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과 한국 기업의 리더십 세대교체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
‘K매니지먼트 2.0’ 시대로

292호 (2020년 3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1960∼1980년대 한국형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원형인 K매니지먼트 1.0의 주요 특징
: 신속한 규모 성장을 추구하는 전략, 엄격한 상명하복 조직, 획일성과 농민적 근면성을 강조하는 문화

21세기 초연결/초지능/초경쟁 시대에서 요구되는 K매니지먼트 2.0이 지향해야 할 모델
: 혁신 기반 성장과 경쟁 전략, 생태계에 초점을 둔 벽 없는 조직, 다양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한 스마트 문화

K매니지먼트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실행 전략
: 조직 분리, 강제 할당, 챔피언 확보

편집자주
이 글에는 필자가 집필한 다양한 저작물(『K매니지먼트: 기로에 선 한국형 기업경영』 『퍼펙트 체인지』 『직각 혁신이 필요하다』 『4차 산업혁명, 일과 경영을 바꾸다』)의 내용들이 상당 부분 발췌 편집된 형태로 포함돼 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은 1960년대에 현대적 경영이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래 최대의 패러다임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우연치고는 공교롭게도 이런 역사적 패러다임 전환을 상징하는 사건이 최근 잇달아 발생했다. 한때 우리 경제를 대표했던 거목들이 거의 동시에 영면한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2달도 채 안 되는 짧은 기간 동안 대우 김우중 회장, LG 구자경 회장, 롯데 신격호 회장이 차례로 별세했다. 그 몇 달 전에는 한진 조양호 회장도 유명을 달리했다. 19세기 후반에 이미 현대적 기업들을 중심으로 산업사회로의 대전환을 시작한 선진국들에 비해 100년 늦은 1960년대에야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했으나 기적적으로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급성장한 자랑스러운 한국 기업 경영사의 한 시대가 막을 내리는 상징적 사건이다. 그리고 최근 몇 년 사이에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 LG 구광모 회장 등 이들보다 훨씬 젊은 40, 50대 후계자들이 본격적으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을 책임지고 이끌어 나가기 시작했다. 한국 현대 기업사에서 유례없는 리더십의 대규모 세대교체가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우리나라 경제는 최근 4∼5년간 그동안의 추진 동력이었던 역동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급격히 잃어가면서 저성장의 덫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적적 고도성장의 기반이 됐던 우리 기업들의 경영방식, 즉 한국형 경영 패러다임이 과거와 같은 고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다. 국내외 경제기관들과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진단하듯 우리나라 경제는 현재 심각한 패러다임 위기에 빠졌다. 역사적 관점에서 보면 최근 발생한 우리나라 대표 기업들의 리더십 세대교체는 심각한 저성장 위기에 빠진 한국 경제가 새로운 시대정신이 요구하는 새로운 경영방식으로 패러다임을 바꿔야만 할 당위성과 맞물려 거대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런 위기 상황에서 대표 기업들의 리더십 세대교체는 어떤 의미를 가지며, 한국 기업들의 짧지만 자랑스러운 역사를 다시 한번 재현하기 위해 차세대 최고경영자들이 수행해야 할 리더십의 핵심 과제와 미래 방향은 무엇일까?


리더십 세대교체와 패러다임 전환

기업의 지속가능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는 리더십 세대교체가 단순히 젊은 세대로의 최고경영자 직책 승계라는 인적 교체를 넘어서 반드시 새로운 시대 환경이 요구하는 완전히 다른 경영 모델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동반해야 한다. 리더십의 인적 세대교체는 조직의 근본 변화에 필요조건일 수는 있지만 결코 충분조건은 아니다. 가령, 최근 작고한 김우중 회장이나 신격호 회장처럼 어떤 기업을 몸소 창업해 한 세대 만에 세계적 규모와 수준으로 성장시킨 창업 CEO는 대부분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다. 카리스마는 개인마다 다른 타고난 특성이므로 단순히 리더 직책을 물려준다고 그대로 이전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최고경영자 리더십 승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의 특정 속성에 매몰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성공적 리더십 세대교체를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차세대 리더들이 새로운 최고경영자 리더십 모델을 효과적으로 확립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대정신을 정확하게 읽어내는 역사의식이다. 즉, 당장 눈앞의 손익에만 초점을 맞춰 일희일비하는 근시안적 관점을 넘어서서 현재 기업이 당면한 환경의 핵심 원리인 시대정신을 과거-현대-미래를 연결하는 장구한 시간의 맥락에서 깊이 이해하는 것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역사 변동의 원리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개인이나 기업, 국가, 문명을 막론하고 역사가 항상 연속선상에서 누적적으로 발전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는 사실이다. 간헐적으로 단절과 불연속성이 반드시 발생하는데 우리는 그런 순간을 혁명(revolution), 변혁(transformation), 또는 전환(shift)이라고 부른다.

