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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

복잡한 시대, 복잡성과 더불어 살기

췌 사르구트 | 102호 (2012년 4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9월 호에 실린 거버너스주립대 부교수 ?u췌 사르구트와 콜롬비아 경영대학원 교수 리타 건터 맥그래스의 글 ‘Learning To Live With Complexity’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오늘날의 기업 경영은 30년 전의 기업 경영과 근본적으로 다르다. 필자들은 ‘사람들이 처리해야 하는 복잡성(complexity)의 수준’이 과거의 기업 경영과 현재의 기업 경영을 구별 짓는 가장 근본적인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복잡한 시스템(complex system)은 항상 존재해 왔으며 비즈니스 활동에는 언제나 예측 불가능하고 놀라운 요소가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복잡성이 과거에는 규모가 큰 시스템(예: 도시)에서만 발견되는 존재로 여겨졌던 반면 지금은 인간과 관련이 있는 거의 모든 것(예: 우리가 설계한 제품, 우리가 매일 하는 일, 우리가 감독하는 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가 됐다. 이런 변화는 대부분 지난 수십 년간 지속된 IT 혁신에서 비롯됐다. 과거에는 분리돼 있던 시스템이 이제는 서로 연결돼 상호 의존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스템이 한층 복잡해진 것이다.
 
복잡한(complex) 조직은 단순히 혼잡한(complicated) 조직에 비해 관리가 훨씬 힘들다. 복잡계 내에서는 예기치 못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이 이뤄진다. 따라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예측하기가 한층 더 힘들다. 복잡성의 수준이 인지적 한계를 넘어설 수도 있기 때문에 상황을 이해하기가 더 어려울 수도 있다. 복잡계 내에서는 과거의 행동을 기반으로 미래의 행동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대책을 마련하기도 어렵다. 복잡계 내에서는 일반적인 사건들보다 흔히 발생하지 않는 사건이 좀 더 중요한 의미를 갖기도 한다.
 
이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우리가 활용하는 분석 도구가 이런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복잡성을 헤치고 나아가는 방법에 대해 많은 지식들이 있지만 오늘날 대다수 경영진의 머릿속에는 그런 지식이 들어 있지 않다. 미래의 관리자를 양성하는 경영대학원들도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런 지식이 실제로 활용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 복잡성이 무엇인지, 복잡성이 어떤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자세히 살펴보자.
 
 
혼잡(complicated) vs. 복잡(complex)
 
단순히 혼잡한(complicated) 것과 정말 복잡한(complex) 것을 혼동하기가 쉽다. 관리자라면 둘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실제로는 복잡한 조직을 관리하면서 마치 혼잡한 조직을 관리하는 것처럼 하면 심각하고 값비싼 실수를 저지르게 될 것이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단순한 시스템에서부터 시작해 보자. 단순한 시스템 내에서는 상호 작용이 드물고 미래를 예측하기가 매우 쉽다. 전등을 켰다 끄는 과정을 생각해 보자. 같은 행동을 하면 언제나 같은 결과가 나온다.
 
혼잡한 시스템을 구성하는 많은 부분들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움직임 속에 나름대로 패턴이 있다. 전등에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은 혼잡하다. 전력망 내에서 수많은 상호 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상호 작용은 일정한 패턴을 따른다. 혼잡한 시스템이 앞으로 어떤 식으로 움직일지 정확하게 예측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상업용 항공기를 띄우는 일은 혼잡하지만 예측 가능한 단계를 밟아나가기 때문에 놀라울 정도로 안전하다. 식스 시그마(Six Sigma) 프로세스를 실행하는 것 또한 마찬가지다. 프로세스 자체가 혼잡할 수도 있지만 투입되는 요소, 진행 방법, 산출되는 결과 등은 상대적으로 예측하기 쉽다.
 
반면 복잡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정해진 패턴을 따라 움직이기도 하지만 요소 간의 상호 작용이 지속적으로 변화한다. 환경의 복잡성은 다음 세 가지에 의해 결정된다. 첫 번째는 잠재적으로 상호작용을 일으킬 요소의 숫자를 일컫는 다중성(multiplicity)이다. 두 번째는 각 요소들이 어떻게 연결돼 있는지를 뜻하는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e)이다. 세 번째는 이런 요소들이 갖고 있는 이질성의 정도를 나타내는 다양성(diversity)이다. 다중성과 상호의존성, 다양성이 증대되면 복잡성도 커진다. 예를 들어, 상호적이고 상호의존적이며 다양한 요소를 대거 포함하고 있는 유기적 성장(organic growth) 계획은 매우 복잡하다.
 
