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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6. Interview: 국내 최초 명상 앱 ‘마보’의 유정은 대표

“명상은 소통•생산성 향상 촉매제
명분 중시하는 Z세대 통해 더욱 확산될 것”

김윤진 | 296호 (2020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대중화되지 못했던 명상이 뇌과학과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등 장비의 발달로 점점 이론적 기반을 갖춰나가고 있다. 특히 인간의 뇌가 쓰는 대로 계속 변한다는 신경 가소성 이론은 명상을 통한 인지 훈련에 당위성을 부여했다. 이에 실리콘밸리를 시작으로 각국의 기업도 직원들의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 제고를 위해 인사관리(HR) 목적의 명상 교육을 도입하고 있으며, 개인들도 다양한 앱을 통해 명상 콘텐츠에 접근하고 있다. 명상은 현재의 순간에 집중하고 주위를 돌아보게 함으로써 리더, 팔로워를 불문하고 직장 동료들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소통의 촉매제가 된다. 나아가 가치 지향적으로 움직이고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Z세대를 중심으로 명상이 주목받는 콘텐츠로 떠오르면서 디지털 명상 시장도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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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리콘밸리에 있는 구글 본사는 2007년부터 마음챙김 명상(mindfulness meditation)을 통한 임직원의 감정 조절과 스트레스 관리를 독려하고 있다. 직원들의 신체 건강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을 지킴으로써 업무 만족도와 생산성을 높여보겠다는 발상이다. 이처럼 임직원 헬스케어의 일환으로 도입된 마음챙김 명상은 1970년대 후반 미국 매사추세츠대 의과대학의 존 카밧진 교수가 기존 구루에 의존하던 명상을 기초로 만든 8주간의 표준화된 프로그램이다. 카밧진 교수는 이전까지 ‘비과학적’이라고 인식되던 명상에 이론적 기반을 제공하며 언뜻 모순된 것처럼 보이는 ‘명상의 과학화’ 트렌드의 불씨를 제공했고, 명상 대중화의 길을 열었다. 그리고 구글의 107번째 엔지니어로 알려진 차드 멩 탄이 핵심 프로젝트 외 ‘딴짓’이 허락되는 업무시간의 20%를 활용해 SIY(내면검색, Search Inside Yourself)’란 명상 교육 과정을 개발하면서부터 명상 열풍은 본격적으로 실리콘밸리에까지 번지기 시작했다. 이미 수만 명이 넘는 구글러들이 사내 인기 강좌로 통하는 SIY 과정을 수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페이스북을 비롯해 인텔, 세일즈포스 등 유수의 기업들도 이를 벤치마킹해 명상 교육을 도입했다고 한다.

최근에는 이 같은 명상의 인기가 사내 교육이라는 울타리를 넘어 개개인의 스마트폰 속으로까지 침투하고 있다. 평상시에도 모바일 기기로 쉽게 접근하고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디지털 명상’이 대세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2019년 2월에는 미국의 대표적인 명상 앱 ‘캄(Calm)’이 시리즈B 펀딩에서 1000억 원 넘는 투자금을 유치해 이 분야 처음으로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인 스타트업)이 됐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에게 명상을 전수한 것으로 알려진 명상 앱 ‘헤드스페이스(headspace)’는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하며 존재감을 입증했다.

이렇게 기업과 개인들이 명상을 찾는 현상이 더는 미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전 국민이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한국에도 점점 열기가 번지고 있다. 직장인들의 번아웃을 막기 위한 정신건강 관리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면서 명상이 하나의 정신 단련 수단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혁신의 첨병인 실리콘밸리 IT 종사자들을 중심으로 명상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국내 기업들도 앞다퉈 관련 교육을 도입하는 추세다. 기세를 몰아 미국의 명상 앱 캄은 2019년 10월 ‘삼성헬스(Samsung Health)’와 파트너십을 맺고 한국어 서비스를 시작했고, ‘마보’ ‘코끼리’ 등 토종 앱들도 15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유치한 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 중이다.

