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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 불행하세요? 상사를 탐구하세요!

구본형 | 5호 (2008년 3월 Issue 2)
사람들은 수시로 직장 생활의 고통을 호소한다. 통계에 따르면 직장 고통의 첫번째 진원지는 바로 상사들이다. 부하 직원의 공을 뺏고, 인격적 모욕을 주며, 경멸의 눈초리를 보내고, 작은 지위를 믿는 오만하고 졸렬한 상사들 때문에 미칠 것 같다는 불평은 어디서나 들을 수 있다.
 
상사는 직장 생활의 성공과 실패, 나아가 일상의 행복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소다. 하지만 상하관계의 어려움에 시달리는 많은 직장인들은 정작 상사에 대해 전략적으로 연구하지 않는다. 상사가 일상의 행복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면 상사에 대해 연구하는 것이 마땅하다. 좋은 리더는 부하들만 이끄는 것이 아니라 상사에 대한 탐구도 병행해 그로부터 전폭적인 신뢰와 지원을 얻어낸다. ‘부하로부터 상사에 이르는 상향 리더십’ (subordinate-to-boss leadership 혹은 upward leadership)을 갖춰야 좋은 리더라는 의미다.
 
현재 자신의 상향 리더십 수준을 알아보기 위해 간단한 테스트를 해 보자. 다음 세 가지 질문에 대답해 보라.
1. 상사는 직원의 편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가?
2. 조직은 반드시 합당한 사람에게 그 지위를 부여할까?
3. 업무 능력이 뛰어나면 자동적으로 승진을 할 수 있을까?
 
만일 세 가지 질문에 대해 마음 속으로 모두 ‘예’ 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지금의 상사와 좋은 관계를 맺기 어렵다. 왜냐하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사실을 믿고 있기 때문이다. 세 가지 질문에 모두 ‘아니오’라고 답했다면 당신은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미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적나라하게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질문에는 ‘예’라 하고 어떤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말했다면 당신은 어떤 특정한 상사를 떠올리며 대답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런 상황에서는 ‘상사란 무엇인가?’ 라는 포괄적 질문에 대해 객관적으로 답하기 어렵다.
 
행복이란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기대 수준을 관리하면서 얻어지는 것이다.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하면 행복해지기 어렵다는 뜻이다. 또 모든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만 한다면 자기 자신을 담금질하고 계발하는 자기 혁명에 실패하기 마련이다. 이를 감안하면 상향 리더십의 출발점이 명확해진다. 상사에 대한 지나친 기대를 적절히 관리하고, 상사가 누구인지 분명히 파악해야 한다는 의미다.
 
첫번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상사는 회사의 대리인’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조직이 추구하는 방향에 서 있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만일 조직의 입장과 다른 길을 간다고 생각해보자. 상사가 당신의 편을 들어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당연히 그렇지 않다. 상사는 당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조직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두번째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그러면 좋지만 반드시 그것이 좋지는 않다’는 것이다. 이 답이 너무 모호하다고 생각하는가? 회사에 들어와 10년이 지났는데 적절한 자리로 승진하지 못하고 이 와중에 동료나 부하 직원이 당신의 윗자리에 오른다면 누가 일할 맛이 나겠는가. 당신은 과연 그 평가에 승복할 수 있는가? 사실 사람을 평가할 때 누구든 승복할 수 있는 객관적 평가가 과연 가능한 지도 의문이다.
 
한국적 상황에서는 적당한 시간이 지나 특별한 결격 사유가 없다면 누구나 어느 위치까지 승진해 다른 누군가의 상사가 된다. 그러다 보니 부하 직원을 이끌 자격을 갖추지 못한 관리자도 종종 발생한다.
 
특히 중간 관리자 이하 직급의 경우 어느 조직에서나 검증받지 못한 미완의 관리자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하지만 부족한 관리자와 함께 일한다고 해서 상사의 단점에 치를 떨어서는 안 된다. 이는 당신이 지나치게 민감하거나 비현실적으로 상사에 대한 기대가 높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상사 역시 완성된 리더가 아니며 약점을 가진 평범한 인간에 불과하다. 그는 때가 되어 그 위치에 오른 미완의 선배에 지나지 않는다. 부족한 상사에게 필요한 것은 비난이 아니라 도움이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세번째 질문의 적절한 답은 ‘아마 그렇지 않을 걸’이다. 웃기는 대답이라고 생각하는가? 나 역시 과거에는 할 일만 잘하면 때가 되어 높은 지위로 승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시간이 한참 흐른 후에야 이것이 사실이 아님을 깨달았다. 하지만 비관할 필요는 없다. 어느 조직이나 정치 논리는 작용하며, 건강한 정치력은 나쁘지 않다. 리더십은 건강한 정치력의 표본이다.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성공을 진심으로 돕게 만들려면 일만 잘하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다른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야 한다.
 
HP의 전 회장인 칼리 피오리나는 상사의 본질에 대해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녀는 상사라는 존재를 이렇게 정의했다.
“상사는 부하를 한 사람의 인간으로 보지 못한다. 마찬가지로 부하들도 상사를 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 상사의 지위가 높아질수록 그 사람 자체보다 직위를 보기 때문이다. 고위직으로 올라가면 보상이 커지지만 높이 올라갈수록 점점 더 외로워진다.”
 
유감스럽게도 나는 20년 동안의 직장 생활이 끝나갈 무렵에야 이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상사에게 당당하고 부하에게 헌신적인 리더’에 대한 끊임없는 미련을 갖고 있었다. 나 역시 그런 영웅적인 상사가 되고 싶었고, 될 수 있다고 믿었다.
 
나는 마음 속에서 상사와 늘 경쟁했고, 그를 뛰어 넘으려 했다. 상사에게 무례하지는 않았지만, 상사가 내 경력의 성공을 위해 꼭 필요한 스폰서라는 사실을 종종 잊고 있었다. 부하들은 잘 챙겼지만 상사를 잘 챙기지 못했다. 지나치게 상사에게 순종하는 예스 맨들에 대한 반골 기질이 발동한 것인지 모르지만 나 역시 상사에 대한 탐구도 전략도 없는 반쪽짜리 관리자에 불과했다. 스폰서 없이 자력으로 성공하는 것이 멋진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는 내 기질이 낳은 편견에 불과했다.
 
부하를 잘 활용하는 것이 훌륭한 상사의 조건이듯 상사가 나를 잘 활용하도록 만드는 것 도 훌륭한 경력 관리를 위해 꼭 필요하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의 부하 직원 뿐 아니라 상사도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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