쉽게 이야기해서 혼잡계(complicated system)와 복잡계(complex system)의 가장 큰 차이는 혼잡한 시스템 내에서는 출발 조건을 명확하게 이해함으로써 결과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복잡계 내에서는 출발 조건이 동일하더라도 시스템 내 요소들 간의 상호 작용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복잡계의 일종인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은 기상, 항공기 정지 시간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예측 가능한 이유는 동일한 조건에서 출발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라 시스템 자체가 상호 관계에 따른 구성 요소들의 변화에 발맞춰 끊임없이 적응해 나가도록 설계돼 있기 때문이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확인하고 그 관계에 대한 모형을 만들면 단순한 시스템과 혼잡한 시스템을 모두 이해할 수 있다.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료하고 예측 가능한 상호 작용으로 간단하게 정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복잡계를 이런 방식으로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복잡계 내에서는 모든 요소들이 지속적으로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상호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비즈니스 생태계를 망가뜨리는 복잡성
 
과거에 단순하고 자립적인 시장에서 활동했던 수많은 기업들이 현재는 예상치 못한 상대로 인한 경쟁에 직면하고 있다. 결제 비즈니스(payments business)를 생각해 보자.
 
비자(Visa), 마스터 카드(Master Card), 아메리칸 익스프레스(American Express) 등 신용카드 회사들은 2개의 경로를 통해 수익을 얻는다. 첫째는 카드 소지자가 지불하는 연회비고, 둘째는 카드 결제를 받는 업체에서 내는 수수료다. 하지만 요즘은 이동통신 회사, 구글(Google)과 같은 거대 기술회사 등 새로운 경쟁자들이 결제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이런 기업들은 광고를 기반으로 하는 별도의 비즈니스 모델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제 비즈니스를 통해 반드시 돈을 벌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새로운 경쟁자들로 인한 이차적인 피해는 상당하다. 비즈니스 생태계가 더욱 서로 연결돼 있고 더 복잡하고 복합적이게 됨에 따라 이런 유형의 파괴 사례가 빈번해지고 더 많은 피해를 초래하고 있다.
 
복잡성이 일으키는 문제
 
필자들은 복잡계 속에서 관리자들이 흔히 직면하게 되는 의도하지 않은 결과와 상황 이해의 어려움이라는 2개의 문제를 발견했다.
 
의도하지 않은 결과.복잡한 환경에서는 사소한 결정이 놀라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진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3개의 상황을 찾아냈다.
 
첫 번째는 어떤 사건이 그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상호 작용을 일으키는 상황이다. 최근 사례로 닌텐도(Nintendo)의 ‘위(Wii)’를 꼽을 수 있다. 닌텐도는 게임 시장의 규모를 대폭 늘리기 위해 자사의 게임기 위에 혁신적인 동작 인식 기능을 더했다. 닌텐도는 게임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을 공략하고 가격을 낮추기 위해 게임기의 나머지 부분은 상대적으로 단순하게 제작했다. 닌텐도는 자사의 핵심 고객이 신기술을 높이 평가하고 게임기가 상대적으로 덜 정교한 점을 양해해 줄 것이라고 믿었다. 닌텐도는 신규 고객 유치라는 당면한 목표를 달성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오랫동안 게임을 해왔으며 게임을 무척 좋아하는 골수 고객들은 동작 인식 기술을 단순한 술책으로 여기며 위 시스템이 경박스럽다고 생각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 게임 개발회사들은 엑스박스 360(Xbox 360), 플레이스테이션 3(PlayStation 3) 등 타사의 게임기에서 사용 가능한 게임 소프트웨어는 적극 개발했지만 위를 위한 게임은 개발하지 않았다. 위 게임기 자체에도 한계가 있었지만 게임 개발자들이 위를 ‘별 볼 일 없는’ 게임기로 여긴 것도 부분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닌텐도의 결정이 장기적으로 이와 같은 결과를 낳을지 예측하기란 매우 어려웠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은 긍정적인 결과를 일으킨 사례도 있다. 포드(Ford)는 부실기업 구제 프로그램을 신청하지 않은 미국의 유일한 자동차 회사였다. 하지만 포드의 CEO 앨런 멀랠리(Alan Mulally)는 다른 자동차 회사 CEO들의 뜻을 따라 의회에서 자동차 업계에 구제금융을 지원해줄 것을 읍소하기로 약속했다. (자동차 업계의 공급망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탓에 GM이나 크라이슬러(Chrysler)가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지면 포드 역시 손해를 볼 가능성이 컸다. 이런 상황 또한 멀랠리의 결정에 영향을 끼쳤다.) 언론은 멀랠리의 행동에 상당히 우호적인 보도를 내놓았고 포드 자동차의 품질 및 매력에 대한 대중의 인식은 대폭 개선됐다.
 