그렇다면 명상은 정말 과학적으로 근거가 있을까. 명상이 궁극적으로 개인의 행복도를 높이고, 기업 생산성 향상과 혁신을 추동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을까. 디지털 명상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2013년 차드 멩 탄에게 직접 배운 SIY 과정을 한국에 발 빠르게 소개하고, 2016년 국내 첫 명상 앱 마보를 창업한 유정은 대표를 DBR(동아비즈니스리뷰)이 만났다. 한국의 ‘마음챙김 전도사’로 통하는 유 대표로부터 명상이 어떻게 과학 기술과 결합하고 있는지, 왜 국내 기업과 개인들에게 명상이 필요한지 등을 들어봤다.

명상이 과학적이라는 게 무슨 뜻인가.

오늘날 명상은 과학이다. 미국에서는 1970년대부터 히피들이 명상에 심취해 있었는데, 1차 붐 당시만 해도 명상이 비과학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대중화되지 못했다. 그러다 2000년대 들어 명상이 종교적, 신비주의적 색채를 벗고 과학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실리콘밸리를 중심으로 번지기 시작한 것이다. 2000년대 이전까지는 살아 있는 사람의 뇌를 연구할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실시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같은 과학적 장치가 발달하고, 살아 있는 사람의 뇌의 움직임을 관측할 수 있게 되면서 인간이 명상할 때 어떤 식으로 뇌가 반응하는지를 들여다볼 수 있게 됐다. 특히 ‘신경 가소성’ 이론의 등장으로 많은 게 달라졌다. 과거에는 성인의 뇌가 한번 발달하면 노인이 돼 퇴화할 때까지 그대로일 것으로 믿었지만 이제는 인간의 뇌가 평생에 걸쳐 쓰는 대로 계속 변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이는 곧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의도적인 인지 훈련을 했을 때 뇌 활동과 구조를 바꿀 수 있고, 마음의 고통도 완화할 수 있음을 뜻한다.

마음챙김 명상이란.

마음챙김 명상은 주의력을 훈련하는 방법이다. 카밧진 교수는 마음챙김을 ‘의식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현재 순간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라 정의한다. 마음챙김 명상을 처음 배울 때 호흡에 주의를 기울이는 연습으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호흡은 언제나 ‘현재 진행형’이고, 우리 몸에서 지금 일어나는 일을 그대로 알려준다. 잠시 호흡에서 주의가 벗어나도 자책하지 않고 ‘아, 다른 길로 샜구나’라는 걸 알아차려 다시 호흡으로 주의를 되돌리는 게 명상의 핵심이다. 이렇게 주의조절능력이 개선되면 사람이 감정에 반응하는 방식도 달라진다.

전문 명상가일수록, 훈련시간이 길수록 편도체 같은 원시적인 뇌 영역이 덜 활성화되고 감정을 조절하기 쉽다는 연구 결과도 많다. 편도체는 당신을 무시하거나 질책하는 상사처럼 생존이나 안위에 위협이 될 만한 요소를 탐지하고, ‘투쟁(Fight)’ ‘도피(Flight)’ ‘부동(Freeze)’ 등 ‘3F’의 상태로 몰아넣어 합리적 사고를 못하게 만든다. 그런데 뇌과학계에선 마치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근력을 기르듯 주의를 오롯이 호흡으로 돌리는 일을 반복하면 뇌의 조절 능력도 기를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음챙김 명상이 정신건강에 좋다는 가설은 이제 ‘운동하면 신체가 건강해진다’처럼 당연한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유독 첨단 IT의 산실인 실리콘밸리에서
명상이 주목받는 까닭은.

세상이 너무 빠르게 변하다 보니 변화의 중심에 있는 실리콘밸리의 사람들은 항상 ‘정보 과잉’에 시달린다. 그리고 혁신에 대한 강박, 언제든지 뒤처질 수 있다는 불안감을 느낀다. 그런 이들에게 마음챙김 명상은 삶의 중심을 잡을 수 있게 도와준다. 명상이 한국에 필요하다고 느끼는 까닭도 실리콘밸리 직원들이 호소하는 불안이 한국인들 기저에 깔린 정서와 일맥상통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늘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에 따른 피로를 호소하지 않나. 명상은 이렇게 세상의 속도에 지친 이들의 주의를 자기 자신에게로 돌리는 데 효과적이다.

