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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통합 리더십

‘性의 벽’ 넘어선 통합의 리더십이 혁신 이끈다

김양희 | 91호 (2011년 10월 Issue 2)



()과 리더십 스타일의 관계를 탐구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민주적이며 참여적인 스타일을 보인다. 전통적 리더십은 위계적 구조와 전제적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이지만 여성적 리더십은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고 참여적 관리(participatory management)와 합의 추구를 특징으로 한다. 이 때문에 창의 자본(creative capital)이 중요한 현대 지식경제 사회에서 여성적 리더십이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여전히 남성 위주로 짜여진 조직 속에서 여성을 어떻게 통합하느냐다. 젠더통합(gender-inclusive) 리더십이 중요한 이유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 초반으로 넘어오면서 리더십과 경영 분야에서 여성, 또는 여성적 리더십에 관한 많은 문헌이 출간되기 시작했다. 거시적인 차원에서 볼 때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은 산업구조의 변화를 반영한다. 과거의 농경사회와 산업사회에서는 경쟁력의 원천이 육체노동과 물적 자원에 있었다. 반면 정보화 사회에서는 정보와 지식의 힘이 중요해졌다. 더욱이 지금의 지식기반 시대에는 정보나 지식의 생산 자체보다 이를 관리하는 역량과 네트워크를 통한 교류가 더 중요하다.


산업 변화와 리더십 요구의 변화

산업의 변화와 함께 조직의 일하는 방식도 달라졌다. 과거에는 계////국 등 관료적이며 위계적인 체제로 운영됐던 조직이 구성원 간 자율과 다원성이 존중되는 방향으로 수평화됐다. 경직적이며 영구적인 부서체계를 두기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수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태스크포스나 팀과 같은 임시조직의 활용이 보편화하고 있다(Toffler, 1990)1 . 개인은 하나의 부서에 적을 두면서 구성원이 서로 다르고 각각 시작과 끝이 다른 여러 개의 프로젝트팀 또는 태스크포스에 속해 다중 업무를 수행하는 식이다.

변동이 잦고 고도로 다양화된 현대 조직은 구성원 상호 간의 결속이나 조직에 대한 동일시의 정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그런 가운데 조직원들은 복잡다단한 문제를 비용과 시간 면에서 가장 효율적으로, 방법 측면에서는 가능한 다각적으로 접근해 풀어야만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는 다양한 배경의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서로 낯선 이들이 일사불란하게 협동하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리더의 조정능력과 대인관계 기술이 중요하다. 토플러가수시로 헤쳐 모여를 반복하는 단기적 임시조직의 활용이 일상화되면 지배적이고 카리스마적인 리더보다는 직관적인 감수성과 감정이입을 위한 정신역량에 기초한 자연스러운 권위를 가진 리더가 필요하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어느 조직이나 고유의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데 가치 창출에 기여하는 요소에 대한 하멜(Hamel, 2007)의 분석은 조직 리더십에 대한 새로운 요구를 암시한다. 그가 다양한 요소들이 가치를 창출하는 데 상대적으로 기여하는 정도를 비교한 결과, 열정의 기여도가 35%로 가장 높았으며 두 번째는 창의성(25%), 그 다음 추진력(20%), 지적 능력(15%), 성실성(5%)순이었고 복종의 기여도는 0%로 나타났다. 성실성이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기본에 속하는 것으로 다른 요인들과 비교하면 상대적 중요도가 매우 낮았다


지적 능력 또는 지력(知力)의 중요도가 예상보다 낮은 이유는 상당량의 지식이 인터넷을 통해 접근 가능할 뿐 아니라 독창성과 부가가치가 높은 지식을 창출하려면 열정과 창의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결과는 명령하고 통제하는 리더십보다 그들의 열정과 창의성을 북돋워주는 민주적 리더십의 중요성을 암시한다.

뿐만 아니라 최근 창의자본(creative capital)의 중요성이 강조되듯이 지식경제, 더 나아가서 창의경제(creative economy)2 로의 전환(Florida, 2005)은 조직원들의 끊임없는 학습과 창조적 실험을 요구한다. 지시와 통제에 의존하는 전통적 리더십으로는 이를 촉진시키기 어렵다. 시대는 창조력과 직관, 수평적이고 비구조적이며 유연한 사고와 경계를 초월해 일할 줄 아는 리더, 문화와 생명에 대한 감수성을 가진 리더, 사회통합을 위한 리더십을 요구한다.