두 번째는 하나의 사건이 아니라 여러 개별 요인의 결합으로 의도치 않은 결과가 발생하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2008년 금융위기가 발생한 원인은 은행 규제 완화, 대출 기관이 대차대조표에서 위험을 떨어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법의 등장, 저리를 고수하는 통화 정책, 합리적인 신용 기준 및 계약금을 요구하는 관례의 소멸, 대출자의 무지 등 개별적이면서도 상호 연결돼 있는 여러 사건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가 터지고 난 후 뼈아픈 고통 속에서 깨달았듯이 많은 전문가들은 이런 요인 중 일부를 알아챘을 것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모든 요인을 파악하거나 주택 가격 하락이 경제 시스템 전반에 끼칠 영향을 예측하지 못했다.
 
세 번째는 더 이상 그럴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정책 및 절차가 그대로 유지되는 상황이다. 절차를 만들어낼 때는 그 절차를 뒷받침하는 논리가 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기반이 되는 논리가 잊혀지는 사례가 많다. 뉴욕에 위치한 어느 대형 금융회사 직원들은 화장실에 들어갈 때마다 비밀번호를 입력해야만 했다. 불청객의 접근을 막기 위한 방법이었다. 9.11 테러 발생 후, 이 회사는 건물 입구에 검색 장비를 설치했고 더 이상 화장실 출입 시 비밀번호를 입력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그로부터 수년이 지난 후에야 화장실 비밀번호가 사라졌다. 더 이상 쓸모가 없는 절차 때문에 직원과 고객, 공급업체, 기타 방문객 등이 아무런 이유 없이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상황 이해의 어려움.의사결정권자 개인이 복잡계 전체를 한눈에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매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결국 본질적으로 이는 관점의 문제다. 다시 말해서 한 지점에서 복잡하게 얽혀 있는 다양한 관계를 관찰하고 이해하기는 힘들다. 많은 사람들이 2008년에 시티그룹(Citigroup)이 몰락할 뻔한 이유를 각 부서들의 사일로(silo)화로 부서 간 장벽을 일으키는 조직 구조에서 찾는다. 당시 시티그룹이 서브프라임 대출에 개입하면 어떤 결과를 맞을지 잘 알고 있었던 직원들은 전략적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과 서로 연결돼 있지 않았다. 이런 상황은 당시의 CEO 척 프린스(Chuck Prince)가 과도한 차입경영에 대한 경고 신호를 무시하는 잘못된 결정을 내리는 원인이 됐다. 그는 2007년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와의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음악이 연주되는 한 자리에서 일어나 춤을 추기만 하면 된다. 우리는 여전히 춤을 추고 있다.”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행동이 미치는 영향을 명확하게 이해하고자 할 때 나타나는 인지적 한계 또한 걸림돌이 된다. 대다수의 경영진은 실제로 가능하다고 밝혀진 것보다 더 많은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 결과 시스템에 미칠 영향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결정을 내리는 등 미숙한 행동을 하곤 한다. P&G의 회장 겸 CEO였던 더크 야거(Durk Jager)는 매우 중요한 비공식적 관계를 난도질하는 전면적인 조직 변화를 단행했다며 비난을 받았다. 야거는 사실상 P&G 사내의 중요한 상호 의존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는 데 실패했던 것이다. 야거가 P&G를 총 지휘하는 자리에 머무른 기간은 17개월에 불과했다. 야거의 뒤를 이어 P&G의 회장 겸 CEO가 된 A. G. 래플리(A. G. Lafley)는 공식적인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에 별다른 노력을 쏟지 않았다. 대신 래플리는 인센티브 정책을 수정하고 비공식적 관계를 재건하는 데 주력했다. 래플리가 야거의 뒤를 이어 신임 CEO가 된 후 P&G의 시가총액은 2000년 6월 698억 달러에서 2007년 2319억 달러로 치솟았다.
 
뿐만 아니라 이제 우리는 인간이 한곳에 몰두하면 다른 것을 보지 못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최근에 부주의적 맹목성(inattentional blindness, 편집자 주: 주의를 한곳에 집중하면 주의를 받지 않은 다른 자극을 지각하지 못하는 선택적 지각) 연구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실험 중 업무에 집중하라는 지시를 받은 피실험자들은 자신의 주위에서 벌어지는 극적인 사건을 인지하지 못했다.
 
