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rontline Advantage

일선 관리자의 리더십이 초고속경쟁 해법

94호 (2011년 12월 Issue 1)

 
 
 
편집자주
이 글은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2011년 5월 호에 실린 워버그 핀커스(Warburg Pincus) 대표이사(managing director)이자 바슈롬(Bausch + Lomb) 이사회 회장인 프레드 핫산(Fred Hassan)의 글 ‘The Frontline Advantage’를 전문 번역한 것입니다.
 
기업의 성공이나 실패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사람은 CEO가 가장 적은 시간을 같이 보내는 일선 관리자(frontline manager)들이다. 즉 현장 감독관이나 R&D 팀장, 영업 관리자, 레스토랑 체인점 매니저, 콜센터 관리자 등이다. 이들은 기업의 운영 및 기능 측면에서 가장 직급이 낮은 관리자다. 일선 관리자의 수는 기업의 규모에 따라 달라지지만 대개 1000명에서 2만 명가량이다. 일선 관리자는 전체 관리자 숫자의 50∼60%를 차지하며 전체 직원 중 무려 80%에 달하는 직원들의 업무를 직접 감독한다.
 
제품을 설계, 생산, 판매하거나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 등 실제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이들의 사기를 강화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일선 관리자다. 일선 관리자들은 회사의 비즈니스 전략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이들이 바로 전략의 실행을 감독하기 때문이다. 이들은 CEO가 비즈니스와 관련된 최신 정보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우 중요한 피드백 루프(feedback loop)도 제공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일선 관리자들은 CEO가 고위급 경영진, 주요 사업부장 및 기능 부서장, 주요 고객, 주요 투자자 못지 않게 많은 관심과 시간을 쏟아야 하는 중요하고 가치 있는 존재다.
 
하지만 일선 관리자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일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CEO는 극히 드물다. 이따금씩 현장을 방문해 연설을 하거나 수많은 일선 관리자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고 한두 차례쯤 회의를 여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조직 내 여러 부문과의 관계 유지를 위해 ‘회사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는 경영 방식’을 토대로 다양하게 변형된 기법을 활용하는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형식적인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CEO는 매우 드물다. CEO가 해야 할 일은 앞서 언급한 대처 방안과는 매우 다른 일들이다. 가령 일선 관리자를 관리자들 가운데서도 매우 중요한 그룹으로 지목하고, 일선 관리자들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위해 개인 시간 중 상당 부분을 할애하고, 이런 대화를 활용해 조직 전체의 사기를 진작시켜야 한다. 필자는 이런 접근방법을 ‘일선 관리를 통한 리더십(leading through the front)’이라 부른다.
 
일선 관리를 통한 리더십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 이를 위해서는 CEO가 효과 극대화를 위해 조직 내에서 어떤 일선 관리자에게 집중할지 전략적인 결정을 내리고 일선 관리자들과 상호 작용을 해야 하는 시기 및 방법에 대해 현명한 판단을 내려야 한다. 일선 관리자들에게 시간과 관심을 할애하고 일선 관리자들이 직면한 지엽적인 문제와 기업 차원에서 직면한 커다란 문제를 연결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어려운 일이지만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리더가 사내 일선 관리자들이 갖고 있는 엄청난 잠재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게 되면 조직을 좀 더 회복 탄력성(resilience)이 강하면서 성공적인 조직으로 변모시킬 수 있다.
 
필자는 본 논문에서 필자가 과거 CEO로 일한 경험을 통해 알게 된 ‘일선 관리를 통해 리더십을 펼치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필자가 알려 드리고자 하는 교훈은 비단 CEO뿐 아니라 사업 부문, 기능 부서, 지역 사업부 등 대형 조직을 이끌어나가는 모든 리더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열정적인 추진 세력으로 가득한 회사
필자는 10여 년이 넘는 기간 동안 제약업체의 CEO로 회사를 회생시키는 구원투수의 역할을 하며 일선 관리자를 관리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웠다. 필자는 1997년에 파마시아-업존(Pharmacia-Upjohn)의 CEO가 됐다. 당시 파마시아-업존은 어느 애널리스트가 ‘오직 기적만이 이 회사를 구할 수 있다’고 묘사할 정도로 너무도 심각한 문제에 봉착해 있었다. 하지만 필자는 파마시아-업존을 회생시켜 몬산토(Monsanto)와 합병시킨 다음 2000년에 파마시아(Pharmacia)라는 이름의 새로운 회사를 설립했으며 2003년에는 파마시아 주가에 52%의 프리미엄을 붙인 가격인 620억 달러를 받고 파마시아와 화이자(Pfizer)의 합병을 성사시켰다.
 