패러다임 전환(paradigm shift)은 혁명이나 변혁 등과 마찬가지로 불연속적 환경 변화를 지칭하는 개념이다. 한국 경제가 지금 당면하고 있는 저성장 위기의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효과적인 대응 전략을 통해 성공적 리더십 세대교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패러다임 전환의 원리를 이해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학역사학자인 쿤(T.S. Kuhn) 교수가 1960년대에 제시해 단숨에 일반명사가 된 ‘패러다임’이란 개념은 어떤 대상에 대한 당연시되는 가정과 신념, 지식, 세계관을 말한다. 따라서 패러다임은 질문이나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그 기저에 깔려 당연시되는 전제다. 그 결과 주도적 패러다임이 강하게 지배하고 있을 때는 그 안에서 어떻게 최선의 선택을 할 것인가를 고민하지, 패러다임 자체의 타당성이나 원리에 대한 질문 제기는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이런 당연시되는 패러다임도 결코 영원히 지속되지 않는다. 쿤 교수는 패러다임 자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대체되는 패러다임 전환이 간헐적으로 발생할 때는 기존 패러다임 내부에서 아무리 최선을 다하더라도 더 이상 가치창출을 하지 못하고 결국 사멸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그 원인은 새로운 패러다임이 기존 패러다임의 연속선상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다른 전제에서 출발하기에 이들 간에 불연속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표 기업들의 리더십 세대교체가 숨 가쁘게 진행되고 있는 지금, 현재의 시대 환경은 한국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에서 근본적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1960년대 이래 우리나라 기업들이 당연시해오던 기업 경영의 기본 가정과 전제들이 급속하게 무너지고 있다.

패러다임 전환은 기업 경영의 근본 전제와 기반 논리를 완전히 바꾸고 또 이에 따라 전략과 구조, 제도, 시스템, 문화 등도 동시에 바꿔야 한다. 따라서 현장 관리자들이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반드시 최고경영자가 전사적 관점에서 주도해야 한다. 리더십 모형 중 요즘 자주 회자되는 배스(B.M. Bass) 교수의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 모델은 바로 최고경영자의 패러다임 전환 리더십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빠르게 진행 중인 우리 대표 기업들의 최고경영자 리더십 세대교체는 패러다임 위기에 빠진 한국 기업들의 패러다임 전환이라는 중요한 역사적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이는 다른 누구도 아닌 새로 리더십 역할을 맡은 최고경영자의 임무다.

그렇다면 최근 우리 주요 기업들의 차세대 최고경영자들이 서둘러 바꿔야 할 한국형 기업경영 패러다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탄생했으며 그 핵심 특성과 한계는 무엇일까? 필자와 동료 연구자들은 우리나라만의 독특한 기업 경영 패러다임을 ‘K매니지먼트’로 부르며 그 역사적 변동 과정을 연구해왔다. 최근 작고한 김우중, 구자경, 신격호 회장을 비롯한 이병철, 정주영, 이건희, 정몽구, 최종현 회장 등 한국 경제의 성장을 최전선에서 주도했던 전설적 최고경영자들이 만들어내고 발전시켜온 한국형 기업 경영 패러다임의 원형이 ‘K매니지먼트 1.0’이라면 새로 리더의 역할을 맡은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등 차세대 경영자들이 만들어내야 할 새로운 한국형 기업 경영 패러다임은 ‘K매니지먼트 2.0’으로 부를 수 있을 것이다. K매니지먼트 2.0을 성공적으로 찾아내서 당면한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 경제를 한 단계 더 도약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위기에 빠진 K매니지먼트 1.0의 원리와 본질, 그리고 한계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K매니지먼트 1.0의 탄생과 빠른 추격을 통한 한국 경제의 급성장

필자와 동료 학자들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K매니지먼트 1.0의 특징은 1) 신속한 규모 성장 전략 2) 엄격한 상명하복 조직 3) 획일성과 농민적 근면성 문화의 세 가지로 정리된다. 물론 한국 기업들 간에도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외국 기업들과 비교해보면 이 세 가지는 한국 기업들의 기존 경영 패러다임을 뚜렷하게 구분해주는 핵심 특성들이다.