희소한 사건은 그 사건이 시스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파악할 수 있을 만큼 자주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복잡계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문제가 된다.일반적으로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끊임없이 변화에 적응하는 특성 때문에 관리 가능한 시스템으로 여겨진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려보기 바란다.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이 이처럼 뛰어난 적응력을 가질 수 있게 된 이유는 설계자(관제 시스템의 인지 기능을 만든 사람)가 오랜 시간에 걸쳐 패턴을 관찰하고 철저한 사후 검토를 통해 실패가 발생하는 근본 원인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도 희소한 사건과 직면한 적이 있었다. 2010년에 발생한 아이슬란드 에이야프얄라요쿨(Eyjafjallajökull) 화산 폭발이 바로 그것이다. 당시 화산이 폭발하면서 항공 역사상 관측된 적이 없을 정도로 규모가 크고 특이한 성질을 띤 먼지 구름이 형성되자 항공 교통 관제 시스템은 대처할 방법을 찾지 못했고 결국 작동이 중단되는 바람에 엄청난 비용이 발생했다. 뉴올리언스에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불어닥쳤을 때, 그리고 지진과 쓰나미가 일본을 강타했을 때도 시스템이 작동을 멈추는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런 문제들은 복잡계가 적어도 3개의 관리 활동 분야(미래 예측, 위험 완화, 취사선택)에서 어려움을 야기함을 뜻한다. 각 분야에서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살펴보자.
 
 
예측 방법 개선
 
복잡계와 마주한 관리자들은 다음과 같은 여러 단계를 거쳐 예측 능력을 개선할 수 있다.
 
일부 예측 도구의 사용 중단.수많은 분석 도구에 복잡계에 어울리지 않는 2개의 가정이 내재돼 있다. 첫째, 현상 관찰이 정말로 독립적이라는 가정이다. 이런 상황은 많은 요인들이 매우 밀접하게 얽혀 있는 복잡계에서는 매우 드물게 나타난다. (사건 사슬의 앞부분에서 발생한 사소한 사건이 사슬의 끝부분에서 엄청난 결과를 야기하는 현상을 뜻하는 ‘나비 효과(butterfly effect)’를 생각해 보기 바란다.) 둘째, 평균이나 중간 값을 바탕으로 모집단 전체를 추정할 수 있다는 가정이다. 의학 분야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사례를 생각해 보자. 미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아바스틴(Avastin)을 유방암 치료에 사용해도 좋다는 허가를 철회할지 고심하고 있다. (필자들이 이 글을 집필하는 순간에도 미 식품의약국의 고민은 계속되고 있다.) 아바스틴은 이 약을 복용한 1만7000여 명의 미국 여성들 사이에서 엄청난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후속 임상 실험 결과 아바스틴을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뿐만 아니라 임상 실험 결과는 아바스틴이 통계상 평균에 해당되는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증명해 보이지 못했다. 하지만 수많은 의사와 환자들은 아바스틴이 일부 환자의 수명을 연장시키고 삶의 질을 높이며 몇몇 유방암 환자의 완치를 돕는다고 주장한다. 암 치료는 복잡계의 일종인데 미 식품의약국은 혼잡계와 관련된 논리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비즈니스 분야에서는 기업이 평균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고객 행동을 예측하려 할 때 이런 문제가 나타난다. 소비자들은 대체로 뉴 코크(New Coke)를 좋아했다. 하지만 뉴 코크는 결국 완전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 기업이 평균적인 소비자보다 특이한 소비자가 더욱 흥미로울 때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기업이 초기에 발생한 사건이 미래에 얼마나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지 못하면 문제가 발생한다. 미 제약업체 보스턴 사이언티픽(Boston Scientific)은 입찰 과정에서 품질 문제와 은폐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돈을 지불하고 심혈관 기기 제조업체 가이던트(Guidant)를 인수했다. 보스턴 사이언티픽이 입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가 오랜 기간 누적된 심각한 문제를 뜻한다는 사실을 알았더라면 엄청난 자원을 투입해 고쳐 나가야 하는 결함을 안고 있는 기업을 인수하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돈을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보스턴 사이언티픽의 주가는 아직도 가이던트 인수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복잡계에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평균에서 거리가 먼 사건들이 좀 더 흔히 발생할 수 있다. 평균에서 거리가 먼 사건(outlier)이 드물게 발생한다고 가정하는 도구를 사용하면 복잡계에 포함돼 있는 폭넓은 변화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미국 주식 시장을 예로 들면 가장 큰 10번의 일일 증가폭이 과거 50년간 시장 수익의 절반에 해당한다. 예측 모형을 설계할 때 엄청난 규모의 주가 급등 사태가 그토록 빈번하게 발생할 가능성을 고려한 분석가는 매우 드물었다.
 