합병 후 회사를 떠난 다음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여러 위기에 직면하고 있던 셰링-푸라우(Schering-Plough)의 CEO가 됐다. 필자는 단 6년 만에 셰링-푸라우의 당면 문제를 해결했다. 매출을 9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 수준으로 높였다. 셰링-푸라우 포트폴리오 내의 최종 시험 단계 의약품 숫자를 5개에서 12개로, 블록버스터 의약품의 수를 0개에서 5개로 늘렸다. 그 결과 셰링-푸라우는 제약회사 중 최고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가장 높은 총 주주수익률을 올리게 됐다. 셰링-푸라우의 매력도가 상승하자 2008년에 머크(Merck)가 합병을 제안해왔고 셰링-푸라우와 머크 간의 합병은 이듬해인 2009년에 460억 달러에 마무리됐다. 합병 당시 셰링-푸라우의 주가는 필자가 CEO로 부임했던 2003년에 비해 60% 높은 수준이었다.
 
파마시아-업존과 셰링-푸라우는 절대로 극복할 수 없는 것처럼 보이는 문제에 직면했었다. 두 사례 모두에서 필자는 일선 관리자의 참여를 이끌어내고 이들에게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회생 전략의 초석으로 활용했다.
 
많은 수의 기업들은 필자가 경영했던 기업들만큼 극단적인 상황을 경험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기업이 기술 및 시장의 예상치 못한 변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의 중대한 파괴, 고객, 공급업체, 경쟁사(기존 경쟁사 및 새롭게 등장하는 경쟁사 모두 포함)의 압박, 그 어느 때보다 규모가 커진 기업 간 통합 등의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조직과 조직 구성원들이 과거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실행하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치 않다. 리더는 적응력과 반응성이 뛰어난 조직을 만들어내야 한다. 기업이 필자가 ‘열정적인 추진 세력(passionate driver)’이라 부르는 사람, 즉 전통적인 업무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복잡한 문제를 파고들어 해결이 될 때까지 문제 해결에 매달리며, 혁신을 선호하는 사람들을 위한 문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점차 증대되고 있다.
 
필자의 경험을 돌아볼 때 조직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일선 관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쨌든 이들은 사내 직원 대다수를 관리할 책임을 직접 맡고 있으며 따라서 기업 성과에 남다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선 관리자가 고위경영진 및 회사에 느끼는 감정은 이들이 부하 직원을 이끌어나가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일선 관리자의 참여를 독려하고 활기를 북돋우면 이들이 똑같은 감정을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그 결과 조직의 분위기가 한층 좋아지고 조직 전체가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
 
뿐만 아니라 일선 관리자들은 기업의 비즈니스 전략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선 관리자와 대화를 나누는 전략을 택하면 일선 관리자들이 자신이 맡은 역할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할 뿐이라고 가정하는 경영자가 많다. 하지만 필자는 이 같은 생각에 전적으로 반대한다. 그동안의 경험을 돌아봤을 때 전략 실행에서 가장 어려운 부분은 바로 실행이다. 일선 관리자가 기업의 전략, 전략 내에서 자신이 맡아야 할 구체적인 역할 등을 명확하게 이해하면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일선 관리자들에게 전략을 직접 전달하고 이들이 전략의 진정한 가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드는 일이 바로 CEO의 역할이다.
 
마지막으로 일선 관리자들은 아직 활용된 적이 없으나 CEO가 관심을 갖기만 하면 강력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뛰어난 자원과도 같다. 통신 기술의 눈부신 발달에도 불구하고 대기업 경영자들이 직면하는 가장 커다란 문제 중 하나는 현재 진행 중인 비즈니스와 관련해 시기적절하고 솔직한 정보를 얻는 것이다. 일선 관리자들은 운영 현황 및 시장 현황을 파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따라서 일선 관리자들과 편안하고 개방적인 대화를 나누는 CEO는 예상치 못한 변화를 감지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다.
 
첫 걸음: CEO 대화(CEO Dialogue)
일선 관리를 통해 경영을 하려는 CEO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엄선한 일선 관리자들과 주기적으로 대화를 나누기 위한 시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노력은 CEO가 일선 관리자의 일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하지만 일선 관리자들과의 대화가 갖고 있는 진정한 가치는 CEO가 대화에 참여하는 관리자들이 대처하고 있는 문제에 노출된다는 것이다.
 
정기적인 대화를 하기 위해서 반드시 부담스러운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건 아니다. CEO가 이미 하고 있는 활동 속에 대화를 끼워 넣을 수도 있다. 가령, 필자가 알고 있는 거의 모든 CEO는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운영 시설을 방문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CEO가 현장을 방문하면 대개 현지 경영진과의 토론, 고객 및 정부 관료와의 회의 등이 이뤄지며 이따금씩 현지 직원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행사가 열리기도 한다. 현장을 방문하는 CEO가 가장 중요시해야 할 일은 일선 관리자와의 대화다.
 
