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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스웨스트 항공 콜린 바렛 사장의 ‘서번트 리더십’

“불황에도 해고 안당한 직원, 고객 서비스로 보답해요”

DBR | 15호 (2008년 8월 Issue 2)
치솟는 유가와 미국 경제 부진으로 미국 항공업계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요즘 미국 주요 항공사 중역의 입에서 나오는 이야기라면 으레 인력 감축, 노선 축소, 운임 인상, 암울한 전망 등이 주를 이룰 것이다.
 
그러나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콜린 바렛 사장(63)은 다르다. 평범한 법률 비서에서 기업체 중역의 자리에 올라 23년간 경영 일선을 지킨 그녀는 자신의 멘토이자 회사의 공동 창업자인 허브 켈러허 회장의 오른팔로서 사우스웨스트 항공만의 참신하고 획기적인 고객 서비스 정책을 이끈 사령탑이다.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고객 서비스 전략은 3만 5000명의 직원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회사를 즐거운 일터로 만들어 직원들의 긍정적인 에너지를 고객에게 그대로 전한다는 목표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어느 날 불쑥 등장한 작은 저가 항공사를 최대 탑승객 규모를 자랑하는 미국 굴지의 항공사로 성장시킨 비결이다.
 
와튼의 리더십 및 변화 관리 센터와 인력 센터가 최근에 주최한 제12회 연례 와튼 리더십 콘퍼런스에서 바렛 사장은 “사우스웨스트의 미션은 회사 안에서 눈에 띄는 곳 어디든 걸려 있습니다. 저희 고객이라면 한 번쯤 본 일이 있을 겁니다”라며 “이것은 바로 남들이 자신에게 해 주길 바라는 대로 남을 대하라는 황금률을 따르는 것입니다. 그러면 모든 일이 잘 풀리게 됩니다”라고 말했다.
 
고객과 직원들을 섬기는 것이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유일한 성공 비결은 아니다. 한 예로 앞으로의 유가 상승에 대비해 연료비를 헤지하는 혁신적인 연료 비용 정책을 통해 사우스웨스트는 올해 20억 달러의 비용 절감 효과를 봤고,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흑자를 기록한 메이저 항공사로 등극했다. 이 덕에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연료 비용 정책은 현재 항공 업계의 주요 화두로 떠올랐다.
 
올 여름에 사임하는 바렛 사장은 이 정책에 대해 잠깐 지나가듯 언급했을 뿐이다. 대신 그녀는 청중에게 최근에 있었던 임원 회의를 위해 준비했다는 6분짜리 비디오를 보여 줬다. 비디오에는 고객의 생일 케이크를 장식하려고 화장지를 사용한 승무원의 일화 등 탑승객과 직원들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수백만의 애용 고객: 고객을 받아들이는 그 이상의 노력을 직원에게 투자하라
저는 고객 서비스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바렛 사장은 직원들이 행복하고 의욕에 넘칠 때 고객도 행복해진다는 신념 아래 자신의 시간 중 85% 이상을 직원 관련 문제에 할애한다고 말했다. “문제가 있는 직원이 있을 때 우리는 그들을 내치기보다 받아들이고, 어떠한 상황에서든 그들에게서 장점을 끌어내고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그들이 긍정적인 생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저가 항공 그 이상의 약속
텍사스주 댈러스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35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 왔다. 이는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기록이다. 2007년 사우스웨스트는 약 99억 달러를 벌어들였으며, 6억 4500만 달러의 순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바렛 사장은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대차대조표에 기록되는 것은 이 수치가 아니라 바로 회사의 저가-대량운행 정책에 의해 사우스웨스트의 애용 고객이 된 승객수라고 밝혔다.
 
그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이 보잉737기로 처음 운항을 시작한 1971년만 해도 미국인 가운데 항공기를 자주 이용하는 사람은 13%에 불과했다”면서 “그 13%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모두 남성이었으며, 비즈니스맨이었다”라고 덧붙였다.
 
