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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처럼…” 경험은 때로 毒杯다

권춘오 | 36호 (2009년 7월 Issue 1)
맥도널드가 1990년대 초반까지 강력한 경쟁력으로 업계에 군림할 수 있었던 비결은 생산 과정 표준화에 있었다. 맥도널드는 최대한 빠르고 저렴하게 소비자들에게 햄버거와 음료를 제공했다. 하지만 생산 과정 표준화라는 ‘성배(聖杯)’는 어느새 ‘독배(毒杯)’로 변했다. 맥도널드에 열광했던 소비자들의 욕구가 다양한 메뉴와 제품, 개인의 취향에 따른 선택, 영양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했기 때문이다.
 
버거킹과 타코벨 등 새로운 경쟁자들은 소비자들의 욕구에 맞는 새로운 제품을 무기로 틈새시장에 진입했다. 그럼에도 맥도널드는 어리석은 판단을 내렸다. 전통적으로 강력한 경쟁력의 원천이었던 자신들의 생산 과정 표준화가 신규 경쟁자들을 무찌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 결과는 고객들의 외면과 매출 저하로 나타났다. 이후 맥도널드는 생각을 바꿔 맥피자, 맥린 등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지만 소비자들의 관심을 사로잡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았다.
 
경험 많은 조직과 리더가 어리석은 결정을 내리는 이유
단 한 번의 부적절한, 혹은 최악의 결정이 조직에 재앙을 가져오는 일은 비즈니스 세계에서 다반사로 일어난다. 탁월하고 경험 많은 조직과 리더가 이렇게 형편없는 결정을 내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 원인은 ‘리더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끄는 과거의 경험’이다. 리더들이 현재 닥친 상황과 비슷한 경험을 과거에 겪었다면, 그 경험 때문에 잘못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사람들은 종종 현재 부딪힌 문제가 과거에 일어났던 사건과 똑같은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여기는 실수를 저지르기 때문이다. 혹은 현재의 중요한 문제를 자신이 과거에 겪었던 소소한 문제가 확대된 것쯤으로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특히 회사가 수년 동안 동일한 전략을 고수해왔고, 오랜 기간 성공적인 실적을 유지하고 있으며, 동종 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들 상당수가 같은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면, 리더가 과거의 경험으로 그릇된 결정을 내리기 쉽다.
 
두 번째 원인은 ‘사전 판단’이다. 어떤 상황에 대한 인간의 행동은 ‘직접적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신만의 데이터베이스를 훑어보는 일에서부터 시작한다. 예전에 자신이 내렸던 판단이 마음속에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각인돼 사고 체계 중 가장 핵심적인 곳에 자리잡기도 한다. 이는 생각과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효과적이기도 하다. 그러나 현재 상황과 과거 상황 사이의 연관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사례가 훨씬 더 많다. 소위 ‘사전 판단’은 생각을 고착화시키고, 특정 방침을 고수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으며, 객관성을 희석시키고, 리더를 강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해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세 번째 원인은 ‘이해관계의 충돌’이다. 부적절한 이해관계의 충돌은 의사결정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의사결정권자들은 자신들의 개인적 이해관계가 선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조차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다. 그들로서는 자신들이 인식하지도 못하는 편견을 없애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이해관계는 대개 무의식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네 번째 원인은 ‘부적절한 애착’이다. 애착이라는 단어는 원래 가족 및 친구들과 형성하는 사회적 유대관계를 나타내지만, 비즈니스에서도 놀라울 정도로 광범위한 종류의 애착이 생긴다. 이는 자신이 참여하는 커뮤니티, 동료, 전문가 그룹, 또는 자신이 속한 사회에 느끼는 충성심일 수도 있다. 인간은 애착의 존재를 인식하고 있을 때조차도 그 애착이 자신의 의사결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제대로 인식하지 못할 수 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착의 영향을 과소평가하고, 자신이 이성적이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릇된 의사결정을 막는 4가지 안전장치
리더가 그릇된 의사결정을 피하려면 4가지 안전장치(safeguard)를 활용하는 게 좋다. 4가지 안전장치는 리더를 잘못된 결정으로 이끄는 생각에 적신호를 울림으로써 위험을 줄여준다.
 