필자는 CEO가 된 직후 나의 비전을 전달하고 일선 관리자의 관점 및 관심사를 이해하기 위해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공식·비공식적으로 일선 관리자 그룹을 대표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로 결심했다. 물론 현지 최고책임자 및 경영진과 공식적인 비즈니스 점검 시간을 갖는 일도 빼먹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현지의 최고경영진을 배제시킨 채 일선 관리자들만 모아 놓고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이런 회의를 ‘CEO 대화(CEO Dialogue)’라 불렀다. 시간이 흐르면서 필자는 부하직원들과 함께 효과적인 CEO 대화를 위한 간단한 규칙을 몇 개 만들었다. (‘효과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방법’ 참조.)
 

 
CEO와 일선 관리자 사이에서 솔직하고 건설적인 대화를 이끌어내기란 쉽지 않다. CEO와 마주하고 앉았을 때 위협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눈에 띄게 굴기로 작정해 혼자서 계속 말을 하는 사람도 있다. CEO와의 대화를 오랫동안 가져온 불만을 털어놓을 기회로 여기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혹은 CEO가 멀게 느껴지거나 별 관심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며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필자와 동료들은 맨 처음 파마시아-업존과 파마시아에서, 그런 다음 셰링-푸라우에서, 현재는 바슈롬에서 일선 관리자들과 수백 건의 회의를 진행했다. 이 같은 경험을 바탕으로 필자와 동료들은 효과적인 대화를 위한 3단계 모델을 개발했다.
 
참가자를 선정하라
CEO와의 대화에 참석하는 일선 관리자 수는 8명 이상 10명 이하여야 한다. 참가자의 수가 너무 적으면 일선 관리자들이 CEO 앞에서 편안하게 이야기하기 힘들고 참가자의 수가 너무 많으면 진솔한 대화가 아닌 짧은 강의로 변질될 수 있다. 필자와 동료들은 인사 책임자 및 부서장들과 협력해 우수한 실적을 내고 있으며 해당 부서에서 선구적인 사상가로 인정받는 관리자를 찾아냈다. 참가자들에게는 CEO가 직접 초대장을 발송한다. 대화의 흐름을 관리하고 논의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 퍼실리테이터(대개 CEO의 직속 부하 중 한 사람)가 모든 회의에 참석한다.
 
회의를 조직하라
회의실에서 친숙한 분위기가 느껴지도록 신경 써야 한다. 원형이나 타원형 테이블을 놓고 참가자들이 서로 가까이 앉을 수 있도록 자리를 배치하는 게 좋다. CEO가 일선 관리자에게 다가가고자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일선 관리자가 일하는 영역 내에서 회의를 열어야 한다.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지 않는 참가자를 찾아내 CEO의 정반대편에 앉혀 둘 간의 대화를 장려해야 한다.
 
대화가 조직적으로 진행돼야 하지만 그와 동시에 격식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 CEO는 회의의 목표를 공개하면서 회의를 시작한다. (1)일선 관리자는 회사의 발자취 및 우선적 관심사에 대한 최신 정보를 전달받고 (2)CEO는 일선 관리자들에게 귀를 기울이고 배운다. 그런 다음 회의 참가자들이 토론 주제를 제안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참가자들이 제안한 여러 가지 주제를 영역별로 묶은 다음 대화를 시작한다.
 
CEO는 참가자들이 신뢰받는 친구이자 대사(am bassador)라는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퍼실리테이터는 모든 사람이 발언권을 얻을 수 있도록 신경 쓰고, 대화가 흐트러지지 않도록 노력하고, 세부 내용을 자세히 기록해야 한다.
 
회의 결과를 공유하고 후속 조치를 취해라
회의 내용 및 회의 참가자들이 동의한 행동 방안을 자세하게 요약한 자료를 모든 경영진 구성원에게 전달해야 한다. 단 참가자의 의견은 모두 익명으로 표시해야 한다. 필요 시 현지 경영진에게 관련 내용을 알려줄 수도 있다. 퍼실리테이터는 회의에서 결정된 행동 방안이 실행에 옮겨지는지 확인할 책임이 있다.
 
