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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학기가 시작되기 전인 8월 중순 뉴욕 근교의 한 캠핑장에서 1박2일 동안 진행되는 ‘러닝팀 리트릿(learning team retreat)’은 와튼 MBA 신입생들에게 설렘과 두려움의 감정이 교차하는 시간이다. 한 해 800명 이상의 신입생이 입학하는 와튼 스쿨에서는 학생들 간의 팀워크를 강화하고 상호 교류를 증진시키기 위해 국적, 성별, 과거 경력 등을 감안해 5∼6명으로 이뤄진 러닝팀을 배정한다. 러닝팀은 1년 동안 주요 수업 수강 및 각종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러닝팀이 어떻게 구성되는지에 상당한 관심을 갖는다. 러닝팀 리트릿은 몸을 사용해야 하는 각종 팀 대항 경기 및 팀 노래 만들기, 사업 아이디어 발표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팀원들이 서로에 대해 이해하고 친밀감을 쌓을 수 있도록 한다. 이틀간의 일정은 각 팀별로 향후 팀 운영 규칙을 정해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리트릿에서 돌아온 직후에는 시뮬레이션을 통해 리더십과 팀워크를 배우고 평가하는, 와튼 스쿨만의 독특한 수업이 시작된다. 1주일간 리더십에 대한 강의와 더불어 각 러닝팀이 가상의 회사를 운영하는 시뮬레이션이 함께 이뤄진다. 팀원들은 각각 마케팅, 영업, 인사, 재무, 회계, R&D 등 회사의 주요 책임자를 맡아 10년 동안 회사를 운영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서별 예산 책정 및 인력 충원 계획 등 연도별 주요 경영 지표에 대한 의사 결정을 수행하고 신규 사업 진출, CEO 선출, 인수합병 등 회사의 발전 과정에 따른 주요 이슈들도 직접 다룬다. 뿐만 아니라 상품 리콜에 관한 대고객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방송 녹화, 실제 와튼 졸업생을 대상으로 하는 투자 유치 미팅 등 다양한 활동들이 동시에 진행된다. 모든 의사 결정 사항은 회사 경영 성과로 평가된다. 그러나 매 라운드별 의사 결정을 위한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지 않기 때문에 효과적인 의사소통과 효율적인 팀 운영이 이뤄지지 않으면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기가 어렵다. 매 라운드 종료 후에는 팀별 의사 결정에 대한 분석과 개선점에 대한 전체 토론이 이뤄진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하던 팀들도 다른 팀들이 동일한 조건과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 결정을 하고 대처했는지 공유하면서 각 팀의 특성에 맞는 운영 방식을 체득하게 된다. 시뮬레이션이 종료되면 각 팀은 경영 성과와 함께 팀 운영 방식에 대한 심층적인 분석을 한다. 뿐만 아니라 개인별로 개인으로서의 역할, 팀원으로서의 역할, 그리고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자기 평가와 더불어 다른 팀원들로부터 다면적 평가를 받게 된다.
사실 러닝팀을 통한 리더십과 팀워크에 대한 학습은 이후에도 1년 동안 계속된다고 보는 것이 맞다. 러닝팀이 동일한 수업을 들으며 과제 및 프로젝트를 함께 수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 팀들은 프로젝트 결과물을 완성하는 과정에서 시뮬레이션 때와는 달리 다양한 어려움을 겪는 것이 일반적이다. 각 팀원들의 입학 전 업무 경험에 따라 배경 지식과 역량에 차이가 있고 각자의 커리어 목표에 따라 수업에 대한 관심도에서도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격적인 리쿠르팅이 시작되는 2학기가 되면 팀원들의 스트레스가 급격히 높아지고 팀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 의지 또한 낮아지게 된다. 이에 와튼 스쿨에서는 러닝팀 제도의 운영 취지가 훼손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각 러닝팀별로 1학기 중반부와 2학기 후반부에 3∼4시간에 걸쳐 개인별 리더십과 팀워크, 그리고 팀 운영에 대해 평가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때에는 별도의 교육을 받은 2학년 선배(leadership fellow)가 함께 참석해 토론을 진행한다. 간혹 예상하지 못한 지적과 비판에 언성이 높아지거나 팀 운영방식에 대한 의견 충돌로 얼굴을 붉히는 경우가 생기기도 한다. 하지만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사람들과 하나의 팀을 이뤄 임무를 수행하고 리더로서, 그리고 팀원으로서 자신의 역량을 평가해보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수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MBA Class of 2012 suhlee@wharton.uppen.edu
필자는 서울대 심리학과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받았다. 베인&컴퍼니(Bain&Company)에서 컨설턴트로 근무하면서 소비재, 유통, 미디어 부문의 컨설팅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했다.
1881년 필라델피아의 사업가였던 조지프 와튼이 설립한 와튼 스쿨은 세계 최초의 비즈니스 스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세계 유수 언론으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비즈니스 스쿨로 여러 차례 선정된 바 있다. 매년 850명 정도의 신입생이 입학하며 재학생의 45%가 외국 학생일 정도로 다양성에 바탕을 둔 글로벌 인재를 키우는 데 주력하고 있다. 한국인 학생도 상당수여서 탄탄한 동문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