나이스빗과 애버딘(Naisbitt&Aburdene, 1985)도 이에 주목, 이제 조직은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학습하고 향상하는 조직으로 전환해야 하며 이러한 전환은 구성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과 관계적 리더십, 구성원의 참여와 권한을 증진시키는 민주적, 참여적 리더십 스타일을 요구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여성들은 이러한 현대 조직의 리더 역할에 적합하며 남성 관리자들도 여성적 리더십 스타일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아들러(Adler, 1997) 또한 글로벌화, 문화적 다양성과 창의 자본, 혁신 잠재력의 가치 증대지속가능성 추구 등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리더십의 패러다임도 바뀌어 여성의 섬세함과 의사소통 능력, 위계적 지위보다 비전을 중시하는 점 등의 속성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여성은 원칙을 중시하는 점, 경계에서 일하는 능력, 여러 가지 과제를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multitasking) 능력 등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남성에 비해 친밀한 관계와 정신적 성장을 중시하는 여성의 특징이 구성원의 본유적 동기를 유발하고 잠재력을 신장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해석된다.

월드소싱(World-sourcing)’이라는 말이 함축하듯이 이제 지식과 기술, 자본이 모든 대륙으로부터 다른 모든 대륙으로 국경을 초월해 이동한다. 가장 좋은 인재가 가장 적절한 비용과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으로 일이 움직여 다니는 시대에 기업의 다양성 관리와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대한 요구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종합하면 글로벌 변화에 따라 다양성과 여성적 감수성이 중시되고 리더십에서도 관계적이며 민주적·참여적인 리더십 스타일이 주목을 받고 있다. 여성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여성은 사회적 역할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도록 사회화되는데 이 같은 특성이 새롭게 요구되는 리더십에서 중요하다고 본다.


여성 리더십과 혁신

항상 일관적인 것은 아니지만 성()과 리더십 스타일의 관계를 탐구한 대부분의 연구에서 여성은 남성에 비해 민주적이며 참여적인 리더십 스타일을 나타낸다(: Eagly, 1993; Eagly & Johnson, 1990). 로덴(Loden, 1985)에 따르면 전통적 리더십은 위계적 구조와 전제적 의사결정에 의존하는 가부장적 리더십으로, 여기서는 카리스마를 가진 리더 개인이 조직을 통제하고 지시하며 권위를 행사한다. 그에 비해 여성적 리더십은 협동과 팀워크를 중시하고 참여적 관리 (participatory management)와 합의 추구를 특징으로 하며, 그러한 특징 때문에 시대가 요구하는 대안적 리더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헬게센(Helgesen, 1990)은 여성 리더십을통합의 거미줄(Web of inclusion)’에 비유했다. 리더는 거미가 거미줄을 엮듯이 중심에서 주변으로 새로운 줄을 연결하면서 기존의 줄을 강화해나가는데 이때 중심과 주변은 상호의존적이다. 중심이 너무 강하면 주변이 허약해지므로 균형을 이루도록 전체를 살피면서 조율하는 것이 리더의 중요한 역할이다. 여기서 리더는 관계와 협력, 공동체의 안녕을 중시하며 그의 힘은 강제하는 힘이 아니라 지속적인 대화와 참여의 기회를 제공하는 데 있다. 헬게센은 여성은 남성에 비해 덜 위계적이며 사람을 통합하는 관계기술을 가지므로 자연스럽게 그와 같은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다고 봤다.

<소프트 스킬-부드럽게 이겨라(The Hard Truth About Soft Skills)>의 저자 페기 클라우스(Peggy Klaus)는 과거에는 구성원의 참여를 독려하며 합의를 추구하고 비전을 중시하는 등 소위여성적속성들이 조직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 시각이 있었지만 이제 이러한 소프트한 기술들이 중요할 뿐 아니라 리더의 성패를 결정하는 시대가 됐다고 지적했다.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 임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75%의 응답자가 직장에서의 성공이소프트 스킬에 달려 있다고 답변한 것을 봐도 그간 여성적 속성의 중요성이 과소평가된 것을 알 수 있다.

펩시의 최고경영자(CEO)인 인드라 누이는 돌봄의 가치로 직원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동기를 부여하는 여성적인 리더십 스타일로 주목받고 있다. 펩시 역사상 최초의 여성 CEO이자 최초의 인도 출신 CEO이기도 한 인드라 누이는 1994년 펩시에 입사한 이래 트로피카나 인수, 퀘이커 오트와의 합병 등을 이끌어낸 글로벌 전략가다. 2001년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됐고 2007년 펩시의 5대 회장이 됐다. 그가 CFO가 된 후 회사의 연간 수입 규모는 72% 증가하고 순이익도 두 배가 됐다.

