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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적 제휴메커니즘을 구축하자

울리히 바스메르 | 57호 (2010년 5월 Issue 2)

중국 식음료 시장에서 오랫동안 주도적 위치를 점유해온 프랑스의 거대 식품기업 다논 그룹은 최근 중국 시장에서 자사의 위상이 급격히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중국의 대표적 음료업체 항저우 와하하 그룹과 체결한 전략적 제휴가 와해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와하하는 1996년 다논과의 전략적 제휴를 통해 중국 생수 및 무알코올 음료 시장을 장악했다. 그러나 2007년부터 와하하는 다논이 로버스트, 아쿠아리우스, 멍니우 데어리, 브라이트 데어리 & 푸드와 같은 중국내 경쟁 식품사와 합작사를 설립했다며 비난하기 시작했다. 다논은 와하하가 제휴 범위를 넘어선 사업에서조차 다논 브랜드를 사용했다며 와하하를 고소했다. 그러자 와하하는 이에 대한 보복으로 몇몇 다논 경영진을 법정에 세웠다. 이들이 와하하-다논 합작사와 경쟁 합작사의 이사회를 겸직해 이해상충이 발생했다는 게 소송 이유였다. 양사의 관계가 악화되면서 소송이 줄을 이었다. 결국 3개 대륙에서 총 30여 개의 소송이 제기됐다. 2009년 말 합의가 이루어지면서 다논과 와하하는 서로에게 이별을 고했다. 이로써 다논은 중국 내 매출액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사업부문을 잃었다. 다논은 당시 중국에서 전세계 매출액의 10%에 해당하는 약 30억 달러를 거둬들였었다.
 
서투른 제휴 체결로 다논이 잃은 시가총액 가치만 아마 수십억 달러에 달할 것이다. 기업의 제휴 결정 방식에 대한 필자들의 연구 결과, 이 같은 자기파괴적 행동은 매우 흔하다는 사실이 발견됐다. 요즈음 대부분의 기업들은 각기 다른 기업과 동시 다발적으로 제휴 관계를 맺는 제휴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1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의 예를 들어보자. 다른 항공사와 항공기 편명 공유(code-sharing)를 사용하는 폭넓은 제휴 포트폴리오를 통해 제휴사의 운항지까지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네트워크를 대폭 확장하고 있다. 1994년만 해도 항공사당 평균 제휴 파트너는 4개 밖에 되지 않았지만, 2008년에 들어서면서 상황은 완전히 변했다. 제휴 포트폴리오의 규모는 항공업 전체에 걸쳐 평균 12개로 증가했다. 일부 항공사는 제휴 파트너가 최대 30∼40개에 달한다. 2 이렇게 기업간 협업은 흔해졌지만 이와 동시에 다소 우려되는 패턴도 함께 발견됐다. 기업이 제휴를 체결할 때 해당 제휴가 개별적으로 창출하는 가치에만 집중하고, 그것이 전체 포트폴리오에 미칠 영향은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특정 제휴가 개별적으로 가치를 창출한다고 해서 전체 포트폴리오 차원에서도 같은 가치를 창출하는 건 아니다. 혼자서는 가치를 창출해도 전체적으로는 오히려 가치를 파괴하는 제휴도 분명 존재한다.
 
글로벌 항공운송 산업을 연구하는 과정에서 필자들은 이 같은 명제에 대한 구체적 증거를 찾아냈다. (‘연구 설명’ 참조) 포트폴리오 상에서 기존 제휴와 시너지를 창출하는 제휴는 시너지를 거의, 혹은 전혀 창출하지 못하는 제휴보다 기업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연구 결과, 기존 제휴 파트너 기업과 시장이 중복되는 제휴를 강행한 기업들은 주식 시장에서 불리한 입장에 처한다는 사실도 발견됐다. 특정 사업부에 이득이 되지만 기업 전체에 해로운 결정은 때로 기업의 구조적 결함으로 유도되기도 한다.
 
GP TIP 연구 설명

연구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됐다. 첫 번째는 정성적 연구다. 우선 제휴 포트폴리오가 주요 전략 도구이자 사업의 필수 요소로 기능하는 산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이 산업에서 활동 중인 글로벌 기업을 추려내, 이들 기업에서 제휴 결정에 참여하는 중역들을 인터뷰했다. 구체적으로 보자면, 국제 항공운송(아메리칸 항공, 에어 캐나다, 에어 프랑스, 델타 항공, 독일 루프트한자, 기타 항공사), 포장식품(다논), 항공우주 및 방산(EADS, SAFRAN), 금융 서비스(산탄데르 은행, 빌바오 비스카야 아르헨타리아 은행), 통신산업(텔레포니카 통신, 닝보 버드) 업체 중역들이 인터뷰에 참여했다.

두 번째로는 국제 항공운송 업체에 대한 정량적 연구를 실시했다. 연구는 제휴 포트폴리오가 개별 제휴 체결 활동들로 인해 도출된 기업 가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보다 잘 이해하기 위해 실시됐다. 19개국에서 국제 노선을 취항하며 증시에 상장된 24개 항공사를 선정, 이들의 제휴 포트폴리오와 함께 5년간 체결된 259개의 항공기 편명 공유 상황을 살펴봤다. 공동 운항편명을 사용하는 제휴 체결이 발표된 다음에 초과수익(abnormal returns)이 실현된 적이 있는지 추적하기 위해 사건 연구 방법(event study methodology)을 적용했다. 24개 항공사의 제휴 포트폴리오가 개별 제휴 체결 이후 발생한 초과 수익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살펴보기 위해, 다양한 제휴 포트폴리오 수준의 조치들을 조작화(operationalize)하고 다변량 통계 기법(multivariate statistical techniques)을 적용해 기업 가치에 미친 영향을 함께 분석했다.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다 보면 세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첫째, 기업들은 왜 철저한 분석이나 고려없이 제휴에 나서는 것일까? 둘째, 보다 전략적인 방식으로 효과적인 제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데 장애 요소는 무엇인가? 셋째, 해법은 무엇인가? 즉, 제휴 포트폴리오의 가치를 최적화하려면 어떤 시스템과 절차를 수립해야 할까?
 
이 보고서는 제휴 체결을 왜곡하는 비생산적 유인(誘因) 구조를 좀 더 잘 이해해서 기업이 지금과 같은 주먹구구식이 아니라 현명한 방식으로 제휴를 결정하도록 돕기 위해 마련됐다. 기업은 제휴를 개별적 계약으로만 파악하지 말고, 새로운 제휴가 기존 제휴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지 면밀히 관찰해 보다 전략적인 관리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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