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인재 모인 하버드 의대가 외부 아이디어 찾아나선 이유

130호 (2013년 6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슬론 매니지먼트 리뷰(SMR)> 2013년 봄 호에 실린 하버드 의대 방사선 종양학 부교수 에바 귀난(Eva Guinan), 런던비즈니스스쿨 조교수 케빈 J. 부드로(Kevin J. Boudreau), 하버드 경영대학원 경영학 부교수 카림 R. 라카니(Karim R. Lakhani)의 글 ‘Experiments in Open Innovation at Harvard Medical School’을 번역한 것입니다.

 

 

하버드 의과대학(Harvard Medical School)은 혁신 과정을 개방할 것처럼 보이지 않는 조직이었다.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하버드 의과대학에 소속된 2만 명이 넘는 교수진과 연구진, 대학원생들은 이미 세계 최상급이며 하버드 의과대학은 의학 연구 분야에서도 이미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U.S.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으로부터 연간 약 14억 달러의 자금을 지원받을 정도다.

 

하지만 2010 2, 드루 파우스트(Drew Faust) 하버드대 총장은 하버드대의 모든 교수진, 연구진, 학생 등 4만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e메일을 발송했다. 1형 당뇨병(Type 1 diabetes)과 관련된 연구 주제를 찾아내기 위해 하버드 의과대학이 주최하는아이디어 경연대회(ideas challenge)’에 참여할 것을 권고하는 e메일이었다. 결국 25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아이디어 경연대회 정보를 공유했으며 총 150개의 연구 아이디어와 가설이 등장했다. 하버드 의과대학은 150개의 아이디어 중 뛰어난 아이디어 12개를 추려낸 후 다양한 부문에서 활동하는 연구진을 모아 연구팀을 꾸렸으며 12개의 아이디어에 대한 연구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아이디어 생성 과정을 개방하고 연구 과정을 구성하는 각 단계를 세분화한 목적은 참여자의 숫자와 범위를 늘리는 것이었다. 현재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연구원으로 구성된 7개 팀이 혁신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큰 아이디어에 노력을 쏟고 있다.

 

필자들은 본 논문에서 하버드 캐털리스트(Harvard Catalyst) 지도부가 개방성과 분산을 강조하는 방식의 혁신(open and distributed innovation)을 추진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실험실에서 연구된 치료법이 환자의 병상으로 좀 더 신속하게 이동하도록 만들고 하버드 의과대학 내의 여러 폐쇄적인 하위 조직들이 이를 위해 협력하도록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필자들은 이 실험을 직접 고안하고 설계한 당사자로서 대규모 엘리트 조직이혁신 과정을 혁신하기 위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직접 경험한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하버드 캐털리스트(Harvard Catalyst)의 실험

하버드 의과대학 산하의 범대학 임상 중개 과학 센터(pan-university clinical translational science center)인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최근 민간 및 정부 부문에서 점차 확산되고 있는개방형 혁신을 전통적인 학계에도 적용 가능할지 확인하고자 했다. 내부인들 가운데 매우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이 많았다. 개방형 실험을 진행하면 최고의 기량을 갖고 있는 뛰어난 연구진(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컸다. 또한 공개적으로 아이디어를 구한다고 해서 연구에 관한 혁신적인 질문을 찾아낼 수 있다는 보장도 없었다.

 

하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 지도부는 개방형 혁신이 효과적인 수단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하버드 의과대학 곳곳에서 활동 중인 공동 연구자들에게 좀 더 신속하게 자원을 할당하는 등 인프라를 공유할 책임도 맡고 있었다. 이는 결코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하버드 의과대학은 방대하고 복잡한 기관이었다.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의료센터의 수가 무려 17개에 달했으며 각 의료센터가 진행한 연구 프로젝트 결과는 대개 개별 센터 내에 보관돼 있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진행한 개방형 혁신 실험의 목표는 비단 까다로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참신한 해결방안을 찾는 것뿐만이 아니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연구 질문을 구체화하는 데서부터 연구 제안을 평가하고 오랫동안 지속된 문제에 새로운 아이디어와 접근방법을 적용하는 데 도움이 되는 과학적 실험을 장려하는 데 이르기까지 과학 연구 과정의 모든 측면을 체계적으로 개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확인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전통적인 연구 과정과의 통합을 추진하는 한편 개방형 혁신을 추구했다.