마지막 단계는 의사소통이다. CEO 메시지, 인트라넷 등을 통해 회의에서 찾아낸 주요 내용을 강조함으로써 일선 관리자의 중요성을 전달해줘야 한다. CEO가 귀를 기울이고 있으며, 배우고 있고, 일선 관리자들로부터 얻은 통찰을 행동으로 옮기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CEO는 직접 감사의 내용을 담은 e메일을 작성하거나 손으로 직접 쓴 서신(이 편이 더 낫다)을 발송해 새롭게 구축한 관계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어야 한다.
 
켄 밴타는 바슈롬의 기업 전략 업무 책임자로 셰링-푸라우와 파마시아에서 프레드 핫산과 함께 일했다.
 
 
 
 
‘사소한 문제’라 하더라도 심각하게 논의하라
일선 관리자를 대할 때에는 비즈니스에 관한 기초적인 내용을 이해하려는 의지와 그럴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어야 한다. 일선 관리자와 회의를 하고 있긴 하지만 대화 상대가 일하고 있는 부문이 돌아가도록 만드는 요인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상대는 즉각 그런 사실을 감지하게 된다. CEO가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되면 일선 관리자가 CEO에게 관련 문제에 대해 이야기해 볼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
 
일견 CEO가 관심을 가질 만한 가치가 없는 일처럼 보이는 문제에 휘말리는 때도 종종 있다. 그렇다 해도 결코 이야기를 멈춰서는 안 된다. 사소한 문제처럼 보이는 일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중요한 문제로 비화되기도 한다는 사실을 배우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셰링-푸라우에서 진행한 어느 CEO와의 대화에서 러시아사업부의 일선 영업 관리자들은 필자에게 회사 차량을 신입 영업사원에게 배정하는 데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는 게 가장 큰 불만이라고 털어놓았다. 당시 필자가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좀 더 중요한 문제들이 많아 보였다. 하지만 직원들과 함께 차량 배정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이 문제가 단순한 자동차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버스나 지하철, 기차를 타고 고객을 방문하는 방식이 영업 인력의 생산성을 저해하는 건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단지 회사의 영업용 차량을 즉시 사용할 수 있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뛰어난 영업사원 몇몇이 경쟁업체로 이직을 했던 것이다.
 
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던 중 러시아의 비즈니스 환경이 너무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어 마치 골드러시를 연상케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우리는 러시아사업부를 고질적인 관료주의로부터 해방시킴으로써 좀 더 능력이 뛰어나며 기업가 정신이 투철한 직원을 영입하고 최고의 인재를 얻기 위해 좀 더 치열하고 탄력적인 방법으로 경쟁할 필요가 있었다.
 
그 경험은 러시아 시장에 대한 필자의 전반적인 접근방식에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러시아에서 셰링-푸라우의 비즈니스 활동을 대폭 강화했다. 그 결과 셰링-푸라우는 러시아 시장에서 자사보다 훨씬 규모가 큰 경쟁업체보다 더 탄탄한 입지를 다질 수 있었다. 이 모든 일은 필자가 러시아의 영업 관리자들로부터 영업사원에게 회사 차량을 배정하는 일이 너무도 어렵다는 불평을 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깊이 파고들어야 할 때를 결정하라
일선 관리자는 모두가 중요하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각 일선 관리자의 중요도는 달라지게 마련이다. 예를 들어, 일부 그룹은 조직이 당면한 위기를 해결하는 일에 특히 비판적인 태도를 취할 수도 있다. 다른 그룹은 회사의 장기 전략을 실현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도 있다. 환경이 변함에 따라 일상적이고 정기적인 상호 작용을 넘어서는 무언가가 필요하며 CEO가 업무에 깊이 관여해야 마땅할 때도 있다.
 
필자가 셰링-푸라우의 CEO가 됐을 때 셰링-푸라우는 매출 감소를 경험하고 있었으며 현금을 쓸데없이 낭비하고 있었다.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셰링-푸라우의 전체 매출 중 약 절반을 책임지고 있는 미국 영업 조직의 비효과적인 운영 방식이었다. 셰링-푸라우 미국 영업 조직은 목표를 전혀 달성하지 못하고 있었으며 조직 내에는 좌절감과 상호 비난이 팽배했다. 설상가상으로 미 검찰청은 셰링-푸라우가 관련 법을 위반했다며 셰링-푸라우의 영업·마케팅 관행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필자는 셰링-푸라우의 미국 영업 조직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영업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셰링-푸라우의 영업사원들은 평상시처럼 단기 실적을 극대화하기 위해 고압적 전술에 의존하기보다 좀 더 전문가답게 굴고 오랜 기간 지속되는 깊은 관계를 구축하는 데 더욱 집중할 필요가 있었다. 필자는 고객들이 셰링-푸라우의 영업사원들을 일반적인 영업사원이 아닌 신뢰할 수 있는 컨설턴트로 바라보길 원했다. 이를 위해서는 엄청난 문화적인 변화가 필요했다. 영업사원들은 셰링-푸라우 포트폴리오 내에 포함돼 있는 모든 제품뿐 아니라 관련 제품의 개발을 가능케 한 과학에 대한 심층 지식까지 습득해야 했다. 영업사원에게 급여를 지불하는 방식(매달 지급하는 수수료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고정 급여 비중을 늘리는 방식) 등과 같은 매우 민감한 문제를 해결하고 뛰어난 성과를 가능케 하는 요인 및 뛰어난 성과에 대해 보상을 지급하는 방식 등에 관한 가정에 도전해야만 했다. 영업사원들의 마음가짐, 영업사원들이 자신의 역할에 대해 갖는 태도 등을 전면적으로 변화시켜야 했다.
 