누이는 2007년 월스트리트저널이 선정한 세계 50인의 여성에 올랐고 2007년과 200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100명에 선정됐다. <포춘>지는 2006년부터 2010년까지 매년 그녀를 비즈니스 분야의 가장 파워풀한 여성으로 선정해왔다. CEO로서 펩시를 재창조하기 위한 야망을 가지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추구한 누이는 이사회에서 현장까지 다양한 사람들과 쉽게 관계를 형성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인간적인 면모를 지닌 리더로 평가된다. 기업경영에서도 고객과의 거래 관계를 넘어서목적을 가진 성취라는만투라(眞言)’에 따라 비즈니스에 좋은 일은 세상을 위해서도 좋다는 신념으로 저칼로리 건강식품 사업과 화석연료 대신 풍력과 태양열 의존도를 높이는 노력 등 지속가능한 기업활동을 실천하고 있다

 



많은 여성 리더들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이나 ‘여성다움’을 숨기려 한 것과 달리 누이는 여성다움을 바탕으로 감성(Sensibility)과 결단력(Resolution), 조화(Harmony)의 ‘SRH’ 리더십을 실천한다. 그는 “사람을 생각하고 그들에게 힘을 주는 것”이 리더십이라고 설명한다. 직원들에게 일보다는 가족을 먼저 생각하라는 조언을 하며 일상적인 삶의 가치를 강조하는 누이의 모습에 직원들은 신뢰와 존경을 보낼 뿐 아니라 업무 성과로 보답하고 있다.


배려와 소통의 리더십으로 혁신에 성공한 또 다른 여성으로 제록스의 전임 CEO였던 앤 멀케이를 들 수 있다. 제록스 최초의 여성 CEO였던 멀케이는 1976년 영업직원으로 시작해 2001년 회사가 거의 파산 위기에 놓여 있을 때 CEO 자리에 올라 회사의 재정을 안정시키고 고이익 영역에 초점을 둔 기술개발을 추진, 주목을 끌었다. 사실 그가 CEO가 되기 전인 1999년 제록스는 재정 위기를 해쳐나가기 위해 IBM의 리처드 토만을 영입했다. 토만은 회사를 여러 개의 비즈니스 단위로 나누는 등 급속한 구조조정과 혁신을 시도했지만 실패하고 결국 퇴출됐다. 이어 제록스가 멀케이를 COO 겸 사장으로 임명하고 곧바로 CEO로 앉혔을 때 세간에서는 검증되지 않은 영업 전문가를 CEO로 앉힌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었다. 이미 많이 하락한 이 회사의 주가는 15% 정도 더 떨어졌으며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어쩌다 CEO가 된 사람(accidental CEO)”이라고 부를 정도였다. 당시 이 회사는 170억 달러의 채무를 진 채 벼랑 끝에 서 있었다.

멀케이는 토만과 상당히 다른 접근을 했다. 시간을 가지면서 직원들에게 질문을 하고 회사 내 서로 다른 집단들 사이의 의사소통을 개방했다. 가장 우선 한 일은 사내 연구자들을 만나고 R&D 과정을 개편한 것이었다. 회사의 일부 업무를 없애고 직원을 해고해야 할 때에도 정직하고 개방적인 방식으로 소통함으로써 회사를 살리기 위한 조치임을 이해하도록 했다고 한다.

2009년 멀케이가 우르슬라 번스에게 CEO 자리를 승계했을 때 사람들은 여성을 육성하는 여성 리더로서 멀케이의 훌륭함을 칭송했다. 번스는여성일 뿐 아니라 제록스와 같은 대규모 상장회사의 대표이사가 된첫 번째 흑인 여성이기도 했다. 번스를 CEO로 앉힌 것은 그녀가 제록스에서 축적한 광범위한 경험을 인정한 것인 동시에흑인이라는 비전통적인 배경이 더 훌륭한 다음 세대의 리더를 양성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뜻도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번스는 멀케이에 대해팔로어십(followership) 정신을 고취시킨 훌륭한 리더라 칭송하며 회사가 가장 곤경에 처해 있을 때 획기적인 기여를 한 것에 대해 존경을 표했다. 멀케이가 혁신을 위한 기술투자에 우선순위를 둠으로써 제록스의 제품(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재정적인 건강성을 상당 수준 되찾을 수 있었던 것을 높이 평가한 것이다. 퇴임 당시 멀케이는처음에는 다만 CEO가 되고 싶었지만 나중에 여성을 위한 옹호자가 돼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직위와 함께 오는 책임이 있지요. 내가 여성의 발전에 초점을 둬야 할 필요성을 말하지 않는다면 누가 하겠습니까라고 말해 그가 번스를 후계자로 삼고 물러난 데는 특별한 뜻이 있었음을 암시했다. 위에서 소개한 사례들은 과거의 여성 리더들이 남성 중심의 조직에서 생존하고 성공하기 위해 기존(남성의) 방식을 따랐지만 이제 자신의 여성성을 감추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강점으로 삼으면서 성과를 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여성을 통합하는 전략