 

개방형 혁신의 지도 원칙

지난 몇 년 동안 개방형 혁신 분야에서 진행된 연구를 통해 다수의 참가자들이 갖고 있는 집단적인 에너지와 창의성을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경제 원칙 및 혁신 관행을 어떤 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졌다. 이를 위해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 오픈 앱 플랫폼, 우승자에게 상금을 수여하는 방식의 경연대회, 크라우드소싱, 크라우드펀딩, 공유 재산과 정보저장고에 대해 널리 분포돼 있는 기여(distributed contributions to shared goods and repositories), 정보 보관소 등 다양한 형태를 활용할 수 있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 시스템의 핵심은 수많은 관계자들의 접근을 허용하는 것이다.1

 

민간 및 정부 부문2 에서 개방형 혁신은 참신한 접근방법3 을 필요로 할 가능성이 큰 비정례적(non-routine)이거나 비전형적인(non-paradigmatic) 문제를 해결하는 데 특히 커다란 도움이 돼 왔다. (낮은 비용을 투입해 좀 더 정례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일라이 릴리(Eli Lilly), P&G, 디즈니(Disney), 미 항공우주국(NASA) 등 다양한 조직들이 조직 경계 밖에 있는 개인과 팀의 지식 및 전문성을 활용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성공적으로 도입했다.

 

하버드가 미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자금을 지원받는 60개의 임상 중개 과학 센터 중 하나로 뽑히기 위해 지원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개방형 혁신에 대한 하버드 의과대학의 관심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하버드의 주된 동기는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계속해서 미 국립보건원으로부터 임상 실험 자금을 지원받는 것이었다. 하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의 수석 연구원 리 네이들러(Lee Nadler) 박사와 경영진은 국립보건원이 제시한 원대한 목표를 적극 수용했다. 국립보건원이 제시한 목표는 인간의 건강과 관련된 연구 부문에서 위험도가 높고 영향력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종 기관 및 다양한 현장에서 다양한 부문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연구자를 한데 모으는 것이었다.

 

2008 5,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국립보건원으로부터 5년간 11750만 달러를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으며 하버드대, 하버드 의과대학, 하버드 의과대학과 연계된 학계 의료 센터로부터 7500만 달러를 지원받았다. 연구원을 교육해 훈련시키고 반드시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며 과학 부문에서 등장한 관련 있는 제안에 새로운 자금 지원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용도로 이 자금을 사용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었다. 하지만 실험실에서 환자의 침상으로(혹은 반대 방향으로) 연구 내용을 좀 더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얼마나 다양한 하버드 커뮤니티 구성원들을, 얼마나 깊숙이 참여시켜야 할지는 명시돼 있지 않았다. 방대한 규모의 과학 기반 엘리트 연구 조직 내에서 목표 달성을 위해 개방형 혁신의 개념을 적용할 수 있을까?

 

개방형 과학에 개방형 혁신 적용하기

민간 부문의 R&D 활동과는 반대로 학계 과학 연구의 중요한 특징은 개방성이다.4  학계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은 다른 동료 과학자들의 평가를 받는 저명한 저널에 논문을 발표해 명성을 쌓는다. 같은 분야의 전문가들이 저널에 발표된 논문을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은 상대적으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논문은 제외시키되 타당하고 중요한 과학 이론과 근거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다. 연구비 지원 여부를 결정할 때는 과거의 연구 실적, 활동 중인 분야 내에서 각 연구자가 쌓은 신뢰도, 제안된 연구의 잠재적인 효과 및 실행 가능성이 판단의 근거가 된다. 최고 수준의 과학 저널에 실리는 논문은 전체 논문 중 10%도 채 되지 않으며 연구 제안서 가운데 연구비를 지원 받는 건 10∼20%도 채 안 될 정도로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5

 

학계의 과학 연구 과정은 상업 부문에서 진행되는 대부분의 연구에 비해 좀 더 개방적인 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혁신 시스템의 논리 자체는 여전히 폐쇄적이다. 다시 말해서 소수의 사람들이 혁신을 위한 노력의 방향을 결정하고 혁신을 실행할 책임을 맡고 있다.과학 연구팀 내에서 활동할 구성원을 모으고 팀을 이끌어나가는 사람은 대개 책임 연구원이다. 팀의 구성원이 결정되고 나면 과학팀은 먼저 어떤 가설을 탐구할지 결정한다. 책임 연구원과 공동 연구원들의 훈련 수준, 교육 수준, 전문성에 따라 연구 질문과 가설이 결정된다. 전문가 회의를 토대로 동료 과학자들이 정한 우선순위와 연구비 지원 요청 상황도 연구의 방향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 다음, 동료 과학자들로 구성된 검토 패널은 각 제안이 연구비를 제공하는 개인 혹은 조직의 요구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며 연구비를 지원받기에 적절한지 평가한다. 연구팀은 실제로 실험을 진행해 우수하고 의미 있는 결과를 찾아낼 경우 또다시 동료 검토를 요청한다. 동료 검토를 통해 연구의 우수성이 입증되면 실험 결과를 공개적으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계가 진행하는 과학 연구의 결과물은 개방적이지만 연구에 투입되는 요소와 연구 과정은 폐쇄적이며 연구에 참여하는 대상이 주로 특정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전문가로 제한된다.이로 인해 연구팀이 연구 과정 내의 모든 단계를 수행하는 완전 통합 혁신 시스템이 탄생한다. (그림 1)