물론 필자는 약 400명에 달하는 지역 영업 관리자들을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뜨렸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4000명에 달하는 셰링-푸라우의 미국 영업사원을 관리하는 직속 관리자로서 400여 명의 영업 관리자들은 셰링-푸라우의 영업 문화를 쇄신하기 위한 필자의 계획에서 선봉에 서게 될 터였다. 그들은 성공을 위해서 새로운 리더십 기술을 익혀야 했다. 중대한 변화를 위한 노력을 제안한 신임 CEO였던 필자는 지역 영업 관리자의 멘토이자 스승, 코치로서 솔선 수범해야 했다. 셰링-푸라우의 CEO로 취임한 이후 첫 2년 동안 필자는 나의 비전을 전달하고, 상대의 동의를 이끌어내고, 영업 관리자들이 영업사원들에게 모범을 보이기 위해 할 수 있을 법한 새로운 행동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영업 관리자들과 긴밀하게 협력했다.
 
필자는 미국에서 활동하는 모든 영업사원들이 참석하는 연례 회의를 셰링-푸라우의 CEO로서 참석하는 최초의 대규모 회사 행사로 결정했다. 행사가 열리기 몇 주 전 필자는 지역 영업 관리자들을 만나 연례 회의에서 어떤 이야기를 할 생각인지 일러줬다. 당시 필자는 과거의 업무 방식을 변화시키고 ‘비즈니스의 진실성(business integrity)’ ‘고객 우선(putting customers first)’ 등의 새로운 가치를 강조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뿐만 아니라 필자는 변화를 위해서는 영업 관리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영업사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영업 관리자들이 연례 회의에서 지지를 보내주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연례 회의 후 오랜 기간 동안 필자는 여러 명의 영업 관리자들과 마주 앉아 각 관리자가 영업사원들과의 관계에서 직면한 구체적인 문제를 논의하고 도움을 줄 방법을 찾아보는 시간을 갖는 일을 관행으로 삼았다. 교육 담당 직원에게 영업 관리자의 새로운 리더십 역할을 구체적으로 기술한 안내서를 작성할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그 안내서는 결국 모든 신임 관리자가 관리 업무를 맡은 직후 처음 몇 달 동안 업무를 어떻게 진행할지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돕는 것을 목표로 하는 셰링-푸라우의 일선 관리자 교육 프로그램의 원형이 됐다.
 
셰링-푸라우의 영업 문화를 변화시키는 일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몹시 고된 일이었다. 과거의 수수료 지급 방식하에서 가장 많은 수입을 벌어들였던 영업사원 중 일부는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그로부터 1년이 지나자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셰링-푸라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갖고 있지만 매출 감소를 겪고 있던 제품 중 일부에서 매출 증가 현상을 보이기 시작했다. 변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다는 증거 중 하나였다. 이런 변화는 곧 셰링-푸라우의 영업사원들이 최신 제품뿐 아니라 좀 더 다양한 제품을 홍보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했다. 고객 만족도 조사에서 특수 판매, 관리 의료(managed care) 등 일부 셰링-푸라우의 중요한 영업 그룹의 점수가 하위 25%에서 상위 25%로 껑충 뛰어오른 사실 또한 변화를 위한 노력이 결실을 맺고 있음을 증명했다. 결국 새로운 영업 문화가 뿌리를 내리고 미국의 지역 영업 관리자가 리더십 기술에 자신감을 갖게 되면서 더 이상 필자의 과도한 개입이 필요치 않게 됐다.
 