또 명상은 직원들의 생산성을 끌어올리는 효과도 있다. 실제로 IT 기업들이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앞다퉈 도입하자 일각에서는 ‘궁극적으로 직원들에게 일을 더 많이 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냐’는 비판을 제기하기도 했다. 그러나 점점 한 회사에 몸 바쳐 일하는 직원들이 줄고 있고 개인의 성과가 좋아지면 몸값을 높여 이직하기도 수월한데, 자발적으로 업무에 몰입하게끔 유도해 성과를 높이는 것 자체가 문제는 아니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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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상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객관적 근거가 있나.

SIY 교육을 개발한 구글의 전직 엔지니어 차드 멩 탄에 따르면 내면 검색 프로그램을 마친 구글러들은 사후 설문을 통해 의미 있는 변화를 경험했다고 고백했다. 물론 자가 설문이라는 한계는 있었지만 직원들은 ‘화내는 빈도가 줄었다’ ‘적게 일하고 더 많이 성취하게 됐다’ ‘어려운 상황에서 문제 해결 능력이 높아졌다’는 등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내놨다.

이런 무형의 효과를 금전으로 환산하려 시도한 기업도 있다. 독일계 IT 기업인 SAP의 얘기다. SAP의 엔지니어였던 피트 보스텔만은 개인적으로 마음챙김 명상을 경험하고 매료된 뒤 회사에 명상 교육 프로그램을 도입하자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설득된 회사는 2013년부터 명상 훈련을 도입하는 한편 전사에 마음챙김을 전파하는 CMO(Chief Mindfulness Officer)라는 직책까지 새로 만들었고, 이후 전체 9만1000명의 직원 가운데 2만2000명 이상이 이 교육을 받았다. SAP가 자체적으로 환산한 결과, 프로그램 도입 이후 직원 참여도는 증가하고 결근율은 줄어 약 200%의 투자 수익률(ROI)을 달성했다고 한다. 1 이처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명상이 기업의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게 여러 지표로 확인되고 있다.

조직 리더들이 특히 명상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마음챙김 명상을 통해 ‘나’만 행복해진다고 착각하기 쉬운데, 명상은 즉시 손쉬운 행복을 구하는 연습이 아니다. 궁극적으로는 ‘리더십 훈련’이다. 나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욕구와 행동을 관찰하는 명상 훈련이 깊어지면 남의 욕구를 들여다보고 자비와 연민을 느낄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면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에도 변화가 생기고, 리더가 꾸밈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진성 리더십(authentic leadership)이 길러질 수 있다.

사실 리더라는 위치에 있으면 뇌 구조가 바뀌기 쉽다. 유명한 노스웨스턴대 애덤 갈리스킨 교수의 실험도 있지 않나. 본인 이마에 알파벳 대문자 E를 써보라고 시켰을 때 권력을 가진 경험이 있거나 리더로 프레이밍 된 집단은 자기 눈에 E로 보이도록 쓰고, 권력 아래에 있었거나 팔로워로 프레이밍 된 집단은 타인의 눈에 E로 보이도록 거꾸로 쓴다고 한다. 이처럼 리더는 자기중심적이 되거나 자기 능력을 과신하기 쉬운데, 이는 오늘날처럼 빠르게 시장이 변하는 시대에 위험한 태도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챙김 명상은 끊임없이 성찰하고, 타인의 눈으로 자기를 바라보는 일종의 ‘해독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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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중심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건가.

그렇다. 매사에 있어 자기 귀인을 잘하는 사람이 있지 않나. 잘한 것도 내가 잘한 것, 못한 것도 내가 못한 것이라는 식이다. 모든 상황에서 ‘나’가 중요한 사람들은 성과에 따른 혜택과 칭찬을 독식하려 하기에 조직 입장에서 굉장히 위험하다. 일의 전체적인 맥락을 보고 그 안에서 내 역할을 파악해야 하는데, 관점이 협소하거나 나에게 집중돼 있으면 그러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특히 리더일수록 ‘나’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마음챙김 명상은 맥락을 보는 힘을 길러주는 과정이다. 대부분의 생각, 공상, 망상은 ‘나’에서 시작하는 내러티브다. 마음챙김 명상은 호흡을 통해 현재로 돌아오는 단순한 작업으로 과거나 미래에 지나치게 매몰되지 않고 지금 내 주변을 돌아볼 수 있도록 해준다. 모든 일이 내 책임, 내 성과가 아니라 나 역시도 함께 맞물려 돌아가는 팀의 일부임을 직시하게 한다. 이렇게 내가 무엇을 바꿀 수 있고, 무엇을 바꿀 수 없는지를 파악하게 되면 스스로 조절하거나 통제할 수 없는 것에는 마음을 덜 쏟게 된다. 코로나19처럼 한 개인이 막을 수 없고, 통제할 수 없는 것에 덜 연연하게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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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인사 조직 컨설턴트였다. 어쩌다 명상에 관심을 두게 됐나.