K매니지먼트 1.0을 규정하는 이 세 가지 특성들은 21세기 현재 관점에서 보면 한계가 많아 보일 수도 있으나 그것이 형성되던 1960년대에서 1980년대에 이르는 시기에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당시 우리나라 경제는 질적 경쟁력을 고려할 여지가 없었으며 산업사회의 입문 수준 기초를 신속하게 건설하는 것이 시급했다. 우리는 국제적으로는 19세기 후반에 산업사회로의 이행을 시작한 영국,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들에 비해 100년 이상 뒤떨어진 심각한 후발주자였다. 이때 등장해 K매니지먼트 패러다임을 구축해서 한국 경제를 단숨에 세계 수준으로 고도성장시킨 리더들이 바로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신격호 등 불세출의 기업가들이다. 당시의 이런 환경적 조건에 적응하기 위한 우리나라 경제와 기업들의 선택은 최대한 빨리 100년 이상 앞서가고 있는 선진국들을 모방해 따라잡는 ‘빠른 추격자(fast follower)’ 전략이었다.

K매니지먼트 1.0의 위기와 보강, 그리고 패러다임 위기

기적적 급성장을 계속하던 K매니지먼트 1.0이 처음으로 심각한 위기에 부딪힌 것은 1997년 외환위기였다. 당시 국제통화기금(IMF)은 구제금융 제공의 조건으로 우리나라 기업들에 대규모 정리 해고와 인력 구조 조정, 빅딜을 통한 사업 구조 조정, 부채비율의 대폭 감소, 미국식 기업 지배구조와 자본시장 메커니즘의 도입, 사회 전반에 시장 원리의 도입, 개방의 가속화 등 소위 극단적 신자유주의 체제를 강요했다. 이런 IMF의 강력한 신자유주의적 시장화 정책은 결과적으로 양적 효율성 기준에서 기존 한국형 경영 패러다임의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작용했다. 예를 들면, 양적 규모 성장 전략과 속도 경영은 이제 글로벌 수준으로 한층 업그레이드됐고, 권위주의적인 수직적 위계 구조 또한 글로벌 환경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위해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논리로 더욱 강화됐다. 극도로 치열해진 글로벌 무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것을 강조하면서 획일적 문화 가치관과 스타일의 공유도 마찬가지로 계속 강조됐다. 특히 초인적 근면성은 전 세계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으로 극단적으로 강화됐다.

이로 인해 기존 K매니지먼트 1.0 패러다임은 일종의 보강된 버전인 ‘K매니지먼트 1.5’로 변형됐다. 기본 DNA는 K매니지먼트 1.0과 동일하나 세계 최고 수준으로 더 빨리, 더 일사불란하게, 더 열심히 일하면서도 개인들끼리도 치열하게 경쟁하는 무한경쟁의 요소가 가미된 독특한 형태로 수정 보완됐다. 이렇게 ‘업그레이드’된 한국형 경영은 2000년대 들어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력의 핵심 기반으로 작용했다. 그 결과 한국 기업들이 혁신성에서는 여전히 선진 기업들에 뒤떨어지지만 최소한 양적 효율성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 경쟁력을 자랑하면서 우리나라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굳건히 자리 잡게 했다. 이런 극도의 양적 효율성은 전 세계 기업들을 뒤흔들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상대적으로 무사히 넘기는 기반이 되기도 했다.

4차 산업혁명과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의 리더십

그런데 201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K매니지먼트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하게 됐다. 이번 위기는 1960년대 현대적 기업 경영이 우리나라에 시작된 이래 겪어왔던 이전 어떤 위기보다 더 근본적이고 전례 없이 심각하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가장 잘 극복한 나라라고 자랑하던 우리 경제가 갑자기 심각한 침체와 경쟁력 위기에 빠진 것이다.

현 경제 위기의 중심에는 최근 글로벌 경쟁력이 급락하고 있는 우리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 즉 K매니지먼트 1.0이 자리 잡고 있다.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국내외의 다양한 요인이 위기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지만 필자는 현 위기의 본질을 ‘패러다임 위기’라고 단언한다. 따라서 당면 위기의 극복도 우리 기업들의 경영 패러다임을 제로베이스에서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만 가능하다고 믿는다. 지금은 버전 1.0의 수정보완판인 K매니지먼트 1.5가 아니라 K매니지먼트 2.0으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역사적 시점이며, 바로 이런 시대적 소명을 띠고 우리 대표 기업들의 리더십 직책을 승계받은 사람들이 바로 이재용 부회장, 정의선 수석 부회장, 구광모 회장 등 차세대 최고경영자들이다.

