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kinsey Quarterly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3년 4월 호에 실린 와튼스쿨 경영학 교수 애덤 그랜트(Adam Grant)의 글 ‘In the Company of Givers and Takers’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 2013 Harvard Business School Publishing Corp
조직 구성원들은 주는 사람(giver)처럼 굴어야 할지, 받는 사람(taker)처럼 굴어야 할지 매일 결정을 내린다. 주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아무 대가도 얻지 못한 채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게 된다. 동료들에게 도움을 제공하거나, 지식을 공유하거나, 가치 있는 무언가를 소개할 수도 있다. 받는 사람처럼 굴면 자기자신의 전문지식과 시간은 철저하게 보호하되 자신의 목적 달성을 위해 상대의 도움을 받으려고 노력하게 된다.
조직의 입장에서는 주는 행동을 장려하는 것이 좋다. 다른 사람들의 목표 달성을 돕고자 하는 의지는 효과적인 협력, 혁신, 품질 개선, 우수한 서비스의 근간이 된다. 이런 행동이 보편화된 직장에서는 주는 행위에 내재된 장점이 단기간 내에 급격하게 확산된다. 애리조나대(University of Arizona) 네이선 팟사코프(Nathan Podsakoff) 교수가 실시한 기념비적인 메타 분석을 생각해 보자. 팟사코프가 지휘하는 연구팀은 수많은 산업에서 활동하는 3500개 이상의 사업부에서 관찰된 조직 행동을 대상으로 38건의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이를 통해 동료들에게 무언가를 주는 직원들의 행동과 바람직한 비즈니스 결과 사이에 놀라울 정도로 높은 상관관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동료에게 무언가를 주는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할수록 사업부의 수익성, 생산성, 효율성, 고객 만족도가 높아졌으며 반대로 비용과 이직률은 줄어들었다. 주는 사람의 입장에 서서 행동하는 직원들은 효율적인 문제 해결과 조화를 장려하며 고객, 공급자, 최우수 인재의 마음을 사로잡는 응집력 있고 협력적인 문화를 구축한다.
리더들은 너그러운 행동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며 직원들에게 좀 더 너그럽게 행동할 것을 촉구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는 것의 타당성과 관련해 직원들에게 주어지는 메시지는 복합적이다. 코넬대(Cornell University) 경제학 교수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의 설명처럼 수많은 직원들이 제로섬처럼 느껴지는 조직 보상 체계의 영향을 받는다. 승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한 사람만 높은 자리로 올라갈 뿐 나머지는 뒤처진다. 강제적으로 직원들의 순위를 매기는 성과 평가 방식을 생각해 보면 한 사람이 5점을 받을 때마다 또 다른 누군가는 1점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보너스를 얻기 위한 경쟁 역시 마찬가지다. 최우수 인재에게 많은 돈이 돌아갈수록 나머지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돈이 줄어든다. 이런 상황으로 인해 직원들은 서로 반목하고 동료들의 노력을 지지하기보다 방해한다. 살벌한 채점 방식을 활용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개개인의 책임을 엄격하게 나누고 개인의 성과에 주목하면 다른 사람의 일에 관심을 갖지 않고 오직 자신의 일에만 신경 쓰는 분위기가 뿌리내릴 수 있다.
성공 모델을 찾기 위해 조직을 이리저리 둘러보는 직원들은 너그러움을 경계해야 할 또 다른 이유를 발견하게 된다.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교수 프랭크 플린(Frank Flynn)은 연구를 통해 이런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한 회사의 엔지니어들이 호의를 주고받는 모습을 관찰하던 플린은 주는 사람(다른 사람들로부터 무언가를 받기보다 다른 사람들의 부탁을 들어주는 경우가 훨씬 많은 직원)의 생산성이 가장 낮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 역시 영업사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를 통해 비슷한 사실을 발견했다. 즉 매출 수준이 가장 저조한 직원들이 동료들을 돕는 데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둘 중 어떤 결과도 그리 간단하지 않았다.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는 엔지니어들을 분석하던 플린은 이들 역시 동료로부터 무언가를 얻는 것보다 주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동료들이 성공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면서도 수많은 일을 훌륭하게 해냈다. 필자 역시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는 영업사원들을 집중 분석한 결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하는 이들의 욕구가 남달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면서도 높은 성과를 내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을 돕는 데 별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 동료들에 비해 평균 50% 정도 많은 연 매출을 올렸다. 두 사례를 통해 너그러움이 일부 직원들의 성과를 떨어뜨리는 반면 또 다른 직원들의 성과를 개선시킨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연구 결과는 관리자들에게 까다로운 도전과제를 제시한다. 관리자들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거나 공정성을 저해하지 않으면서도 너그러움을 장려할 수 있을까? 이미 너그럽게 굴고 있는 직원들이 동료들을 돕는 데 지나치게 많은 관심을 쏟는 반면 이기적인 직원들은 마치 도움을 받을 자격이라도 갖고 있는 것처럼 구는 상황을 만들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간단하게 말해서 선량한 사람들이 치욕적인 대접을 받지 않도록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조직 내에서 주로 받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해결방안에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 예컨대, 받기만 하는 사람들이 협력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동료의 타당한 요구를 거절하는 사람들에게 불이익을 줄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필자는 연구를 통해 주는 사람들이 상대에게 호의를 베풀 때 좀 더 생산적으로 굴도록 만드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직원들이 어떤 것이 너그러움이고 어떤 것은 그렇지 않은지 미묘한 차이를 좀 더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주는 사람들이 너그러움에 수반되는 3개의 속성(소심함, 이용 가능성, 감정이입)과 너그러움을 구분하는 방법을 배워야 조직 내에서 좀 더 높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대리인 역할을 통해 소심함을 극복하라
먼저 소심함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소심함이 반드시 너그러움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주는 사람들이 소심하게 구는 경우가 많다. 소심함은 흔히 받는 사람을 연상시키는 적극적인 태도와는 정반대다. 받는 사람들은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으며 주저 없이 원하는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주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에게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행동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것을 쉽사리 주장하지 못한다. 관리자들은 조직 내에서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2개의 개념을 분리시키고 너그러움을 잃지 않으면서도 얼마든지 활용 가능한 자기 주장 기술을 익히도록 도움을 줄 수 있다.