여성들은 집안에 무슨 일이 있을 때에만 비행기를 탔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항공기 이용에 대한 사람들의 이러한 인식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녀에 따르면 저가 항공이 장기간 서로 떨어져 지내는 연인들을 자주 만날 수 있게 해주고, 이혼 후 멀리 떨어져 사는 부부들이 자녀의 성장 과정을 좀 더 쉽게 지켜볼 수 있도록 해줬다.

 

  

  
지속적인 흑자 행진과 같은 기분 좋은 소식이 있다고는 해도 사우스웨스트 역시 항공업계가 직면한 사상 최대의 위기에서 자유롭지 않다. 바렛 사장은 회사의 연료비 경쟁력이 소실되는 2012년 이후를 매우 우려하고 있다. “유가가 더 오르면 아무도 비행기를 타지 않을 겁니다. 정말 두려운 상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무언가 대책을 찾아야만 합니다.”
 
그녀가 와튼의 연례 콘퍼런스에 참석한 날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최고경영자(CEO) 게리 켈러는 뉴욕에서 열린 한 콘퍼런스에서 “올해 안에 운임을 소폭 인상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 밖에도 사우스웨스트는 미래에 대한 여러 준비로 인해 분주하다. 기존의 노쇠한 737 항공기를 단계적으로 폐기 처분하는 대신 무선 인터넷을 장착한 신규 항공기를 도입하고 있으며, 국제 항공사들과의 새로운 항공기 편명 공유 협정에 대한 협상도 진행 중이다.
 
사장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일선에서 사우스웨스트의 고객 서비스 관련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인 바렛 사장은 회사의 괄목할 만한 성장 신화는 물론 자신의 기적 같은 성공담의 전도사이기도 하다.
 
그녀의 표현을 빌리면 버몬트 교외의 “한 번도 풍족한 적이 없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법률 비서가 된 그녀는 뉴저지 출신 변호사인 허브 켈러허의 비서가 되기 위해 한 법률회사를 찾아갔을 때 일생 일대의 기회를 맞이했다. 켈러허는 1960년대 후반에 법률 고문의 자리에 올랐고, 1971년 롤린 킹과 함께 사우스웨스트 항공의 공동 창업자가 되었다.
 
다채로운 면모와 카리스마를 지닌 켈러허는 모든 업무에서 바렛을 비롯한 부하 직원들과의 협업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설립 초기 사우스웨스트는 신생 항공사를 견제하려는 거대 항공사들의 횡포로 말미암아 잦은 법적 분쟁을 치러야 했다. 켈러허는 1978년 사우스웨스트의 회장이 됐고, 항공 교통 관제사들의 파업으로 항공업계가 일대 혼란에 빠진 1981년 CEO 자리에 올랐다.
 
그는 자연스럽게 오랫동안 함께 일해온 바렛을 영입했다. 이 둘은 텍사스의 한 이름 없는 항공사를 대륙을 넘나드는 오늘날의 사우스웨스트 항공으로 키워냈다. 그녀와 켈러허는 당시 근무하던 법률 회사에 휴직을 신청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상태다. 바렛 사장은 켈러허 회장의 성공과 더불어 자신이 함께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은 바로 켈러허 회장의 ‘평등 정신’이라고 주저하지 않고 말한다.
 
서번트 리더십’ 그 이상의 무엇
그 분은 어리석은 일을 했거나 어이없는 실수를 저지른 경우에도 결코 질책하지 않았습니다. 항상 저를 지지해 주었고 완전히 평등한 인격체로 대해 주셨습니다.” 사무실에서 종종 테니스화와 티셔츠 차림으로 근무하며 항공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은 일도 없었던 바렛 사장은 1986년 운영 부문 부사장, 1990년 고객 부문 부사장으로 승진하고 마침내 2001년 사장까지 맡았다.
 