 

 

노출 범위를 확대하려면 단순히 장애물(법적 장애물, 정보 관련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투자(마케팅, 메시지 전달 등)를 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문제로 외부인이 새롭게 노출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들 수 있다. 이런 류의 비용을 낮추려면 좀 더 규모가 작고 간단히 해결 가능한 문제를 명확하게 명시하고 수많은 관계자와의 상호 작용을 장려하기 위해 인프라와 플랫폼을 지원해야 한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개방형 혁신이 제1형 당뇨병에 관한 연구 과정의 매 단계에 얼마나 도움이 될지 파악하고자 했다. 아이디어 생성 단계에서부터 아이디어 평가 및 자금을 지원할 아이디어 선별, 다양한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을 상대로 연구팀 참여를 고려하도록 권고하는 단계에 이르기까지 개방형 혁신이 모든 단계에 미치는 영향을 확인할 계획이었다.

 

 

 

 

 

연구 질문 생성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연구 질문 생성 과정처럼 혁신 시스템을 구성하는 초기 단계를 개방하는 데서부터 출발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이 과정에서 현재 하버드 의과대학에서 연구 담당 학장을 지내고 있으며 일라이 릴리(일찌감치 개방형 혁신을 수용한 기업)의 연구 부사장을 지낸 경력이 있는 윌리엄 친(William Chin) 박사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다. 앨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은 연구를 진행할 때 이 부분이 얼마나 중요한지 이미 강조한 바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보다 문제를 구체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한 경우가 훨씬 많다. 사실 해결책은 단순한 수학 능력이나 실험 능력의 문제다. 새로운 질문과 새로운 가능성을 제기하고 오래된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려면 창의적인 상상력이 필요하며 그 과정에서 과학이 진정으로 발전하게 된다.”6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까다로운 연구 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사람을 찾아내는 데 주목하지 않았다. 대신 학문적 연구의 방향을 결정하기 위해 상금이 걸린 경연대회의 형태로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하고자 했다.이런 방법은 관련이 있을 수도 있지만 현재 검토되지 않고 있는 질문, 혹은 제1형 당뇨병 연구 커뮤니티가 대체로 외면하고 있는 질문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이노센티브(InnoCentive)의 온라인 경연대회 플랫폼을 활용해 아이디어 생성 과정에 돌입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와 이노센티브는 경기부양법(American Recovery and Reinvestment Act)을 근거로 국립보건원이 지원한 연구비를 활용해1형 당뇨병 치료와 관련해 우리가 모르는 것이 무엇인가요?’라는 제목의 경연대회를 널리 홍보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2010년에 총 6주에 걸쳐 경연대회를 진행하며 하버드 커뮤니티와 이노센티브 커뮤니티, <네이처(Nature)>지를 통해 경연대회를 광고했다. 경연대회 참가자들은 제1형 당뇨병에 관한 지식을 새롭고 장래성 있는 방향으로 한 단계 발전시키기 위해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 및(혹은) 가설을 제시해야만 했다.

 

참가자들에게 아이디어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재원을 조달할 방법이나 실행과 관련된 세부적인 정보를 요구하지 않았으며 해결 방안을 제시할 것을 요청하지도 않았다. 다만 추가적인 탐구와 연구를 필요로 하는 문제나 영역을 정의할 것을 요구했을 뿐이다.참가자들은 분자 차원의 원인, 발견과 진단, 새로운 치료법과 최적화된 치료법, 환자 유지와 치료 등 제1형 당뇨병 연구와 관련이 있는 모든 분야의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었다. 참가자들은 이노센티브의 가상 문제 해결방(virtual solving rooms)을 활용해 팀이나 개인 단위로 경연대회에 참여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3만 달러의 상금을 제안했다. 경연대회 참가자들에게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지적재산권을 독점적으로 행사할 수 있도록 완전히 권한을 넘길 것을 요구하지도 않았다. 대신,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별도의 로열티 없이 경연대회에 제출된 아이디어에 대한 영구적인 비독점 라이선스를 가졌다. 또한,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실험 진행을 위해 경연대회에서 확보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연구비 조달을 위한 제안서를 작성할 수 있는 권한도 가졌다.

