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암 와서맨 하버드 경영대학원 교수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면 누구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설립자 빌 게이츠나 나이키의 필 나이트, 바디 샵의 애니타 로딕과 같은 경영자가 되길 원할 것이다. 이들은 세계적인 대기업을 설립했고, 수년 간 해당 기업을 이끌었다. 그러나 성공적 창업자 겸 CEO는 극히 드물다. 1990년도 후반부터 2000년도 초반까지 212개 미국 신생 기업을 분석한 결과,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그 기업이 상장되기 훨씬 이전에 경영권을 상실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립 3년째에는 CEO의 50%가 그 지위를 잃었고, 4년째에는 40%만이 자리를 보전했다. 상장 이후에도 창업자가 CEO 직위를 유지한 기업은 25% 미만에 불과했다. 다른 연구자들도 이와 비슷한 경향을 발견했다. 따라서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창업자 겸 CEO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내 연구에서 창업자의 80%는 CEO 자리에서 물러나라는 권고를 받았다. 이들 대부분은 투자자들의 사퇴 권고에 충격을 받고 달갑지 않은 방식으로 쫓겨난다. 창업자를 따르는 직원들이 새로운 CEO의 취임에 반대할 때 그 기업은 대단히 위험에 빠질 수 있다. 창업자들이 경영진 교체를 방해하면 신생 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
창업자들이 사업을 시작한 동기에 대해 솔직한 태도를 보일 때 경영진 교체는 비교적 부드럽게 진행된다. 사람들은 큰 돈을 벌기 위해서 사업을 시작한다. 그러나 ‘Journal of Political Economy’에 2000년 발표된 논문과 ‘American Eco-nomic Review’에 2002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창업자 집단 전체적으로 보면 이들이 직원일 때와 창업을 했을 때 벌어들인 돈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자들이 감수해야 하는 위험을 고려한다면 오히려 자신이 직원이었을 때보다 CEO였을 때 돈을 적게 번 것이었다고 볼 수도 있다. 게다가 종종 창업자들은 부의 최적화 원칙에 위배되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기업가들의 의사 결정을 연구한 결과, 경우에 따라서는 더 큰 금전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기회를 선택하지 않고 손해나는 선택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가들이 때로 금전적 목표에 반(反)하는 결정을 내린 이유는 그들이 부자가 되고 싶다는 목적 이외에 조직을 만들어 이끌고 싶다는 또 다른 욕구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놀라운 점은 두 가지 동기 중 하나를 극대화하면 다른 한 가지가 극소화된다는 것이다. 모든 의사 결정 단계에서 기업가들은 돈과 기업 경영이라는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무엇이 더 중요한지 확실하게 선택하지 않으면 돈과 권력 모두 잃는다는 의미다.
창업자의 속내
창업자들은 항상 자신만이 기업을 성공으로 이끌 수 있다고 확신한다. 많은 기업인들이 “나는 비전과 희망을 갖고 기업을 세웠으며 나야말로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하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 이면에는 많은 내용이 담겨있다.
당초 기업은 창업자의 머릿속에 있었던 하나의 아이디어였고, 그는 이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기회를 잡아 생산적 상품,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했다. 창업자는 비전에 따라 비즈니스를 운영할 수 있도록 직원을 고용하고 이들과의 관계를 통해 조직 문화를 형성한다. 조직 문화는 창업자의 스타일, 특성, 기호 등의 연장선상에 있다. 이런 과정에서 창업자 겸 CEO의 직위에 있는 사람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
통상 창업자들은 기업을 자신의 자식에 비유할 정도로 정서적으로 강한 애착을 보인다. 기업가들의 애정은 이들이 스스로에게 상대적으로 적은 임금을 지불한다는 사실을 통해서도 입증할 수 있다. 1996년부터 2002년 사이에 설립된 528개의 신생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서 51%의 창업자들이 임원과 동일하거나 적은 임금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유 주식 가치를 감안했을 때에도 같은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많은 기업가들은 지나친 자신감을 가지고 있고, 그들이 직면할 문제를 간파하지 못하고 있다. 1998년 퍼듀 대학 아놀드 구퍼 교수와 그의 동료들은 3000명의 기업인을 대상으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당신의 사업이 성공할 확률은 어떻습니까?” “당신과 같은 산업 군에 속하는 기업이 성공할 확률은 어떻게 보십니까?” 평균적으로 이들은 자신의 성공 확률을 81%, 다른 기업의 성공 확률은 59% 라고 답했다. 창업자의 애정, 자만, 단순함은 기업을 설립하기 위해 꼭 필요할지도 모르나 이런 감정이 이후에 문제를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커지는 고통
마침내 창업자는 직원들에게 영감을 주는 능력과 재원 부족 등으로 기회를 잘 활용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이후 자신의 가족, 친구, 엔젤 투자자, 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기업에 투자하도록 유도한다. 이 과정에서 창업자들은 큰 비용을 치른다. 종종 기업 경영권을 포기하기도 한다. 벤처 캐피털 회사와 달리 일부 엔젤 투자자는 창업자들의 경영권을 보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벤처 캐피털이나 엔젤투자자 모두 사외이사로 기업 이사회에 참여, 경영권에 간섭하는 것은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