K매니지먼트의 패러다임 위기를 초래한 핵심 원인은 바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등 일련의 기술 발전이 촉발한 4차 산업혁명이다. 패러다임 전환기는 개인과 조직, 그리고 국가의 운명을 결정하는 분기점이 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도래를 미리 읽고 선제적으로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하면 상상도 할 수 없던 급성장이 가능하지만 기존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경직성에 빠지면 생존 위기에 빠질 수밖에 없다. 흔히 ‘4차 산업혁명’ 또는 ‘디지털 변혁’으로도 불리는 이 새로운 환경은 기업 경영과 일의 세계는 물론, 인류의 일상생활을 근본적으로 바꿀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 새로운 4차 산업혁명 기술들의 함의를 경영 패러다임 관점에서 해석해보면 1) 인터넷과 모바일 스마트 플랫폼의 전 세계적 확산에 따른 ‘초연결(hyper connectivity)’ 2) AI와 빅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초지능(hyper intelligence)’ 3) 상시 창조적 혁신을 특징으로 하는 ‘초경쟁(hyper competition)’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1960년대 산업화를 시작한 이래 우리 경제의 핵심 경쟁력 기반이던 K매니지먼트 1.0은 초연결, 초지능, 초경쟁이 특징인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는 더 이상 성장의 기반이 될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심각한 위기의 원인이 되고 있다. 앞에서 설명한 K매니지먼트 1.0의 핵심 특성들은 선두를 빠르게 추격하는 데는 최고의 모델이지만 선두에서 직접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혁신을 창출하는 데는 오히려 심각한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패러다임 위기가 발생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기업들이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중심으로 한 혁신 기반 경제에서 생존하고 성장하려면 어떤 방향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단행돼야 할까? 사업이나 기술 간 경계를 넘나드는 융•복합화를 통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경쟁 우위를 끊임없이 남보다 먼저 만들어내는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이다.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은 K매니지먼트 1.0과 전혀 다른 전략과 조직, 문화를 요구하는데 그 핵심은 1) 혁신 기반 성장과 경쟁 전략 2) 생태계에 초점을 둔 벽 없는 혁신 3) 다양성과 자율성 중심의 스마트 문화 세 가지로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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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혁신 기반 성장과 경쟁 전략
무엇보다 전략이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먼저 성장 전략에 있어 기존 패러다임에서 추구하던 규모의 경제를 통한 신속한 양적 규모 성장 대신 끊임 없이 새로운 고객가치의 창조를 통한 혁신 기반 성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이미 존재하는 시장을 지키고 확장하는 전략과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최초로 만들어내는 전략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 기업들이 그동안 추구해온 빠른 추격자 전략은 기존 시장에서 양적 효율성을 극대화해서 성장하려는 전략이다. 그러나 21세기 4차 산업혁명의 도래로 양적 효율성 극대화를 추구하던 초우량 기업들이 급속히 무너지고 있다. 이제 한국 기업들도 성장 전략의 유형을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의 창출과 창조적 혁신을 통한 성장으로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때가 왔다.

경쟁 전략에서도 기존 한국형 경영 패러다임이 추구하던 현재 시장의 경계 내에서 선발 주자를 추격하거나 후발 주자의 공격을 방어하는 방식은 더 이상 가능하지 않게 됐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경쟁 전략은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 공간을 최초로 창조해서 일시적인 독점적 경쟁우위를 차지했다가 추격자가 따라오면 또다시 새로운 시장 공간을 최초로 창출해서 유연하게 이동해나가는 것을 반복하는 초경쟁 전략이 핵심이다. 이런 새로운 경쟁 전략에 대해 페이팔 등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기업들을 연속적으로 창업한 대표적인 21세기형 경영자인 피터 틸(P. Thiel)은 『제로 투 원(Zero to One)』이라는 저서에서 21세기 환경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듯이 아예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시장을 새로 창조해서 일시적으로 독점하는 경쟁 전략이 지배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21세기형 경영 패러다임은 새로운 시장 공간의 최초 창출과 일시적 독점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역동적인 초경쟁 전략을 추구해야 할 것이다.

혁신 기반 성장과 경쟁 전략을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혁신 관리 시스템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상품이나 기술의 혁신 사이클에서 20세기형 사이클과 21세기형 사이클은 다르다. 20세기 환경에서 혁신은 간헐적이고 불연속적인 이벤트였다. 즉 간헐적으로 새로운 사업이나 상품, 기술의 창출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다음에는 상당 기간 그 과실을 활용해 이익을 실현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인 사이클이었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21세기 환경에서는 모든 기업이 초연결, 초지능, 초경쟁을 활용해서 쉴새 없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사업 분야나 상품, 기술을 만들어내는 상시 창조적 혁신의 레이스를 치열하게 벌이고 있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의 21세기형 경영 패러다임은 간헐적 혁신과 장기 활용을 반복하던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끊임없이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고객가치를 남보다 먼저 신속하게 만들어내는 상시 창조적 혁신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