제1 안전장치는 경험과 데이터다. 다시 말해 리더들에게 새로운 경험, 추가 데이터, 또는 강화된 분석 과정을 제공하면 그가 과거의 경험 때문에 그릇된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상당히 줄어든다. 새로운 데이터를 모으고 이를 의사결정 과정에 주입하는 잠재적인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신제품을 개발하기 전에 핵심 고객과 면담을 하거나 신규 시장 진입을 위한 의사결정을 내리기 전에 좀더 자세한 시장 조사를 하거나 업계의 보고서를 구입하거나 더 높은 수준의 객관성을 확보하기 위해 컨설턴트를 영입하는 방법 등이 있다. 다양한 선택에 대한 각기 다른 결과를 시뮬레이션 해볼 수도 있다. 의사결정권자들끼리 정면 대결을 펼치는 내부 경쟁 제도를 마련해 최고의 아이디어를 채택하는 것도 좋다. 이런 새로운 경험과 데이터가 다양하고 적절할수록 더 확실한 안전장치가 될 수 있다.
 
제2 안전장치는 논쟁과 도전이다. 즉 의사결정권자들끼리 그룹 토의를 하게 하는 방법이다. 그룹 토의는 의사결정권자들의 개인적 편견을 간접적으로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 ‘경험과 데이터’는 의사결정권자가 마음을 열었을 때 효과적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그룹 토의가 훨씬 효과적이다. 그룹 토의의 핵심은 무엇보다 적절한 사람들로 팀을 구성하는 것이며, 그 다음은 사람들이 편안하게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는 열린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제3 안전장치는 더욱 강력한 지배 구조다. 의사결정권자가 강력하고 카리스마 넘친다면 그에게 결정을 다시 재고해보라고 권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그릇된 의사결정의 위험을 줄이는 유일한 방법은 지배 구조 과정을 강화하는 길뿐이다. 의사결정 팀 또는 임원들이 제출한 안건을 승인하는 별도의 관리팀은 그릇된 결정을 저지하는 확실한 방어책이 된다. 특히 기업이 독립적인 의사결정 관리팀을 적절히 갖추면 객관성이 향상된다. 관리팀은 조직이 직면한 다양한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전문 지식을 보유한 인력을 정기적으로 보강해야 하며, 의사결정 팀에 더 많은 자료를 모아달라고 요청해야 한다. 또 간과한 대안을 지적할 수 있는 독립 자문가를 채용하고, 결정해야 할 다양한 분야에 대해 의사결정 팀원들이 논쟁에 더 많은 시간을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제4 안전장치는 모니터링 강화다. 관리 프로세스가 충분히 강력하지 못하거나 관리팀이 충분한 전문 지식을 갖추고 있지 않다면, 그릇된 결정에 대한 최후의 방어선은 결정 결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방법뿐이다. 의사결정 팀이 자신들이 내린 결정의 결과가 기록되고 널리 공표될 것이라는 점을 알면, 충분히 자신들의 결정을 재고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는 통상적인 모니터링을 뛰어넘는 특별 모니터링이 매우 유용하다. 특히 조기에 적신호를 알아차리고 신속하게 잘못된 결정을 수정하기 위해 활용된다면 더욱 그렇다. 모니터링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면 계획은 진행 도중에도 수정할 수 있다. 또한 모니터링은 문제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매우 신속하게 임원진에게 전달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4가지 안전장치에는 부정적인 면도 있다. 안전장치가 의사결정 과정의 속도를 늦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속도 저하는 오늘날처럼 급변하는 비즈니스 환경에서는 그다지 좋은 현상이 아니다. 또한 안전장치는 관료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 관료주의는 실무자들의 의욕을 떨어뜨린다. 안전장치 자체가 리더들이 선호하는 경영 스타일과 맞지 않을지도 모른다. 일부 리더들은 공개석상에서 논쟁을 분석하기보다는 몇몇 핵심 관계자들만 모아놓고 폐쇄된 공간에서 중요한 결정에 대해 논쟁하기를 더 좋아할 수도 있다. 궁극적으로 발생하는 수익보다 안전장치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안전장치는 상당히 비생산적으로 바뀌고 만다.
 
따라서 기업은 안전장치의 치명적인 부작용을 염두에 두고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
 
이 책의 저자 시드니 핀켈스테인은 미국 다트머스대 비즈니스 스쿨 교수로, 리더십과 전략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그는 컨커디어대, 런던정경대, 컬럼비아대를 졸업했다. 공동 저자 조 화이트헤드는 경영 관리 리서치 회사인 애슈리지 전략경영센터 이사로, 전략적 의사결정에 관한 연구를 전문으로 맡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일했으며, 케임브리지대와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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