시스템 시뮬레이션.아무런 상관이 없는 중간 값을 기준으로 추론을 하기보다 시스템에 관한 통찰력을 얻는 데 도움이 되는 모델을 만들고 여러 요소가 어떤 식으로 상호 작용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고객 이탈률 예측을 위해 통신회사가 사용하는 고객관계관리 모델(customer-relationship-management models), 다양한 광고 방식에 대한 소비자의 반응을 예측하기 위한 데이터 마이닝 도구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예측 모형에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실제로 발생할 경우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극단적인 사건을 포함시켜야 한다. 복잡성 전문가 피어파올로 안드리아니(Pierpaolo Andriani)와 빌 맥켈비(Bill McKelvey)는 캘리포니아에서 매년 1만6000건의 소규모 지진이 발생하지만 대규모 지진은 150∼200년에 한번씩 일어날 뿐이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평균적인 지진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하지만 대규모 지진이 가장 위험하다는 점이 분명한 상황에서 평균적인 지진을 바탕으로 건축 법규를 정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비즈니스에서도 마찬가지다. 가장 발생 가능성이 높은 일이 아니라 극단적이지만 발생 가능성이 낮은 일이 가장 중요할 수도 있다.
 
예측을 위한 3개 유형의 정보 활용.복잡계 내에서 매우 정확하게 미래를 예측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직이 미래를 걸고 내기를 해야만 한다면 의사결정의 책임을 갖고 있는 리더는 어떤 길을 택해야 할까? 실제로 발생할 수도 있는 일에 대한 엄청나고 난해한 시나리오와 과거의 기억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선형 예측 방식(linear predictions) 사이에서 리더가 중도의 길을 찾아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들은 관리자들이 과거의 경험에서 얻은 교훈 중 현재에 적용할 수 있는 것과 과거의 경험과 비교했을 때 이번에는 조금 다를 수도 있는 것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도록 권한다. 이를 위한 한 가지 방법은 데이터를 다음과 같은 3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것이다.
 
후행(lagging): 이미 일어난 일에 관한 데이터. 대부분의 금융지표 및 주요 성과지표는 후행 데이터에 속한다.
 
현행(current): 지금 시점에 관한 데이터. 기업이 관리하고 있는 사업 기회는 현행 데이터에 포함될 수 있다.
 
선행(leading): 앞으로의 상황 전개 및 여러 가능성에 대해 시스템이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등에 관한 데이터.
 
정보의 상당수가 후행 데이터에 속한다면 그것은 경고 신호다. 주로 후행 데이터를 근거로 결정을 내린다면 결국 미래가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이다. 적어도 판단의 근거가 되는 정보 중 일부만이라도 선행 데이터여야 한다. 선행 데이터는 모호하고 주관적이다. 어차피 미래라는 것 자체가 아직 다가오지 않은 시간을 말한다. 하지만 선행 데이터가 없으면 미처 변화를 깨닫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Y2K 딜레마(많은 컴퓨터들이 두 자리 숫자로 년도를 표기하는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던 탓에 21세기가 되면 컴퓨터에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는 우려) 사례를 통해 선행 데이터가 어떤 방식으로 시스템 실패 가능성을 피하도록 행동을 유도하는지 살펴보자. 초창기의 프로그래머들은 밀레니엄이 도래하기 오래 전부터 자신들이 만들어낸 소프트웨어를 완전히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두 자리 숫자의 형태로 년도를 표기하는 시스템 중 상당수가 수정되지 않은 채 그대로 사용됐다. (이 사실은 후행 데이터 유형에 포함될 수 있다.) 선행 데이터 범주에 들어 있는 비극적인 시나리오가 너무도 생생하고 그럴듯하게 느껴졌던 탓에 사람들은 2000년이 되기 전에 복잡한 컴퓨터 시스템을 수정하려고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수정을 위한 계획은 현행 데이터 유형으로 포함될 수 있다.) 마침내 우려했던 시간이 다가왔을 때 실제로 발생한 문제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모두 사소한 문제였다.
 
데이터를 3개의 유형으로 나누는 이 방법은 현실을 단순화시키긴 한다. 하지만 전통적인 예측 도구와 달리 복잡성을 배제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기억하기 바란다.
 
 
위험을 낮추기 위한 좀 더 나은 방법
 
복잡계를 담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위험의 최소화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때문에 전통적인 접근방법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관리자들은 다음과 같은 방법을 익혀야 한다.
 