혁신의 대상도 기술이나 상품을 넘어서서 기업 경영의 전체로 확대돼야 한다. 20세기 산업사회 경제에서 혁신의 주 대상은 기술이었고 그 방법은 대규모 연구개발 투자였다. 따라서 각 기업의 연구개발 집중도가 혁신 경쟁력의 중요한 예측 지표였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조직, 인사, 재무, 회계, 생산, 유통 등 가치사슬의 모든 단계에서 360도 전방위 혁신을 추구하고 있으며 혁신의 유형도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나 플랫폼 혁신, 디자인 혁신, 콘셉트 혁신 등으로 다변화되고 있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은 여전히 원천기술 확보를 위한 기술 연구개발에만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 자체는 선진 기업들에 비해 그리 뒤떨어지지 않았으나 훨씬 고도화된 21세기형 혁신인 비즈니스 모델 혁신이나 플랫폼 혁신, 디자인 혁신, 콘셉트 혁신에서는 크게 뒤처지고 있다. 21세기 초 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 구글, 애플, 테슬라 등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혁신 경쟁력은 기술 경쟁력이라기보다는 이런 고도화된 유형의 혁신 경쟁력이다. 따라서 우리 기업들도 기술 혁신에 대한 몰입을 넘어서서 다양하고 고도화된 혁신들로 그 초점을 확장해야 할 것이다.

2. 생태계에 초점을 둔 벽 없는 조직
4차 산업혁명 환경이 요구하는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을 실행하는 데 적합한 조직은 빠른 추격에 적합한 조직과 전혀 다르며 오히려 정반대에 가깝다. 즉 4차 산업혁명은 개인이나 부서별로 명확한 책임과 권한을 강조하던 20세기형 조직구조를 탈피해 조직 내외부의 모든 자원과 역량, 정보, 지식들을 신속하게 총동원할 수 있는 벽 없는 조직을 요구한다. 즉 조직 내부의 모든 수직적, 수평적 경계를 없애는 것은 물론 조직 내부와 외부 간의 경계도 최대한 철폐해서 고객가치 창출을 중심으로 조직 내외부의 모든 역량과 자원들이 신속하고 유기적으로 결합되는 개방형 혁신 체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조직 내 계층 간 경계와 부서 간 경계를 철폐해 전사 역량과 자원이 신속하게 총동원될 수 있도록 재설계하는 ‘내부’ 초점의 벽 없는 조직은 이해할 수 있으나 조직 내부와 외부 간의 경계를 없애는 ‘생태계’ 초점의 벽 없는 조직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 기술의 급속한 발전으로 경쟁의 단위가 기업 간 경쟁이 아니라 생태계 간 경쟁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아마존이나 구글, 애플처럼 각 생태계의 중심 인프라인 플랫폼 리더십을 가진 소수의 기업이 전체 생태계를 지배하는 4차 산업혁명 환경에서는 오히려 더 중요한 것이 ‘외부’ 초점의 벽 없는 조직이다. 이런 관점에서 21세기 환경을 위한 우리 기업들의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은 무엇보다 개방적 생태계 관점에서 내외부 공히 벽 없는 조직으로 재설계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3. 다양성과 자율성 중심의 스마트 문화
기존 K매니지먼트 1.0의 문화적 특징이던 획일적인 농민적 근면성 문화로는 4차 산업혁명이 요구하는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창조적 파괴와 혁신의 주창자인 슘페터(J. Schumpeter)는 “혁신은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새로운 것을 발명하는 것과 달리 기존에 존재하던 다양한 지식과 역량을 창조적으로 재결합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무엇보다 조직 내 다양한 지식과 역량, 정보, 가치관, 의견들을 활발히 소통하고 상호작용해야 창조적 혁신이 가능하다. 혁신은 정해진 일을 미리 정해진 규칙과 절차에 따라 최선을 다해 열심히 수행하는 농민적 근면성에서는 나올 수 없으며 정반대로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상상하고 실험하는 자율성과 유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 K매니지먼트 1.0처럼 미리 철저하고 치밀하게 설계한 규칙과 규정, 절차를 엄수하며 최선을 다해 묵묵히 열심히 일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강조하는 관료제적 문화와 획일적 가치관은 혁신에 결정적 장애다. “꼭 안 해도 되는 일을 정해진 대로 최선을 다해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최악의 경영”이라는 드러커(P. Drucker)의 말처럼 이제는 꼭 필요한 최소한의 필수적인 절차나 규정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과감하게 제거해 구성원들이 다양한 창조적 아이디어를 자율적으로 실험하고 실천하면서 가치 창출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문화가 필요하다.