 
고위관리자에게 일선 관리자의 관점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줘라
CEO가 맡아야 할 주요 업무 중 하나는 사내에서 의사결정이 내려지는 방식을 정하는 일이다. 일선 관리를 통해 경영을 하는 CEO는 일선 직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다음 경영진의 의사 결정 과정에 반영한다. 그렇다고 해서 반드시 일선 관리자들에게 의사결정 권한을 줘야 하는 건 아니다. 의사결정을 내리는 고위관리자들이 일선 관리자들의 관점을 이해하도록 만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필자가 다음으로 언급할 사례는 셰링-푸라우가 직면한 또 다른 중대한 위기에 관한 것이다. 필자가 셰링-푸라우의 CEO가 되기 얼마 전 미 식품의약국(U.S.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은 셰링-푸라우에 식품의약국 역사상 최고 금액인 5억 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당시 미 식품의약국은 셰링-푸라우 제조 시스템 내의 품질 관리가 적절치 못하며 경영진이 문제 해결을 위해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것이 엄청난 벌금을 부과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필자는 셰링-푸라우의 CEO가 된 직후 법원에서 작성한 화해명령(consent decree)에 서명했다. 당시 필자는 많은 책임을 맡고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이 화해명령으로 인해 셰링-푸라우의 제조 방식 중 200건 이상을 개선해야 할 책임을 지게 됐다. 제조상의 문제를 정기적으로 개선해나가고 있음을 증명하지 못하면 분기별로 벌금을 내야 하는 상황이었다. 필자는 화해명령이 요구하는 개선을 위해 많은 비용을 들여 정교하게 구성한 프로젝트 팀을 가동했다.
 
필자는 진행 상황을 관찰하기 위해 2주에 한 번씩 CEO 격주 회의(CEO Biweekly)를 열었다. 주로 셰링-푸라우의 최고제조담당임원, 미국 생산 공장의 공장 관리자, 실제 업무를 감독하는 중간급 관리자 등 약 15명이 참석한 가운데 CEO 격주 회의가 진행됐다. 구체적인 진행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4개 공장의 감독관(생산 라인 운영을 담당하며 개선 프로젝트 팀 구성원이기도 한 일선 관리자)을 회의에 참석시키는 때도 종종 있었다.
 
모든 과정을 솔직하게 진행하기 위해 공장 감독관도 회의에 참여시켰다. 예를 들어, 우리의 개선 노력이 예정보다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명확하게 드러난 적도 있었다.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지연되는 이유를 생각해냈다. 하지만 필자는 공장 감독관의 생각이 궁금했다. 공장 감독관들이 언급한 이유는 단순했다. 생산 시스템 개선을 위해 복잡한 방식으로 개선 팀을 꾸리고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돈을 쏟아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가장 중요한 사람은 생산 라인에서 발생하는 일을 통제하는 공장 생산 스케줄러이며 이들은 오직 생산 스케줄이 요구하는 바에 따라 결정을 내린다는 게 공장 감독관의 답이었다. 공장 생산 스케줄러의 역할은 생산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이들은 필요한 개선을 추진할 책임을 맡고 있는 엔지니어들이 생산 라인을 개선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시간 동안 생산 라인을 중지시키는 것을 허용치 않았다. 이에 CEO 격주 회의 참석자들은 새로운 정책을 구상해냈고 이 정책들을 사내에 널리 홍보했다. 회의 참석자들은 엔지니어링 개선의 우선순위가 생산의 우선 순위만큼 높다는 사실을 알렸고 공장 스케줄러들은 오직 생산의 최적화만을 위해 노력하기보다 서로 다른 2개의 목표를 적절히 관리하기 위해 엔지니어링 개선 팀과 협력할 것을 요구받았다. 현장에서 일하는 관리자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면 이처럼 간단한 해결방안을 찾아내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렸을지 누가 알겠는가?
 
숭고한 목적의 힘
필자가 셰링-푸라우에서 직면한 것과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가 발생하면 CEO가 문제 해결에 모든 시간과 관심을 쏟아붓게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또 다른 주요 일선 관리자 그룹을 도외시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비즈니스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지 않는 부서, 당면한 문제는 없지만 회사의 미래에 절대적으로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활동을 하고 있는 부서 등이 있을 수 있다. 이 경우에도 일선 관리를 통해 리더십을 발휘하는 CEO가 해당 부서를 대변하고 적극적으로 동기를 부여하는 등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제약업계에서는 R&D에 회사의 미래가 달려 있다. 사실 R&D는 어렵다. 리드 타임은 길고 실패율은 높다. 하지만 규제 기관은 한층 엄격한 의약품 승인 기준을 도입하고, 정부는 제약업체에 가격을 인하하라며 압박을 가하며, 의학은 점차 복잡해지고 있는 탓에 R&D가 한층 더 힘들어지고 있다. 필자의 경험상 제약업계 R&D에서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차별화 요인은 회사에 소속돼 있는 연구원이 갖고 있는 지식이나 전문성이라기보다(물론 이것도 중요하다) 이들 개개인의 참여도와 동기 부여 수준이다. 예상하지 못한 장애물과 방해 요인이 있을 때는 특히 그렇다. 필자는 바로 그런 이유 때문에 그동안 경영을 해왔던 모든 기업에서 R&D팀을 이끄는 일선 관리자와의 관계 구축, 일선 관리자들이 직면한 과제 이해, 일선 관리자들의 노력을 높이 평가한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제스처 등을 우선시했다.
 
