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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민동락(與民同樂), 좋은 리더의 힘

이치억 | 198호 (2016년 4월 lssue 1)

 

 

여민동락(與民同樂), 좋은 리더의 힘.

 

<맹자>여민동락(與民同樂)’이라는 말이 나온다. 혼자 즐기는 것보다 여럿이 즐기는 것이 낫고, 소수의 사람들과 즐거움을 나누기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 더 즐겁다는 것이다. 맹자는 주나라 문왕(文王)을 여민동락을 실천한 대표적 인물로 꼽았다. 문왕이 가진 동산은 사방 70리나 되는 큰 것이었는데, 백성들은 오히려 그것이 작다고 여겼다고 한다. 제나라 선왕이 맹자를 만난 자리에서자신의 동산은 사방 40리밖에 되지 않는데 백성들이 그것을 크다고 여긴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를 들은 맹자는 그 이유를 친절하게 설명해 줬다. “문왕의 동산은 사방 70리인데 백성들이 거기에 마음대로 들어와 풀이나 나무도 베어 가고 토끼나 꿩도 잡아갈 수 있습니다. 백성들과 함께 나눴으니 백성들이 작다고 여기는 게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이 처음 제나라의 국경에 도착해서 이 나라의 큰 금기사항이 무엇인지 물어본 후에 들어왔습니다. 신이 그때 들으니 관문 안에 사방 40리 되는 동산이 있는데, 거기에선 사슴을 죽이는 자를 살인죄와 동급으로 다스린다 하더이다. 이는 나라 안에 40리짜리 함정을 파 놓은 것과 같으니, 백성들이 크다고 여기는 것도 당연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면서 맹자는 이러한 여민동락을 실천하는 것이 이상 정치 실현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다.

 

백성과 함께 즐기고 누리는 것, 이것이 어떻게 이상 정치와 연결될 수 있을까? 권력자나 가진 자가 배려와 나눔을 실천하면 사람들은 그를 존경하고 따를 것이 명백하다. 조직은 신바람이 나고 능률도 오를 것임에 틀림없다. 맹자는 이렇게 말한다. “가령 임금님이 풍악을 울리며 즐기고 있는데 백성들이 그 소리를 듣고 얼굴을 찌푸리며백성은 부모 자식이 서로 만나지도 못하고 형제와 처자식이 서로 흩어져야 하는 지경으로 만들어 놓고 풍악이나 울리다니!’라고 한다면, 이는 다름이 아니라 여민동락을 하지 못해서입니다. 만약 백성들이 그 소리를 듣고 흔연히 기뻐하면서풍악을 울리는 것을 보니, 우리 임금님이 다행히도 건강하신가보다라고 한다면, 이는 다름이 아니라 여민동락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말이 그렇지 권력자가 백성들과 여민동락하기는 쉽지 않다. 왜 그럴까? 애초에 권력이나 권위의 개념 설정이 잘못됐기 때문이다. 원래 권력과 권위는 수단이지 목적이 아니며, 전체를 위한 것이지 나를 위한 게 아니다. 그런데 권력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면 그 자체가 목적이 되고, 그것을누리는데에 더 무게중심을 둔다. 이렇게 되면 권력자는 눈에 보이는 것들부터 남들과 다르게 꾸미기 시작한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지거나, 아무나 누릴 수 없는 것을 누리며 거기에서 즐거움을 찾는다. 크고 화려한 집무실을 가지고 비싼 옷과 장신구로 몸을 꾸미거나 고급 차를 타고 남들이 가지 못하는 곳에 들어가는 것도 힘을 과시함으로써 거기에서 즐거움을 누리려는 목적에서 나온 것이다. 그 즐거움에서 헤어나지 못하면 여민동락의 실천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누구나가 다 가지거나 누릴 수 있는 것이라면 거기서 특별함의 즐거움을 느낄 수 없기 때문이다.

 

진짜 좋은 리더의 권위와 힘은 그러한 차별화된 소유나 향유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권력은 그 리더에 대한 구성원의 진심 어린 지지와 존경에서 나온다. 밖으로 보이는 권위를 내려놓고 구성원들과 함께 웃고 우는 리더는 외면을 꾸미는 권력자와는 차원을 달리한다. 사실 내면이 건실하고 마음으로 따르는 심복들이 많은 리더에겐 외면적으로 보이는 권위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그러니 이러한 리더만이 진정으로 여민동락을 할 줄 알 것이다. 뒤집어 말하면 여민동락을 할 수 있기 위해서는 권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여민동락을 맹자가 이상 정치의 지름길이라고 강조했던 숨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치억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 연구교수

 

필자는 퇴계 선생의 17대 종손(차종손)으로 전통적인 유교 집안에서 나고 자라면서 유교에 대한 반발심으로 유교철학에 입문했다가 현재는 유교철학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성균관대 유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성신여대 동양사상연구소에서 연구 활동을, 성균관대·동인문화원 등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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