K매니지먼트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실행 전략

위에서 언급한 세 가지 K매니지먼트 2.0의 특성은 모두 기존 1.0 패러다임의 핵심 특성들과 정반대다. 따라서 전환 과정에서 심각한 저항과 갈등이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해넌(M. Hannan) 교수와 같은 조직생태학자들은 조직의 근본적 변화 시도는 다양한 장애 요인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실패 위험을 급상승시킨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변화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화되는 구조적 관성을 초래한다는 것. 즉 K매니지먼트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결단하고 명령만 내리면 단숨에 성취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지난한 과정이므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효과적 실행 전략이 필요하다. 규모의 경제와 양적 효율성 경쟁으로 지난 100년간 세계 경제를 지배해오던 코닥, 노키아, 모토로라, GM, GE 등 글로벌 초일류 기업들이 최근 패러다임 전환에 실패해 급몰락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상시 창조적 혁신으로 전략과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바꾸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또한 실제 실패율도 높다. 효율성과 혁신을 핵심으로 하는 두 가지 상호 모순적 경영 패러다임이 전환기 동안 같은 조직 내에서 경쟁할 때 대부분, 기존의 양적 효율성 모델이 새로운 상시 창조적 혁신 모델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해오던 양적 효율성 경쟁을 위한 전략과 조직, 문화의 계속적 개선과 강화는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낮고, 성과가 단기간에 즉시 실현되며, 조직 내 노하우와 역량이 축적돼 있어 리스크가 낮다. 반면 상시 창조적 혁신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성공 여부와 실행 방법에 대한 불확실성이 높고, 성과도 당장이 아닌 중장기적으로만 실현되며, 축적된 노하우가 없는 상황에서 완전히 새로운 노하우와 역량을 개발해야 한다. 따라서 실패 리스크가 높을 수밖에 없다. 더구나 기존 패러다임은 오랜 기간에 걸쳐 대규모 자본이 이미 투자돼 매몰비용이 크고, 최소한 당분간은 여전히 상당한 성과를 창출하고 있으며, 조직 내 영향력 있는 많은 사람의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대다수 구성원과 이해관계자들에게 익숙하고 내재화돼 있다. 따라서 아무리 미래 잠재력이 크더라도 지금 당장은 자본투자가 미미하고, 성과는 아직 실현되지 않았으며, 강력한 사내 챔피언이 없다. 상시 창조적 혁신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에서 다양한 장애 요인 때문에 기존의 양적 효율성 패러다임의 최적화에 치중하다 불연속적 환경 변화로 갑자기 몰락하게 되는 이런 현상을 레빈탈(D. Levinthal) 교수는 ‘근시안적 조직학습(myopia of organizational learning)’으로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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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매니지먼트 2.0과 같은 완전히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에 대한 구조적 관성과 장애, 저항,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1) 조직 분리 2) 강제 할당 3) 챔피언 확보 등 세 가지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1.조직 분리
패러다임 전환 과정의 초기에는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행 주체와 기존 패러다임의 주역 간 조직적 분리가 필요하다. 같은 사업부나 부서 안에서 기존의 양적 효율성 극대화와 새로운 상시 창조적 혁신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근시안적 학습 경향 때문에 대부분 실패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기존 패러다임과 새로운 패러다임이 서로 같은 조직 내에서 자원이나 권한 배분, 위상 등을 두고 경쟁하지 않도록 조직 설계를 통해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분리된 조직에는 새로운 패러다임만을 위한 완전히 다른 비전과 핵심 가치, 권한 배분, 의사결정 기준과 프로세스, 평가 보상 시스템 등이 적용돼야 한다. 삼성전자가 미래지향적 창조적 혁신의 추진을 위해 2012년 C랩을 설립할 때 기존 삼성식 관리 경영과는 모든 면에서 다른 원칙을 적용한 것이나, 주문생산 제품인 메인프레임 컴퓨터만 생산해오던 IBM이 대량 생산 제품인 PC 시장의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신생 PC 담당 조직을 따로 분리해 본사가 있는 미국 동부 아몽크(Armonk)로부터 멀리 떨어진 서부 실리콘밸리로 보내버린 것 등이 대표적 예다.