시간이 흐르면서 바렛 사장은 그녀의 탁월한 리더십으로 널리 알려졌다. 2007년 항공 업계 여성 리더상을 받았으며, 경제 전문지 포브스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100인에도 여러 차례 뽑혔다.
 
바렛 사장은 포기를 모르는 해결사다. “저는 팀의 일원으로서 일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저에게 뭔가를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면 죽기살기로 그 일에 매달릴 겁니다. 저는 기대보다 더 많은 것을 성취했어요. IQ 테스트나 무슨 시험에서 뛰어난 점수를 받은 적도 없는 그저 노력형이었죠. 저는 불 난 곳으로 달려가는 소방관 같은 사람입니다.” 그녀는 세계적인 경영 컨설턴트 로버트 그린리프가 1950년대에 처음 만들어낸 용어를 인용, 자신의 경영 방식을 ‘서번트 리더십’이라고 표현했다.
   
 
버스를 타고 영화관으로
바렛 사장은 어릴 때부터 어머니에게서 배운 황금률을 회사의 모토와 경영 모델에 적용했다. 기존의 발상을 깬 피라미드 모형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 피라미드에는 최우선 요소인 직원 만족이 맨 위에 오고 그 다음이 고객 요구, 고객 요구 충족을 통한 수익 창출로 비로소 가능해지는 주주 만족이 맨 아래에 온다. 2000년대 초 미국 경제 침체 초기에 바렛 사장이 주로 취한 행보는 예약 상담 직원들을 해고하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회사에 남아 있을 기회를 부여하는 일이었다.
 
사우스웨스트는 이를 통해 직원들이 승객에게 더 큰 서비스로 보답할 것이라고 믿는다. 그녀는 9·11 테러로 인해 미국 전역의 항공기들이 비행을 중지한 상황을 예로 든다. 당시 많은 사우스웨스트 항공기가 평소 운항하지 않던 도시에 임시로 착륙했다. 몇몇 승무원들은 보호자 없이 여행하다가 발이 묶인 청소년들을 그들의 숙소에 묵게 해 주었고, 이를 계기로 매우 친해져 지금까지도 크리스마스나 추수감사절 같은 명절에 서로 연락을 주고받는다.
 
9·11 테러 이후 한 항공기는 비행을 중단하고 사우스다코타주의 수폴스 시에 착륙했다. 승객들이 하루 종일 TV만 쳐다보는 것이 안타까웠던 조종사는 버스를 대절해 그들을 영화관으로 안내했다.
 
최근 아버지의 날에 저희 비행기를 탔다는 어떤 사람은 승무원들이 그날이 아버지의 날이라는 사실을 잊은 승객들에게 아버지의 날 카드를 나눠줬다고 말했습니다.” 바렛 사장은 와튼 콘퍼런스에 참석한 청중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
 
이렇듯 독특한 사우스웨스트 기업 문화의 기원은 19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회사의 여성 승무원은 핫 팬츠와 흰 부츠를 착용했다. 오늘날 사우스웨스트가 강조하는 문화는 그때와 사뭇 다르다. “당신이 스스럼없는 성격이 아니라면 우리 회사의 분위기가 불편하게 느껴질 겁니다.” 바렛 사장의 말이다.
 
이 문화는 직원 채용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우리는 말 그대로 먼저 태도를 보고 직원을 뽑으며, 기술 교육은 그 다음입니다.” 이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그녀는 사우스웨스트 항공은 당연히 최고의 조종사와 정비사만을 채용한다면서 “우리 회사에서 직원을 해고한다면 그것은 태도나 행동에 문제가 있거나 존경할 수 없는 사람입니다”라고 덧붙였다.
 
바렛 사장은 스스로 완전히 터득했듯이 궁극적으로 사우스웨스트 항공 직원들이 근무할 때에도 평상시의 자기 자신 모습 그대로 일할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는 항상 일이 놀이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출근하려고 집을 나설 때 연기할 필요도 없으며, 자신의 본래 모습을 벗어던지고 나올 필요도 없습니다.”
 
번역 이유진 krazyloi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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