기업 컨설팅 현장을 다니다 보면 사업이 잘 안 되는 이유가 결코 좋은 아이디어가 없거나 사람들이 불성실해서가 아니더라. 내부 구성원 간 감정이 첨예하게 얽혀 있을 때 주로 문제가 생긴다. 가령, 두 사업부 간 캐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우려가 있어 업무 조정 및 통합이 필요해도 부서장끼리 경쟁 관계거나 사이가 안 좋으면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렵지 않나. 이 경우 내부 파벌이 생기고 부서원 간 물밑 경쟁도 벌어진다. 이렇게 리더들이 이성적, 논리적 판단을 무시한 채 감정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지만 리더십 이론들을 보면 ‘좋은 리더가 누구인가’를 탐구할 뿐 ‘어떻게 좋은 리더를 만들 수 있나’에 대한 답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던 중 명상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치지 않도록 마음을 훈련하는 명상이야말로 좋은 리더를 양성하는 데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과학적 근거까지 명상의 효과를 뒷받침하고 있고, 한번 배우기만 하면 혼자, 언제 어디서든, 평생에 걸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실용적인 방법론이라 생각했다.

명상 앱 회사를 창업했다. 디지털 명상의 경우 비대면의 한계는 없나.

당연히 명상하다 보면 다른 사람과 연결되고, 감상을 나누고 싶어지는데 비대면 플랫폼은 이런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러기에 앱을 통한 명상을 넘어 8주 오프라인 과정을 운영한다든지, 공간 비즈니스로 사업을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있다. 오프라인에서 명상을 경험하고, 누구든지 쉽게 배우고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이것과 별개로 디지털 플랫폼과 만나면서 명상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시장이 커지는 것은 긍정적으로 본다. 불과 5∼6년 전만 해도 스타트업 모임에 가면 명상 앱을 운세 앱과 동일시하거나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분들이 많았다. 명상이 혁신과 거리가 멀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캄도 한국에 진출하고, 마보뿐 아니라 코끼리 등 경쟁 앱도 선전하면서 서비스의 가치가 점점 인정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가운데 마보의 색을 지키기 위해 과학적으로 증명된 시리즈 콘텐츠와 커뮤니티 기능을 강화하는 등 조금 더 쌍방향 상호작용이 가능한 플랫폼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다.

명상 앱 사용자들은 주로 어떤 사람들인가.

2016년 처음 마보 앱을 선보일 때는 2030 여성이 많이 쓰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하고, 이 타깃층에 맞춰 UX/UI 등을 디자인했다. 2030 여성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거부감이 적고, 해외 유행이나 트렌드에 민감하고, 힘들면 힘들다고 자신의 솔직한 이야기를 거침없이 털어놓는 편이지 않나. 아직 한국 사회 남자들은 그러지 못하다 보니 생소한 명상 앱에 관심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러나 사용자들 비중을 보니 의외로 3040 남성이 2030 여성 다음으로 많았다. 오프라인 클래스를 오픈해도 거의 여자일 줄 알았는데 40∼60대 남성들도 참석했다. 결국, 마음이 힘든 건 전 연령대와 성별을 불문한 사람들의 고질적인 정서다. 디지털 명상이 이런 샤이(shy) 남성 명상가들이 보다 솔직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수치심이나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는 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젊은 세대가 명상에 관심이 많은 게 의외다.