<여성이 중요하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열쇠(Women Count: A Guide to Changing the World)>의 저자 수전 버틀러는 리더십 지위에서 여성은 여전히 소수로 명목상 상징적 지위(token status)를 가지고 있으며 향후 더 많은 여성이 리더 위치에 올라서 임계 질량(critical mass)을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여성을 위한 멘토링, 가족친화 정책 등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는 것을 가능케 하는 근무 조건 조성, 개인의 가치에 기반한 평가 시스템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버틀러는 고위직 파이프라인을 개선함으로써 리더십 지위의 여성 참여를 확대하는 데 기여하고자 2009 NAFE(National Association of Female Executives)를 창설해 현재 회장으로 있다. 이 단체는 매년 여성친화적인 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선정기준에는 이사회에 최소한 두 명의 여성이 있을 것, CEO에게 직접 보고하는 부서장 직위에 여성이 다수 있고 여성이 리더십 승계계획에 포함될 것, 임원진이 회사의 모든 직급에서 여성이 성공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것 등이 포함돼 있다.

NAFE가 여성친화적인 기업으로 선정한 회사들의 평균 여성이사 비율은 23% <포춘>지가 선정한 500대 기업의 16%에 비해서 높다. 여성 CEO 비율도 14% <포춘> 500대 기업의 2%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선정된 기업은 일과 가정의 양립을 지원하기 위한 시도뿐 아니라 직업세계에서 여성의 취약한 점을 보완하는 프로그램을 포함, 다양한 여성 통합 전략을 도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월마트는 여성의 고위직 진입을 촉진하기 위해 2009년 여성에게 멘토링과 도전적 기회를 제공하는 프로그램(President’s Global Council of Women Leaders)을 마련했다. 아메리칸익스프레스는 자신을 육성해줄 비공식적인 관계가 부족한 여성들을 위한 스폰서 프로그램(Pathways to Sponsorship)을 도입, 여성들에게 스폰서 명단을 확보하도록 격려하고 후원자 관계를 구축하도록 지원하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크래프트푸드도 효과적인 모험 감수와 영향력을 미치는 방법, 네트워크 구축 등과 같이 여성들에게 학습 기회가 부족할 수 있는 기술을 보충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Efficacy for Women)을 실시하고 있다.


기업이 더 많은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도록 하는 조치로 가장 흔히 취하는 방법은 여성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과거 여성들끼리 모여서 점심 먹고 토론하는 식의 네트워크가 대부분 여성이 고위직으로 올라가는 데 실제 필요한 기술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있다. MIT 슬론경영대학에서 900명의 여성 중역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성공에 중요했던 요소를 조사한 결과에서도 단순한 여성 네트워크는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최근 기업들은 형식적인 모임에 그치는 게 아니라 여성이 책임 있는 자리에 오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GE. 이 회사에는 4만 명 이상의 회원 규모를 가진 ‘GE 여성 네트워크(GE Women's Network)’가 있다. 이 네트워크는 리더십, 승진, 커리어 확대 기회 등에 초점을 두고 있다. 또한 매년리딩&러닝 서밋(Leading & Learning summit)’을 개최하는데 이 서밋에는 150여 명의 고위직 여성들이 참석한다. 회사 내부는 물론 외부로의 네트워크까지 확장해 다양한 고객 및 이해당사자 집단들과 만나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GE 내부는 물론 GE 고객사와 부품공급사(supplier)의 주요 인물들이 참석해 중요한 의제를 다루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에게 중요한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 인기를 끌고 있다. 회계법인 KPMG는 여성 파트너를 확대하기 위한 승계 과정으로 ‘D&I 스코어카드(Diversity and Inclusion Scorecard)’라고 불리는 프로그램을 실시한다. 이 프로그램은 파트너십을 위한 자격을 갖춘 여성들을 효율적으로 찾기 위한 목적으로 채용, 보유, 승진 등과 관련해 다양성과 여성 인력 통합 정도를 측정할 수 있는 D&I 지표를 성과관리 지표처럼 관리하고 이사회의 평가까지 받는다.