동남아에서 뉴욕으로 근무지를 옮기고자 했던 경영 컨설턴트 에리카를 통해 너그러움과 적극성을 솜씨 좋게 함께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에리카는 언제나 무언가를 주는 사람이었다. 과거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그렇다. 에리카는 늘 인기 없는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관리자를 돕기 위해 휴가를 반납하며,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개인 시간을 희생하고, 동료들이 가망 없다고 생각하는 애널리스트들에게 조언을 한다.
오랜 기간 해외에 거주한 에리카는 미국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었다. 에리카가 희망하는 근무지는 뉴욕이었다. 가족이 뉴욕 근처에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리카는 아시아 사무소에서 일할 컨설턴트는 부족하지만 뉴욕 사무소에는 컨설턴트가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주는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 에리카 역시 고용주에게 자신의 의견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싶지 않았으며 자신의 이해관계를 우선시하는 것이 불편하게 느껴졌다.
당시 에리카는 필자가 가르치는 협상 수업을 듣고 있었다. 필자는 에리카가 결의를 다질 수 있도록 오직 자신의 입장만을 옹호하기보다 자신의 뉴욕행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될지 고려해볼 것을 제안했다. 에리카는 자신이 고향과 가까운 곳으로 옮겨가면 가족들이 얼마나 기뻐할지 떠올렸다. 가족들의 반응에 생각이 미친 에리카는 불현듯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에리카는 자신의 이익에 대해 관리자와 대화하기 시작했고 결국 뉴욕으로 옮길 수 있었다.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교수 해나 라일리 볼스(Hannah Riley Bowles)가 진행한 흥미로운 연구에도 소심함을 이겨낸 에리카의 사례가 잘 묘사돼 있다. 볼스와 동료들은 약 200명에 달하는 고위급 경영자들에게 짝을 지어 앉아 임금 협상 역할놀이를 진행할 것을 요청했다. 연구진은 1명에게는 상사의 역할을, 다른 1명에게는 승진을 앞두고 있는 직원 역할을 맡겼다. 연구진은 성별에 따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유심히 살폈고 관찰을 통해 성별에 따른 차이를 찾아냈다. 남성 ‘직원’들은 평균 14만6000달러의 연봉을 받아낸 반면 여성들은 평균 14만1000달러(남성들에 비해 3% 적은 금액)의 연봉을 받기로 협상하는 데 그쳤다. 여성들은 남성들처럼 강하게 협상을 밀어붙이지 않았다. 대신 이들은 주는 사람의 역할 쪽으로 기우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여성들로 이뤄진 또 다른 그룹은 평균 16만7000달러의 연봉을 받아냈다. 남성 평균보다 14%나 많은 금액이었다. 이들에게 어떤 차이점이 있었던 것일까? 연구진은 실험을 진행할 때 이들에게 직원 역할이 아니라 직원들을 위한 멘토 역할을 주문했다. 사실 이들 역시 첫 번째 그룹의 여성들과 동일하게 받기보다는 주는 쪽으로 치우치는 성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직원을 대신해 연봉 협상을 하는 역할 때문에 이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쉽게 물러서지 않고 끈질기게 협상을 했다. 다른 사람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리인(agent) 역할을 맡게 되자 강인하고 끈기 있는 협상 태도가 주는 사람이라는 자아상과 완벽하게 맞아떨어졌던 것이다. 멘토 역할을 하는 각 여성들은 협상 테이블에서 자신에게 중요한 의미가 있는 멘티를 위해 자신의 책임을 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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