마음챙김 명상의 경우 젊은 세대 중에서도 특히 밀레니얼보다 Z세대와 잘 통하는 콘텐츠다. Z세대는 밀레니얼세대보다도 더 사회적인 이슈에 관심이 많고 가치 지향적으로 움직인다는 특징이 있다. 인간 의식을 단계별로 구분했을 때 가장 진보된 세대로도 볼 수 있다. 과거 세대는 먹고사는 생계 문제에 집중했고, 밀레니얼 세대는 자기표현, 자아실현을 중시하고 유튜브 등 SNS를 통해 자신의 뛰어남, 아름다움 등을 드러내느라 바빴다. 그런데 Z세대는 또 다르다. 자아실현에서도 한발 더 나가 다시 명분을 찾고 사회적인 의미와 가치를 생각하는 세대다. 채식이나 동물 권리에도 관심을 가지고, 기후변화에도 훨씬 민감하고, 난민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그런 의미에서 마음챙김 명상은 밀레니얼보다도 정신건강에 관심이 많은 Z세대의 삶에 더 중요한 축으로 자리 잡게 될 것 같다.

2013년부터 국내 기업을 상대로 명상 수업을 진행하면서 변화를 목격한 적이 있나.

중견 제약 및 진단 회사 임원을 대상으로 마음챙김 명상 수업을 진행할 때였다. 두 회사의 합병으로 규모가 커진 곳이다 보니 내부적으로 직원들 사이에 불협화음이 있었다. 불신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의 입장을 잘 모르다 보니 크고 작은 오해들이 쌓였다. 그런데 명상 코칭을 하면서 자존심이 센 편이던 임원 한 분이 본인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방어적이던 분이 마음을 열고 ‘능력이 없을까 두렵다’는 속내를 토로하자 다른 참가자들까지 개인적으로 어려운 처지, 업무를 하면서 힘든 일들을 털어놓더라.

이처럼 마음챙김 명상은 ‘우리 모두 인간’이라는 아주 단순한 사실에 주의를 기울이게 하고, 동료를 인간으로 보는 계기를 만들어줌으로써 변화를 낳는다. 수업이 끝난 뒤 다들 “입사 후 처음으로 서로에 대해 오해했던 부분이 많았다”고 고백했다. 이처럼 상사나 팀원의 인간적인 면모를 발견하면 연민이 생기고, 이해를 못하더라도 최소한 대화를 풀어내기가 쉬워진다. 여전히 한국 기업의 직장인, 특히 남성들의 경우 자신의 약한 모습을 남에게 드러내거나 도움을 청하기를 부담스러워한다. 그러나 고민은 결국 나눠야만 해결된다.

마음챙김 명상이 이야기를 끌어내는 데 효과적이란 의미인가.

그렇다. 세계에서 가장 큰 명상 콘퍼런스인 ‘위즈덤 2.0’ 행사를 가보면 자포스 CEO인 토니 셰이, 허핑턴포스트 창업자 마리아나 허핑턴, 제프 와이너 링크트인 대표, 포드자동차의 빌 포드 회장 등이 다 자기 이야기를 한다. 회사가 얼마나 잘나가는지,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지금 행복한지, 명상을 통해 어떤 감정의 변화를 경험하는지 등 현재의 순간을 나누는 데 집중한다. 사실 성공한 기업가들은 대개 두 가지 갈림길에 선다. 더 성공하기 위해 발버둥 치면서 더 높은 벽을 쌓고 허무감과 고독감을 느끼는 유형, 성공의 결실을 주변과 나누려 고민하는 유형이 있다. 어느 쪽이 낫다는 게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하도록 내면을 돌아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화두를 던지는 것 자체가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성공한 리더에게 반감을 품고 깎아내리고, 때론 원색적인 비난을 일삼는다. 신뢰가 부족하다는 증거다. 리더들의 입장에서 마음챙김 명상은 이런 비난과 외부 시선에 대한 두려움을 깨고 입을 여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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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남는 리더가 있나.