 

779명이 이노센티브 웹사이트에서 해당 링크를 열었으며 163명이 195개의 해결방안을 제안했다. 중복적이며 불완전한 제안을 걸러내자 150개의 방안이 남았다. 면역학, 영양, 줄기 세포/조직 공학, 생물학적 메커니즘, 예방, 환자 자가 관리를 비롯한 다양한 치료 영역과 관련된 방안이 포함돼 있었다.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 위치한 17개 국의 연구자들이 경연대회에 참여했다. 전체 해결방안 중 약 3분의 2는 미국에서 제안된 것이었다. 하버드 교수진, 학생, 연구진이 제안한 것이 41%, 하버드 의과대학과 관련 있는 사람들이 제안한 것이 52%에 달했다. 응답자의 연령은 18∼69, 평균 나이는 41세였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애초에 기대했던 것처럼 아이디어를 공개 모집한 덕에 다양한 배경을 지닌 사람들이 경연대회에 참여했다. 참가자 중 상당수는 당뇨병 외의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1형 당뇨병 연구 문제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9%에 불과했다. 47%의 응답자는 사전 지식을 갖고 있다고 답했으며 약 42%는 해당 분야와 문제를 처음 접한 사람들이었다.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미국인은 전체 인구의 0.1%에 불과했지만 경연대회 참가자 중 약 46%가 본인이 제1형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제1형 당뇨병을 앓는 가족이나 친구가 있다고 답했다. 참가자들은 경연대회에 제출할 질문을 구체화하기 위해 평균 27시간을 투자했다.

 

필자들은 경연대회 참가자들이 제안한 아이디어가 기존의 의학 지식과 어떻게 연계되는지 파악하고 경연대회가 참신한 연구 질문 생성에 기여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분석했다. 미국에서 발표되는 모든 의학 논문과 생명 과학 논문은 국립의학도서관(National Library of Medicine)에 보관된다. 또한 의학주제명표목(Medical Subject Headings·MeSH)을 정하는 전문 사서가 독립적인 과정을 통해 각 논문에 지식 카테고리를 할당한다. 연구자들이 800만 개가 넘는 논문이 저장된 데이터베이스에서 정확하고 신속하게 원하는 지식을 찾아낼 수 있는 것도 모두 의학주제명표목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용 중인 의학주제명표목의 수는 25000개가 넘고 국립의학도서관에 있는 각 논문에는 10∼15개의 의학주제명표목이 할당돼 있다. 필자들은 의학 전문 사서에게 표준화된 의학주제명표목 카테고리를 활용해 150개의 제안에 들어 있는 콘텐츠가 어떤 지식 카테고리에 포함되는지 확인해 줄 것을 요청했다. 그 결과, 150개의 제안 안에 총 732개의 지식 카테고리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필자들이 확보한 150개의 제안과 관련된 의학주제명표목 카테고리와 국립의학도서관에서 무작위로 골라낸 제1형 당뇨병에 대한 150개 논문의 의학주제명표목 카테고리가 겹치는지 확인했다. 1000회에 걸쳐 비교 작업을 했으며 비교 작업을 할 때마다 국립의학도서관에 보관된 자료 중 150개를 무작위로 새롭게 추출했다. 이 과정을 통해 평균적으로 총 1452개의 의학주제명표목 중 208개가 겹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와 동시에 국립의학도서관에서 제1형 당뇨병 관련 논문을 150개씩 두 세트 추출해 한 쌍의 독립 표본을 만든 후 의학주제명표목이 얼마나 겹치는지 검사했다. 이때도 역시 총 1000회에 걸쳐 비교 작업을 했으며 그 결과, 1440개의 카테고리 중 306개의 카테고리가 겹치는 등 지식 중복도가 훨씬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곧 경연대회 참가자들이 내놓은 제안서가 주목하는 부분이 기존 연구와 상당히 다를 뿐 아니라 현재 제1형 당뇨병 연구 커뮤니티에서 연구 중인 기존 아이디어와도 상당히 다르다는 뜻이다.

 

참신한 제안을 평가해 최고의 제안을 찾아내는 과정

대개 상대적으로 적은 숫자의 고위급 전문가가 아이디어 선별 과정을 담당한다.7  어떤 연구 제안이 지원금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동료 과학자들이 결정하는 방식에 관한 연구를 보면 전문가들이 평가 결과에 상당한 수준의 편견을 적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8  뿐만 아니라 중대하고 새로운 결과를 예측하는 문제를 생각해 봤을 때 개별 전문가의 능력은 다양한 의견을 결합한 결과보다 상당히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9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주목할 만한 연구 제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서로 다른 지식 기반을 갖고 있는 전문가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등 개방형 혁신 원칙을 준수하기 위해 아이디어 검토 과정을 개방했다.