파마시아-업존의 CEO로 일하던 시절 스웨덴 웁살라에 위치한 R&D 시설을 방문했을 때 필자는 인간 성장 호르몬 제노트로핀(Genotropin)의 새로운 투여 방식에 대해 직접 보고받은 적이 있다. 인간 성장 호르몬을 투여받는 대상은 아동이다. 따라서 인간 성장 호르몬 투여 기술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호르몬 투여를 위해 몸속에 삽입해야 하는 기기의 면적이 좁고 통증이 작을수록 좋다. 파마시아-업존이 개발한 시제품은 용수철이 장착된 바늘이 달려 있으며 볼펜처럼 가느다래 신속한 약물 주입이 가능한 기기였다. 하지만 이 기기를 이용해서 약물을 주입하려면 복부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어야 하는 게 문제였다. 어린이들이 두려움을 느낄 수도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염수로 가득한 시제품을 전달받는 순간 필자는 그 주사를 내 몸에 찔러 넣었다. 직접 데이터를 얻고자 하는 마음도 있었다. 가령 직접 주삿바늘을 찔러본 덕에 주사를 놓는 과정이 빠르고 간편하게 진행되기 때문에 대부분의 아동이 주사를 놓는다는 사실에 채 집중하기도 전에 모든 과정이 끝나버린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하지만 몸소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 외에도 메시지를 전달하는 효과도 있었다.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CEO가 그토록 본능적인 방식으로 직접 참여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고 말았다. 직접 주사를 찌르는 모습을 보고서 내가 그 문제를 정말 중요하게 여긴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CEO가 임직원 개개인의 참여와 감성적인 에너지를 끌어내기 위해 활용할 수 있는 또 다른 효과적인 방법은 사람들의 업무와 목표에 기업의 경제적 목표나 전략적 목표를 넘어서는 숭고한 목적을 부여하는 일이다. 숭고한 목표라는 것은 전도 유망한 직원이나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다. 이는 조직의 회복 탄력성을 강화하기 위한 매우 실용적인 방법이다.
 
2007년 셰링-푸라우는 과거 네덜란드 기업 아크조노벨(Akzo Nobel)의 사업부였던 오르가논 바이오사이언스(Organon BioSciences)를 인수했다. 오르가논 연구진은 양극성 장애, 정신 분열증 등을 치료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세나핀(Asenapine)이라는 약물을 개발했다. 오르가논은 화이자에 개발 권한을 줬지만 이 약은 몇 년째 최종 시험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2006년 10월, 화이자는 결국 아세나핀을 포기하고 말았다. 투자자와 투자 은행가들은 화이자의 행보가 곧 아세나핀에는 미래가 없음을 의미한다고 해석했고 셰링-푸라우가 오르가논 인수를 위해 M&A 실사를 진행할 때 이 약에 별다른 가치를 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필자는 아세나핀을 개발한 연구진과 친분을 쌓아가면서 심각한 정신 질환을 치료하는 약물을 개발하기 위한 이들의 노력에 커다란 감명을 받았다. 중증 정신 질환 치료약은 수요는 있으나 그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해결방안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주요 부문 중 하나다. 아세나핀을 개발한 연구진의 굳은 투지를 확인한 필자는 어쩌면 아세나핀에 밝은 미래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진이 아세나핀이 승인을 받을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다. 필자는 연구진에게 아세나핀이 셰링-푸라우의 매출에 미칠 영향이나 회사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보강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다. 다만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아세나핀을 개발하는 연구진에게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고만 말했다. 결국 아세나핀 연구진은 아세나핀의 최종 승인을 방해한 장애물을 제거했고 현재 아세나핀은 미국에서 양극성 장애나 정신 분열증으로 고통받는 환자를 치료하기 위해 사용하는 몇 안 되는 승인된 약물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R&D팀의 숭고한 목적 의식에 호소해 해결 방안을 찾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이끌어내고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다.
 