2018년 보 샤오라는 중국 본토 출신의 이볼브재단(Evolve Foundation) 창업가이자 텐센트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털리스트가 ‘위즈덤 2.0’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중국 깡촌에서 태어나 하버드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성공하기까지의 과정에서 느낀 회의감을 토로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활동하던 VC에서 은퇴하면서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주는 곳에만 투자하는 임팩트 펀드를 만들겠다고 선언하고, 개인 펀드 운용에 집중하는 방향을 택했다. 샤오는 어느 순간 본인이 한 번도 인생에서 행복을 누려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고백했다. 어릴 적 케첩을 정말 좋아했는데 학교에서 처음으로 수학 100점을 맞고 1등을 하던 날 아버지가 처음으로 무릎을 꿇고 자신과 눈을 맞추며 칭찬을 해주고 케첩을 마음껏 먹도록 해줬다. 그 뒤로는 1등을 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일평생 1등을 하기 위해서만 달려왔다는게 그의 이야기였다. 그러나 그는 결국엔 성공을 위해 달리는 덴 끝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자신의 영향력을 선한 곳에 쓰겠다고 공표했다. 리더가 이런 마음속 이야기와 회의감, 유년의 경험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놓는 게 인상 깊었고, 스스로 성찰하고 주위를 둘러보게 만드는 명상의 순기능을 확인할 수 있었다.

리더가 아닌 팔로워에게도 명상이 효용을 줄 수 있나.

팔로워들도 리더에게 양가적 감정을 가지지 않나. 그들의 삶을 지나칠 정도로 동경하고 상대적으로 그 삶에 미치지 못하는 자기 자신을 폄하한다. 명상 앱 사용자 중에서도 책 『타이탄의 도구들』을 보고 성공한 사람들의 아침 습관이라며 명상에 관심을 가지려는 이들이 많다. 그러나 사실 마음챙김 명상의 본질은 다른 사람의 삶에 휩쓸리지 않는 것이다. 누군가처럼 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렇게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걸 깨닫는 과정이다. 그리고 지금 당장 리더의 위치에 있지 않고, 창업가가 아니더라도 우리 모두 자기 인생에선 ‘예비 창업가’ 아닌가. 하나의 직업만 갖고 살 수 있는 시대는 지나갔고, 어떻게 보면 리더와 팔로워의 구분도 무의미해졌다고 본다. 우리 모두 자기 삶의 리더다.

명상 앱은 월정액 구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가격은 어떻게 책정하나.

해외 명상 앱의 3분의 1 가격(월 4400원)에 구독료를 책정했다. 앱을 처음 개발할 때부터 커피 한 잔의 가격으로 한 달간 마음을 돌보자는 콘셉트로 가격을 책정했다. 물론 이것마저 부담된다고 말하는 구독자들이 있지만 돈을 내지 않으면 사람들이 콘텐츠의 가치를 낮게 인식하고 그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처음에 일부 학생을 대상으로 구독료를 안 받은 적도 있는데, 돈을 안 내니 아예 참여하지를 않더라. 마보 앱이 2016년 출시 당시 와디즈 크라우드펀딩에서 723%를 달성해 게임 외 콘텐츠 중 가장 많은 자금을 모았을 정도로 명상에 대한 소비자들의 지불 용의는 분명히 존재한다. 더욱이 유능한 명상가와 제작자들이 프로그램 무료 배포로 생계유지에 어려움을 겪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공짜로 콘텐츠를 제공할 생각은 없다.

명상을 보급하려는 이유가 있나.

마보는 ‘명상의 과학화’를 추구하고, ‘검증되지 않은 힐링’을 파는 것을 지양한다. 물론 요새 유행하는 ASMR(자율감각쾌락반응)이나 자기 암시적 콘텐츠들도 마음의 평안을 찾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가 과학적으로 규명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피하려 한다. 명상 앱마다 다르겠지만 마보의 목표는 사람들이 궁극적으로 플랫폼 없이도 일상에서 마음챙김을 실천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다. 사람들을 특정 앱에 의존하거나 얽매이게 하고 싶지는 않다. 신체 단련도 처음에는 헬스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다가 근육이 생기고 운동법을 익히면 혼자 운동이 가능해지듯이 정신 단련도 전문 명상가의 도움을 받다가 훈련 원리를 익히면 혼자서도 마음의 근육을 만들 수 있다. 그런 측면에서 ASMR은 일시적인 이완 반응을 통해 편안하게 해줄 뿐이라고 생각한다. 마음의 힘을 길러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효과를 가져오는 것, 그것이 내가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명상을 전도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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