 

개방형 혁신을 진행할 때는 아이디어 선택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개방형 혁신 과정을 택하면 표준적인 방법을 택했을 때보다 많은 숫자의 해결방안이 등장하기 때문이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150개의 제안을 평가하기 위해 평가 담당자의 절대적인 숫자와 더불어 각 제안을 평가하는 횟수도 늘렸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누군가의 학문적 배경이 검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기 위해 제1형 당뇨병 연구 부문에서 다양한 전문성과 다양한 경험을 갖고 있는 평가자를 찾았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조직이나 부서 차원의 관련성(: ‘조슬린 당뇨 연구소(Joslin Diabetes Institute)’ 혹은내분비학과 vs. 비내분비학’), 논문 발표 기록(: ‘의학주제명표목 카테고리에 제1형 당뇨병이 있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을 기준으로 6개의 교수진 그룹을 구성해 평가를 맡겼다. 6개 그룹 구성원으로는 1) 1형 당뇨병 부문에서 활동 중이며 직급이 높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 2) 1형 당뇨병 부문에서 활동 중이며 직급이 낮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 3) 1형 당뇨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1형 당뇨병 전문가와 공동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직급이 높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 4) 1형 당뇨병 전문가는 아니지만 제1형 당뇨병 전문가와 공동 집필한 경험이 있으며 직급이 낮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 5) 전문성, 저작/공저 기준에 의해 제1형 당뇨병에서 제외됐으며 의학/생물학 부문에서 활동하며 직급이 높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 6) 전문성, 저작/공저 기준에 의해 제1형 당뇨병에서 제외됐으며 의학/생물학 부문에서 활동하며 직급이 낮은 하버드 소속 교수진이 있다. 1형 당뇨병 연구 분야에 미칠 영향과 실현 가능성을 평가하기 위해 총 142명의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진이 150개의 제안을 평가했다. 완벽한 이중 맹검(double-blind) 검토 과정을 통해 총 2130건의 평가가 이뤄졌다. 검토자에게는 경연대회 참가자의 이름, 소속, 자격 요건 등을 일절 공개하지 않았다.

 

검토자들의 평가 점수를 분석해 보니 어떤 것이 최고의 제안인가를 두고 6개 집단 사이에 상당한 의견 차가 있었다. 모든 검토자의 점수를 더해 평균한 총평균 영향 점수를 기준으로 비교한 결과 필자들은 하나의 검토 그룹으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제안 중 상당수가 다른 검토 그룹으로부터 그만큼 높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필자들은 분석을 통해 총 6개 집단 중 2개의 집단으로부터 공통적으로 상위 10%에 포함된다는 평가를 받은 제안이 4개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데이터로 미뤄볼 때 전통적인 검토 방식 중 한 가지(제안된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연구비를 지원한 기관이 선택한 3명의 검토자를 활용하는 방식)를 활용하더라도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됐다. 다시 말해서 하버드 교수진 중 3명을 무작위로 뽑아 검토를 맡기더라도 전체 순위가 가장 높은 제안(142명의 검토자가 매긴 평균 점수를 기준으로)이 선택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예컨대, 제출된 방안 중 총 10%에 연구비를 지원하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무작위로 선발한 3명의 검토자가 총점이 가장 높은 제안에 연구비를 지원할 가능성은 81%. 반면 총점을 기준으로 5위를 한 제안이 연구비를 지원받게 될 가능성은 56%로 급격히 줄어든다. 3명의 검토자가 연구비 지원 여부를 결정하는 전통적인 방식하에서 총점 기준 6∼15위를 차지한 제안이 뽑힐 가능성은 44%에서 약 26%까지 각기 다르다. 순위가 내려갈수록 가능성은 계속해서 낮아진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단 1개 그룹의 의견에 주목하기보다 모든 검토자의 의견을 종합해 평균점을 기준으로 가장 뛰어난 12개의 제안에 연구 지원금을 할당하기로 했다. 개방적인 방법, 즉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며 충분한 자격을 갖춘 수많은 하버드 교수진에게 검토와 평가를 요청하는 방법을 활용한 결과 전통적인 연구 지원금 검토 방식을 활용했더라면 탈락했을 가능성이 큰 제안에 연구 지원금이 할당됐다. 1형 당뇨병을 앓고 있는 인사 전문가, 대학 4학년 학생, 생물 통계학 부교수, 당뇨를 앓고 있는 가족을 둔 은퇴한 치과의사, 생물의학 연구진, 내분비학자 등이 연구 지원금을 확보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팀을 양성하기 위한 노력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아이디어를 선택한 다음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된 팀을 결성하기로 했다. 연구자들은 자신이 연구하는 영역 내에 머무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다른 생명과학 분야 및 질병 분야에서 활동하는 과학자들이 연구 가설을 수정해 제1형 당뇨병 영역과 관련 있는 실험 제안으로 변형시킬 수 있을지 확인하고자 했다.10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다른 분야에서 활동 중이지만 제1형 당뇨병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하버드 연구진에게 접근해 엄선한 질문 중 하나를 선택해 해결 방안을 제출해줄 것을 요청했다.