국내에서도 삼성SDS, KT, SC제일은행, 한국GM 등 여러 기업들이 여성네트워크를 구축·운영하고 있다. 여성 인력을 통합하는 일이 형평성뿐 아니라 경쟁력의 문제가 돼 가고 있는 지금, 기업들이 이미지 전략 차원을 넘어 진정으로 여성을 통합하고 남성 중심의 조직의 제도와 문화를 바꾸어나가는 젠더통합 리더십이 요구된다.


젠더통합(gender-inclusive) 리더십

최근 다양성이 경쟁력의 원천이라는 인식이 확대되고 있다. 사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핵심적인 다양성 요소는 성별 다양성이다(김양희, 2009). 그러나 불행하게도 한국 사회에서는 아직 성별 다양성이 중요한 요소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서로를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고 존중하며 신뢰하고 협력하는 동등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하도록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문화를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는 필자가 개념화한젠더 통합(gender-inclusive) 리더십의 과제이기도 하다.

젠더통합 리더십이란 조직에서 성()이 작동하는 방식을 이해하고 여성과 남성이 서로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협력하고 보완하면서 보다 효율적이며 창의적인 방향으로 일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문화를 조성, 새로운 조직 관행을 만들어가는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젠더통합 리더는 성별 차이와 다양성에 대한 감수성을 가지며 여성과 남성에 대한 사회적 가치와 태도, 양 성 간의 권력관계가 조직의 제도와 관행, 구성원들의 기대와 행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해하고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관점과 경험을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승화시키기 위해 노력한다(김양희, 2008).

젠더통합 리더십은 남녀 모두에게 새로운 리더십을 강조한다. 여성 리더십에서는 여성이 변화의 주체로 간주된다면 젠더통합 리더십에서는 남녀 모두가 변화의 주체가 된다. 여성적 가치를 평가절하하지 않으며 상황에 따라 유연한 리더십 스타일을 적용한다. 젠더통합 리더십의 또 다른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조직 내 남녀 간 파트너십 구축을 위해 개인과 조직 차원의 실천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우선 개인차원에서는 여성과 남성의 서로 다른 삶의 조건의 특수성과 차이를 이해하며 전 근대적인 성 역할관에서 벗어나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다시 확립하고 조직의 일상에서 나와 다른 성의 구성원과 협력하고 보완하려고 노력한다. 조직 차원에서는 다양성 인사정책을 도입해 성별 균형을 이루도록 하고 가족친화제도를 도입해 남녀 모두의 일과 가정 양립을 지원한다. 아울러 남녀가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며 협력하도록 파트너십 멘토링을 도입하고 남녀 모두에게 젠더 훈련을 실시한다.

궁극적으로 젠더통합 리더십은 여성이 조직에 진입해 오래 남도록 제반 장벽을 제거하고 성별 다양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조직구조와 문화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킴으로써 남녀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데 역점을 둔다. 이러한 변화는 조직을 보다 인간화·효율화할 것이며 더 나아가서 한국 사회가 보다 공정하고 조화로운 발전을 추구하도록 할 것이다.


김양희 젠더앤리더십 대표 gnl2020@gmail.com


필자는 미국 시카고 로욜라대에서 응용사회심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옛 한국여성개발원)에서 한국인의 남녀평등의식, 여성 리더십 등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으며 GM(성 주류화)본부장을 지냈으며 공공정책에서 성 인지적 관점 통합을 위한 방법론 등을 연구했다. 현재 숙명여대 겸임교수이며 저서로<여성 리더 그리고 여성 리더십>이 있다.


참고문헌

김양희(2008). 젠더통합 리더십을 위한 멘토링, 한국심리학회 연차학술대회. 2008.8.22

김양희(2009). 다양성 관리를 위한 리더십: 성별 다양성을 중심으로. 2009 한국여성심리학회/한국사회 및 성격심리학회 공동주최 추계 심포지엄다문화시대의 심리적 적응자료집. 2009.11.28.

김양희(2010). 여성주의 가치와 파트너십: 여성 리더십에서 젠더통합 리더십으로. 덕성여자대학교 차미리사연구소 제1차 글로벌 파트너십 포럼 [차미리사 정신과 여성 파트너십] 자료집. 현재 단행본 출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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