정확한 예측에 대한 요구 제한 혹은 제거.예측 불가능한 세상에서는 때때로 예측의 중요성을 최소화하는 것이 최고의 투자가 되기도 한다. 제품 설계를 생각해 보자. 기존의 시스템에서 제조업체는 고객이 다양한 특성이 조합돼 있는 상품을 얼마의 가격에 구매할지 예측을 해야만 한다. 이런 경우에는 예측이 잘못될 위험이 크다. 특히 제품이 복잡할 경우에는 그만큼 위험이 높아진다. 하지만 사용자에게 결정을 맡기고 사용자가 직접 원하는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설계하면 예측 단계를 없앨 수 있다. 미국의 개인 출판 사이트 룰루(Lulu)는 작가에게 출판 프로세스의 주요 요인을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을 줘 전통적인 출판 모델을 통째로 뒤집었다. 기존 출판 모델에서는 출판사가 작가에게 미리 돈을 지불하며 몇 부가 판매될지도 모르는 채 책을 인쇄한다. 룰루의 출판모델에서는 작가가 룰루 웹사이트에 콘텐츠를 올리고 가격을 정한다. 고객이 룰루 사이트를 방문해 구매를 결정해야만 책(혹은 기타 인쇄물)이 인쇄된다. 작가는 수익의 80%를 받고(일반적인 출판 방식에 비해 한 부당 수익이 높은 편) 룰루는 재고처리되거나 창고에 쌓이게 되는 파기될 책을 인쇄할 위험을 피할 수 있다. 구매자가 지불할 준비가 됐을 때만 책을 인쇄하고 돈이 오가도록 의사결정 과정을 구조화한 덕에 룰루는 잘못된 예측을 할 위험을 어느 정도 제거할 수 있게 됐다.
 
이 원리의 전형적인 예로 보잉에서 출시돼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있는 777 항공기 시리즈를 들 수 있다. 물론 룰루의 출판 방식에 비해 제품이 훨씬 복잡하다. 보잉은 8개의 주요 항공사를 개발 과정에 참여시켜 항공사의 요구에 따라 설계를 달리할 수 있는 반복 설계 모델을 만들어냈다. 보잉은 항공기 시스템 간의 예기치 못한 상호 작용을 줄이고 가능한 신속하게 피드백을 확보하기 위해 3D 모형 제작과 같은 선진 시각화 기법을 활용했다.
 
탈()동조화(decoupling)와 중복성(redundancy) 활용.문제가 발생했을 때 시스템 전체가 피해를 입을 가능성을 낮추기 위해 복잡계를 구성하는 요소들을 서로 분리할 수도 있다. 이런 탈동조화에는 2개의 장점이 있다. 탈동조화는 예기치 못한 사건의 위험으로부터 조직의 일부를 보호하며 예기치 못한 사건에 반응을 해야 할 때 필요로 하는 부분을 보호한다. 윈도 운영 시스템과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oftware as a Service·SaaS)를 비교해 보자. 윈도에서는 운영 시스템과 데이터가 밀접하게 얽혀 있다. 윈도 시스템을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하면 모든 정보가 삭제된다. 다시 말해서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려면 필요한 정보를 백업해뒀다가 다시 컴퓨터에 업로드해야 한다. 하지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표준 인터페이스가 컴퓨터에 사용자의 데이터가 어디에 있는지 알려준다. 업그레이드를 하더라도 데이터는 전혀 손상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와 데이터가 서로 연결돼 있지 않기 때문에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모두가 동시에 손상될 위험이 대폭 줄어든다.
 
시스템의 일부가 망가질 경우를 대비해 상호 대체가 가능하도록 구성 요소를 설계할 수도 있다. 계획적으로 구성 요소를 중복 설계하면 시스템의 일부에 문제가 생기더라도 시스템 자체가 어느 수준까지는 지속적으로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시스템의 탈동조화와 중복성을 원한다면 추가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하지만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
 
물론 단일 조직이 수용할 수 있는 (그리고 감당할 수 있는) 탈동조화와 중복성에는 한계가 있다. 조직의 적응력을 높이기 위해 외부 자원을 활용해야 할 때도 있다. 컨설팅 회사 액센츄어(Accenture)는 고객이 자사에서 해결할 수 없는 예기치 못한 요구를 할 때 신속하게 활용할 수 있는 방대한 파트너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또한 액센츄어는 협력관계(이 글의 저자 중 1명인 리타와의 업무 협의 포함)를 활용해 자사의 주요 비즈니스는 아니지만 고객이 관심을 가질 만한 주의사항을 가능한 일찍 알려주는 데 도움이 되는 연구를 진행한다.
 