 

하버드 중개 면역학 연구소(Harvard Institute in Translational Immunology)의 알린 샤프(Arlene Sharpe) 박사와 로렌스 투르카(Laurence Turka) 박사는 지금까지 어떤 과정이 진행됐고, 어떤 결과가 나왔는지 레오나헴슬리신탁(Leona Helmsley Trust) 과학자문팀에 공개했다. 지금껏 사용된 적이 없으며 참신한 당뇨병 접근방법에 재원을 제공하는 자선 단체 레오나헴슬리신탁은 하버드에 100만 달러의 연구 지원금을 내놓았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찾아낸 새로운 연구 질문을 활용해 실험을 진행하도록 과학자들을 독려하는 것이 레오나헴슬리신탁의 목표였다.

 

투르카와 샤프는 엄선된 연구 주제를 토대로 5개의 주제 영역에서 특별한 제안 요구를 내놓는 등 하버드에 소속된 제1형 당뇨병 전문가들을 진두 지휘했다. 투르카와 샤프는 그룹의 규모가 커지면 좀 더 다양한 연구원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그룹 규모를 확대하기 위해 여러 제안을 결합하고 통합하기로 결정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연구 지원금을 확보할 기회가 있다고 홍보하는 통상적인 방법을 활용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 하버드 의과대학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해 그간의 연구 기록을 봤을 때 연구 제안을 하기에 특히 적합할 것으로 판단되는 연구자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프로필즈(Profiles) 시스템을 활용해 문헌정보데이터베이스 펍메드(PubMed)에 실린 논문 중 하버드 의과대학 교수진이 집필한 논문을 찾아냈다. 또한 발표된 논문의 의학주제명표목 분류 기준을 토대로 전문성(키워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당시 하버드 의과대학 CTO를 맡고 있었으며 프로필즈 시스템의 개발자이기도 한 그리핀 베버(Griffin Weber) 박사는 하버드 캐털리스트에 여러모로 많은 도움을 줬다. 코드화된 의학주제명표목 카테고리를 활용해 매력적인 제안(지금은 주제 영역에 포함돼 있다)을 찾아낼 수 있도록 지원했는가 하면 정교한 알고리즘을 통해 교수진의 키워드 프로필과 짝 지을 수 있도록 협조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그리핀 베버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기존의 당뇨 연구 커뮤니티 밖으로 눈을 돌려 새로운 연구 가설에 포함되긴 하지만 반드시 당뇨병과 관련 있지 않을 수도 있는 구체적인 주제에 대해 연구 활동을 해 온 연구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짝 짓기 알고리즘을 활용한 결과 이와 같은 새로운 가설을 위한 연구 제안을 내놓기 위해 필요한 지식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큰 1000명 이상의 과학자를 찾아낼 수 있었다. 예상대로 뛰어난 기량을 갖춘 당뇨병 연구자도 있었지만 상당수는 당뇨병 연구와 전혀 거리가 먼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고 있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이들에게 e메일을 발송해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생겼다고 알렸다. 무작위로 선정한 절반의 연구자에게 (3∼4명으로 이뤄진 팀을 만들 수 있도록) 베버의 알고리즘을 통해 상호 보완적인 기술 및 지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다른 사람들의 이름을 전달했다. 이들에게 전송된 e메일은 각 연구자에게 연구비를 지원받을 기회가 있다는 사실을 알리는 역할을 했을 뿐 아니라 목록에 이름이 올라와 있는 사람들과 협력하면 연구 제안을 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일깨우는 역할도 했다.학계에서 진행되는 과학 연구에서 흔히 사용되지 않는 방식이었다.