 
중간급 관리자 층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일선 관리자에게 권한을 위임하는 법
일선 관리를 통한 리더십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임원들은 주로 다음과 같은 반응을 보인다. ‘중간급 관리자의 권한이 약화될 위험이 있지 않을까?’ 물론 이런 질문은 타당하다. 뿐만 아니라 이 같은 질문은 고위급 관리자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따라서 일선 관리자에게 권한을 부여하기 위해 노력하는 동시에 공식적인 명령 체계를 망가뜨리지 않는 행동과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든 직급의 관리자에게 일선 관리자는 회사의 중요한 부분을 구성하며 이들을 지원하고 이들로부터 교훈을 얻는 일은 비단 CEO뿐 아니라 모든 사람의 일이라는 점을 알리는 게 중요하다. 정보 공유의 측면에서 생각해 보면 일선 관리를 통해 기업을 이끌어가는 방식은 개방형 시스템과 같다. 명령 체계를 이용해 공유돼야 마땅한 정보를 숨기는 일은 물론 독점하는 것조차 허용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일선 관리자로부터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그들의 상사를 징계하거나 벌해서는 안 된다. 항상 개인적인 성과 차원이 아니라 기업 정책 차원에서 반응해야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셰링-푸라우에서 생산 시스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던 중 필자는 공장 내에서 비공식적인 리더의 역할을 하는 생산 감독관이 여럿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필자는 작업 현장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 사람들을 생산 시설 내에 배치해둔 필자의 눈과 귀로 여겼다. 이들로부터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개인적인 관계를 키워 나가기에 이르렀다. 비서에게는 내가 어떤 일을 하고 있건 이들이 전화를 걸어올 경우 무조건 연결시켜줄 것을 부탁해뒀다. 일부에게는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알려주기도 했다.
 
어느 날 저녁, 감독관 중 한 명이 집으로 전화를 걸어왔다. 그 일이 있기 얼마 전 셰링-푸라우의 생산 담당 임원들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 온 감독관의 공장에서 생산되는 약물 중 한 가지의 생산 라인을 캐나다에 있는 공장으로 이전하기로 결정을 내렸다. 이전 결정이 내려지긴 했지만 당분간 이전이 실행에 옮겨질 계획은 없었다. 공장 감독관은 필자에게 전화를 걸어와 공장 관리자가 돈을 절약해야 한다며 최신 품질 보증 기준을 유지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장비를 구입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감독관은 장비를 구입하지 않겠다는 결정이 우수한 품질을 강조하는 정책을 위태롭게 만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사실 나도 감독관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이 이야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내가 처음으로 보인 반응이 공장 관리자에게 전화를 걸어 혼쭐을 내는 게 아니었다는 대목이다. 결국 우리 모두는 회사 전체 차원에서 자금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었던 것뿐이다. 공장 관리자의 관점에서 상황을 바라보니 생산 라인 이전 결정이 자본 비용 절감을 위한 훌륭한 기회로 여겨질 수도 있을 듯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비용을 절감한 결과 품질에 문제가 생긴다면 품질 악화가 제아무리 일시적인 것이라 하더라도 그 결정은 나쁜 결정일 수밖에 없다.
 
필자는 곧장 공장 관리자를 찾아가지 않고 고위경영진을 찾아가 새로운 회사 정책을 수립했다. 새로운 정책의 내용은 ‘생산 공장이 특정한 의약품의 생산을 책임지고 있는 한 해당 의약품의 생산 공정이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그 순간까지 생산 라인에 투자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었다. 회사의 장기적인 생산 전략으로 인해 동급최강의 품질을 보증하고 법을 준수하겠다는 결의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
 
결국 셰링-푸라우의 다른 경영자들은 일선 관리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는 방침을 반대하기는커녕 적극 환영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일선 관리자들이 리더의 역할을 한층 적극적으로 해낼수록 이들의 직속 상사와 차상위 상사가 자신이 맡은 일을 좀 더 잘 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으로 ‘일선 관리를 통한 리더십’이라는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는 깨달음이 몰려온 순간을 기억한다. 그때는 셰링-푸라우가 일선 관리자를 대상으로 한 전사적 훈련 프로그램을 선보인 직후였다. 당시 필자는 3일 동안 지속되는 훈련 과정의 개강식을 진행하도록 고위관리자들을 설득하기가 힘들지도 모른다고 걱정했다. 하지만 놀랍게도 필요한 수보다 많은 고위관리자들이 지원을 했다. 고위관리자들이 일선 관리자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 자신들의 힘 또한 강해지는 이차적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이것이 바로 리더가 원하는 바 아니던가?
 
 
프레드 핫산
프레드 핫산(Fred Hassan)은 사모투자회사 워버그핀커스(Warburg Pincus)의 대표이사(managing director) 및 바슈롬(Bausch + Lomb) 이사회 회장을 맡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44호 Rebuilding a Sales Strategy 2022년 05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