스토리텔링과 조건법적 서술(counterfactual) 활용.위험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또 다른 방법은 사람들이 발생할 것 같지 않지만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큰 미래의 사건을 실제적으로 일어날 일처럼 여기게끔 만드는 것이다. 일촉즉발의 상황에 관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부정적인 사건에 대해 가설을 세워 대응책을 연습하면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중대한 사건에 관심을 집중시키는 데 도움이 된다. 일어나지 않을 법한 시나리오를 생각해 내는 데 조건법적 서술을 활용하는 방법(∼라면 어떨까?(’Whar if’))라는 가정형의 질문을 던지는 방법)은 매우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실제 이를 활용하는 사례는 매우 드물다. 비즈니스에서는 좀 더 정밀한 활동으로 여겨지는 숫자 중심의 처리 방식에 비해 이와 같은 ‘부드러운(soft)’ 접근방법의 가치가 덜 인정되는 편이다. 사람들은 직감적으로 스토리텔링과 조건법적 서술을 문학 또는 공상과 연결 지어 생각하며 오직 데이터만이 과학, 논리, 진실과 관련이 있다고 여긴다. 하지만 전통적인 기법을 활용했음에도 불구하고 희소하고 예기치 못한 상황(정확하게 이야기하자면 가장 중요한 사건)을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 스토리텔링과 조건법적 서술의 활용에 대해 다시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이야기를 하는 사람의 생각은 활용 가능한 데이터라는 제약 조건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이 때문에라도 스토리텔링은 우리에게 복잡계에 대한 뛰어난 통찰력을 제공할 수 있다.
 
다원화(Triangulate·다양한 자료원 활용).스토리텔링은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하지만 스토리텔링에는 약점도 있다. 인간의 상상력이 끝이 없다는 데 그 문제가 있다. 우리가 살펴봐야 할 곳, 혹은 우리가 더 이상 돌아보지 말아야 할 시기 등에 관한 제약이 없다. 바로 이런 때에 다원화(triangulation)가 필요하다.
 
다원화란 다양한 각도에서 문제를 공략하는 것을 의미한다. 서로 다른 방법론을 활용하거나, 서로 다른 가정을 세우거나, 서로 다른 데이터를 모으거나, 같은 데이터를 다른 방법으로 관찰한다.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다원화다. 예를 들어 특정한 시간에 촬영한 여러 부분 요소의 스냅샷을 비교(어느 행동 사회 과학자는 이 기법을 ‘횡단면 분석’이라 부른다.)하면 하나의 요소가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가는 모습을 관찰했을 때와는 다른 방식으로 상황을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혹은 두 가지 방법 모두를 결합해 여러 요소가 시간의 흐름과 함께 어떻게 변해가는지 관찰할 수도 있다. 사실 복잡한 계량 경제 분석 및 재무 분석을 진행할 때 이 방법을 사용하는 때가 많다. 명확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만 하더라도 다원화는 제한적으로 적용됐지만 다원화 관련 도구는 점차 사용하기 편리해지고 있다.
 
‘부드럽지만(soft)’ 탄력적인 스토링텔링 기법과 ‘단단하지만(hard)’ 엄격한 정량 분석 기법의 결합은 복잡계를 이해하는 데 매우 커다란 도움이 된다. 전자는 있음직하진 않지만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과 의도치 않은 결과를 분석하는 데 도움이 된다. 후자는 복잡계를 구성하는 명확한 구성 요소 간의 관계를 명확하게 꿰뚫어보는 데 도움이 된다. 복잡성과 마주한 관리자들은 두 가지를 모두 활용해야 한다.
 
 
 고용에 대한 반()직관적인(counterintuitive) 접근방법
 
미시간대에서 사회과학자 겸 복잡계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스콧 E. 페이지(Scott E. Page)는 자신의 저서 <차이(The Difference, 프린스턴대 출판부, 2007년)>에서 다양성에 관한 여러 주제를 파헤쳤다. 그중 하나는 회사 내에서 인지적 다양성을 극대화할 사람들을 고용하기 위한 전략에 관한 것이었다.
 
아래에 2개의 일자리가 비어 있는 상황에서 3명의 후보자들이 어떤 답을 했는지 보여주는 검사 결과가 있다. (X 표시는 정답을 뜻한다.) 선택된 후보자들은 다양한 사고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연구팀에 합류하게 된다. 여러분에게 선택의 기회가 있다면 어떤 사람을 뽑겠는가?
 