 

이 같은 노력 덕에 하버드 교수진이 주도하는 31개 팀이 기초 데이터를 제시하는 단계에서 충분한 진척을 보이면 이후에도 연구비를 지원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품고 15만 달러에 달하는 헴슬리 신탁 연구 지원금을 놓고 겨루게 됐다. 1형 당뇨병 및 면역학 분야에 전문성을 갖고 있으며 하버드 캐털리스트 경영진 소속이 아닌 하버드 교수 패널이 이런 과정을 통해 등장한 연구 제안을 평가했다. 평가를 통해 총 7개 팀이 연구 지원비를 따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진행한 개방형 혁신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성과는 연구에 기여할 가능성이 큰 연구자를 찾아내기 위해 고안된 특수 알고리즘을 활용해 총 31명의 책임 연구원 중 23명을 찾아냈다는 것이다. 23명 중 14명은 제1형 당뇨병 연구에 적극 참여해 온 사람들이 아니었다. 이것이 바로 개방형 혁신 실험이 갖고 있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7개의 연구 제안에 연구비가 지원됐으며 그중 5개는 제1형 당뇨병 연구 부문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않았던 책임 연구원이나 공동 책임 연구원이 주도하는 것이었다.

 

개방형 혁신에 관한 교훈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의학 연구진과 의사를 보유한 하버드 의과대학은 쉽사리 개방형 혁신을 받아들일 것 같지 않은 조직이었다. 의학 부문에서 혁신을 추구하기 위한 인재가 부족하지도 않았고 동기도 충분했다. 하지만 혁신 시스템을 개방한 하버드 캐털리스트 사례는 제아무리 우수한 R&D 조직이라도 개방형 혁신 접근방법이라는 새로운 기회를 활용할 수 있으며 이 기회를 통해 상당한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교훈을 준다. 하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 사례가 주는 교훈을 적용할 수 있는 대상이 학계 의학 센터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 시장에 내놓을 뛰어난 시리얼을 개발하는 경우건, 매우 복잡한 빅데이터 분석 문제를 해결하는 경우건 혁신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인 모든 조직은 기존의 혁신 과정에 개방형 혁신 원칙을 약간만 가미해도 커다란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진행한 실험의 원동력이 됐던 핵심적인 통찰력은 과거에는 제한적이었으며 완전 통합돼 있었던 혁신 시스템의 모든 단계(가설 형성에서부터 아이디어 선택, 실행에 이르기까지)를 얼마든지 분해하고, 분리하고, 외부에 공개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림2)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전통적인 관점에서 보면 관련이 없는 것 같은 관계자들이 연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혁신 과정을 개방했다. 그 결과, 확립된 연구 영역에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아이디어, 인재라는 요소를 추가하겠다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책임자들은 전문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기존의 전문가들에게 의존하려는 본능으로 인해 혁신 노력이 물거품이 되지 않도록 여러 단계로 나눠진 혁신 시스템의 각 단계를 적극 관리했다. 혁신 과정의 각 단계를 거칠 때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지도부는 먼저 혁신 과정 전반이 개방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유의하고 하나의 개방적인 단계를 통해 얻은 결과가 또 다른 개방적인 단계로 연결될 수 있도록 주의를 기울였다.

 

예컨대 다양한 사람들로부터 연구 가설을 이끌어내는 것 자체도 흥미로웠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 지도부는 가장 흥미롭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연구 대상으로 선택될 수 있도록 좀 더 다양한 검토자에게 평가 과정을 개방했다. 그런 다음, 추가 연구를 위해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선택하는 동시에 반드시 당뇨병 전문가가 아닐 수도 있는 학자들에게 새로 찾아낸 연구 제안 영역에 자신의 전문성을 적용해볼 것을 권하는 확장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전통적인 방식에 따라 범위가 제한적이고 이해가 쉬운 폐쇄적인 혁신 과정을 활용하고픈 유혹이 컸다. 개방성을 유지하려면 복잡한 과정을 처리하고 수많은 이해관계자들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설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다소 예상치 못했던 상황과 맞닥뜨렸다. 학계 연구자들이 매우 전문화돼 있고 매우 좁은 범위의 관심 분야에 집중하는 경향을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정한 지식 영역과 지엽적인 관계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개적으로 접근하자 이들이 지적인 열정을 보였던 것이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개방형 혁신을 통해 여러 분야의 전문가가 참여하는 공동 연구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사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지도부는 이런 수요의 존재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었다. 하지만 다리가 완성되자마자 개인과 팀이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사례는 의학이라는 영역 밖에서 활동하는 관리자들에게도 교훈을 준다. 이미 자사 조직 내에 엄청난 파급 효과를 불러일으킬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기에 충분한 인재와 지식, 열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든 자원이 기능 부문이나 제품 부문이라는 경계 안에 갇혀 있을지도 모른다는 것이 바로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주는 교훈이다. 관리자가 조직 구성원들이 다리를 건널 수 있도록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면 이런 인재들을 얼마든지 활용할 수 있다.