2. 강제 할당
기존 양적 효율성 극대화 패러다임과 새로운 상시 창조적 혁신 패러다임에 투자하는 자원과 시간, 노력을 강제적으로 할당하는 방법도 효과적일 수 있다. 구성원들에게 자율적으로 기존 영역의 지속적 효율성 증대와 새로운 영역을 계속 만들어내는 혁신을 동시에 균형 있게 추진하라고 주문하는 경우, 근시안적 조직학습이론의 주장대로 대부분 기존 영역의 효율성 증대에만 치중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시간 배분이나 자원 할당, 평가 보상 기준 등 모든 면에서 강제적으로 일정 비율을 새로운 상시 창조적 혁신의 실행에 배분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모든 구성원의 업무시간 중 20%를 혁신에 투자하도록 강제하는 구글의 ‘20% 시간 규칙(20% Time Rule)’이 대표적 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20% 할당은 권장 사항이 아니라 강제적인 ‘규칙’이라는 점이다. 강제 할당은 패러다임 전화기와 같이 서로 다른 상호 모순적 행동에 대한 압력이 동시에 존재하는 경우 개인의 자율적 의지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3. 챔피언 확보
새로운 최고경영자가 직접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의 챔피언이 돼야 한다. 이미 조직 내에 든든한 후원자를 다수 가진 기존 경영 패러다임과 달리 새로운 패러다임은 조직 내 정치적 기반이 취약하다. 따라서 사내 영향력이 큰 기존 패러다임 지지자들에 의해 잠재력을 펼쳐 보기도 전에 매장당하기 쉽다. 따라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는 새로운 리더가 직접 그 후원자이자 실행 주체로 적극 참여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실행 프로세스에 관련해서는 새로운 최고경영자에게 수시로 직접 보고할 수 있는 직보 채널을 확립하고 정례적으로 직접 피드백을 제공하는 것 등이 중요하다. 설탕과 조미료를 만들며 전형적인 양적 효율성 경쟁을 하던 제일제당에서 탈피해 창조성과 혁신 중심의 ‘글로벌 생활문화기업’인 CJ로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시도할 때 이재현 회장과 이미경 부회장이 직접 그 과정을 주도한 바 있다. 그 결과 최근 CJ에서 제작한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오스카를 휩쓰는 쾌거를 달성했다.

K매니지먼트 2.0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은 절대 분권화하거나 위임해서는 안 되며 반드시 리더가 직접 주도해야 한다. 환경 변화로부터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의 필요성을 미리 탐지해내고, 경영의 미래 기반이 될 새로운 패러다임을 찾아내 체계화하고 구체적으로 설계하며, 조직 구성원들과 내외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하고 동참시켜 패러다임 전환을 기어코 이뤄내는 일은 새로운 최고경영자 자신의 통찰력과 비전, 의지, 열정이 없으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


차세대 리더들의 시대적 소명: K매니지먼트 2.0을 찾아서

오랜 기간 당연시돼 오던 한 패러다임이 무너진 후 새로운 주도적 패러다임이 확립되기까지의 기간인 전환기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극도의 불확실성으로 점철되기 마련이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큰 방향은 대략 짐작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어느 분야에서 누구에게 어떤 위협과 기회를 초래할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최근에야 나름대로의 20세기 산업사회형 경영 패러다임을 정착시킨 우리 기업들은 또다시 시작된 패러다임 전환이 요구하는 4차 산업혁명형 패러다임으로의 유연하고 신속한 전환에 불리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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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도의 불확실성으로 가득 찬 패러다임 전환기의 위험과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날카로운 역사적 통찰력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고 개인과 조직, 사회가 나가야 할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리더의 시대적 소명이다. 4차 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 앞에 백척간두의 위기에 처한 구성원들에게 리더가 미래로의 등대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지 못하면 그 조직이나 국가는 패러다임 전환의 소용돌이 속에서 몰락할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말로 기업가정신에 충만한 경영자들의 패러다임 리더십이 시급히 필요한 때다. 요즘 특히 이병철, 정주영, 구인회, 박태준 회장 등 1세대 리더들이 그립고, 또 최근 작고한 김우중, 구자경, 신격호 회장의 별세와 이건희, 정몽구 회장의 부재가 유난히 안타까운 이유다. 이들은 당시 시대정신이 요구하던 독창적인 경영 패러다임인 K매니지먼트 1.0을 만들어 기적적 성장을 이뤄냈다. 이들은 한 시대를 규정한 패러다임 리더들이었다.

