비즈니스 전략의 일환이었다고 볼 수 있다. 보스턴대와 뉴욕시립대의 연구에 따르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도움을 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의 구매 결정과 충성심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 비즈니스에서는 사용자들이 경쟁 앱이나 신규 앱으로 쉽게 전환할 수 있어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 사용자를 유지하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iv  실제로 닐슨 조사에 따르면 동남아에서도 소비자의 80%가 지속가능한 상품에 기꺼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용의가 있다고 밝힌 것으로 나타났다.v

그랩은 플랫폼, 파트너, 사용자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및 환경까지 고려하는 ‘윈-윈-윈(win-win-win)’ 솔루션을 추구하며 포용적인 가치 창출 모델을 구축했다. 이는 비즈니스 성장과 동시에 파트너들의 경제적 기회 확대, 금융 접근성 향상, 지속가능한 환경 등 다차원적인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전략이었다. 그랩은 창출한 소셜 임팩트를 수치화해 대외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100만여 명의 파트너 기사와 50만 개의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MSMEs)을 플랫폼에 참여시켰으며 장애인과 저소득층 여성들에게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 점을 강조했다. 신흥 시장에서 창출하는 소셜 임팩트는 단순한 사회공헌 활동(CSR)의 일환이 아닌 비즈니스 차별화 전략으로 기능한다. 특히 규제 환경이 불확실한 시장에서는 경제적 기여도와 소셜 임팩트를 수치화해 정부 및 규제 기관과의 대화에 활용하는 것이 유용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경제적 역량 강화, 삶의 질 향상,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한 선순환 구조 구축을 ‘임팩트 플라이휠’이라 명명하며 소셜 임팩트를 홍보한 그랩의 행보는 영민한 전략이었다고 볼 수 있다.

한국 기업들 역시 해외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이윤 추구를 넘어 현지 사회에 기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책임은 소비자 충성도와 긍정적 구전에 영향을 미치며 특히 규제 리스크가 높고 경쟁이 치열한 신흥 시장에서 차별화된 입지를 다지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이미 한국에도 SK그룹이 추구하는 ‘더블 보텀 라인(Double Bottom Line)’vi 이나 신한금융그룹의 ‘제로 카본 드라이브(Zero Carbon Drive)’vii 와 같은 사회적 가치 창출 모델이 있다. 이런 이니셔티브를 해외 진출 시에도 현지 상황에 맞춰 적용하고 그랩의 ‘임팩트 플라이휠’이나 ‘윈-윈-윈’처럼 한눈에 들어오는 브랜딩을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면 해외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와 신뢰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웅진코웨이가 식수와 수도 시설이 부족한 말레이시아 지역에서의 사회공헌 활동을 힙한 마라톤 대회로 탈바꿈함으로써 지역 축제로 자리매김한 ‘코웨이 런(Coway Run)’ 등 지역사회에 효과적으로 홍보할 수 있는 이벤트를 마련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4. 기업 가치 높이는 강력한 내러티브

주목할 만한 그랩의 또 다른 성공 요인 중 하나는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한 강력한 내러티브 구축 역량이다. 그랩이 한국의 유니콘 기업들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던 이유는 단순히 사용자 규모에 있지 않다. 그랩의 슈퍼앱 전략과 동남아의 성장 잠재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에 있었다. 애스워드 다모다란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 교수는 기업가치란 단순한 숫자만으로 결정되지 않으며 투자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강력한 내러티브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그랩은 이 원칙을 잘 실행한 좋은 예다. ‘동남아의 위챗’을 지향한다는 슈퍼앱 비전, 6억5000만여 명의 인구를 가진 동남아 시장의 ‘넥스트 차이나’ 이야기,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된 우버와의 경쟁의 역사 등은 투자자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층적인 내러티브를 구축했다.

그 결과 실제로 그랩은 2021년 스팩 합병을 통한 미국 증시 상장 과정에서 400억 달러라는 높은 기업가치를 평가받았다. 설득력 있는 내러티브와 이를 뒷받침하는 실적 데이터의 결합이 기업가치 평가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준다. 그랩의 성공은 “숫자만으로는 스토리를 만들 수 없고, 스토리만으로는 가치를 창출할 수 없다”는 다모다란 교수의 지적을 뒷받침하는 좋은 예다. 그랩의 내러티브는 사업의 성장 단계와 시장 환경 변화에 맞춰 진화했다. 초기에는 택시 서비스의 안전성과 편리함을 강조했다면 그다음에는 슈퍼앱으로의 확장, 최근에는 수익성 전환과 지속가능한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기업 역시 해외시장 진출 시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의 우수성을 넘어 글로벌 투자자들이 공감할 만한 확장성 있는 내러티브를 구축하는 데 주력할 필요가 있다. 그랩이 ‘동남아의 위챗’, 쿠팡이 ‘한국의 아마존’이라는 내러티브로 미국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던 것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호응을 얻기 위해서는 현지 투자자들에게 친숙하면서도 차별화된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중요하다. 단 성과 지표와 수익 로드맵이 빠진 내러티브는 오래가지 못한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큰 그림의 비전과 이를 뒷받침하는 실질적인 성과 지표를 균형 있게 제시하는 역량이 필수적이다. 성장 단계에 따라 내러티브를 유연하게 진화시키되 늘 데이터와 실적을 동반해 시장의 신뢰를 구축해야 한다.

  • 최호진hojin@donga.com

    동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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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영경youngkyung.ko@gmail.com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

    고영경 교수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지역학협동과정에서 동남아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고려대 경영학과에서 재무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현재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디지털통상 연구교수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 툰쿠 압둘 라흐만대와 유니타 인터내셔널대 경영학과 조교수를 역임한 아세안 경제·비즈니스 전문가다. 기업의 역사를 통해 성장 전략과 경영 인사이트를 연구하고 전달하는 기업 스토리텔러로도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는 『아세안 슈퍼앱 전쟁』 『미래의 성장 시장 아세안』 『7UPs in Asia』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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