 

개방형 혁신 계획을 시작할 때 이미 존재하는(폐쇄적인) 접근방법과 새로운(개방적인) 접근방법 간의 통합 수준을 특히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관리자가 개방형 혁신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기존의 직원이 소외감을 느낄 가능성이 있다. 현재 자사에서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위협을 느낀 탓에 급진적일 만큼 색다른 혁신 방식이 갖고 있는 잠재력을 회의적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하버드와 같은 엘리트 조직의 경우에는 특히 이런 문제를 조심해야 한다.)

 

개방형 혁신 도입을 위해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활용한 접근방법은 기존의 연구 평가 과정 위에 개방형 혁신을 한 겹 덧씌우는 것이었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지도부는 기존 혁신 프로세스의 모든 단계에 개방적인 요인을 추가했을 뿐이다. 따라서 이미 해당 분야에서 활동 중이던 사람들이 조직적으로 제외되고 있다는 소외감을 느끼지 않았다. 하버드 캐털리스트의 개방형 혁신 과정은 연구 지원금을 확보하고 제안을 평가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해왔던 기존 과정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다만 좀 더 다양한 관계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모든 단계를 새롭게 설계했다는 차이점이 있었을 뿐이다. 전통적인 프로세스 위에 개방적인 요소를 전략적으로 덧씌우자 개방형 혁신 자체가 과거와의 급진적인 단절처럼 보이기보다 현재 사용 중인 관행을 살짝 수정한 방식처럼 느껴졌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현재 환자 치료와 관련 있는 생물 의학 임상 실험 연구에 참여 중인 모든 하버드 관계 기관의 기존 연구 과정 내에서 개방형 혁신 원칙을 통합하기 위한 계획을 체계적으로 추진 중이다. 하버드 캐털리스트는 현재 개방형 혁신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하버드 연구진이 혁신 경연대회를 활용해 대규모 데이터 분석 문제 및 컴퓨터 생명 공학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외부 지식과 인재에 접근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둘째, 가장 뛰어나고 참신한 아이디어가 선택될 수 있도록 내부적인 연구비 지원 평가 과정을 좀 더 다양한 사람에게 주기적으로 공개한다. 마지막으로, 비전통적인 팀이 진행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 의식적인 노력을 기울이며 이런 프로젝트에 대한 적극적인 참여를 장려한다.

 

국립보건원, 클리브랜드 클리닉(Cleveland Clinic), 청소년 당뇨 연구 재단(Juvenile Diabetes Research Foundation) 등 그 외 여러 학문 기관들도 개방형 혁신 계획을 활용하기 위한 잠재력이 있는지 탐색 중이다. 연구 질문을 찾는 데서 출발해 환자를 위한 실질적인 치료법을 내놓기까지의 과정은 길고 힘들다. 하지만 개방형 혁신 접근방법을 도입하면 중요한 질병 영역에서 혁신을 이뤄내기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와 새로운 사람을 체계적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이 이미 밝혀졌다. 하버드 캐털리스트 사례는 개방형 혁신 원칙을 도입하는 문제가 비단 기술 전문가와 기업가에 국한돼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확실하게 기반이 갖춰져 있으며 경험이 많은 혁신 중심 조직은 개방적인 접근방법을 통해 상당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에바 귀난·케빈 J. 부드로·카림 R. 라카니

에바 귀난(Eva Guinan)은 하버드 캐털리스트 혁신 실행 프로그램 공동 책임자이자 하버드 의대 및 다나-파버 암 연구소(Dana-Farber Cancer Institute) 방사선 종양학 부교수다. 케빈 J. 부드로(Kevin J. Boudreau)는 런던비즈니스스쿨(London Business School) 전략 조교수이자 하버드대 양적 사회과학 연구소(Institute for Quantitative Social Science) 산하 하버드-나사 토너먼트 랩(Harvard-NANA Tournament Lab)의 수석 경제학자다. 카림 R. 라카니(Karim R. Lakhani)는 하버드 경영대학원(Harvard Business School) 럼리가 경영학 부교수(Lumry Family Associate Professor of Business Administration)이자 하버드-나사 토너먼트 랩 책임 연구원이다. 본 논문의 저자들은 하버드 캐털리스트가 초기에 진행한 개방형 혁신 실험을 설계했다. 이 논문에 관한 의견이 있으신 분은 http://sloanreview.mit.edu/x/54317에 접속하여 메시지를 남겨 주시기 바란다. 저자와의 연락을 원하시는 분은 smrfeedback@mit.edu e메일을 보내 주시기 바란다.

 

번역 |김현정 translator.khj@gmail.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48호 The New Chapter, Web 3.0 2022년 07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