그러나 필자는 최근 최고경영자 직책을 승계한 우리 차세대 리더들에게 매우 큰 기대와 굳건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바로 창조적 혁신을 강조하는 새로운 시대정신 때문이다. 기업과 경제는 물론 정치나 문화에 이르기까지 유독 최근에 출중한 젊은 리더들이 전 세계적으로 집중적으로 등장하는 이유는 지금이 역사적 대전환기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대는 우리가 알던 세계와는 그 원리 자체가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역량과 가치관을 가진 리더를 요구한다. 최근 CEO직을 승계한 젊은 리더들은 K매니지먼트 1.0 시대에 카리스마적 권위를 중시했던 선대 리더들과는 행동양식이 전혀 다르다. 이들은 훨씬 더 자유롭고 유연하며 개방적이고 진취적이다. 이들 젊은 리더가 K매니지먼트 2.0을 향한 패러다임 전환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려면 1) 제로베이스 환경 독해, 2) 성역 없는 버리기, 3) 변혁적 비전 제시 등 세 가지 리더십을 반드시 발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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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무엇보다 제로베이스 환경 독해가 최우선이다. 환경 독해는 비용-편익분석이나 SWOT 분석 같은 정형화된 틀과는 다른 것으로, 미래 환경의 본질에 대한 깊은 통찰력(insight)을 의미한다. 제로베이스를 강조하는 이유는 기존 사업 분야나 역량에 기반해서 환경을 분석할 때는 근본적으로 다른 불연속적 환경변화의 역량파괴적 위협을 탐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코닥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필름과 인화지 중심 이미지 사업에서 100여 년간 압도적 경쟁우위를 지켜온 코닥은 디지털 이미지 기술의 발전이 필름과 인화지 사업 자체를 아예 파괴해버릴 변화라는 점을 탐지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의 수익성 관점에서 대응하다 몰락했다.

둘째, ‘성역 없는 버리기’는 패러다임 전환기의 리더십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다. 기존 사업 분야나 역량, 조직에서 여전히 상당한 가치를 창출하지만 머지않은 미래에 쇠퇴할 요소들을 과감하게 버리는 것은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 창출을 위한 핵심 전제 조건이다. 그러나 창업자가 아닌 리더십을 승계받은 CEO가 선대 리더가 만든 가치관이나 시스템을 버리는 것은 극도로 어렵다. 이런 면에서 최근 도요타의 변신은 큰 교훈을 준다. 2010년 렉서스 급발진 사고로 도요타가 생존위기에 빠졌을 때 CEO직을 승계한 도요다 아키오 사장은 회사의 영혼으로 불리던 카이젠(改善) 원리와 도요타생산시스템(TPS), 도요타식 조직인사 시스템을 과감하게 버리고 TNGA(Toyota New Global Architecture)라는 완전히 새로운 생산 시스템과 신체제 경영 방식을 도입함으로써 위기 발생 후 불과 4년 만인 2015년에 자동차산업 100년 사상 최대의 수익을 올린 회사로 화려하게 부활해 글로벌 자동차산업을 지배하고 있다.

셋째, 패러다임 전환 리더십의 완성은 새로운 패러다임에 관한 비전의 제시와 공유, 그리고 확고한 실행이다. 버리기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을 위한 필요조건이다. 새로운 리더는 반드시 그 기업이 추구해야 할 미래 패러다임에 대한 명확한 비전을 제시하고 공유함으로써 전사 수준에서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성을 확보해야 한다. 애플, 아마존, 구글, 테슬라 등 현재 글로벌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위대한 기업들 모두 변혁적 비전이 급성장의 등대 역할을 해왔다. 기존 영역에서의 점진적이고 유기적인 성장이 아니라 현재 관점에서는 불가능해 보이지만 달성했을 경우 가슴을 뛰게 만드는 꿈 같은 목표, 획기적인 신성장을 창출할 수 있는 도전적이지만 명확하고 구체적인 비전을 수립해 철저하게 공유하고 과감하게 실행해 달성해내는 것이 바로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변혁적 리더십의 핵심이다.

최근 BTS와 K팝, 그리고 봉준호 감독이 이룬 쾌거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민족은 원래 창조적이고 혁신적인 분야에 특히 강하다. 그뿐만 아니라 젊은 세대로 갈수록 기성세대에 비해 훨씬 개성이 강하고 글로벌화돼 있으며 다양한 역량과 출중한 창조성을 가진 탁월한 인재들로 넘쳐난다. 따라서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이 새로운 게임의 규칙인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경영 패러다임인 K매니지먼트 2.0의 제시와 전환, 그리고 실현은 바로 새로 임무를 부여받은 차세대 리더들이 탁월하게 잘해낼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K매니지먼트 1.0을 통해 전 세계 현대기업사에 유례없는 기적적 고도성장을 이뤄낸 선대 리더들의 위대한 전통을 계승하고, 무경계 상시 창조적 혁신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적시에 확립해 21세기 또 다른 백 년을 이끌 모델을 만들어내는 도전적 과업은 이들 젊은 리더들의 시대적 소명이다.


필자소개 신동엽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 dshin@yonsei.ac.kr
필자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예일대에서 조직이론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조직이론과 인문 예술 분야 학술지 등 저명 저널에 다수의 논문을 실었다.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 조직위원장과 한국인사조직학회장을 역임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31호 Data Privacy in Marketing 2021년 10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