제프는 가장 많은 정답(7개)을 맞혔다. 로즈와 스펜서는 각각 6개와 5개의 정답을 맞혔다. 모든 조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제프가 채용돼야 한다는 결론을 내릴 것이다. 제프와 더불어 로즈를 채용할 가능성도 높다. 하지만 페이지는 제프와 로즈를 고용하는 것이 가장 훌륭한 결정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답안지를 자세히 살펴보면 로즈가 정답을 맞힌 모든 문제에 대해 제프도 정답을 맞혔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로즈의 지식이 제프의 지식과 겹칠 가능성이 크다. 뿐만 아니라 스펜서가 가장 적은 수의 정답을 맞히긴 했지만 스펜서는 제프가 오답을 내놓은 모든 질문에 정답을 내놓았다. 스펜서는 제프와는 다른 지식으로 기여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즉 다양한 관점을 보유한 사람들을 필요로 한다면 제프를 고용하면서 보완책으로 스펜서를 함께 고용해야 한다.
 
현명한 취사선택
 
혼잡한 환경에서는 취사선택이 상대적으로 쉽다. 필요한 요인들을 최적으로 조합할 방법을 찾아낸 다음 그 조합에 투자를 하면 된다. 공학적인 문제와 비슷하다. 하지만 복잡한 환경에서는 적절한 취사선택이 좀 더 힘들다. 복잡한 환경에서는 다음과 같은 2개의 전략이 도움이 된다.
 
리얼 옵션(real-option) 접근방법.리얼 옵션 접근방법이란 상대적으로 적은 규모의 투자를 함으로써 차후에 추가적인 투자를 할 수 있는 권리를 확보(의무는 없다)하는 방법을 뜻한다. 리얼 옵션 접근방법의 목표는 부정적인 면을 제한하면서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가치는 극대화하는 것이다. 소규모 투자를 통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점차 키워나가면 위험을 관리하면서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게 된다. 리얼 옵션 전략은 위험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라 비용을 제한해 실패를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 (듀크대의 심 시트킨(Sim Sitkin)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이 ‘똑똑한 실패(intelligent failure)’라고 부르는 접근방법이다.) 리얼 옵션 전략의 핵심은 아예 실수를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가능한 일찍, 많은 돈을 들이지 않고 실수를 함으로써 실수를 통해 교훈을 얻고 회복력을 키우는 것이다.
 
사고의 다양성 보장.단순히 혼잡한 시스템이 아니라 복잡계와 마주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 어떤 식으로 인재를 취사선택해야 할까? 혼잡한 시스템은 기계와 같다. 다시 말해서 무엇보다도 마찰을 최소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복잡계는 유기적이다. 다시 말해서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변화와 변형에 대처하기 위해 조직은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로 충분히 채워져야 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조직 내에서 내가 직접적으로 상호 작용을 하지 않는 사람들과도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관례에서 약간 벗어난 생각을 하며, 다른 관리자들이 간과할지도 모르는 잠재 위험 및 트렌드에 익숙한 사람이 누구인가? 복잡계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는 것은 곧 이런 종류의 생각을 가진 사람을 찾아냄을 뜻한다.(‘고용에 대한 반직관적인 접근방법’ 참조)
 
그동안 우리는 혼잡한 시스템을 운영하는 역량을 상당히 발전시켜 왔다. 심지어 규모가 큰 시스템도 잘 관리할 수 있게 됐다. 실패 사례를 연구하고 그에 걸맞게 적응을 한 덕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모델을 따르지 않고 전통적인 경영 기법이 통용되지 않는 복잡계를 운영하는 역량은 그만큼 성장하지 못했다. 리더들은 이런 시스템이 어떻게 작동할지 예측하기 위해 더 나은 도구, 즉 우리가 다양한 요인의 지속적인 상호 작용 및 드물지만 극단적인 사건의 여파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위험 완화를 위한 조치를 취하고 값비싼 대가를 치르지 않고 상대적으로 일찍, 적은 규모의 실패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하고 변화에 창의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모아두면 복잡한 조직 내에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의사결정을 내리고 성공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번역 | 김현정  jamkurogi@hotmail.com
 
?u췌 사르구트 · 리타 건터 맥그래스
 
?u췌 사르구트(Gökçe Sargut)는 일리노이 유니버시티 파크에 위치한 거버너스주립대(Governors State University) 부교수로 창의적 산업에서의 전략과 구조적 변화를 연구한다. 리타 건터 맥그래스(Rita Gunther McGrath)는 콜롬비아 경영대학원(Columbia Business School) 교수로 불안정한 환경하에서의 전략 및 혁신을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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